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지, 오이지 등 절임류 음식에 붙어 있는 ‘지’자가 바로 김치에 대한 순우리말인 디히가 변화해서 만들어진 말입니다. 디히에서 모음과 모음 사이의 ㅎ이 탈락하여 디이가 되었는데 ㅣ 모음이 중복되므로 한 음절로 줄어들어 ‘디’가 되고 여기에 구개음화까지 더해져 ‘지’가 되었어요. - <단어가 품은 세계>, 황선엽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6be9649151a6494a - P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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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반복적 성공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흥미롭게도 성공의 비결은 전문성이 아닌 다른 곳에 있었다. 전문가가 아니었기에 오히려 더 근본적인 것을 보려 했고, 숫자나 기술보다 그것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더 깊이 파고들었다. 무엇보다 ‘사람‘에 먼저 집중했고, 그들의 관점에서 문제를 이해하고, 그들이 원하는 것과 불편을 읽어 내려고 노력했다. 처음에는 비논리적이고 정성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결과로 신뢰를 얻었다. 의사 결정 과정에서도 데이터 중심의 해법보다는 결정을 받아들일 사람들의 반응을 예측하는 데 집중했다. 지나고 보니 내 성공의 핵심은 사람을 들여다보고 공감하며 답을 찾아가려는 태도에 있었다.
이 책은 사회 초년생인 딸과 아들에게 공감의 힘을 알려주고 싶어서 시작되었다. AI 시대에 아날로그적 공감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AI와 대화를 이어 갈수록 오히려 더 큰 확신을 얻었다. -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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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의 폭이 넓을수록 이해할 수 있는 세계도 넓어집니다. 단어의 세계를 아는 일도 우리가 사는 세상을 이해하는 일일 것입니다. - <단어가 품은 세계>, 황선엽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6be9649151a6494a - P182

그러나 김치는 침채(沈菜)라는 한자어가 변해서 만들어진 말입니다. 침채는 담글 침(沈)에 채소 채(菜)자로 ‘채소를 담근 것’이라는 의미이지요. 현대 한자음으로는 침채이지만, 옛 한자음으로는 팀ᄎᆡ이었고, 사람들이 말할 때는 딤ᄎᆡ라고 했었습니다. - <단어가 품은 세계>, 황선엽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6be9649151a6494a - P196

아마 학창시절에 구개음화란 ㅣ모음 앞에서 ㄷ이 ㅈ으로, ㅌ이 ㅊ으로 바뀌게 되는 현상이라고 배운 기억이 있으실 겁니다. 가령 해돋이, 같이가 어원이나 표기를 고려하면 [해도디], [가티]로 발음되어야 하지만 [해도지], [가치]로 변한 것이 바로 구개음화 때문입니다. - <단어가 품은 세계>, 황선엽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6be9649151a6494a - P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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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입에서 입을 거쳐 단어는 변화하고 새로운 단어가 탄생하기도 합니다. 비슷하게 발음되는 단어에서 유추해 비슷한 형태로 변화하지요. - <단어가 품은 세계>, 황선엽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6be9649151a6494a - P135

강아지풀의 중국어와 영어 이름을 보면 이를 더 잘 알 수 있지요. 중국어로는 개 구(狗)자와 꼬리 미(尾)자를 써서 구미초(狗尾草)라고 하고 영어로는 여우 꼬리 모양이라는 의미에서 foxtail이라고 부르지요. 그 외형 때문에 명명했다면 강아지꼬리풀이라 하는 것이 타당해 보입니다. - <단어가 품은 세계>, 황선엽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6be9649151a6494a - P136

그러나 근대국어 시기에는 가야지와 발음이 거의 유사한 개야지나 개아지가 강아지의 의미로 쓰였지요. 사람들은 흩날리는 하얀 버드나무 씨를 버들가야지라고 부르다가 당시 강아지를 뜻하는 말로 함께 쓰이던 개야지, 개아지, 개지를 연상하게 되었고, 버들강아지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부르게 된 것이라 추정할 수 있습니다. 버들가야지가 버들강아지로 바뀐 것은 가라지가 강아지풀로 바뀌는 것에도 영향을 주었을 겁니다. - <단어가 품은 세계>, 황선엽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6be9649151a6494a - P143

즉 ‘가라지 → 강아지풀’이 되는 데는 ‘버들가야지 → 버들강아지’로의 변화가 영향을 주었는데 강아지풀이란 말이 굳어지자 이번에는 반대로 강아지풀이 버들강아지가 지칭하는 대상을 바꾸어버린 것입니다. - <단어가 품은 세계>, 황선엽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6be9649151a6494a - P143

신라시대 중엽 이전까지만 해도 이름은 모두 우리말식이었습니다. 김알지, 박혁거세, 이차돈, 거칠부 등 왕부터 일반인에 이르기까지 이름은 모두 우리말이었습니다. - <단어가 품은 세계>, 황선엽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6be9649151a6494a - P145

지역 이름이 가진 의미를 알고 나면 늘 다니던 길도 새롭게 보입니다. 공간을 보는 시야가 달라지기도 하지요. - <단어가 품은 세계>, 황선엽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6be9649151a6494a - P154

이런 순우리말 이름들도 문헌에 공식적으로 기록하기 위해서는 한자로 적혀야 했습니다. 즉 순우리말 이름을 한자의 음과 뜻을 활용하여 적게 된 것입니다. 가령 노들나루, 노들섬, 노들강변에서 보이는 우리말 지명인 ‘노들’을 한자로 鷺梁(노량)이라 적었는데요. 노량에서 앞글자 鷺(해오라기 로)는 한자의 음을 취하여 적은 것이고 뒷글자 梁(돌 량, 들보 량)은 뜻을 취하여 적은 것입니다. 여기에 나루를 뜻하는 津(나루 진)을 붙여 노량진이란 지명이 된 것입니다. - <단어가 품은 세계>, 황선엽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6be9649151a6494a - P155

영화 제목으로도 유명한 명량(鳴梁)은 한자의 뜻을 활용하여 적은 예입니다. 진도와 육지 사이의 좁은 해협에 물살이 매우 거세게 흐르는데 그 소리가 커서 마치 우는 듯이 들린다 하여 울돌목이라고 합니다. 울돌목을 한자의 뜻으로 적어 鳴(울 명)과 梁(돌 량)이라 한 것인데 현재에 와서 공식 명칭은 명량이 되어버렸습니다. - <단어가 품은 세계>, 황선엽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6be9649151a6494a - P156

애오개와 아현이 그렇습니다. 서울 충정로에서 마포 방향으로 가려면 작은 고개를 넘어야 합니다. 이 고개를 애오개라고 하는데요, 지금의 아현동이지요. 애오개는 순우리말 지명입니다. 애고개라는 뜻의 애오개를 한자로 兒(아이 아)와 峴(고개 현)으로 적은 후 이를 음으로 읽어 아현이 되었지요. 현재는 첫 번째 한자인 兒(아이 아)자를 阿(언덕 아)자로 바꾸어 阿峴(아현)으로 적고 있습니다. - <단어가 품은 세계>, 황선엽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6be9649151a6494a - P157

이와 유사한 예로 대치와 한티가 있습니다. 큰 고개라는 뜻의 한티를 한자의 뜻과 음을 살려 大(큰 대), 峙(고개 치)로 적었으므로 대치는 원래 한티로 읽어야 하며 표기만 한자로 하였을 뿐 같은 지명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그런데 대치는 3호선 지하철 역명 대치역으로 사용되고 있고, 한티는 수인분당선의 역명 한티역으로 쓰이고 있지요. 마치 다른 지명인 듯이 인식되고 있습니다. - <단어가 품은 세계>, 황선엽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6be9649151a6494a - P158

지하철 6호선의 새절역이 그렇습니다. 새절역이 위치한 곳의 행정구역 명은 신사동(新寺洞)이므로 일반적인 예에 따라 신사역이란 명칭이 부여되어야겠지만, 이미 3호선에 신사(新沙)역이 있었으므로 이 이름을 피하여 신사(新寺)의 옛 이름인 새절을 취하여 역명을 부여했습니다. 즉 역사적으로는 새절이란 순우리말 지명을 한자를 빌려 新(새 신), 寺(절 사)로 적게 되었고 이 신사(新寺)라는 명칭이 새절을 대체하여 공식 명칭으로 쓰이다가 역명을 정할 때에는 다시 순우리말 지명 새절이 부활한 것입니다. - <단어가 품은 세계>, 황선엽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6be9649151a6494a - P159

지하철 2호선의 잠실새내역도 순우리말 지명을 되살려서 역명을 바꾼 사례입니다. 원래 이름은 신천역이었는데요, 같은 2호선에 위치한 신촌역과 발음이 비슷하여 혼동되기도 한다는 요인도 있었으나, 잠실이란 명칭을 앞에 붙여야 한다는 지역 주민의 요구도 받아들여 新(새 신), 川(내 천)이란 이름을 옛 지명식으로 훈독하여 새내라는 이름을 되살린 것입니다. - <단어가 품은 세계>, 황선엽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6be9649151a6494a - P159

1993년 지하철 4호선이 연장 개통했을 때, 벌말이라는 역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의 반응이 좋지 않았습니다. 촌스럽다는 것이었죠. 게다가 당시만 해도 대부분 지하철역이 한자어로 된 행정구역상 공식 동명과 일치하는 것이 관례였습니다. 그래서 결국 벌말이라는 순우리말 이름을 버리고 이를 한자로 표기한 평촌이란 이름으로 개정하였습니다. 벌말을 한자음으로 바꾸어 坪(벌 평)에 村(마을 촌)을 쓴 것이지요. 뜻을 살려 우리말로 읽으면 벌말이 되고 한자음으로 읽으면 평촌이 됩니다. - <단어가 품은 세계>, 황선엽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6be9649151a6494a - P160

알게 되면 공간을 보는 시야가 달라지고, 생각의 관점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시간의 흐름 속에 있는 나를 깨닫게 되기도 하지요. 지금 살고 있는 고장의 옛 이름을 한번 찾아보세요. 몰랐던 이야기를 발견하게 될지 모릅니다. - <단어가 품은 세계>, 황선엽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6be9649151a6494a - P160

앞에서 명아주가 돼지사료로 쓰인다는 의미에서 영어로 pigweed라고 한다고 하였지요? 명아주는 아마도 그 옛날부터 세계 여러 지역에서 돼지사료로 널리 쓰였던 듯합니다. 우리 조상들도 돼지잡초라는 의미에서 ‘돝+ᄋᆡ+ᄀᆞ랏 → 도ᄐᆡᄀᆞ랏’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도ᄐᆡᄀᆞ랏은 도ᄐᆡᄋᆞ랏으로 변화하고 다시 도ᄐᆞ랏으로 변화합니다.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고 지역이 멀리 떨어져 있어도 놀랍도록 생활의 공통성이 각자의 언어에 반영되어 있습니다. - <단어가 품은 세계>, 황선엽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6be9649151a6494a - P176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잡초 하나가 이처럼 다양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시간과 공간을 달리하며 명아주, 도투라지, 능쟁이와 같은 다양한 이름을 가지고 있고, 그러한 이름은 외형적 특징에 연유하여 붙여지기도 하고 용도에 따라 붙여지기도 하지요. 한낱 잡초라 여기며 그냥 지나치기 쉬운 식물 하나가 이처럼 다채로운 생각거리를 건네고 있습니다. - <단어가 품은 세계>, 황선엽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6be9649151a6494a - P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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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동백이 자라지 않는 강원도에서는 동백기름 대신 생강나무 열매로 기름을 짜서 사용하였어요. 동백기름 대신 사용하기 시작했으나 나중에는 그 이름까지도 동백으로 부르게 된 것이라고 합니다. 한국문학번역원에서 초기에 김유정의 소설 《동백꽃》 을 영어로 번역하면서 동백나무를 뜻하는 《Camelia》 라고 제목을 붙였다가 구설수에 오른 적도 있었습니다. - <단어가 품은 세계>, 황선엽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6be9649151a6494a - P113

단어가 왜 이렇게 불리게 되었는지를 추적하다 보면 생동하는 삶을 만나게 됩니다. 단어를 알아가는 과정은 사람들의 삶을 아는 과정이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 <단어가 품은 세계>, 황선엽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6be9649151a6494a - P115

산사나무를 당(棠)이라고 하니 바닷가에 있는 당이라 하여 해당(海棠)이라 부르게 된 것입니다. 사람들의 삶 속에서 이름 없는 식물은 자연스럽게 이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 <단어가 품은 세계>, 황선엽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6be9649151a6494a - P121

중국의 해당화는 ‘외국으로부터 들어온 당화’를 뜻합니다. 일반적으로 중국에서는 식물명 등에 바다 해(海)가 붙으면 그것은 ‘외국으로부터 들어온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 <단어가 품은 세계>, 황선엽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6be9649151a6494a - P122

하지만 전통적으로 우리 선조들에게 있어 과일의 전형은 사과가 아니라 배였던 것 같습니다. 배가 고유어인 반면 사과는 沙果・砂果 등으로 표기하며, 한자어로 인식이 되고 그조차 능금을 대신해 나중에 만들어진 말입니다. 능금 역시 림금(林檎)에서 변한 말이며 한자어에서 유래했다고 할 수 있지요. - <단어가 품은 세계>, 황선엽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6be9649151a6494a - P124

즉 언어적으로 볼 때 배, 감, 밤과 같이 고유어 이름을 가진 과일이 우리나라에 더 오래전부터 있었던 것들이라 추정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사과와 배 중에서는 배가 더 전통적인 과일의 전형이었다고 할 수 있지요. 그래서 우리 선조들은 산사나무 열매를 더 친숙한 과일인 배에 빗대어 작은 배라는 의미에서 아가배라고 했던 것이지요. 팥알 모양의 붉은 열매가 열리는 나무를 팥배나무라고 한 것도 배라는 명칭이 열매 종류의 명칭으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것임을 보여줍니다. - <단어가 품은 세계>, 황선엽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6be9649151a6494a - P125

추석을 우리말로 한가위라고 하지요. 그런데 옛 기록에는 한가위의 ‘가위’가 가배(嘉俳・嘉排)로 나타납니다. 오늘날 한자음으로는 가배이지만 예전 음으로는 가ᄇᆡ이지요. 즉 가ᄇᆡ란 말이 변하여 가위가 된 것입니다. 아가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옛말은 아가ᄇᆡ였는데 이것이 변하여 아가위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역에 따라 아가우, 아가바, 아갈배, 아고배, 아그배와 같은 변화형들이 나타났습니다. - <단어가 품은 세계>, 황선엽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6be9649151a6494a - P125

단어를 알아가는 과정은 사람들의 삶을 아는 과정이라고 하였지요. 삶의 이야기를 생생히 담은 것으로 문학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문학을 따라가다 보면 단어가 품은 다양한 이야기와 세계가 더욱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 <단어가 품은 세계>, 황선엽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6be9649151a6494a - P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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