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 아직은 페스트로 죽지 않은 우리들과 마찬가지로 그는 자신의 자유와 생명이 매일 무너져 내리기 직전에 있음을 충분히 자각하고 있다. 그러나 자신이 공포 속에서 산 만큼 다른 사람들에게도 공포를 맛볼 차례가 오는 것은 당연하다고 여기고도 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공포는, 그가 오롯이 혼자서 겪던 때와 비교해서 감당하기가 조금은 수월해 보이는 것이다. 그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점이며, 다른 사람들보다도 그가 이해하기 훨씬 더 어려운 사람인 이유도 바로 이 점 때문이다. (390/667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