INFJ는 전 세계에서 가장 희귀한 유형이라고 한다. 특히 남성은 0.8%밖에 되지 않는다더라.

-알라딘 eBook <고작 이 정도의 어른> (남형석 지음) 중에서 - P92

‘새로운 나’인 INFJ의 분석을 보니 ‘통찰력 있는 선지자’, 이것도 꽤 그럴듯하다. 인내심이 많고 통찰과 직관이 뛰어나며 화합을 추구하는 유형. 창의력과 독립심이 뛰어나며, 성숙해갈수록 말없이 타인에게 영향력을 끼치고 확고한 신념으로 자신의 영감을 구현시켜나가고….

-알라딘 eBook <고작 이 정도의 어른> (남형석 지음) 중에서 - P91

그토록 원하던 외로움의 시간이 손을 내밀었는데 소년은 도리어 공포에 휩싸여 등을 돌려버리고 만 것이다. 특정한 정서의 발달이 유난히 느렸던 소년은 외로움마저 강제되지 않고 제가 선택하길 바랐던 것 같다. 아마도 고통을 생선 뼈처럼 발라낸, 외로움의 살갗만 탐했던 거겠지. 그러니까 소년은, 고독과 외로움을 구분할 줄도 모르고 살아왔던 거다.

-알라딘 eBook <고작 이 정도의 어른> (남형석 지음) 중에서 - P101

비싼 외로움을 사기 위해. 물론 그가 멀리까지 가서 샀던 감정은 외로움이 아니라 고독이었을 것이다. 외로움은 결코 자의일 수 없을 테니까.

-알라딘 eBook <고작 이 정도의 어른> (남형석 지음) 중에서 - P103

* 영원히 그립지 않을 시간 / 언니네 이발관

이게 외로움이야.
이 철없는 어른아이야.

-알라딘 eBook <고작 이 정도의 어른> (남형석 지음) 중에서 - P104

그가 외로움을 미리 돈을 주고라도 사고 싶었던 건 언젠가 다가올지도 모를 ‘강제로 혼자 남겨질’ 순간에 자신이 누구보다 취약하다는 걸 본능적으로 직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백신을 맞듯, 사전 예행 연습을 하듯 고독이라도 한 줌 체험해보고 싶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는 그런 마음으로 평생을 살아온 서울을 잠시 떠나기로 했다.

-알라딘 eBook <고작 이 정도의 어른> (남형석 지음) 중에서 - P105

그렇기에 쉬 털어놓지도 못할 고민을 가슴에 잔뜩 안고, 소년은 오늘 밤도 상상 속의 외로움을 원하고 원망하다 잠이 든다. 언젠가 닥칠 더 큰 외로움을 감당해내기 위해 지금부터 조금씩이라도 외롭고 싶다며. 삶에게 무례하지만 그게 삶을 지켜줄 최후의 안전장치인 것만 같다고 몹쓸 예감을 하면서.

-알라딘 eBook <고작 이 정도의 어른> (남형석 지음) 중에서 - P106

사랑은 전염받은 아픔에 기꺼이 울고, 내 아픔을 전염하지는 않는 것이다. 타인의 아픔을 상상하며 슬퍼하거나 또는 참아내는 것.

-알라딘 eBook <고작 이 정도의 어른> (남형석 지음) 중에서 - P123

정답을 알 수 없는 것들, 그러니까 진실과 거짓의 중간쯤, 옳고 그름의 경계, 하늘인지 땅인지 모를 지평선, 꿈인지 현실인지 명확히 분간되지 않는 찰나들이 좋다. 당연히 사람도. 분명한 성격이면 곁에 있기 꺼려진다. 삶의 정답을 잘 정해두는 사람, 옳고 그름이 확실한 사람, 취향이 분명해 내가 끼어들 틈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굳이 다가가지 않는다. 말을 나눌수록 더 궁금해지는 사람, 끝이 잘 보이지 않는 사람이 더 좋다. 내숭쟁이가 좋다는 건 아니지만 과시욕쟁이들보다는 낫다. 그래도 드러냄보다는 숨김이 더 흐릿하니까.

-알라딘 eBook <고작 이 정도의 어른> (남형석 지음) 중에서 - P136

취향은 결핍을 채운다.
날 것과 흐릿한 것을 탐닉하는 취향은 내가 태생적으로 닿지 못하는 기질을 향한 열망을 대리한다. 그 열망이 ‘취향’이라는 형태로 곁에 머물러주어 그나마 다행이다. 그것은 질투로, 열등감으로, 나를 보호하기 위한 공격의 대상으로 발현될 수도 있었을 테니까.

-알라딘 eBook <고작 이 정도의 어른> (남형석 지음) 중에서 - P137

취향을 빼닮은 사람이고 싶다.
궁극적으로 그렇다. 내 취향들과 섞여 살면서 자꾸 굳어지려는 마음을 중화하고, ‘보호막’이라는 연약한 이름으로 포장한 가식을 조금씩이나마 벗겨내려 애쓴다. 그들을 오래 곁에 두고 있으면 언젠가는 나도 그렇게 살고 있을 것만 같다. 가죽, 원목, 금속처럼. 수사가 붙지 않아도 읽히는 글처럼. 명확히 표현하기 힘든 맛을 내는 음식과 장르를 구분하기 힘든 음악처럼. 처음엔 흐릿해 보였지만 말을 나눌수록 깊어지는, 내가 질투하고 흠모하는 당신처럼.

-알라딘 eBook <고작 이 정도의 어른> (남형석 지음) 중에서 - P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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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술을 / 마시고 싶을 때 / 마시고 싶은 만큼만’ 마시는 게 좋다.

-알라딘 eBook <고작 이 정도의 어른> (남형석 지음) 중에서 - P78

나는 소주가 싫다. 단 한 번도 달았던 적이 없다. 애주가들이 들으면 혀를 끌끌 찰 말이겠지만. 일단 맛이 너무 일차원적이다. 알코올이 뭐랄까, 일은 잘하는데 공감 능력 없는 직장 상사처럼 다른 향들과 섞일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자기만 눈치 없이 목구멍으로 직진해댄다. 그 성급한 쓴맛이 혀의 감각부터 마비시키니 뒤따라오는 향을 음미할 새도 없이 미간을 찌푸리게 된다. 심지어 많이 마시면 속까지 뒤틀린다.

-알라딘 eBook <고작 이 정도의 어른> (남형석 지음) 중에서 - 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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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하게’도 대체해봤다. ‘평생’과 가장 어울리는 형용이 뭘까. 내 기준에서는 ‘즐겁게, 행복하게’ 정도가 괜찮겠다. 가끔 슬프고 우울할 때도 있겠지만 신은 인간에게 망각이란 선물을 주셨으니까. 길게 보면 인생은 희극이라고 누가 말한 이유도 여기 있지 않을까.

-알라딘 eBook <고작 이 정도의 어른> (남형석 지음) 중에서 - P64

"평생 즐겁게 살려면 돈이 어느 정도 있는 게 적당할까?"

이제 답은 분명하다. 늘 ‘약간 부족한 정도’가 좋겠다. 내 존재의 원천인 생산 욕구를 유지하기 위해.

-알라딘 eBook <고작 이 정도의 어른> (남형석 지음) 중에서 - P65

그러나 이제는, 사회생활에 막대한 도움을 준 소주를 끊었듯 그렇게 냉정하게 끊어내고 싶다. ‘상대적인 감정들’이 얼마나 시간과 영혼을 갉아먹는지 어른이 될수록 거듭 깨달아가고 있다. 비교 대상이 나 자신이 아닌 타인이 되는 순간 곱게 쌓아 올린 이성은 허무하게 무너지며 마약에 취하듯 시야가 좁아지고 해갈되지 않을 집착의 목마름에 허덕이게 된다는 걸 이제는 안다.

-알라딘 eBook <고작 이 정도의 어른> (남형석 지음) 중에서 - P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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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생의 대부분을 타인의 애정이란 내가 얻어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았어. 사랑받으려면 시험을 통과하고, 지적 후프를 뛰어넘고,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 보여야 한다고 여겼어. 그러니 그저 존재하기만해도 사랑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그것도 깊이 사랑받을 수 있다는사실을 너를 통해 알게 된 것이 내게는 놀라운 일이야. 이것이 네가 내게 준 선물이란다. 네 존재만큼이나 소중한 선물이란다. (1995년) - P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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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는’ 팀원에서 ‘욕먹는’ 팀장이 된 분들을 들여다보면 나름대로 몇 가지 공통분모가 발견된다. 그중 하나가, 팀원일 때 빛을 발했던 능력이 팀장이 된 후로는 오히려 그를 갉아먹고 있다는 점이다.

-알라딘 eBook <고작 이 정도의 어른> (남형석 지음) 중에서 - P45

좋은 팀장은 주로 자기 자신이 아닌 ‘타인’에 관한 능력치가 높은 사람들이었다. 이를테면 공감 능력, 배려심, 인권 감수성, 균형과 조화를 중시하는 성향 등이다. 주인공보다는 조연일 때 더 빛나는 분들. 이런 팀장들은 대개 고민이 깊고 실수가 적은 편이다.

-알라딘 eBook <고작 이 정도의 어른> (남형석 지음) 중에서 - P46

실천할 수 있는 것 중에 꽤 쉬운 게 하나 있는 것 같아서 말이다. ‘끝까지 잘 듣는 일.’ 그게 시작인 것 같다. 후배들에겐 귀를 더 열고, 대신 입은 아랫사람이 아닌 윗사람에게 더 여는 사람이 된다면 조금씩 팀과 회사의 분위기가 달라질 것 같다.

-알라딘 eBook <고작 이 정도의 어른> (남형석 지음) 중에서 - P50

회사 생활하면서 후배의 말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주는 팀장을 많이 만나보지 못했다. 그러나 단언컨대, 아랫사람의 말을 들어보는 일은 변화하는 시대를 흡수하는 가장 쉬운 방법일 것이다. 일단 듣기만 하면 되니까. 굳이 넘치는 자기애를 주도적으로 소화시켜야 한다면 후배 대신 윗선에 충언하고 부딪혀주는 에너지로 승화하면 금상첨화일 것 같다.

-알라딘 eBook <고작 이 정도의 어른> (남형석 지음) 중에서 - P50

또 뒷담화가 유포되는 원리에 따라 내 얘기도 어딘가에서 껌처럼 소비되고 있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사적인 단톡방에 빨간 숫자가 늘어갈수록 혈관이 좁아지는 기분이었다. 익명의 누군가들에게 내 감정을 조종당하는 기분.

-알라딘 eBook <고작 이 정도의 어른> (남형석 지음) 중에서 - P53

나는 기자들끼리 경쟁하듯 유포하는 온갖 찌라시로부터 철저히 소외된 기자가 되었지만 오히려 인권침해적이고 그릇된 괴소문들로 혼탁해져 있던 머릿속이 점차 정화되는 기분을 느꼈다. ‘기자니까 찌라시는 어쩔 수 없이 읽어야 돼’라는 명제가 얼마나 자기합리화적인 헛소리인지도 입증할 수 있었다. 결국 최종적으로 내게 도착하는 정보는 한 발 더 느렸지만 한 뼘 더 정확했다.

-알라딘 eBook <고작 이 정도의 어른> (남형석 지음) 중에서 - P57

사람들은 카톡으로 말을 퍼뜨릴 때 가장 무책임해진다는 흥미로운 사실도 깨달았다. 같은 사람일지라도 카톡보다 전화로 말할 때 자신이 한 말에 더 책임을 지고, 전화보다 직접 만났을 때 훨씬 더 책임감을 느끼며 입이 조심스러워지더라. 어쩌면 당연한 소리일지 모를 그 진리를, 나는 단톡방의 수많은 ‘가벼운 말’들로부터 해방된 뒤에야 명확히 인지하게 되었다.

-알라딘 eBook <고작 이 정도의 어른> (남형석 지음) 중에서 - P57

단톡방에서 ‘자가격리’된 뒤부터 온전한 나의 시간이 생각보다 훨씬 늘어났다. 단톡방을 들락거리지 않고 나니 역설적으로 내가 카톡방에 쏟는 시간이 얼마나 많았는지 인지하게 되었다.

-알라딘 eBook <고작 이 정도의 어른> (남형석 지음) 중에서 - P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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