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의 법치주의는 동양의 법가 사상과 완전히 반대의 역사적 맥락에서 발전한 개념이다. 영국의 전제왕권을 견제하기 위한 오랜 투쟁 과정에서, 왕의 변덕과 횡포로부터 국민의 자유를 보장하려면 왕의 지배가 아닌 국민의 대표가 제정한 ‘법의 지배rule of law’가 이루어져야 함을 주장하고 관철해낸 데서 유래한 것이다.

-알라딘 eBook <최소한의 선의>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66

주장보다는 증거, 신념보다는 과학, 감정보다는 이성에 무게를 두고 유보적이되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논쟁적인 이슈에 접근해야 한다.

-알라딘 eBook <최소한의 선의>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68

자유는 금지되지 않은 모든 것이고 법은 최소한의 금지여야 한다.

-알라딘 eBook <최소한의 선의>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69

법은 기본적으로 혁명이 아닌 점진적 개선, 전쟁이 아닌 평화, 굴복이 아닌 타협을 추구한다. 이런 점에서 보수적이라고 부를 수 있다.

-알라딘 eBook <최소한의 선의>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71

과학적·객관적 증거보다 내 편의 정파적 이익을 우선시하고, 보편적 이성보다 분노 감정과 혐오 감정을 우선시하고, 내 편이 선이고 상대방은 악이니까 선이 승리하는 것이 중요할 뿐 수단과 방법의 정당성을 따지는 것은 위선이고 나약함에 불과하다는 사고방식. 정치 세력이 이런 사고방식을 공공연히 유포하고, 대중이 이에 동조하는 모습은 21세기에도 여전히 건재하다. 아니, 유감스럽게도 지구 곳곳에서 더욱 힘을 얻어가고 있다. 우리라고 다르다고, 다를 것이라고 자신할 수 있을까. 답답하고 지루한 법치주의가 사망한 곳에는 속시원하고 화끈한 파시즘이 독버섯처럼 피어나기 마련이다. 그리고 파시즘이 득세한 곳에 개인의 자유가 설 자리는 없다. 법치주의는 개인의 자유를 지켜주는 최후의 보루인 것이다.

-알라딘 eBook <최소한의 선의>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73

신흥 자산 계급인 시민들이 왕에 대항한 귀족들의 협력자를 넘어 귀족들까지 포함한 구체제 전체를 자유의 적으로 돌리고 무장하여 일어선 것이 프랑스대혁명이고, 그 결과 자유는 시민 계급의 전리품이 되었다.

-알라딘 eBook <최소한의 선의>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76

전통적인 의미의 자유 개념으로 충분하다. ‘모두가 자유를 누리려면 간섭의 배제만으로는 부족하고 국가의 개입도 필요하며 생존권(사회권)과 참정권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정리하면 족하지 않을까.

-알라딘 eBook <최소한의 선의>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79

‘자유’에는 수식어가 필요 없다. 자유는 때로 편협하고 배타적이고 이기적이지만, 그로 인한 부작용은 평등, 존엄성, 공존 등 다른 가치를 강조함으로써 보완해야지 자유를 재정의하는 것은 곤란하다. 자유란 백지 같아서 다른 것을 덧칠하면 어느새 사라져버리기 때문이다.

-알라딘 eBook <최소한의 선의>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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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상처받는 지점이
내가 가장 욕망하는 지점이다.
The point where I am most wounded
is the point where I crave most. - P33

삶은 짧아도 영원을 사는 것.
영원이란 ‘끝도 없이‘가 아니라
‘지금 완전히’ 사는 것이다.
No matter how short,
life is a matter of living eternity.
Eternity is not a matter of
‘having no end,‘ but of ‘living fully now’. - P35

1월은 새로 시작하는 달.
새로와진 얼굴로 인사를 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길을 나서는 달.
January, a month for new beginnings.
A month for greeting
each other with new faces,
for setting out with new hearts. - P49

힘으로 열 수 없는 문이 하나 있다.
사람의 마음 문이다.
힘으로 그를 꺾을 수는 있어도
힘으로 마음을 얻을 수는 없다.
There is a door
that cannot be forced open.
The door of a human heart.
Though force may bend and break it,
a heart can never be gained by force. - P53

바라본다는 것은 바라며 본다는 것.
사람은 그가 바라보는 대로 되어간다.
Looking is hoping.
As we hope and look, so we bec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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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내 생의 날들에 가을이 오고 흰 여백의인생 노트도 점점 얇아지고 있다. 만년필에 담아쓰는 잉크는 갈수록 피처럼 진해지기만 해서, 아껴써야만 하는 남은 생의 백지를 묵연히 바라본다. - P9

진정한 독서란 지식을 축적하는 ‘자기 강화‘의 독서가 아닌 진리의 불길에 나를 살라내는 ‘자기소멸‘의 독서다. 책을 ‘읽었다‘와 책을 ‘읽어버렸다.’ 의 엄청난 차이를 알 것이다. 읽어버리는 순간, 어떤 숨결이 일었고, 어떤 불꽃이 피었고, 저 영원의 빛에 감광되어 버렸고 그로부터 내 안의 무언가 결정적으로 살라지고 비워지고 만 것이다. 그 소멸의 자리만큼이 진정한 나를 마주하고 새로운 삶을 잉태하는 하나의 성소인 것이다. - P12

나는 보았다. 아니, 보아버리고 말았다. 나는 만났다. 아니, 만나버리고 말았다. 나는 읽었다. 아니, 읽어버리고 말았다. 그 순간 나는 이제까지의 나를 버리고 그 진리 앞에 응답해야 한다. 책으로의 도피나 마취가 아닌 온 삶으로 읽고, 읽어버린 것을 살아내야만 한다. 독서의 완성은 삶이기에. 그리하여 우리 모두는 저마다 한 권의 책을 써나가는 사람이다. 삶이라는 단 한 권의 책을. - P12

앞이 보이지 않는 것은
어둠이 깊어서가 아니다.
너무 현란한 빛에
눈이 멀어서이다.
If we cannot see what lies ahead,
it is not because the darkness
has grown deeper.
Our eyes have been blinded
by too bright a light.
<걷는 독서> 박노해 - P29

너와 나, 이 만남을 위해
우리는 오랜 시간 서로를 향해 마주 걸어오고 있었다.
For this encounter, you and I
have been walking toward each other
for a very long time.
<걷는 독서> 박노해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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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알다시피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소셜미디어는 확증편향을 유발하는 부작용이 있으며, 요즘은 그야말로 수많은 가짜 뉴스가 판을 치는 시대다. 가짜 뉴스를 해명하고 잠재우려면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 한다. 사실 소셜미디어 자체에 가짜 뉴스를 부추기는 기능이 어느 정도 탑재되어 있기도 하다. 따라서 가짜 뉴스를 걸러내고 세상을 제대로 보려면 각종 인터넷 매체와 소셜미디어가 여론을 조장하는 메커니즘을 이해해야 한다. 일말의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이 좀체 변하지 않는 까닭을 알아야 하는 것이다. - <수학이 만만해지는 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07889 - P15

그래프이론graph theory도 마찬가지다. 그래프이론은 구글에서 검색 결과를 정렬할 때도 활용되지만, 암세포가 특정 치료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예측하거나 도심의 교통 흐름을 분석할 때도 동원된다. - <수학이 만만해지는 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07889 - P16

미분과 적분도 그래프이론만큼 다재다능하다. 다방면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 미적분은 증기기관의 효율 증대나 자율주행차 제작, 초고층 빌딩 건축 등에 활용되었다. 여러 수학 분야 중 가장 획기적인 역사를 써 내려간 것을 하나만 꼽으라면 미적분이 바로 그 주인공일 것이다. - <수학이 만만해지는 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07889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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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학자 김현경은 그의 아름다운 책 『사람, 장소, 환대』에서 인간과 사람이라는 개념을 구분하면서 사람이란 구성원들의 환대를 통해 비로소 공동체 안에서 성원권을 갖는다고 설명한다. 어떤 개체가 인간이라면 그 개체는 우리와의 관계 바깥에서도 인간일 것이지만, 어떤 개체가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사회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어야 하며, 그에게 자리를 만들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알라딘 eBook <최소한의 선의>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38

헌법이 보장하는 최고의 가치이자 모든 기본권의 이념적 기초는 인간의 존엄성이다.

-알라딘 eBook <최소한의 선의>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40

인간 존엄성의 근거를 철학적으로 정리한 칸트는 오히려 인간이 존엄하기 때문에 사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았다. 인간은 자율적 이성을 가졌기에 존엄한데, 그런 인간이 스스로 타인의 생명을 빼앗는 선택을 했다면 그의 행위에 걸맞은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 그를 인간으로 존중하는 방법이라는 논리다.

-알라딘 eBook <최소한의 선의>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41

대표적인 계몽사상가 존 로크 역시 사형제도를 긍정했다. 그는 어느 누구도 다른 사람의 생명, 건강, 자유 또는 소유물에 해를 가해서는 안 된다는 자연법이 존재한다고 전제하고, 이러한 자연법을 위반한 범죄자는 다른 사람에게 저지른 부당한 폭력과 살인으로 전 인류에 대해 전쟁을 선포한 셈이기 때문에, 호랑이나 사자처럼 살해되어야 마땅하다고 보았다.

-알라딘 eBook <최소한의 선의>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42

반면, 사형폐지론을 주장한 대표적인 계몽사상가는 형법학자 체사레 베카리아다. 그는 1764년 출간한 저서 『범죄와 형벌』에서 사형은 유용하지도 필요하지도 않다고 주장한다. 범죄에 대한 억제력 측면에서 볼 때 사형의 효과는 일시적일 뿐이라는 것이다. 망각이 인간의 속성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자유를 박탈당한 채 평생 짐 나르는 짐승처럼 취급받고, 자신의 노동으로 사회에 끼친 손해를 속죄하는 범죄자의 모습을 오래 보게 하는 게 더 효과적인 억제책이라는 주장이다.
이는 사형폐지론의 오랜 근거 중 하나다. 사형제도에 흉악범죄를 억제하는 일반예방효과(형벌을 통한 범죄 예방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알라딘 eBook <최소한의 선의>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42

응보 감정이 존중되어야 한다면, 국가에 의한 살인인 사형에 대해 느껴지는 불편함과 두려움의 감정 역시 존중될 필요가 있다. 앞으로 어느 감정이 우세해질지는 알 수 없다.
우리는 국가가 합법적으로 국민을 죽이는 사회에 살고 싶은가, 그렇지 않은가.

-알라딘 eBook <최소한의 선의>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49

그렇기에 인간 존엄성의 보장은 자유에서 출발한다. 자율적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지는 존재, 객체가 아닌 주체인 존재. 인간을 그런 존재로 인정하면서 비로소 근대가 시작되었다.

-알라딘 eBook <최소한의 선의>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50

그래서 평등이 필요하다. 자유와 평등은 인간의 존엄성을 지탱하는 기둥이고,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 역시 자유권적 기본권, 평등권을 중심으로 발전해왔다.

-알라딘 eBook <최소한의 선의>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51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필요하다. 그래서 헌법은 많은 권리의 리스트를 적어놓고 있다. 교육받을 권리(제31조), 근로의 권리(제32조), 근로자의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제33조),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환경권, 제35조), 그리고 가장 포괄적인 권리로서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제34조).
이런 권리들을 통틀어 ‘사회적 기본권’이라고 부른다.

-알라딘 eBook <최소한의 선의>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52

사회적 기본권은 그 자체만으로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권리를 발생시키지 못하고, 국회가 그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개별 법률을 제정하고 예산을 배정해야 비로소 구체화되기 때문이다. 마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과도 같다.

-알라딘 eBook <최소한의 선의>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53

결국 사회적 기본권은 이를 구현하는 구체적인 입법에 의해 생명력을 얻는다. 헌법 교과서에는 사회적 기본권에 대한 설명이 자유권, 평등권 못지않은 분량으로 적혀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책에는 재미없어서 쓰지 못하는 이유는 그 설명이라는 것이 죄다 ‘국가는 ~하여야 한다’는 당위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 말은 곧, 아직 사회적 기본권을 채우는 구체적인 법률들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뜻이다.

-알라딘 eBook <최소한의 선의>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55

하지만 인간의 존엄성은 누구에게도 양보할 수 없는 최우선의 가치다. 그게 ‘존엄’의 의미다. 인간이 존엄하게 살기 위해 필요한 사회적 조건들이 당연한 천부인권으로 받아들여지고 실질적으로 보장되는 사회가 이룩될 때, 비로소 헌법은 세상에서 완성된다.

-알라딘 eBook <최소한의 선의>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56

진짜로 그렇다. 「모든 인간은 존엄하다는 약속」에서 밝혔듯이, 나는 인간의 존엄성이란 결국 인간들끼리 서로를 존엄하게 취급하기로 약속하기 시작한 데서 출발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약속의 바탕에는 동료 인간들의 비참한 처지에 본능적으로 울컥하는 감정이 존재한다. 이 감정을 가장 잘 설명한 사람이 맹자라고 생각한다.

-알라딘 eBook <최소한의 선의>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57

『맹자』 「공손추편」에 이르기를 "불쌍해하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고, 불쌍해하는 마음은 어짊의 근본"이라고 했다. 불쌍해하는 마음, 측은지심이 인간의 본래 타고난 본성인 사단四端 중의 으뜸이라는 것이다.

-알라딘 eBook <최소한의 선의>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57

인권, 기본권의 기초가 되는 영국의 권리장전(1689년), 미국의 버지니아 권리장전(1776년), 프랑스 인권선언(1789년)은 지금 읽어봐도 놀라울 만큼 인권 보장에 충실하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알라딘 eBook <최소한의 선의>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59

사람이 죽든 말든 정해놓은 매뉴얼과 절차가 더 중요한 관료주의가 지배하는 사회에는 제도는 있을지 모르되 인간을 존엄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결여되어 있다. 사람에게 차마 해를 가하지 못하고 사람의 불행을 앉아서 차마 보지 못하는 마음, 이 마음으로 정치를 해야 한다는 맹자의 오래된 가르침이 어쩌면 인공지능과 알고리즘, 복잡한 시스템으로 가득한 21세기에 더욱 필요한 헌법적 감수성일지도 모르겠다.

-알라딘 eBook <최소한의 선의>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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