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찔한 개운함에 중독되어 ‘남의 말’을 ‘나의 글’로 전하는 이 일을 포기하지 못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지요. 설사 하나의 단어만 기억한다 해도, 그/그녀와 헤어진 후 만나는 세상이 인터뷰 전과 같을 수는 없습니다. 저의 시간은 누군가를 인터뷰하기 전과 후로 나뉩니다. - <나의 사적인 예술가들>, 윤혜정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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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을 거듭하며 겨우 다다른 작은 결론은 에디터란 ‘나’의 일상을 들여다보고, ‘당신’의 세계와 조우하여 동시대의 ‘우리’를 기록하는 데 공적 지면이라는 행운을 쓰는 사람이라는 사실입니다. 번민에 대한 해결법이 외부를 돌고 돌아 ‘지금’ ‘여기’에서 ‘글 쓰는 나’로 귀결되더라는 거지요. 예컨대 길바닥(세상)에 널브러진 책가방(대상) 하나도 온전한 시선으로 보고 전할 수 있는 힘, 다르게 보기뿐 아니라 다르게 반응하기, 다르게 생각하기, 다르게 제시하기, 다르게 쓰기가 절실했다고나 할까요. - <나의 사적인 예술가들>, 윤혜정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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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로의 이행은 오직 신의 권능이라 여긴 창조성을 예술가라는 인간들에게 부여함으로써 현실화될 수 있었다지요. 즉 지금 우리 앞의 예술은 태생적으로 주관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예술의 가치도, 가격도, 쓰임새도 어떻게든 정의되고 평가받아야 합니다. - <나의 사적인 예술가들>, 윤혜정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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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이 전통적 미술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작품 자체가 아니라 현장과 현상, 관계에 대한 담론이라는 겁니다. 예술은 한 번도 작품 자체로 박제되길 원한 적 없습니다. 그리고 작가의 품을 떠나 세상에 나온 예술에 생명력을 더하는 건 보고 듣고 생각하고 되새기고 기억하는 우리 같은 관찰자 같은 존재입니다. - <나의 사적인 예술가들>, 윤혜정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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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동시대의 주요 이슈를 자기 통찰력과 철학으로 표현하는 예술가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더 나은 대안과 솔루션을 찾고자 한 ‘디자인 싱킹(design thinking)’을 넘어 사회와 미래에 의미 있는 질문과 과제를 찾는 ‘아트 싱킹(art thinking)’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 <나의 사적인 예술가들>, 윤혜정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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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아트 싱킹의 출발점은 바로 자기만의 감성으로 예술에 감응하기, 즉 ‘예술감수성’이라 믿습니다. 감수성이 타자와 세상을 수용하고 이해하고 질문하고 실천할 수 있는 숨은 힘이라면, 예술감수성은 예술 앞에서 내 심신의 세포를 활짝 열어 둘 수 있는 자유로운 상태를 의미합니다. - <나의 사적인 예술가들>, 윤혜정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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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복원이다. 그 아이디어는 사람들의 삶에 가해진 손상을 복구하고, 공포와 불안으로 조각난 것을 어떤 전체로 만드는 것이다(2007년 10월 14일자 『가디언The Guadian』)." - <나의 사적인 예술가들>, 윤혜정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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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들에게 아름다움은 예술 세계로 들어가기 위한 손잡이일 뿐, 실은 정형화된 아름다움을 해체하는 이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글 쓰는 행위 자체가 정치적이라는 조지 오웰의 말에 동의하는 이유이겠죠. 아름다움의 범주가 흔히 통용되는 그것 이상임을 증명한다는 건 쓸모 = 가치의 등식을 파괴하고, 더 나아가 모든 고정관념에 저항하는 행위이니까요. 나는 ‘나의 예술가들’을 통해 정치란 다름 아닌 고유하고 대담한 삶의 태도임을, 나의 방식으로 우리의 인간다운 생(生)에 기여하는 것임을 배웁니다. - <나의 사적인 예술가들>, 윤혜정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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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식이 백제의 미를 이렇게 표현했다는데, 너무 근사한 문장이라 나눕니다.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면서 사치스럽지 않다(儉而不陋 華而不侈)’." - <나의 사적인 예술가들>, 윤혜정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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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타이들이 서울에 다녀간 이후(2013년) 잡지 에디터들 사이에서도 ‘슈타이들’ 신드롬이 거세게 일었다. "우리가 만드는 책은 무한 생산할 수 있는 민주적인 예술 작품"이라고 말하는 그를, "디지털은 잊기 위함이고 아날로그는 간직하기 위함이라는 캐나다 건축 사진작가 로버트 폴리도리의 말을 좋아한다"는 그를 매달 잡지라는 독특한 물성의 대상을 만드는 자들이 좋아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 <나의 사적인 예술가들>, 윤혜정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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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당신이 기르는 아이와 같은 존재이며, 책 자체가 세상으로 통하는 길이 됩니다. - <나의 사적인 예술가들>, 윤혜정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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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 일을 하고 있는 겁니다. 책을 읽는다는 건 당신과 책 사이에서 일어나는 대단한 사건이에요. 책의 세계에 완전히 빠져들게 되는 일종의 명상 과정은 매우 흥분되죠. 손끝으로 느낄 수 있는 책의 느낌, 당신에게 지적 쾌감을 선사할 도서관을 지을 때 얼마나 기쁘겠어요. 그게 중독이죠. - <나의 사적인 예술가들>, 윤혜정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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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과 몸을 맞댔을 때 부지불식간에 서로의 세계로 진입하는 경험은 흔치 않지만, 생각해 보면 김수자와의 만남은 늘 그런 순간을 선사했다. 눈빛은 (바늘처럼) 꿰뚫는 동시에 부드럽게 어루만졌고, 특유의 낮은 목소리는 (이불보처럼) 다정하면서도 단호했다. 일견 비정한 이론으로 무장한 미술 세계에서, 그렇게 김수자는 내게 통찰과 연민의 관계로 각인되어 있었다. - <나의 사적인 예술가들>, 윤혜정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1524 -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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