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트가 자신의 일에 쏟아붓는 무소불위의 공정함으로 인해서 우리 시민들에게 평등 의식을 고취시켰을 수도 있었겠으나, 이와는 반대로 극단적이고 만성화된 이기주의로 말미암아 사람들 마음속에 부당하다는 감정만을 더욱더 첨예하게 만들었다. 물론 죽음이라는 빈틈없는 평등이 남아 있기는 했으나, 그것은 어느 누구도 원하지 않았다.
(468/667p)

타루는 이렇게 적고 있다. 〈하지만 가장 나쁜 것은 그들이 잊힌 사람들이었다는 것, 그들 역시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들을 알던 사람들은 다른 생각을 하느라 그들을 잊어버렸는데,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그들을 사랑하는 사람들로 말하자면, 그들을 수용소에서 끄집어내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단계를 밟느라 고생을 해야 했기에 마찬가지로 그들을 잊어버렸다. 수용소에서 끄집어내는 일에 급급하다 보니 정작 끄집어낼 사람은 더 이상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그 역시 당연한 일이다. (476/667p)

그 오랜 세월 동안, 마음을 다 바쳐 페스트와 투쟁한다고 생각했던 바로 그 오랜 세월 동안 내가 끊임없이 페스트를 앓아 왔다는 사실을 그제야 알았습니다. 내가 수천 명의 죽음에 간접적으로나마 동의했었다는 것, 숙명적으로 그런 죽음을 야기했던 행동들과 원칙들을 바람직하다고 생각함으로써 그 죽음을 부추겼다는 것을 알았어요. 다른 사람들은 그런 것으로 마음 상해 하거나, 적어도 스스럼없이 그런 이야기를 꺼내는 일은 절대로 없어요. 한데 나는 그야말로 슬픔에 목이 메이는 것 같았습니다. 그들과 함께 있으면서도 혼자였던 거죠.
(499/667p)

시간이 흐르면서 알게 된 것이 있다면, 다른 사람들보다 더 좋은 사람들조차 누군가를 죽이거나 누군가가 죽어 가는 것을 막을 수 없으며, 그 이유는 그들이 살고 있는 세상의 섭리가 이미 그렇기 때문이고, 누군가를 죽도록 만드는 위험을 무릅쓰지 않고서는 이 세상에서 우리가 몸 한 번 움직이는 것도 마음대로 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502/667p)

그래서 나는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상관없이, 좋은 이유에서건 나쁜 이유에서건 상관없이, 사람을 죽이거나 또는 사람들이 누군가를 죽이는 상황을 정당화하는 모든 것을 거부하기로 결심한 것입니다.
(503/667p)

단언하건대 내가 확실히 아는 것은(그렇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나는 인생 만사를 두루 알고 있지요) 각자 자신 안에 페스트를 가지고 있다는 건데, 왜냐하면 실제로 아무도, 이 세상 어느 누구도 그것으로부터 무사하지 않으니까요. 또한 잠시 방심한 사이에 다른 사람 낯짝에 대고 숨을 내뱉어서 그자에게 병균이 들러붙도록 만들지 않으려면 늘 자기 자신을 제대로 단속해야 한다는 겁니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 바로 병균이기 때문입니다.
(503-504/667p)

「그렇지만 말이죠, 나는 성인들보다는 패배자들에게 더 많은 연대 의식을 느낍니다. 나는 영웅주의라든가 성스러움 따위에는 취미가 없는 것 같습니다. 제가 관심을 갖는 것은 인간이 된다는 겁니다.」
(509/667p)

성당들은 하느님을 향한 감사 기도보다 탄식으로 가득 채워졌다. 우중충하고 얼어붙어 버린 우리 도시에는 몇몇 아이들만이 아직 자신들이 어떤 위험에 직면해 있는지도 모르는 채 뛰놀고 있었다. 그러나 그 누구도 감히 그 아이들에게 인류의 고통만큼이나 오래되고 떠오르는 희망만큼이나 새로운 선물들을 한가득 짊어진 그 옛날의 신이 찾아오신다는 것을 감히 알려 주지 못했다. 모든 사람들 마음속에는 너무나 늙고 기력을 다해 버린 희망, 사람들로 하여금 그냥 그대로 죽지도 못하게 만드는 희망, 그저 바보같이 끈질기기만 할 뿐인 그런 희망밖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519-520/667p)

리유는 울고 있는 그 노인이 바로 그 순간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알았고, 자신 또한 그와 마찬가지로 사랑이 없는 이 세상은 마치 죽은 세상과 다를 바 없으며 사람들은 감옥이니 노동이니 패기니 하는 것들에 지쳐 버린 나머지 어떤 존재의 얼굴을 구하고 그 온유함에 마치 처음으로 눈뜨듯 경탄의 마음을 간절히 원하는 때가 언젠가는 반드시 찾아오는 법이라고 생각했다.
(521/667p)

숨을 헐떡거리거나 허둥지둥 서둘러 대는 그 꼴을 보자니 전염병은 짜증과 싫증을 내며 스스로 와해되고 있는 것 같았고, 자기 자신에 대한 지배력뿐 아니라 동시에 자신의 힘이었던 무지막지한 능력마저도 상실한 듯 보였다.
(535/667p)

따라서 모두가 기쁨에 환호하는 가운데 빈사의 고통과 환희의 중간 지점에서 이렇듯 막연한 기다림, 이렇듯 말없이 지새우는 밤이란 그들에게 더욱더 잔인한 것 같았다.
(543/667p)

머지않은 해방은 웃음과 눈물로 뒤범벅인 얼굴을 하고 있었다.
(545/667p)

노인의 경우 어떤 〈증거〉가 있다고 평가했다. 수첩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어쩌면 우리는 성스러움의 근사치까지만 도달할 수 있다. 그렇다면 겸손하고 자애로운 악마주의로 만족해야 할지도 모른다.〉
(547/667p)

끝으로 낮이든 밤이든 한 인간이 비겁해지는 때가 있기 마련이며, 자신이 두려워하는 것은 오로지 그 순간뿐이라는 말을 대답 대신 적어 놓았다. 그의 기록은 거기에서 끝나 있다.
(558/667p)

의지력을 계속해서 굳건히 할 수도, 그것을 끊임없이 단련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고 보면 투쟁을 위해 버들가지 묶듯 한 다발 엮어 놓은 긴장감들이 폭발하듯 마침내 풀어 헤쳐진다는 것은 분명 하나의 행복이었다.
(559/667p)

사실상 리유의 유일한 임무란, 흔히 자극을 받고서야 비로소 움직이는 우연이라는 것에 기회를 줘보는 것뿐이었다. 바로 그 우연이 움직여야 했다. 왜냐하면 리유는 자신을 좌절시키는 페스트의 얼굴과 마주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다시 한 번 더 그것은 상대가 세운 전략들을 무력화시키는 데 열중하고 있었고, 전혀 예상치 못했던 곳에 나타나는가 하면 이미 자리를 잡고 있는 듯 보였던 곳에서 사라져 버렸다. 다시 한 번 더 그것은 뒤흔들어 놓느라 열심이었다.
(566/667p)

비가 그치자 방에는 침묵이 짙게 깔렸고,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전쟁의 소리 없는 소란만이 가득했다. 수면 부족으로 신경이 날카로워질 대로 날카로워진 의사는 페스트가 기승을 부리던 내내 자신을 따라다니던 그 휘파람 소리가 부드럽게 규칙적으로 흐르며 적막의 마지막 경계선에서 들려오고 있다는 착각에 빠졌다.
(568/667p)

페스트에서 해방된 밤이었다. 그리고 전염병은 추위, 햇빛 그리고 군중에게 쫓겨나 도시의 어둡고 후미진 구석에 간신히 몸을 피해 있다가 이 따뜻한 방으로 숨어 들어와 무기력한 타루의 몸에다 대고 최후의 공격을 퍼부어 대고 있었다.
(569/667p)

그와 너무나도 가까웠던 한 인간의 형상이 이렇게 창끝에 찔리고,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악의 불구덩이에서 불태워지고, 하늘이 내린 증오로 가득 찬 바람에 온몸이 꺾이고 휘어져 그가 보는 바로 앞에서 페스트라는 강물에 가라앉고 있었지만, 이 난파를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란 아무것도 없었다. 빈손에 비통한 마음뿐, 무기도 없고 대책도 없이 또다시 이렇듯 참담한 패배 앞에서 그는 그저 강 저편에 그대로 있어야 했다. 그리고 결국엔 자신의 무기력을 한탄하는 눈물이 그만 앞을 가려 느닷없이 벽을 향해 몸을 돌린 타루가 자기 몸 안 어디선가 가장 중요한 현 하나가 툭 끊어지기라도 한 듯 공허한 신음 소리를 내며 숨을 거두는 모습도 바라보지 못하고 말았다.
(576/667p)

리유는 어머니의 생각을,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어머니가 자신을 사랑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한 인간을 사랑한다는 것이 그렇게 대단치 않거나, 아니면 적어도 하나의 사랑이란 그 표현을 찾을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강하지 않다는 것 또한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어머니와 그는 언제나 말없이 서로를 사랑할 것이다. 그러다가 때가 되면 그녀는 ─ 아니면 그는 ─ 살아 있는 내내 자신의 애정을 한 치도 드러내지 못한 채 죽을 것이다.
(579/667p)

그는 단지 페스트를 경험했고 추억한다는 사실을, 우정을 경험했고 추억한다는 사실을, 인간의 정을 알게 되었고 언젠가는 추억해야 한다는 사실만을 얻었을 뿐이었다. 인간이 페스트와 인생이라는 싸움에서 얻을 수 있는 모든 것은 그것을 깨달았다는 것과 그것을 기억한다는 것뿐이다. 어쩌면 그것이 바로 타루가 말한 바 있었던 싸움에서 이긴다는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580/667p)

생명의 온기와 죽음의 모습, 거기에 바로 배움이 있었다.
(581/667p)

서술자에게 남은 것이 있다면 비록 그 자신이 거기에 완전히 합류할 자유가 없는 사람들에 속하긴 했지만, 도시 문들이 열린 후 이어진 환희의 시간들을 기록하는 일이다.
(583/667p)

지난 몇 달 동안 페스트가 추상적인 차원으로 축소시켜 버렸던 그 사랑과 그 애정을 든든하게 지켜 주던 존재, 실재하는 바로 그 존재와 맞대면하는 순간을 랑베르는 온몸을 떨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586/667p)

각자 자신의 영혼을 등잔 심지처럼 조금만 빼놓은 채로 조심스럽게 지내 왔던 지난 몇 달 동안 비축해 두었던 생명력을 마치 자신들이 살아남은 기념일이 바로 오늘이라는 듯 마음껏 즐기고 있었다.
(591/667p)

죽음 앞에서 실현되지 못했던 평등이 해방의 환희 속에서 단 몇 시간이나마 이루어지고 있었다.
(591/667p)

인간을 살해하는 것이 파리들을 죽이는 것만큼이나 흔한 일이던 그 미쳐 버린 세상을, 분명히 드러난 그 야만성을, 철저히 계산된 그 광란을, 그 밖에는 모두 오로지 구역질 나는 자유뿐이던 현재라는 그 감옥을, 죽지 못해 살아가던 모두를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던 그 죽음의 냄새를, 그들은 명백한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태연하게 부정하고 있었고 그렇게 그들은 결국 자신이 얼이 빠져 살아가던 바로 그 사람들이었다는 것을, 그래서 우리의 일부는 매일매일 화장터 아궁이 앞에 쌓였다가 기름이 잔뜩 낀 연기로 사라져 버리고, 그러는 동안 다른 한 무리는 무력감과 공포의 사슬에 매여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부정하고 있었다.
(593/667p)

그렇다. 페스트는 공포와 함께 끝났고, 그래서 서로 얽히고설킨 저 팔들은 페스트란 실제로 유배와 생이별이었음을 말해 주고 있었다.
(594/667p)

반대로 인간에게 귀 기울이지 않고 자신들이 상상할 수조차 없는 무언가에 호소하던 모든 사람들은 어떤 대답도 얻지 못했다. 타루는 스스로도 말한 바 있었던 불가능한 그 평화에 도달한 듯 보였지만, 죽음 안에서, 그러니까 평화가 그에게 아무런 쓸모도 없어져 버리고 난 뒤에야 비로소 평화를 찾았다.
(599/667p)

그래서 리유는 그랑과 코타르가 살고 있는 거리로 접어들면서 인간만으로, 그리고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보잘것없으나 경이로운 사랑만으로 충분한 사람들에게는 이따금씩 기쁨이라는 보상이 주어지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600/66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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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아닙니다.」 랑베르가 말했다. 「저는 이곳에서 제가 늘 이방인이고 여러분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겪을 만큼 겪고 보니 제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제가 여기 사람이라는 걸 알겠습니다. 이 사건은 우리 모두의 일입니다.」
(411/667p)

바로 그런 어린아이 하나가 마치 창자를 물려뜯기기라도 하는 듯 가냘픈 신음 소리를 내면서 다시 한 번 자기 몸을 구부렸다. 그렇게 한참을 웅크리고 있다가 자신의 홀쭉한 몸뚱아리가 휘몰아치는 페스트의 광풍에 접히고 뜨거운 숨을 계속 내쉴 때마다 찢어지기라도 한다는 듯 오한과 경련으로 몸을 떨었다. 돌풍이 지나고 나자 몸이 잠시 축 늘어졌고, 신열이 물러가는 듯 축축하고 독을 품은 모래사장 위에 거친 숨을 내쉬는 아이는 내처졌는데, 그곳에서의 휴식이란 이미 죽음을 닮아 있었다. 다시 한 번 타는 듯한 신열이 파도처럼 세 번째로 밀려들어 아이를 잠시 들어 올리자 아이는 몸을 움츠렸고, 자신을 태워 버릴 듯 타오르는 무시무시한 불길에 그만 침대 속으로 파고들었다가 담요를 걷어차며 미친 듯이 머리를 뒤흔들어 댔다. 눈꺼풀 밑에서 굵은 눈물이 방울방울 솟아 나와 납빛 얼굴로 흘러내리기 시작했고, 그렇게 한고비가 지나자 기진맥진해진 아이는 뼈가 훤히 드러나 보이는 다리와 꼬박 이틀 동안 살이 다 녹아내린 것 같은 두 팔에 경련을 일으키며 난장판이 되어 버린 침대에서 십자가에 매달린 듯한 괴이한 자세를 취했다.
(422/667p)

오직 그 어린아이만이 온 힘을 다해 몸부림치고 있었다. 이따금씩 리유는 딱히 필요해서라기보다는 무력한 부동의 자세에서 벗어날 요량으로 아이의 맥을 짚어 보곤 했는데, 눈을 감고 있으면 아이의 그 불안한 맥박이 솟구쳐 오르는 자신의 피와 뒤섞이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면 고통받는 아이와 하나가 되는 것 같았고, 아직 남아 있는 모든 힘을 아이에게 주려고 애를 썼다. 그러나 서로 다른 그들의 심장 박동은 잠시 하나로 모였다가도 어긋나 버렸고, 어린아이는 그만 그의 손에서 빠져나가 모든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그래서 결국 그는 가녀린 아이의 손목을 제자리에 놔두고 자기 위치로 돌아왔다.
(424/667p)

바로 그때 아이가 처음으로 눈을 떠 자기 앞에 있는 리유를 바라보았다. 잿빛 진흙을 뒤집어쓰고 이제는 완전히 굳어 버린 듯한 그 얼굴의 움푹 파인 곳에서 입이 열리더니, 기다릴 사이도 없이 외마디 비명이, 호흡으로 생기는 미묘한 변화도 없는 비명이 터져 나와 일순 병실 전체를 단조롭고도 음이 맞지 않는 저항으로 가득 채웠다. 그 비명은 도무지 사람이 내는 소리 같지 않았고, 그러다 보니 오히려 모든 인간들에게서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비명 같았다.
(426/667p)

그런데 갑자기 다른 환자들이 입을 다물었다. 의사는 순간적으로 아이의 비명 소리가 작아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는데, 비명 소리는 서서히 작아지더니 급기야 뚝 그쳐 버리고 말았다. 아이 주변으로 신음 소리가, 이번에는 나지막하게 그리고 마치 지금 막 결판이 난 그 전투의 아득한 메아리와도 같이 다시 일어나고 있었다. 전투가 끝났기 때문이었다. 카스텔은 침대 반대편으로 가더니 이제 다 끝났다고 말했다. 아이는 입을 벌린 채 그러나 말없이, 갑자기 몸은 더 왜소해 보이고 얼굴 여기저기에 눈물 자국을 남긴 채로 흐트러진 시트의 옴폭 파인 곳에서 움직임이 없었다.
(427/667p)

가슴을 짓이기는 듯한 지독한 응어리를 풀어 버리기 위해 계속해서 소리를 내지르고 싶었다. 더운 열기가 무화과나무 가지들 사이로 천천히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파란 아침 하늘이 희끄무레한 얼룩 같은 것으로 순식간에 뒤덮여 대기를 더욱 답답하게 만들었다. 리유는 벤치에 털퍼덕 앉았다. 나뭇가지들이며 하늘을 바라보면서 천천히 숨을 고르며 조금씩 자신의 피로감을 삼키고 있었다.
(429/667p)

「그게 바로 제가 가지고 있지 못한 겁니다. 저도 압니다. 하지만 지금 신부님과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군요. 우리는 신을 모욕하는 말이건 신에게 올리는 기도건 모든 것을 뛰어넘어서 우리를 하나로 묶어 주는 그 무언가를 위해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건 그뿐입니다.」
(430-431/667p)

리유는 애써 웃음을 지었다.

「인간의 구원이란 제게는 너무나 거창한 말이에요. 전 그렇게까지 깊이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제가 관심을 갖는 건 인간의 건강입니다. 무엇보다도 우선 건강이죠.」

(431/66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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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는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든 영향을 미친다.
탈러thaler 홍은 달러daler는 16세기 보헤미아에서 처음 사용된 은화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영어 달러dollar로 변형된 이름은 셰익스피어의 소설 《맥베스》에도 등장한다. 달러는 스페인 정복자들과 함께 대안화폐로 신대륙에 진출했고, 멕시코 광산에서 채굴한 은으로 만든 주화 형태로 유통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독립한 미국인들은 1792년 영국 파운드 대신 달러를 미국의 공식 통화로 채택한다. (8p)

이제 우리는 달러의 뒤를 따라 전 세계를 여행하면서, 그 힘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달러가 유로, 루피, 파운드 등 여러 통화로 바뀌는 동안, 세계 경제의 모든 측면을 구성하는 ‘거래의 본질‘이 무엇인지 꿰뚫게 될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 세계가 어떻게 돌아 가는지, 누가 권력을 쥐고 있으며 그것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미치는지 배우게 될 것이다. (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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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아직은 페스트로 죽지 않은 우리들과 마찬가지로 그는 자신의 자유와 생명이 매일 무너져 내리기 직전에 있음을 충분히 자각하고 있다. 그러나 자신이 공포 속에서 산 만큼 다른 사람들에게도 공포를 맛볼 차례가 오는 것은 당연하다고 여기고도 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공포는, 그가 오롯이 혼자서 겪던 때와 비교해서 감당하기가 조금은 수월해 보이는 것이다. 그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점이며, 다른 사람들보다도 그가 이해하기 훨씬 더 어려운 사람인 이유도 바로 이 점 때문이다. (390/66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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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티스는 제우스의 제안대로 아기 아킬레우스를 이승과 저승 사이에 흐르는 스틱스 강물에 담갔다. 그러나 그녀가 잡고 있었던 발목 부분에 강물이 닿지 않았기 때문에, 발목 뒤 힘줄은 아킬레우스가 상처를 입을 수 있는 치명적 약점으로 남았다.
이 전설에서 치명적인 약점을 뜻하는 아킬레스건‘(아킬레스는 아킬레우스의 라틴어 발음임)이라는 단어가 유래했다. (43p)

카산드라는그토록 원한 예지력은 가졌지만 자신의 예언과 경고를 믿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아폴론은 카산드라의 입을 막는 대신 사람들의 귀를 막아버린 것이다. 이것이 아폴론이 카산드라에게 내린 저주이자 복수였다. (63p)

"아, 어머니."
그는 외마디 탄성과도 같은 말을 쏟아내고는 말문을 닫았다. 그는 망부석이 된것처럼 좀처럼 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지난 밤 헥토르가 꿈속에 나타나 그에게해준 것과 똑같은 말을 어머니가 해주는 것이었다.
아프로디테는 굳어 있는 아이네이아스에게 또다시 말했다.
"아들아, 이 투구와 갑옷은 대장간의 신 헤파이스토스가 직접 만든 무구이다. 잘 챙겨서 훗날 새로운 나라를 건국할 때에 그 빛을 발하도록 하라."
아프로디테는 그 말만을 남기고 아이네이아스에게서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아이네이아스 앞에는 훌륭한 무구가 놓여 있었다. 그는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신전을 나와 자신의 집으로 내달렸다. (81p)

카산드라는 프리아모스 왕과 헤카베의 장녀로 헥토르의 동생이자 라오콘, 헬레누스와 더불어 트로이의 3대 예언자이다. 헬레누스와 카산드라는 쌍둥이 남매이다. 그녀는 트로이 함락 때 아테나의 신전에서 작은 아이아스에 의해 겁탈을 당했고, 포로가 되었다. (90p)

카산드라는 아가멤논 왕의 아내 클리타임네스트라를 ‘쌍두사‘, ‘스킬라‘라 부르며 일찌감치 그녀가 불러오게 될 무시무시한 재앙을 경고했다. 그녀는 클리타임네스트라가 잠자리를 같이한 남편을 욕실로 유혹해서 죽이려고 한다고 몸서리쳤다.
아가멤논이 아내와 궁전으로 들어가자, 카산드라는 궁전을 향해 걸으며 왕비가 왕을 죽이려 한다고 외쳤다. 그러면서 이제 자신의 죽음도 임박했다고 말했다. 이토록 간절하게 사람들에게 무서운 재앙이 몰고올 파국의 미래를 예언했지만 아폴론의 저주로 그녀의 예언은 아무도 믿지 않았다.
클리타임네스트라는 카산드라를 아가멤논의 ‘밤의 동반자‘이자 ‘충실한 정부‘라고 말하며 그녀와 아가멤논을 살해한다. (92p)

아프로디테의 눈물겨운 애원에 제우스가 입을 열었다.
"너무 슬퍼하지 말거라. 네 아들은 언젠가는 반드시 라티움으로 가게 될 것 이다. 아이네이아스의 미래에 대해 좀 더 많은 것을 얘기해주마. 네 아들은 앞으로 그 땅에 살고 있는 원주민들과 수많은 전투를 벌일 것이다. 그러나 결국, 그 미개한 종족들을 정복하고 새로운 왕국을 정착시켜서, 그들로 하여금 점차 원시적인 풍습을 버리고 법과 규칙을 존중하게 만들 것이다.
아이네이아스에 이어 그의 아들 아스카니우스 율루스가 뒤를 잇게 된다. 아스카니우스는 30년 동안 통치할 것이다. 이어서 왕위를 잇는 후손들은 300년 동안 왕국을 지속할 것이다.
그 후 왕의 딸이자 여사제인 레아 실비아가 군신 아레스와의 사이에서 쌍둥이 형제인 로물루스와 레무스를 낳을 것이다. 두 쌍둥이 형제는 암늑대에 의해 키워질 텐데, 로물루스에 의해 새로운 도시가 건설되고 그 도시의 이름을 로마라고 이름 붙일 것이다. 그리고 세상은 로마에 의해 법과 질서가 자리 잡게 될 것이다." (145p)

디도 여왕의 저주는 역사적으로 실현되었다. 고대 역사에서 카르타고와 로마 사이는 가장 큰 적이자 경쟁자였다. 카르타고의 장군 한니발은 로마를 침입하여 로마인의 간담을 서늘케 하였으며, 로마제국은 카르타고를 멸망시키기도 했다.(187p)

아이네이아스와 아카테스의 일행들은 시빌레의 훌륭한 신전에 도착했다. 아카테스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신전 안으로 들어갔다.
신전은 예전에 크레타의 장인 다이달로스가 미노스 왕으로부터 도망쳐 나왔을 때 지은 신전이었다. 다이달로스는 자기가 직접 만든 날개를 달고 바다 위를 날아 이곳으로 도망쳐 올 수 있었다. (21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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