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독무대는 어쩌면 누구도 보아주는 이 없는 무대입니다. 박수갈채도 환호성도 없고, 화려한 옷도 뭇사람들의 칭송도 없습니다. 자신만이 고독하게 자신의 무대 위에 서 있는 한 사람. 존재의 가장 깊은 바닥을 보는 곳. 그 바닥에서 자신의 약함과 한계, 외적 열악한 환경, 심지어 비난과 오해와 공격마저 훌쩍 뛰어넘어 참으로 자신이 닿아야 할 곳으로 도약하는 한 사람. 사람에게는 누구나 이 독무대가 있습니다. 이 독무대를 발견할 때 이 아이처럼 거친 들판도 험준한 산악도 황량한 사막도 뛰어갈 수 있는 풀뿌리 같은 힘이 솟아납니다. - <수녀님, 서툰 그림 읽기>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763553 - P44

숲속에 들어가 보면 숲 바닥을 덮고 있는 썩어가고 있는 낙엽들로 가득합니다. 한때 자신의 몸이었던 잎의 죽음의 흔적으로 나무는 제 생명을 이어갑니다. 사람의 몸도 이런 자연의 법칙에서 벗어나지 않아, 악인이든 선인이든 우리는 죽음을 맞고 우리의 몸은 자연으로 되돌아가 무엇인가를 먹여 살립니다. - <수녀님, 서툰 그림 읽기>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763553 - P54

생명은 세대에서 세대로 전달됩니다. 오직 전달할 수 있을 뿐입니다. 내가 받은 것을 소중히 키우고 살찌워 아래 세대에게 물려줍니다. 내 것이 아니기에 전달할 뿐입니다. 생명을 전달하자면 늙고 찌그러들 수 없습니다. 아이의 생명과 눈 맞추기를 하는 것은 어른의 생명을 풍요롭게 해 주는 것임을 아는 이들이 많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 <수녀님, 서툰 그림 읽기>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763553 - P61

따지고 보면 소통이 쉬운 사람이란 없습니다. 소통이란 것 자체가 자신의 어떤 죽음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소통이 쉬운 상대를 찾을 일이 아니라, 자신이 소통하기 쉬운 사람이 되는 일입니다. - <수녀님, 서툰 그림 읽기>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763553 - P79

어른 관심이 자신의 주위를 맴돌고, 아이답게 뛰어놀 수 있을 때 아이들은 학교나 세상에서 난리를 치지 않고 활개를 칠 수 있습니다. 자신의 꿈에 진지하게 응해 주는 어른 앞에서 아이는 꿈을 현실로 바꿔 갈 힘을 얻습니다. 어른이 함께 하면 아이들끼리 놀 때 경험할 수 없는 것을 아이들은 몸으로 체득합니다.

- <수녀님, 서툰 그림 읽기>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763553 - P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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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라디오에서는 FM방송의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곡은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 정체에 말려든 택시 안에서 듣기에 어울리는 음악이랄 수는 없었다. 운전기사도 딱히 음악에 귀를 기울이는 것 같지는 않았다. 중년의 운전기사는 마치 뱃머리에 서서 불길한 물때를 읽어내는 노련한 어부처럼 앞쪽에 끊임없이 늘어선 자동차 행렬을 입을 꾹 다물고 바라보고 있었다. 아오마메는 뒷좌석 깊숙이 몸을 묻고 가볍게 눈을 감은 채 음악을 들었다.

무라카미 하루키 [1Q84 1] -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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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우리 아이들은, 도련님 같은 사람들의 아이들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 말입니다, 비록 멸시를 받고 있기는 하지만 고결한 마음씨를 지닌 우리 헐벗은 아이들은 겨우 아홉 살에 불과한 나이에 벌써 이 땅의 진실을 배우게 되는 겁니다. 부자들은 평생에 걸쳐서도 그런 깊이에 이르지 못하지만 우리 일류샤는 광장에서 도련님 형의 손에 입을 맞추는 순간, 바로 그 순간에 모든 진실을 깨달은 겁니다. 그 진실이 그 애의 마음속에 파고들어 영원히 치료되지 않는 상처를 남기고 만 것이지요.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상) |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예프스키, 이대우 저

리디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791 - P481

이봐요, 리즈, 모욕받은 사람들은 상대가 마치 은인이나 되는 것처럼 자신을 바라보기 시작할 때 얼마나 괴롭고 힘겨워하는지 몰라요……. 나는 우리 장로님께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걸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걸 어떻게 말로 표현해야 좋을지는 모르겠지만, 종종 내 눈으로 직접 목격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나 자신도 그와 똑같은 감정을 느낀답니다. 중요한 사실은 그가 마지막 순간까지 그 지폐들을 짓밟을 줄 몰랐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그런 예감을 하고 있었을 거라는 점입니다. 그런 예감이 들 정도로 너무나도 강렬했던 환희도 바로 그 때문인 거예요…….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상) |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예프스키, 이대우 저

리디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791 - P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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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내아이는 키가 작고 허약했으며 얼굴은 창백하고 바싹 마르고 갸름했고, 크고 검은 두 눈동자는 원한에 사무친 눈초리로 알료샤를 바라보고 있었다. 입고 있는 외투는 너무 낡아 헐어 있었고 게다가 옷이 너무 작아서 기형적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짧은 소맷자락 사이로 맨팔이 뻗쳐 나온 것이다. 바지 오른쪽 무릎은 커다란 헝겊으로 기워져 있었고, 엄지발가락이 있는 오른쪽 장화 코끝에 난 커다란 구멍에는 잉크로 열심히 칠한 흔적이 눈에 띄었다. 불룩한 외투 양쪽 주머니에는 돌멩이가 가득 채워져 있었다.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상) |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예프스키, 이대우 저

리디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791 - P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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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료샤는 의도적인 잔꾀를 부리려는 생각에서가 아니라, 이렇게 실무적인 지적으로 말을 붙였다. 사실 어른들이 어린아이의 신임을, 특히 여러 아이들이 모여 있는 자리에서 신임을 얻으려면 다른 방법은 통하지 않는 법이다. 그들과 똑같이 보조를 맞추기 위해서는 진지하고도 실무적인 태도로 이야기를 꺼내야만 한다. 알료샤는 본능적으로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상) |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예프스키, 이대우 저

리디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791 - P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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