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부터 시험과 결과로 평가를 받아온 탓인지 한국인들은 유난히 ‘합격’이나 ‘통과’에 대한 학습된 행동패턴을 보이는 듯하다. 그러니 건강검진마저 시험공부 하듯 준비하고, 학창시절에 그러했듯 시험만 잘 보기 위해—또는 무사히 넘기기 위해—벼락치기를 한다. 비정상 수치를 망한 시험 성적표라도 되는 듯 여긴다.

-알라딘 eBook <길 위의 뇌> (정세희 지음) 중에서 - P107

그런데도 우리는 굳이 이분법적 구도를 만든 다음, ‘나는 건강하니 건강 관리는 남의 얘기’라는 극도의 회피성 또는 ‘나는 환자이니 누가 날 치료해 줘야 한다’는 극도의 수동성 중 하나를 선택한다. 두 태도 모두 나의 책임은 배제하니 속은 시원하고 몸은 편하기 이를 데 없다. 하지만 내 몸은 주인을 잃어버렸다. 그에 다른 결과는 철저히 내가 책임져야 할 몫이다.

-알라딘 eBook <길 위의 뇌> (정세희 지음) 중에서 - P109

그렇게 우리 몸은 잉여 칼로리의 약 90%는 피하지방으로, 나머지는 내장지방으로 저축해 둔다.
우리 뇌는 무게는 체중의 2%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평상 시 우리 몸의 에너지 중에 약 21%나 쓰는 기관이다.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 뇌는 에너지, 즉 지방을 평소에 비축해 두어야 한다.

-알라딘 eBook <길 위의 뇌> (정세희 지음) 중에서 - P110

이렇게 뇌세포의 활동과 뇌혈관의 활동이 긴밀하게 연관되어 일어나는 것을 ‘신경-혈관 커플링neurovascular coupling’이라 한다. 신경-혈관 커플링은 우리 뇌에서 쉬지 않고 계속 일어나고 있다. 지금 이 책을 읽고 있는 여러분의 뇌에서도 말이다.

-알라딘 eBook <길 위의 뇌> (정세희 지음) 중에서 - P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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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달리는 시간은 좋다. 음악도 듣지 않는다. 속도에 따라 거칠어졌다 잠잠해지는 숨소리, 타닥타닥 발소리가 친구다. 새 소리는 자유롭고, 사람들의 대화는 가까워졌다 멀어지고, 여름이면 개구리는 꽤 요란하게 울었다. 은근히 다가오지만 끼어들지는 않는 이런 소리가 있어 지루하지 않다. 아, 바람소리를 빼먹을 뻔했다. 거기에 어렸을 적 기억을 소환하는 풀냄새, 나무타는 냄새, 흙냄새까지. 딱 적당하다.

-알라딘 eBook <길 위의 뇌> (정세희 지음) 중에서 - P91

달리지 않는 사람은 절대 이해할 수 없는, 달리는 사람만의 성취가 있다. 본인에게만 의미가 있을지라도 분명 매우 크고 중요한 성취다. 달리다 보면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계속된다. 하지만 그때 포기하지 않고 견뎌야 한다. 그저 버티고 있으면 좀 수월해지고 고비를 넘길 수 있다. 달리기와 마찬가지로 재활 과정에서도 끈기와 인내, 회복탄력성은 무척 중요하다.

-알라딘 eBook <길 위의 뇌> (정세희 지음) 중에서 - P93

달리기는 타인과 경쟁하려 들지 않는다. 달리는 사람은 그저 내 한계를 시험해 볼 뿐이다. 달리기를 하다 보면 고통과 기쁨 사이를 수시로 오간다. 그리고 마침내 완주하면, 인생은 진짜 살아볼 만하게 멋지다는 사실을 느낀다.

-알라딘 eBook <길 위의 뇌> (정세희 지음) 중에서 - P94

우리가 성인병이라고 부르는 질환은 압도적으로 후천성이다. 병에 걸리게 한 과거의 나와 이별하지 않으면 병과도 이별할 수 없다. 수십 년간 살아온 방식 그리고 가치관과 헤어지는 것이기에 당연히 힘들고 어렵다. 그래도 어떻게 하겠는가, 앞으로의 나를 책임질 사람은 나 말고는 없다.

-알라딘 eBook <길 위의 뇌> (정세희 지음) 중에서 - P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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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tating about the earth in their spacecraft they are so together, and so alone, that even their thoughts, their internal mythologies, at times convene. Sometimes they dream the same dreams – of fractals and blue spheres and familiar faces engulfed in dark, and of the bright energetic black of space that slams their senses. Raw space is a panther, feral and primal; they dream it stalking through their quarters.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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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사도와 거리가 다양한 오르막 내리막이 나를 이렇게도 저렇게도 단련시키니, 남산을 달리면 웬만한 로드 마라톤 코스는 두렵지 않게 된다. 30킬로미터 즈음 연달은 업힐 4개—이 중 마지막은 하트브레이크 힐Heartbreak Hill—를 달려야 하는 보스턴마라톤이나, 자잘한 언덕이 많은 춘천마라톤 등을 준비하기에 북측순환로만한 곳은 없다. 남산을 달리면 남들이 공포에 질릴 대회의 오르막 코스에서 여유롭게 달려 올라갈 수 있다.

-알라딘 eBook <길 위의 뇌> (정세희 지음) 중에서 - P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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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항상 다른 나라 사람들 간의 싸움인 것은 아니라고, 새끼 돼지의 엉덩이처럼 연분홍빛이 나는 뽀얀 얼굴의 무슈 펠티에는 말했다. 서양인들은 이런 종류의 전쟁, 즉 내전을시빌 워라고 부른다고 그가 말했고, 나는 어린 마음에 백인들의 멍청함을 몰래 비웃었다. 동족 살해에 정중하다는 뜻의‘시빌’이라는 단어를 붙이는 것도,시빌 워가 보통의 전쟁보다 훨씬 더 잔인하다는 것도 참 어리석은 아이러니로 보였다.

-알라딘 eBook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 (이미리내 지음, 정해영 옮김) 중에서 - P68

낮에는 먹을 것을 찾아 걸어 다니며 보리죽에서 야생 능금, 쐐기풀에서 나무껍질에 이르기까지, 나날이 먹을 것의 정의를 넓혀갔다. 밤에는 폭격으로 불탄 집에 스며드는 창백한 달빛 아래서 낯선 사람의 온기를 훔쳤다.

-알라딘 eBook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 (이미리내 지음, 정해영 옮김) 중에서 - P69

포탄의 충격으로 생긴 깊은 틈을 골함석 판이 덮고 있었다. 그러나 함석지붕 아래에서 나는 여전히 창백한 달의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유리 없는 창문은 차가운 숨결을 불러들여 또다시 내 몸이 인간의 온기를 몹시 그리워하게 만들었다.

-알라딘 eBook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 (이미리내 지음, 정해영 옮김) 중에서 - P70

포탄의 충격으로 생긴 깊은 틈을 골함석 판이 덮고 있었다. 그러나 함석지붕 아래에서 나는 여전히 창백한 달의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유리 없는 창문은 차가운 숨결을 불러들여 또다시 내 몸이 인간의 온기를 몹시 그리워하게 만들었다.

-알라딘 eBook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 (이미리내 지음, 정해영 옮김) 중에서 -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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