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엄마가 행복한 소녀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녀가 떠올린 유일하게 행복했던 기억을 들은 적이 있다. 로렌의 한 마을에 있던, 엄마의 할머니 댁 정원에 대한 기억과 거기에 심겨 있던 나무 위에서 뜨끈뜨끈해진 노란 자두와 초록 자두를 먹었던 기억이다. 베르됭에서 보낸 유년기에 대해서는 들은 바가 전혀 없었다. 데이지 꽃무늬가 들어간 옷을 입은 여덟 살 무렵의 엄마 모습이 사진 한 장에 담겨 있었다. - <아주 편안한 죽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7002 - P4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 엄마가 죽었다. 어쩌면 어제, 잘 모르겠다. 양로원으로부터 전보 한 통을 받았다. "모친 사망. 내일 장례식. 근조." 그것만으로는 아무것도 알 수 없다. 아마 어제였으리라. - <이방인>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93020 - P2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요컨대 그는 거짓말하기를 거부한다. 실재하지 않는 것을 말하는 것만이 거짓말은 아니다. 그것은 또한, 아니 그것은 특히 실재하는 것 이상을 말하는 것이고, 인간의 마음에 관해서는 자신이 느끼는 것 이상을 말하는 것이다. 이것은 삶을 단순화하기 위해 우리가 날마다 행하는 일이다. 겉보기와는 반대로, 뫼르소는 삶을 단순화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는 실제 있는 그대로 말하고,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사회는 즉시 위협받는다고 느낀다. - <이방인>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93020 - P19

그러므로 내가 보기에 뫼르소는 표류물이 아니라 어둠을 남기지 않는 태양을 사랑하는 인간, 가난하지만 가식 없이 솔직한 인간이다. 그리고 그에게 일체의 감수성이 부재하기는커녕 집요하고도 깊은 열정, 절대와 진실에 대한 열정이 그에게 활력을 불어넣는다. - <이방인>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93020 - P20

『이방인』에서 아무런 영웅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으면서도 진실을 위해 죽음을 불사하는 한 인간의 이야기를 읽는다면, 그것은 크게 틀린 독법이 아니리라. - <이방인>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93020 - P2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장리노 마노스크리비가 외톨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로버트 프랭크 사진 속 인물의 현대판이랄까. ‘빅Bic’ 볼펜과 신문, 특히 모자를 쓴 모습이 그랬다. 그는 스스로를 위해 하나의 의식을 만들어냈고, 그 공간과 시간 속에 스스로를 격리시켰다. 경마장에서 그는 어깨를 쫙 펴고 있었다. 심지어 목소리까지 달랐다.

-알라딘 eBook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장리노?> (야스미나 레자 지음, 김남주 옮김) 중에서 - P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완벽한 계획이나 설계도는 없다. 진정한 성공을 만들어주는 건 완벽한 계획이 아니라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작은 응원과 호의라고 생각한다. 근심이 쌓여 발바닥이 뜨거워질 즈음엔 이렇게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꼭 나타난다. -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29311 - P79

무기수 중에서 끝까지 살아남는 사람은 들어오자마자 구두를 닦는 사람이라고 한다.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쓴 빅터 프랭클은 아우슈비츠에서도 깨진 유리 조각을 주워 매일 면도를 했다. 어려운 때일수록 마음을 닦고 부지런히 면도를 하자. -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29311 - P80

당신 옆에 있는 여자를 사랑하라.
그것만이 가장 확실한 행복이다. -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29311 - P82

각자 가지고 있던 시집들만 모아보았다.
장정일의 [햄버거에 대한 명상]
정호승의 [새벽편지]
최영미의 [서른, 잔치는 끝났다]
정호승의 [별들은 따뜻하다]
유하의 [바람 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
황지우의 [어느 날 나는 흐린 酒店에 앉아 있을 거다] -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29311 - P84

사람들의 생각은 비슷하다. 아무리 프리섹스와 인스턴트 사랑이 난무하는 세상이라 해도 결국 우리가 가장 바라는 것은 연애의 가능성을 탐지하는 순간의 희열, 또는 연애가 막 시작될 때의 그 짜릿한 환희 아닐까. 그래서 살아가는 동안 연애 감정은 중요하다. 특히 결혼하고 나서 아내와의 연애 감정은 더욱 그렇다. -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29311 - P90

인간은 그리 간단한 생물이 아니다. 보면 볼수록, 파면 팔수록 새로운 점이 나오는 화수분 같은 존재다. 그리고 좋은 관계란 그것들을 잘 찾아내고 소중히 가꾸는 사람들에게서 생겨나는 것이다. 다행히 아내는 아직도 나를 만나러 오는 길이면 가슴이 뛴다고 한다. 아직은 볼 때마다 내가 반가운 것이다. 나 또한 그렇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확실히 행운아들이다. -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29311 - P91

그래서 나는 가끔 마음속 깊이 잠들어 있는 ‘섹스 파트너’에게 말하는 것이다. ‘그대여, 웬만하면 깨어나지 마시라. 그대가 일어나면 골치 아파지니까.’ -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29311 - P95

길쭉한 담배는 흡연자의 신체에 대한 은유로써 부족함이 없다. 그러니까 흡연자는 실은 자신의 몸을 태우는 것이다. 담배가 불똥으로 타들어 가면서 연기로 공중에 흩어지듯 담배를 피우는 사람 역시 언젠가는 사라질 자신의 미래를 예시한다. 그래서 흡연 행위는 존재의 증발이고 진부한 황홀경에 빠지고 싶은 자아의 집중이기도 하다.
— [철학자의 사물들] 중에서 -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29311 - P96

그러던 내가
담배를 끊었다.
왜 끊었냐고?
어떻게 끊었냐고?
그.냥. 끊.었.다.
당시에 뭔가 획기적인
일을 하나 하고 싶었을 뿐이다.
가장 하기 어려운 일이 뭘까 생각했다.
‘담배 끊기’였다. -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29311 - P99

회사를 그만두고 비 오는 날 집에서 혼자서 책 읽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회사를 그만두었다. 마침 비가 온다. 책을 읽는다. -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29311 - P102

어제 술을 많이 마셔서 그런가,
오늘 비가 오는 날이라 그런가
어머니 생각이 자꾸 난다.
고맙고
미안하고
불쌍한
우리 어머니.
오늘 같은 날 전화를 드리면
어디 아픈 덴 없냐?
밥은 먹었고?
하며 반가워하실 텐데. -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29311 - P107

의자
이정록

병원에 갈 채비를 하며
어머니께서
한 소식 던지신다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꽃도 열매도, 그게 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여
주말엔
아버지 산소 좀 다녀와라
그래도 큰애 네가
아버지한테는 좋은 의자 아녔냐
이따가 침 맞고 와서는
참외밭에 지푸라기도 깔고
호박에 똬리도 받쳐야겠다
그것들도 식군데 의자를 내줘야지
싸우지 말고 살아라
결혼하고 애 낳고 사는 게 별거냐
그늘 좋고 풍경 좋은 데다가
의자 몇 개 내놓는 거여

-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29311 - P109

도대체 우리는 언제까지 하고한 날 의자에 앉아서 일을 해야 하는 것일까. 이것이 한병철이 [피로사회]에서 역설한 ‘셀프 착취’가 아닐까. -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29311 - P111

처음부터 우리에게 어울리는 곳은 의자가 아니라 바닥이었다. "일이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은 일을 할수록 피곤해진다는 게 그 증거다"라는 프랑스 소설가의 농담을 난 진담으로 생각한다. ‘일은 조금만 효과적으로, 노는 건 오래 많이.’ 목표는 이건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게 늘 문제다. -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29311 - P112

인생은 그렇게 몇 가지 목표나 가치로 홀딱 채워지지 않는다. 훨씬 더 많은 것이 필요하다. 가족, 친구, 일, 휴식도 필요하고 재미나 의미, 성취, 야망, 좌절도 필요하다. 심지어 쌍년이나 개새끼들도 필요하다. 그렇게 온갖 잡것이 채워지고 하나로 섞일 때 인생이 완성된다. 그래서 인생엔 불순물이 많다. 우린 모두 공평하게 불순하다. -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29311 - P137

대결
술 약속이 생겼다고 아내에게 전화를 했더니 자기는 이미 소주를 세 병째 마시고 있다고 한다. 또 졌다. -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29311 - P14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