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록의 주제를 이루고 있는 이상한 사건들은 194×년에 오랑[알제리 북서부 오랑 주 북부의 주요 도시]에서 발생했다. 보통 경우에서 좀 벗어나는 사건치고는 그 장소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 일반적인 의견이었다. 오랑은 언뜻 보기에는 사실 평범한 도시고, 알제리 해안에 위치한 프랑스의 현청 소재지 이외의 아무것도 아니다.
(11/87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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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철자도 쉽고 누구나 다 아는 멋진 단어들로 너무나도 글을 잘 썼기 때문에 나는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사전은 어떤 모습이었을지 궁금하다. 호치너 씨, 그의 사전은 너덜너덜한 난파선 같은 모습이었을까? 나의 사전은 인도지*에 인스턴트커피와 담배 부스러기가 버무려진 토스트 샐러드 같아서 내 사전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든 내가 아널드 J. 토인비**가 쓰는 것 같은 난해한 어휘를 찾기 위해 사전을 끊임없이 뒤졌다고 그럴듯하게 결론을 내릴지 모른다.

-알라딘 eBook <몽키 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커트 보니것 지음, 황윤영 옮김) 중에서 (262/718p)

그리고 지금 나는 랜덤하우스에서 나온 거대하고 아름다운 새로운 폭탄을 가지고 있다. 나는 ‘폭탄’이란 단어를 경멸적인 의미*로도, 그런 식의 어떤 사전적 의미로도 쓴 것이 아니다. 그 사전이 무겁고 풍요로우며 생각을 하게 만든다는 뜻으로 쓴 것이다

-알라딘 eBook <몽키 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커트 보니것 지음, 황윤영 옮김) 중에서 (263/718p)

‘like’*의 쓰임새에 대해 말하자면, ‘like’는 ‘as’와 서로 바꾸어 쓸 수 있지만 다음의 사전들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 『메리엄 웹스터 영어사전』 제1판에는 ‘as를 뜻하는 접속사로 like를 쓰는 것은(‘Do like I do’에서처럼), 비록 훌륭한 작가들의 글에서도 가끔 발견되지만, 고루하며 표준 어법에 반한다.’라고 적혀 있다.
. 『메리엄 웹스터 영어사전』 제2판에서는 ‘like’를 ‘교양 없는 사람들의 말에서만 자유롭게 사용되며 현재 틀린 표현으로 여겨진다.’라고 설명되어 있다.
. 『메리엄 웹스터 영어사전』 제3판에서는 어떠한 주의도 없이 플로리다주의 <세인트피터즈버그 인디펜던트>지에 실린 ‘wore his clothes like he was······ afraid of getting dirt on them.**이라는 구절과
아트 링클레터***의 ‘impromptu programs where they ask questions much like I do on the air.****’라는 구절을 인용하며 현재 사용해도 괜찮은 용법들을 자랑스럽게 보여 주고 있다.
우연히도 『메리엄 웹스터 영어사전』 제3판은 그야말로 ‘모든 사람들이’ 아트 링클레터처럼 말하던 때인 아이젠하워 정권*****의 말기 동안에 나왔다******.

(270-271/718p)

교훈: 새로운 사전과 관련된 모든 사람이 반드시 새로운 새뮤얼 존슨*은 아니다.

*영국의 작가이자 사전 편찬자로 1755년 최초로 영어사전을 편찬했다.

(277/718p)

그리운 ‘글렌 밀러 밴드’*의 불후의 명곡 「스타더스트」입니다.

-알라딘 eBook <몽키 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커트 보니것 지음, 황윤영 옮김) 중에서 (284/71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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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렵고, 시간에 쫓기고, 최악의 시나리오가 생각날 때면 인간은 정말로 멍청한 결정을 내리는 성향이 있다. 빨리 결정하고 즉각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다급함에 쫓기다 보면 분석적으로 생각하기 어렵다.

1981년 나칼라에서 나는 여러 날 동안 질병을 주의 깊게 조사하면서 도로 폐쇄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단 1분도 생각하지 않았다. 다급하고, 겁나고, 유행병의 위험성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깊이 생각하는 능력이 차단되고, 급하게 조치를 취하다 그만 심각한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418/614p)

우리는 불충분한 정보로 빠르게 결정하고 행동하는 사람의 후손이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다급함 본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어디선가 자동차가 느닷없이 나타나면 피해야 한다. 하지만 즉각적 위험은 거의 사라지고 좀 더 복잡하고 대개는 좀 더 추상적 문제를 마주하는 요즘, 다급함 본능은 주변 세계를 이해하는 데 오히려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이 본능은 스트레스를 주고, 다른 본능을 확대해 억제하기 힘들게 만들고, 분석적 사고를 가로막고, 너무 빨리 결심하도록 유혹하고, 충분한 고민을 거치지 않은 극적인 행동을 부추긴다.
(420-421/614p)

하지만 미래는 항상 어느 정도는 불확실하다. 미래를 이야기할 때는 늘 불확실성을 인정하고, 그 정도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 가장 극적 추정치를 골라 최악의 시나리오를 확실하다는 듯 제시해서는 안 된다. 곧 들통 날 테니까! 최선의 가능성과 최악의 가능성이 있을 때 예상은 그 중간 정도로 하고, 여러 가능성의 범위를 제시하는 게 바람직하다. 정확한 수치가 아니라 근삿값을 제시할 때는 우리에게 불리한 쪽을 제시하는 게 좋다. 그래야 우리의 평판을 지키고, 우리 말을 무시할 빌미를 주지 않는다.
(426-427/614p)

한편, 현실에서 라이베리아 사람은 생활 습관을 바꾸는 데 성공해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모두 없앴다. 악수도 하지 않고, 포옹도 하지 않았다. 이와 더불어 상점, 공공건물, 구급차, 병원, 시신을 묻는 장소, 그리고 다른 모든 곳에 내려진 엄격한 위생 지침을 철저히 지켰다. 그 결과 이미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런 전략은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올라가 내게 관련 곡선을 보내오기 전까지는 아무도 그 사실을 몰랐다. 우리는 긍정적 효과를 축하했고, 사람들은 이제 자기가 하는 일이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더 열심히 일했다. (435/614p)

내가 가장 우려하는 다섯 가지는 전 세계를 휩쓰는 유행병, 금융 위기, 세계대전, 기후변화, 극도의 빈곤이다.
(438/614p)

그러나 국제 공동체가 이산화탄소 배출 총량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 1단계 10억 인구의 전기 사용을 막는다면 그런 연대를 바랄 수 없다. 지금까지는 가장 부유한 나라들이 이산화탄소 배출의 주범이니 다른 나라를 압박하느라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자신부터 개선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443/614p)

나는 여전히 가능성 옹호론자다. 다음 세대는 매우 긴 계주 경기의 마지막 주자와 같다. 극도의 빈곤을 끝내는 경기는 1800년에 출발 총성이 울린 긴 마라톤이다. 다음 세대에게는 이 일을 마무리할 둘도 없는 기회가 주어졌다. 바통을 건네받고 결승선을 통과한 뒤 두 팔을 치켜들 기회다.
(445-446/614p)

사실충실성은 지금 그 결정이 다급하게 느껴진다는 걸 알아보는 것이고, 다급히 결정해야 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다.
다급함 본능을 억제하려면 하나씩 차근차근 행동하라.
(447/614p)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아이들에게 겸손과 호기심을 가르쳐야 한다. 여기서 겸손이란 본능으로 사실을 올바르게 파악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아는 것이고, 지식의 한계를 솔직히 인정하는 것이다. 아울러 "모른다"고 말하는 걸 꺼리지 않는 것이자,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을 때 기존 의견을 기꺼이 바꾸는 것이다. 겸손하면 모든 것에 대해 내 견해가 있어야 한다는 압박감도 없고, 항상 내 견해를 옹호할 준비를 해야 할 필요도 없어 마음이 편하다.
(460/614p)

호기심이란 새로운 정보를 마다하지 않고 적극 받아들이는 자세를 말한다. 아울러 내 세계관에 맞지 않는 사실을 끌어안고 그것이 내포한 의미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460-461/614p)

• 스페인 독감 크로스비Crosby는 《인류 최대의 재앙, 1918년 인플루엔자 America’s Forgotten Pandemic》(1989)에서, 스페인 독감으로 5000만 명이 사망했다고 추정했다. Johnson and Mueller(2002)와 CDC[1]에서 추정치를 확인할 수 있다. 1918년의 세계 인구가 18억 4000만 명이었으니 스페인 독감이 전체 인구의 2.7%를 쓸어갔다는 의미다.
(522/614p)

하지만 규정된 화합물 데이터베이스를 가장 많이 확보하고 있는 CAS는 다르게 본다. CAS는 1억 3200만 개의 유기화학물질과 합성화학물질과 그 특성을 확보하고 있다. 여기에 따르면 독성은 그 화합물을 생산하는 주체와 관련이 없다. 예를 들어, 자연에서 생성되는 코브라 독소(CAS 등록번호: 12584-83-7)는 신경계를 마비시켜 숨을 쉴 수 없게 만든다. gapm.io/tind 참고.
(523-524/614p)

난민은 왜 비행기를 타지 않는가 제2차 세계대전 중 스웨덴은 덴마크에서 난민을 몰래 입국시킨 사람들의 배를 압수하지 않았다. BBC 다큐멘터리 <덴마크 유대인은 어떻게 홀로코스트를 탈출했나How the Danish Jews Escaped the Holocaust> 를 보라. Goldberger(1987)에 따르면, 그런 선박 덕에 덴마크 유대인 7,220명이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오늘날 EU Council[1] Directive 2002/90/EC는 ‘밀입국 알선자smuggler’를 불법 이민을 도와준 사람으로 정의하고, EU Council[2]이 정한 법에서는 "범법 행위에 이용한 운송 수단은 압수"를 허용한다. 반면 제네바 협약은 이들 난민 상당수에게 망명 권리가 있다고 말한다(UNHCR 참고). gapm.io/p16, gapm.io/tpref 참고.
(531-532/614p)

지금 아니면 절대 안 돼 로버트 치알디니Robert Cialdini가 쓴 《설득의 심리학 Influence》(2001)에서 흔한 영업 기술에 속지 않는 법을 배울 수 있다.
(534/61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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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 본능은 타고난 특성이 사람, 국가, 종교, 문화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무언가가 지금의 그 상태인 것은 피할 수도, 빠져나올 수도 없는 이유 때문이며, 그래서 그것은 늘 그 상태로 존재했고, 앞으로도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여긴다.

-알라딘 eBook <팩트풀니스 : 우리가 세상을 오해하는 10가지 이유와 세상이 생각보다 괜찮은 이유> (한스 로슬링.올라 로슬링.안나 로슬링 뢴룬드 지음, 이창신 옮김) 중에서
(308/614p)

이 종교 또는 저 종교는, 그리고 이 대륙은, 저 문화는, 그 국가는 전통적인 불변의 ‘가치’가 있어서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또는 변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은 모두 겉모습만 다를 뿐 근본은 같다. 언뜻 그럴듯한 분석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본능이 우리를 속인 것일 때가 많다. 고상하게 들려도 사실로 위장한 느낌일 뿐이다.

-알라딘 eBook <팩트풀니스 : 우리가 세상을 오해하는 10가지 이유와 세상이 생각보다 괜찮은 이유> (한스 로슬링.올라 로슬링.안나 로슬링 뢴룬드 지음, 이창신 옮김) 중에서
(310/614p)

사실충실성은 (국민, 국가, 종교, 문화를 포함해) 많은 것이 변화가 느린 탓에 늘 똑같이 보일 수 있다는 걸 알아보는 것이고, 비록 사소하고 느린 변화라도 조금씩 쌓이면 큰 변화가 된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다.

운명 본능을 억제하려면 더딘 변화도 변화라는 사실을 기억하라.

-알라딘 eBook <팩트풀니스 : 우리가 세상을 오해하는 10가지 이유와 세상이 생각보다 괜찮은 이유> (한스 로슬링.올라 로슬링.안나 로슬링 뢴룬드 지음, 이창신 옮김) 중에서
(339/614p)

세계가 단순해지고, 모든 문제는 단 하나의 원인이 있어 항상 그것만 반대하면 그만이다. 또 모든 문제는 하나의 해결책이 있어 항상 그것만 지지하면 그만이다. 모든 것이 단순하며, 사소한 문제 하나만 있을 뿐이다. 이런 식으로 우리는 세계를 완벽하게 오해한다. 나는 단일한 원인, 단일한 해결책을 선호하는 이런 성향을 ‘단일 관점 본능’이라 부른다.

-알라딘 eBook <팩트풀니스 : 우리가 세상을 오해하는 10가지 이유와 세상이 생각보다 괜찮은 이유> (한스 로슬링.올라 로슬링.안나 로슬링 뢴룬드 지음, 이창신 옮김) 중에서
(343/614p)

그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생각에 허점은 없는지 꾸준히 점검해보라. 내 전문성의 한계를 늘 의식하라. 내 생각과 맞지 않는 새로운 정보, 다른 분야의 새로운 정보에 호기심을 가져라. 그리고 나와 생각이 같은 사람하고만 이야기하거나, 내 생각과 일치하는 사례만 수집하기보다 내게 반박하는 사람이나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을 만나고, 나와 다른 그들의 생각을 오히려 세상을 이해하는 훌륭한 자원으로 생각하라.

-알라딘 eBook <팩트풀니스 : 우리가 세상을 오해하는 10가지 이유와 세상이 생각보다 괜찮은 이유> (한스 로슬링.올라 로슬링.안나 로슬링 뢴룬드 지음, 이창신 옮김) 중에서
(344-345/614p)

사실충실성은 단일 관점이 상상력을 제한할 수 있다는 걸 알아보는 것이고, 문제를 여러 각도에서 바라봐야 더 정확하게 이해하고 현실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다.

단일 관점 본능을 억제하려면 망치가 아닌 연장 통을 준비하라.

-알라딘 eBook <팩트풀니스 : 우리가 세상을 오해하는 10가지 이유와 세상이 생각보다 괜찮은 이유> (한스 로슬링.올라 로슬링.안나 로슬링 뢴룬드 지음, 이창신 옮김) 중에서
(372/614p)

비난 본능은 개인이나 특정 집단의 중요성을 과장한다. 잘못한 쪽을 찾아내려는 이 본능은 진실을 찾아내는 능력, 사실에 근거해 세계를 이해하는 능력을 방해한다. 비난 대상에 집착하느라 정말 주목해야 할 곳에 주목하지 못한다.
(380-381/614p)

언론은 중립적이지도 않고, 중립적일 수도 없으며, 그걸 기대해서도 안 된다.
(389/614p)

그보다는 언론인이 세계를 왜곡된 시각으로 바라보는 이유(답: 그들도 극적 본능을 지닌 인간이라서)와 언론 시스템의 어떤 요소가 그들로 하여금 왜곡되고 과도하게 극적인 뉴스를 내보내게 하는지(부분적인 답: 소비자의 주의를 사로잡는 경쟁을 해야 하고, 직장을 잃지 말아야 해서)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390/614p)

유럽의 여러 정부는 전쟁에 짓밟힌 나라의 난민에게 망명 자격을 신청 및 획득할 자격을 주도록 한 제네바 협약을 존중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들의 이민 정책은 그런 주장을 웃음거리로 만들고, 밀입국 알선자가 활동하는 운송 시장을 만들어낸다. 이는 공공연한 비밀이어서 생각이 아주 없지 않는 한 이를 모를 리 없다.
(394/614p)

오늘날 대기에 축적된 이산화탄소 대부분은 현재 4단계 삶을 사는 나라들이 지난 50년간 배출한 것이다. 캐나다의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중국보다 여전히 2배 많고, 인도보다는 8배 많다. 전 세계 연간 화석연료 사용량 중 가장 부유한 10억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아는가? 절반이 넘는다. 그리고 두 번째로 부유한 10억 인구가 그 나머지의 절반을 차지한다. 그리고 또 절반, 또 절반으로 이어지면서 가장 가난한 10억 인구는 겨우 1%를 차지할 뿐이다.
(396/614p)

사실충실성은 지금 희생양이 이용되고 있다는 걸 알아보는 것이고, 개인을 비난하다 보면 다른 이유에 주목하지 못해 앞으로 비슷한 문제의 재발을 방지하는 데 힘쓰지 못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다.
비난 본능을 억제하려면 희생양을 찾으려는 생각을 버려라.
(409/61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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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은 어떤 술을 좋아하시나요? 저는 맥주를 좋아합니다. 맥주의 알코올 도수는 약 5퍼센트쯤 됩니다. 디딤돌 효과가 맞다면, 제가 맥주를 몇 년 마시다 보면 맥주에 내성이 생겨서 전혀 기분이 좋아지지 않고, 결국 맥주를 증류시킨 위스키(40퍼센트)에 손을 댔다가 중독이 돼야 합니다. 막걸리를 좋아하면 소주중독자가 되고, 와인을 좋아하면 브랜디중독자가 돼야 하는 거죠. 그런데 현실에서 그런가요?

-알라딘 eBook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 (오후 지음) 중에서
(190/374p)

역설적인 상황입니다. 금지론자들이 걱정하던 디딤돌 효과는 오히려 완전히 금지를 할 때 더 많이 나타납니다. 실제로 금주법 시행 전과 금주법이 폐기된 이후를 비교했더니, 독주 소비가 훨씬 많아졌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금주법 이전에는 도수가 낮은 술들을 마시다가, 금주법 동안 독주를 마시다 보니 그 술에 익숙해진 거죠. 이 수치는 금주법이 해제되고 한참이 지난 1980년대가 되어서야 금주법 이전으로 돌아갔습니다.

-알라딘 eBook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 (오후 지음) 중에서
(192-193/374p)

중독의 대표적 이론은 ‘물질대사metabolism 불균형론’입니다.
마약은 기본적으로 화학물질이고, 몸에 흡수되면 여러 가지 화학반응을 일으킵니다. 마약이 특정 신경물질을 대체하기도 하고, 신경물질을 자극해 과하게 반응하게도 합니다. 이런 마약 작용이 몸에 익숙해지면, 마약을 하지 않았을 때 신경물질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작동하더라도 더 많은 신경물질을 요구하게 되고, 결국 마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우리 몸이 유지될 수 없게 되는 거죠. 단순히 심리적 요인이 아니라 신체적으로 마약을 갈구하게 된다는 겁니다. 당뇨병 환자가 인슐린을 찾듯이, 마약 사용자가 마약을 찾게 되는 거죠. 그리고 당뇨병 환자가 인슐린을 끊을 수 없듯이, 마약 사용자도 마약을 끊을 수 없게 됩니다.

-알라딘 eBook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 (오후 지음) 중에서
(206/374p)

제대로 성장한 사람은 자아의 3요소(원초아id, 자아ego, 초자아super ego)가 조화롭게 기능하지만, 미성숙한 사람은 이 3요소가 서로 파괴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알라딘 eBook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 (오후 지음) 중에서
(212/374p)

UN 마약범죄사무소(UNODC)의 리포트에 따르면 2015년 1년에 1회 이상 마약을 복용한 이는 대략 2억 5,500만 명 수준이라고 합니다. 이는 마약 가능 인구(15세에서 64세)의 5.3퍼센트에 해당합니다. 이들 중 대다수는 한 달에 한두 번, 마약을 가볍게 복용하는 사람들입니다. 이 가운데 마약중독이라 할 만한 이들은 대략 3,000만 명 정도죠.

-알라딘 eBook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 (오후 지음) 중에서
(218-219/374p)

정확히 통계에 잡히진 않지만, 연간 3,000억 달러(350조 원)가 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단위가 너무 커서 감이 안 오는 분들을 위해 비교를 하자면, 할리우드를 포함한 전 세계 영화시장 규모가 연간 1,000억 달러밖에 안 됩니다. 불법 마약시장이 전 세계 영화시장보다 세 배나 큰 거죠.

-알라딘 eBook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 (오후 지음) 중에서
(219/374p)

미국은 겉으로는 마약에 강경한 입장을 꾸준히 유지했습니다. 하지만 뒤에서는 전혀 다른 그림을 그리고 있었죠. 미국은 냉전시대 내내 전 세계의 공산화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친미 조직들의 마약판매와 무기 구입을 용인했습니다. 중요한 건 체제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제3세계 국가의 공산화를 저지해야 했죠. 그래서 친미 성향의 반군 단체들이 제조한 마약을 미국 내에 유통하게 해주고, 그 돈으로 미국 무기를 구입하게 해서, 공산정권을 전복시키는 쿠데타를 일으키게 했습니다.

-알라딘 eBook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 (오후 지음) 중에서
(221/374p)

미국이 벌이는 ‘마약과의 전쟁’은 뜬금없게도 남미의 자연 환경을 파괴하기도 합니다.

콜롬비아는 독특한 자연환경으로 세계 생물 다양성의 15퍼센트를 책임지고 있습니다.6 산림도 풍부해 지구의 허파 역할도 하죠. 그런데 미국의 마약시장이 거대해지면서 콜롬비아의 마약제조업자와 가난한 농부들이 숲에서 마약을 재배하기 시작합니다. 마약이 그나마 수익이 괜찮으니까, 그들은 공권력의 눈을 피해 숲속 깊이 들어와 숲을 밀어버리고 코카밭을 만듭니다. 콜롬비아의 산림 파괴 중 절반 이상이 이런 마약재배 때문에 일어납니다.

-알라딘 eBook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 (오후 지음) 중에서
(232/374p)

에스코바르가 그의 아들에게 해줬다는 조언으로 이 장을 마무리하죠.

진정으로 용감한 사람은 그것을 시도하지 않는 사람이다.

Valiente es el que no la prueba.

-알라딘 eBook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 (오후 지음) 중에서
(265/374p)

<레퀴엠> 마약 영화의 종결자

원제: <Requiem For A Dream>
개봉: 2000년
등장 약물: 엑스터시, 코카인, 헤로인, 메스암페타민, 대마초

※ 경고: 이 영화는 충격적인 장면과 보는 이의 기분을 바닥 끝까지 떨어뜨리는 내용을 다수 포함하고 있습니다. 관람에 주의하세요. 안 보셔도 괜찮습니다. 정말입니다. 물론 제가 이렇게 썼기 때문에 여러분은 이 영화만은 찾아보겠죠.

-알라딘 eBook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 (오후 지음) 중에서
(334/374p)

<카르텔 랜드> 마약범죄 아래에서의 삶

원제: <Cartel Land>
개봉: 2015년

현장감이 살아 있는 작품입니다. 쓰러진 카메라 앞으로 진짜 총알이 날아다니죠. 제작진의 용기에 찬사를 보냅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고통을 받는 모든 이들에게 위로를 전합니다. 영화에서 살아남은 이가 지나가듯 읊조리는 대사가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의 상황이 이 대사 같은지도 모르겠네요.

우린 운이 좋은 거예요. 일단은요.

-알라딘 eBook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 (오후 지음) 중에서
(351/374p)

우리 사회가 마약에 갖고 있는 태도도 이와 비슷한 측면이 있습니다. 도핑을 검사하는 일을 하면서 불법적인 도핑을 도왔던 그리고리처럼, 국가의 통치 아래서 우리도 이런 이중성을 너무도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국가는 국민을 휘어잡을 ‘마약은 아니지만 마약 같은 것’을 찾으려고 하고, 그 속의 개인은 ‘마약은 안 했지만 마약 한 것 같은 기분’을 꿈꾸죠.

영화 속에서 계속 인용되는 조지 오웰George Orwell의 말로 마무리하겠습니다.

모두가 거짓을 수용하면, 거짓은 역사의 일부가 되어 진실이 된다.

-알라딘 eBook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 (오후 지음) 중에서
(356/374p)

우리에게 좋은 환경이 주어진다면, 우리는 어떤 중독성이 강한 마약이라도 거부할 수 있다. 금단현상 또한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강하지 않다. 부정적인 주변 환경이 우리가 금단현상을 거부할 수 없는 것으로 느끼게 만들 뿐이다

-알라딘 eBook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 (오후 지음) 중에서
(361-362/374p)

빨갱이 칼 마르크스Karl Marx는 헤겔의 『법철학 강요』를 비평하면서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다"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이 말 한마디로 이후 전 세계 공산국가에서 종교가 탄압을 받게 됩니다. 끔찍한 일도 많았죠.

하지만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다"에서 아편은 마약이라기보다는 진통제로 보아야 합니다. 당시에 실제로 아편은 인민들의 진통제 역할을 했으니까요. 그렇게 보면 공산국가의 종교 탄압은 원인과 결과가 완전히 뒤바뀐 정책이었던 거죠.

-알라딘 eBook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 (오후 지음) 중에서
(364/374p)

마지막 인사는 네덜란드 훌스만 보고서의 한 문장을 옮기는 것으로 대신하죠.

국가는 국민의 어떤 행위에 대해, 국가 권력이 생각하는 삶의 개념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동의하지 못한다는 관점에 서서는 안 된다.

네, 그렇답니다. 우리의 국가는 그렇습니까?

아니 그 이전에, 우리는 국가가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알라딘 eBook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 (오후 지음) 중에서
(365-366/374p)

다음 책이 나올지 안 나올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남들 하는 건 다 하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함께 방송을 만들었던 지사, 준태, 멍부, PAIN, 길냥이, 스꿩크, 브람스, 무민에게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그들의 앞날이 코카인처럼 자극적이고, LSD처럼 환상적이길 바랍니다.

책을 쓸 수밖에 없게 만든 J와 M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책 한 권씩 강제로 보낼 테니, 냄비 받침으로 쓰세요. 언젠가 대마초 합법화되는 날, 한 모금씩 나눠 피워요.

또 (자식이 이런 책을 쓴지도 모르고 앞으로도 모를) 부모님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딱히 효자는 아니지만, 돌아가시기 전에 마약성 진통제는 아낌없이 넣어드릴게요. 늘 건강하세요.

쏟아지는 원고 더미 속에서 이 글을 건지고 다듬어준, 하명성 에디터와 동아시아출판사에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히로뽕처럼 팔려나가서 출판 시장의 한 획을 그으시길 기원합니다. 그 외에도 몇 군데 출판사에서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는데, 함께하지 못해 아쉽습니다. 정말 며칠 밤을 고민했어요(그러니 제발 다음에 제 원고를 거부하지 말아주세요).

마지막으로 이런 시시콜콜한 잡담까지 읽어준 독자 여러분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도서관에서 빌리지 않고 책을 구매하셨다면 두 번 전합니다. 제 글을 읽는 동안 마약 한 것 같은 기분이었길 바랍니다.

궁금한 사항이나 책 후기, 오류, 출판 문의, 강연 문의, 불우이웃 성금, 아르바이트 제의, 고백, 기타 잡담은 todayohoo@gmail.com으로 주세요. "마약 어디서 사요?" 같은 질문은 스팸 처리하겠습니다.

-알라딘 eBook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 (오후 지음) 중에서
(373-374/37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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