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미안해하며 눈을 떴다. 거실로 나오니 연기가 자욱했다. 주방으로 가 자신이 연기에 둘러싸인 줄도 모르는 엄마의 등을 끌어안았다. 뼈대가 가늘고 몸집이 작은 엄마의 아랫배에 몰린 부드러운 살이 만져졌다. 엄마는 화들짝 놀랐다가 고개를 돌려 나를 확인하곤 그제야 다행이라는 듯 내 손을 만지작거렸다.
-알라딘 eBook <유원> (백온유 지음) 중에서 - P7
나는 차 문을 닫고 돌아섰다. 그러다가 다시 차 쪽으로 돌아갔다. 아빠가 창문을 내리고 무슨 일이냐 물었다. "생크림 케이크로 사. 버터 싫어. 우리 집 앞에 있는 베이커리에서 통신사 할인받으면 삼십 프로 싸게 살 수 있어." 아빠가 알겠다고 대답했지만 그래도 못 미더웠다.
-알라딘 eBook <유원> (백온유 지음) 중에서 - P11
언니의 생일과 기일은 사흘 간격이기 때문에 우리는 언제부턴가 언니의 생일만 챙긴다. 언니는 그래도 생일을 축하받고 떠났다. 그게 엄마의 유일한 위안이다.
-알라딘 eBook <유원> (백온유 지음) 중에서 - P11
하지만 나는 소화가 안 된다는 핑계로 점심시간에 자주 혼자 있다. 친구들은 내 말을 잘 믿어 준다. 그럴 거라고, 쉽게 수긍하는 듯했다. 가끔은 내 몸의, 혹은 마음의 이상(異狀)을 기대하는 것 같기도 하다.
-알라딘 eBook <유원> (백온유 지음) 중에서 - P12
이런 생각을 할 때마다 나라는 존재 자체가 음습하고 불길하게 느껴진다. 나부터가 나라는 존재를 너무 이용하니까.
-알라딘 eBook <유원> (백온유 지음) 중에서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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