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 주제. 낙하하는 물체에는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가. 걸핏하면 어릴 때 과학 채널에서 보았던 장면이 환기되는 것이었다. 같은 크기의 300그램짜리 쇠공과 1킬로그램의 쇠공을 30미터 높이의 건물 위에서 떨어뜨리는 실험은 어떤 공이 먼저 떨어지는지, 먼저 떨어지는 원리는 무엇인지 알아보는 간단한 실험이었는데 나는 자꾸만 그 쇠공을 15킬로그램이었던 여섯 살의 나로 치환하여 15킬로그램의 유원이 30미터 높이에서 떨어지면서 느낄 중력과 공기 저항, 땅에서 느낄 파장을 따지면서 결과를 도출하려 하고 있었다.

-알라딘 eBook <유원> (백온유 지음) 중에서 - P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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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은 볼품이 없더군. 키도 작고 얼굴도 새카만 게 도무지 큰일을 할 사람처럼 보이지가 않았어. 만일 그랬다면 틀림없이 거기엔 뭔가 야로가 있을 거야.

-알라딘 eBook <고래 - 한국문학전집 019> (천명관 지음) 중에서 - P319

—글쎄요, 난 그자가 왜 그 불순분자들과 같이 있었는지 모르겠군요. 전에는 그 사람이 꽤나 신실하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더니 옛말이 그르지 않은가보군요.

-알라딘 eBook <고래 - 한국문학전집 019> (천명관 지음) 중에서 - P322

하지만 금복은 울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울지 않는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변명했다.
—남자는 태어나서 모두 세 번 울지. 하지만 지금은 울 때가 아냐.

-알라딘 eBook <고래 - 한국문학전집 019> (천명관 지음) 중에서 - P324

그는 죽은 자들의 쓸쓸함이 자신에게 밀려드는 것을 술의 힘에 의지해 막아내고 있었다.

-알라딘 eBook <고래 - 한국문학전집 019> (천명관 지음) 중에서 - P330

평생을 죽음의 공포로부터 도망치던 금복은 마침내 자신에게도 죽음이 찾아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죽은 자들의 모습이 스크린 위에 겹쳐져 빠르게 지나갔다. 그리고 본능처럼 문득 자신의 딸, 춘희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는 춘희가 아직도 공장에서 벽돌을 만들고 있는지 궁금했다. 자신이 한 번도 제대로 보듬어주지 않았던 딸에 대해 걷잡을 수 없는 회한이 밀려왔다. 하지만 곧 모든 게 너무 늦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의 눈에선 어느새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알라딘 eBook <고래 - 한국문학전집 019> (천명관 지음) 중에서 - P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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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안해하며 눈을 떴다. 거실로 나오니 연기가 자욱했다. 주방으로 가 자신이 연기에 둘러싸인 줄도 모르는 엄마의 등을 끌어안았다. 뼈대가 가늘고 몸집이 작은 엄마의 아랫배에 몰린 부드러운 살이 만져졌다. 엄마는 화들짝 놀랐다가 고개를 돌려 나를 확인하곤 그제야 다행이라는 듯 내 손을 만지작거렸다.

-알라딘 eBook <유원> (백온유 지음) 중에서 - P7

나는 차 문을 닫고 돌아섰다. 그러다가 다시 차 쪽으로 돌아갔다. 아빠가 창문을 내리고 무슨 일이냐 물었다.
"생크림 케이크로 사. 버터 싫어. 우리 집 앞에 있는 베이커리에서 통신사 할인받으면 삼십 프로 싸게 살 수 있어."
아빠가 알겠다고 대답했지만 그래도 못 미더웠다.

-알라딘 eBook <유원> (백온유 지음) 중에서 - P11

언니의 생일과 기일은 사흘 간격이기 때문에 우리는 언제부턴가 언니의 생일만 챙긴다. 언니는 그래도 생일을 축하받고 떠났다. 그게 엄마의 유일한 위안이다.

-알라딘 eBook <유원> (백온유 지음) 중에서 - P11

하지만 나는 소화가 안 된다는 핑계로 점심시간에 자주 혼자 있다. 친구들은 내 말을 잘 믿어 준다. 그럴 거라고, 쉽게 수긍하는 듯했다.
가끔은 내 몸의, 혹은 마음의 이상(異狀)을 기대하는 것 같기도 하다.

-알라딘 eBook <유원> (백온유 지음) 중에서 - P12

이런 생각을 할 때마다 나라는 존재 자체가 음습하고 불길하게 느껴진다. 나부터가 나라는 존재를 너무 이용하니까.

-알라딘 eBook <유원> (백온유 지음) 중에서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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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집에서 내뱉은 그 말은 사사가와를 아득히 먼 존재로 만들었다. 다른 사람을 완전히 거부하고, 자신이 만들어낸 어둠에 숨어들려는 신호와도 같은 말이었다. 그런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희미한 후회도 느꼈다. 나는 그 방에서 사사가와의 마음을 무시하고, 내 입장에서 멋대로 말을 던졌는지도 모른다. 나만의 정의감을 강요했는지도 모른다. - <흔적을 지워드립니다>, 마에카와 호마레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6004 - P375

더 이상 그저 음침한 느낌의 회사 이름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이 이름에는 사사가와의 뒤틀린 마음이 배어 있었다. 어두운 밤의 밑바닥에서 슬픔과 함께 살아갈 각오. 그렇다고 해도 그런 삶을 선택하는 것은 잘못됐다. 어떻게 잘못된 것인지 설명할 수는 없지만. - <흔적을 지워드립니다>, 마에카와 호마레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6004 - P376

"케이스케는 말이야, 요코가 죽은 그날 밤에 아직 남겨져 있어. 그래서 어려운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손을 놓지 않아줬으면 해. 전 부인이 하는 작은 부탁이야." - <흔적을 지워드립니다>, 마에카와 호마레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6004 - P384

"아니야. 계속 살아가다 보면 해파리라도…… 언젠가 다시 태어나거든. 소중한 걸 만나서…… 뼈가 있는 해파리로." - <흔적을 지워드립니다>, 마에카와 호마레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6004 - P385

"밤의 어둠 속에서 데리고 나오고 싶다고? 그런 말은 누가 못 해. 그럼 누가 그 어둠 속에 발을 집어넣고 사사가와의 손을 잡을 건데? 그럴싸한 말을 아무리 늘어놓아도 아무것도 안 돼. 그런 말을 할 시간 있으면 네 손을 어둠 속으로 뻗어야지." - <흔적을 지워드립니다>, 마에카와 호마레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6004 - P387

도로에 신문 배달 오토바이가 달려간다. 주변엔 맑은 공기가 느껴지고, 군청색 하늘에 희미한 주황빛이 감돌기 시작했다. 거리가 깨어나는 기척을 온몸으로 느끼며 나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 <흔적을 지워드립니다>, 마에카와 호마레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6004 - P388

나는 계속 그 전자사전에 의지하고 있었다. 목구멍까지 올라오기만 했던 말들. 누군가와 진심으로 마주하는 것을 두려워했던 과거의 나는 이제 버릴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내 시시한 삶이 소중한 나날로 변해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흔적을 지워드립니다>, 마에카와 호마레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6004 - P429

"나도 그렇게 생각해. 결국 죽음은 그냥 ‘점’인 거야. 반대로 이 세상에 탄생한 순간도 그냥 ‘점’인 거지. 중요한 건 그 ‘점’과 ‘점’을 묶은 ‘선’이야. 즉 살아 있는 순간을 하나하나 거듭했다는 사실이 중요한 거야. 하지만 나는 요코의 죽음에 뭔가 의미를 찾고 싶어서 그 작은 ‘점’을 계속 혼자 바라보고 있었어." - <흔적을 지워드립니다>, 마에카와 호마레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6004 - P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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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살아 있으면 되는 거야. 살아가다 보면 너처럼 현재 막막한 사람도 언젠가 소중한 무언가를 만날 수 있을지 몰라." - <흔적을 지워드립니다>, 마에카와 호마레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6004 - P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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