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따리’는 현재 난민 문제나 유랑자의 삶을 은유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현대사의 심각한 환부를 드러내며 저항과 혁명을 부르짖는 작품 모두를 끌어안는 전시의 쉼표이자 날 선 예술의 진심 어린 마침표나 다름없었다. 인간과 역사를 성찰하는 한 예술가의 웅숭깊은 세계로 모든 게 수렴되는 순간이었다. - <나의 사적인 예술가들>, 윤혜정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1524 - P58

"맨 처음 바느질 작업은 회화(캔버스)의 표면 구조에 대한 물음과 세계의 수직, 수평 구조에 대한 질문에서 비롯되었어요.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초반 나의 관심사는 회화의 형식적 측면에 놓여 있었죠. 바늘은 붓을 대신하고 손과 몸의 연장선이라는 점에서 일종의 도구였어요. 이후 캔버스 대신 이불보와 헌 옷을 꿰매 평면성을 확장했습니다." - <나의 사적인 예술가들>, 윤혜정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1524 - P59

"결국 바느질은 관계 짓기예요. 몸과 손, 천에 이르는 관계, 걸음과 땅의 관계, 날숨과 들숨의 관계, 내 눈과 그를 보는 거울 속의 관계를 형성하도록 해요. 세상에 관계 지어지지 않는 것이 있을까요? 특히 인터넷 시대에는 모든 일상이 ‘바느질하기’이기에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바느질의 망을 벗어날 수 없게 되었죠." - <나의 사적인 예술가들>, 윤혜정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1524 - P60

"예술가란 일상의 예술적 속성을 드러내는 사람"이라던 그녀의 이야기가 귓전에 맴돌았다. - <나의 사적인 예술가들>, 윤혜정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1524 - P62

천에 구멍을 내는 바느질처럼 삶에 필연적인 균열을 내고 순간을 성찰하며 직조한 작업은 숨 쉬듯 제 영역을 확장한다. 그러므로 그녀의 삶은 미술 개념과 형식뿐 아니라 삶과 인간에 대한 탐구로 점철되어 있다. - <나의 사적인 예술가들>, 윤혜정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1524 - P65

천을 꿰맨 후에는 사라져 버리는 바늘처럼, 세상 모두를 비추지만 정작 자신은 비추지 못하는 거울처럼 소실점이 되는 것이 그녀의 진화법이다. 김수자는 그렇게 내게 삶과 미술이 결코 분리된 대상이 아님을 매 순간 일깨운다. - <나의 사적인 예술가들>, 윤혜정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1524 - P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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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피스토펠레스 (용상 앞에 무릎을 꿇으며)

욕을 먹으면서도 늘 환영받는 게 무엇이겠습니까?294

갈망의 대상이면서도 늘 내쫓기는 게 무엇이겠습니까?

끊임없이 보호받고 있는 게 무엇이겠습니까? (4745)

심한 욕을 듣고 고발까지 당하는 게 무엇이겠습니까?

폐하께서 불러들여선 안 될 자가 그 누구이겠습니까?

누구나가 그 이름을 듣고 싶어 하는 자는 누구이겠습니까?

폐하의 용상 계단으로 다가오는 자가 누구이겠습니까?

스스로를 추방한 자가 누구이겠습니까? (4750)

- <파우스트>, 요한 볼프강 폰 괴테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00943 - P318

재능을 가진 자의 본성과 정신의 힘296 - <파우스트>, 요한 볼프강 폰 괴테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00943 - P325

본성과 정신이라! 그건 기독교인에게 할 말은 아니다.

그 때문에 무신론자를 화형에 처하는 것이다.

그런 언사는 위험하기 짝이 없도다.

한마디로 본성은 죄악이요, 정신은 악마인 것이오. (4900)

이 둘 사이에서 의심이라는,

기형적인 잡종이 태어나는 것이지.

- <파우스트>, 요한 볼프강 폰 괴테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00943 - P325

천문박사 (메피스토펠레스가 속삭이는 대로 떠들어 댄다.)

태양 자체는 바로 순금이옵니다.301 (4955)

그 사자(使者)인 수성은 총애와 급료 때문에 봉사를 하고,

금성은 여성이라, 여러분 모두에게 알랑거리며,

아침에도 저녁에도 사랑스러운 눈길을 보냅니다.

수줍은 달님은 이랬다저랬다 변덕이 심하지요.

화성은 화끈하게 불타지는 않아도, 그 힘은 우리를 위협합니다.(4960)

목성은 변함없이 가장 아름다운 빛을 내며,

토성은 크긴 해도, 우리 눈엔 멀고 작게 보이지요.

금속으로선 별로 환영받지 못하고,

값어치도 떨어지지만, 그 무게만큼은 대단하지요.

그렇습니다! 해와 달이 정겹게 어울린다면, (4965)

금과 은이 화합하는 것이니, 유쾌한 세상이 되고,

그 밖의 무엇이든 다 얻을 수 있지요.

궁궐이든, 정원이든, 귀여운 유방이든, 볼그레한 뺨이든

위대한 학자분302이라면 무엇이든 다 만들어 낼 수 있지요.

그분은 우리들 중 아무도 할 수 없는 일을 가뿐히 해 내니까요. (4970)

- <파우스트>, 요한 볼프강 폰 괴테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00943 - P329

301 고대 신들의 이름을 따랐던 혹성들의 이름은 점성술과 연금술에서는 특정한 금속들과 연관을 맺었다. 즉, 일곱 개의 혹성은 각각 하나의 금속을 대표한다. 태양은 금, 수성은 수은, 금성은 구리, 달은 은, 화성은 철, 목성은 주석, 토성은 납을 대표한다. - <파우스트>, 요한 볼프강 폰 괴테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00943 - P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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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n they write my obituary. Tomorrow. Or the next day. It will say, LEO GURSKY IS SURVIVED BY AN APARTMENT FULL OF SHIT. I’m surprised I haven’t been buried alive. The place isn’t big. I have to struggle to keep a path clear between bed and toilet, toilet and kitchen table, kitchen table and front door. If I want to get from the toilet to the front door, impossible, I have to go by way of the kitchen table. I like to imagine the bed as home plate, the toilet as first, the kitchen table as second, the front door as third: should the doorbell ring while I am lying in bed, I have to round the toilet and the kitchen table in order to arrive at the door. If it happens to be Bruno, I let him in without a word and then jog back to bed, the roar of the invisible crowd ringing in my ears. - 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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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찔한 개운함에 중독되어 ‘남의 말’을 ‘나의 글’로 전하는 이 일을 포기하지 못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지요. 설사 하나의 단어만 기억한다 해도, 그/그녀와 헤어진 후 만나는 세상이 인터뷰 전과 같을 수는 없습니다. 저의 시간은 누군가를 인터뷰하기 전과 후로 나뉩니다. - <나의 사적인 예술가들>, 윤혜정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1524 - P6

고민을 거듭하며 겨우 다다른 작은 결론은 에디터란 ‘나’의 일상을 들여다보고, ‘당신’의 세계와 조우하여 동시대의 ‘우리’를 기록하는 데 공적 지면이라는 행운을 쓰는 사람이라는 사실입니다. 번민에 대한 해결법이 외부를 돌고 돌아 ‘지금’ ‘여기’에서 ‘글 쓰는 나’로 귀결되더라는 거지요. 예컨대 길바닥(세상)에 널브러진 책가방(대상) 하나도 온전한 시선으로 보고 전할 수 있는 힘, 다르게 보기뿐 아니라 다르게 반응하기, 다르게 생각하기, 다르게 제시하기, 다르게 쓰기가 절실했다고나 할까요. - <나의 사적인 예술가들>, 윤혜정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1524 - P7

근대로의 이행은 오직 신의 권능이라 여긴 창조성을 예술가라는 인간들에게 부여함으로써 현실화될 수 있었다지요. 즉 지금 우리 앞의 예술은 태생적으로 주관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예술의 가치도, 가격도, 쓰임새도 어떻게든 정의되고 평가받아야 합니다. - <나의 사적인 예술가들>, 윤혜정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1524 - P10

현대미술이 전통적 미술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작품 자체가 아니라 현장과 현상, 관계에 대한 담론이라는 겁니다. 예술은 한 번도 작품 자체로 박제되길 원한 적 없습니다. 그리고 작가의 품을 떠나 세상에 나온 예술에 생명력을 더하는 건 보고 듣고 생각하고 되새기고 기억하는 우리 같은 관찰자 같은 존재입니다. - <나의 사적인 예술가들>, 윤혜정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1524 - P10

"저는 동시대의 주요 이슈를 자기 통찰력과 철학으로 표현하는 예술가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더 나은 대안과 솔루션을 찾고자 한 ‘디자인 싱킹(design thinking)’을 넘어 사회와 미래에 의미 있는 질문과 과제를 찾는 ‘아트 싱킹(art thinking)’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 <나의 사적인 예술가들>, 윤혜정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1524 - P10

저는 아트 싱킹의 출발점은 바로 자기만의 감성으로 예술에 감응하기, 즉 ‘예술감수성’이라 믿습니다. 감수성이 타자와 세상을 수용하고 이해하고 질문하고 실천할 수 있는 숨은 힘이라면, 예술감수성은 예술 앞에서 내 심신의 세포를 활짝 열어 둘 수 있는 자유로운 상태를 의미합니다. - <나의 사적인 예술가들>, 윤혜정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1524 - P11

"예술은 복원이다. 그 아이디어는 사람들의 삶에 가해진 손상을 복구하고, 공포와 불안으로 조각난 것을 어떤 전체로 만드는 것이다(2007년 10월 14일자 『가디언The Guadian』)." - <나의 사적인 예술가들>, 윤혜정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1524 - P11

예술가들에게 아름다움은 예술 세계로 들어가기 위한 손잡이일 뿐, 실은 정형화된 아름다움을 해체하는 이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글 쓰는 행위 자체가 정치적이라는 조지 오웰의 말에 동의하는 이유이겠죠. 아름다움의 범주가 흔히 통용되는 그것 이상임을 증명한다는 건 쓸모 = 가치의 등식을 파괴하고, 더 나아가 모든 고정관념에 저항하는 행위이니까요. 나는 ‘나의 예술가들’을 통해 정치란 다름 아닌 고유하고 대담한 삶의 태도임을, 나의 방식으로 우리의 인간다운 생(生)에 기여하는 것임을 배웁니다. - <나의 사적인 예술가들>, 윤혜정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1524 - P13

"김부식이 백제의 미를 이렇게 표현했다는데, 너무 근사한 문장이라 나눕니다.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면서 사치스럽지 않다(儉而不陋 華而不侈)’." - <나의 사적인 예술가들>, 윤혜정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1524 - P16

슈타이들이 서울에 다녀간 이후(2013년) 잡지 에디터들 사이에서도 ‘슈타이들’ 신드롬이 거세게 일었다. "우리가 만드는 책은 무한 생산할 수 있는 민주적인 예술 작품"이라고 말하는 그를, "디지털은 잊기 위함이고 아날로그는 간직하기 위함이라는 캐나다 건축 사진작가 로버트 폴리도리의 말을 좋아한다"는 그를 매달 잡지라는 독특한 물성의 대상을 만드는 자들이 좋아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 <나의 사적인 예술가들>, 윤혜정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1524 - P30

책은 당신이 기르는 아이와 같은 존재이며, 책 자체가 세상으로 통하는 길이 됩니다. - <나의 사적인 예술가들>, 윤혜정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1524 - P43

그래서 이 일을 하고 있는 겁니다. 책을 읽는다는 건 당신과 책 사이에서 일어나는 대단한 사건이에요. 책의 세계에 완전히 빠져들게 되는 일종의 명상 과정은 매우 흥분되죠. 손끝으로 느낄 수 있는 책의 느낌, 당신에게 지적 쾌감을 선사할 도서관을 지을 때 얼마나 기쁘겠어요. 그게 중독이죠. - <나의 사적인 예술가들>, 윤혜정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1524 - P45

타인과 몸을 맞댔을 때 부지불식간에 서로의 세계로 진입하는 경험은 흔치 않지만, 생각해 보면 김수자와의 만남은 늘 그런 순간을 선사했다. 눈빛은 (바늘처럼) 꿰뚫는 동시에 부드럽게 어루만졌고, 특유의 낮은 목소리는 (이불보처럼) 다정하면서도 단호했다. 일견 비정한 이론으로 무장한 미술 세계에서, 그렇게 김수자는 내게 통찰과 연민의 관계로 각인되어 있었다. - <나의 사적인 예술가들>, 윤혜정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1524 -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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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사이 우리나라에서도 사회의식 변화의 당연한 귀결로 환경의식이 많이 높아졌다. 분리수거 등은 비교적 잘 되는 반면, 쌓이고 또 버리는 것이 그 이상으로 많아져버린 것 같다. 남들이 사는 물건 사고, 또는 남들 따라 사고 싶어 안달만 낼 뿐, 참으로 많은 물건들을 함부로 내버리는 시대 — 저렇게 함부로 내다버리는 물건들처럼 사람마저도 가치 없어지는 것이 아닐까, 내버려지는 것이 아닐까 나는 두렵다. 청승맞게도 자꾸, 황량한 땅에서 살아갈 아이들의 메마른 마음을 생각하게 된다. - <인생을 배우다>, 전영애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61285 - P69

언젠가 누군가가 발견할지도 모른다는 희망으로, 그 막막한 희망만으로 유리병에 담아 망망대해에 띄우는 글처럼, 진정한 마음을 담은 글은 언젠가, 어딘가에 가 닿는다. 가 닿고야 만다. - <인생을 배우다>, 전영애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61285 - P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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