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없는 과학은 불구이고, 과학 없는 종교는 장님이다"라는 아인슈타인의 말이 흔히 인용되지만 아인슈타인은 이런 말도 했다.
 
물론 당신이 내 종교적 확신에 관해 읽은 것은 거짓말, 체계적으로 되풀이된 거짓말이었다. 나는 인격신을 믿지 않는다. 나는 그 점을 결코 부정하지 않고 명확히 표현해왔다. 내 안에 종교적인 무언가가 있다면, 그것은 우리 과학이 밝혀낼 수 있는 세계의 구조에 관한 무한한 찬탄이다.
 
아인슈타인이 모순된 말을 한 것일까? 논쟁의 양 당사자가 각각의 입장을 지지하기 위해 인용할 만한 말을 그가 했던 것일까? 그렇지 않다. 아인슈타인은 종교라는 말을 전혀 다른 의미로 썼다. 여기서는 초자연적 종교와 아인슈타인식의 종교를 계속 명확히 구별할 것이다. 따라서 초자연적인 신만을 망상이라 부를 것이다. - P51

나는 지극히 종교적인 불신자다. 이것은 다소 새로운 종류의 종교다.
나는 자연에 목적이나 목표 혹은 의인화라고 이해될 만한 것을 전혀 갖다 붙인 적이 없다. 우리는 자연을 매우 불완전하게만 이해할 수 있고, 이는 생각하는 인간이 겸손으로 채워야 하는 장엄한 구조다. 그것은 신비주의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진정으로 종교적인 감정이다.
인격신이라는 개념은 내게 아주 이질적이며 심지어 소박하게까지 보인다. - P52

1940년 아인슈타인은 "나는 인격신을 믿지 않는다"라는 말을 정당화하는 유명한 논문을 썼다. - P53

그렇다면 그는 볼테르(Voltaire)나 디드로(Denis Diderot) 같은 이신론자였나? 아니면 그를 탄복시킨 철학자 스피노자(Baruch Spinoza)처럼 범신론자였을까?
"나는 인간의 운명과 행위에 관여하는 신이 아니라, 존재의 질서 있는 조화 속에서 스스로를 드러내는 스피노자의 신을 믿는다." - P60

이신론자는 신이 일종의 우주적 지성이라고 보는 반면 범신론자는 신을 우주 법칙의 비유적 또는 시적 동의어라고 본다는 점에서 다르다. 범신론은 매력적으로 다듬은 무신론이다. 이신론은 물을 타서 약하게 만든 유신론이다. - P61

"신은 심술궂지만 악의적이지는 않다",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
"신은 우주를 창조할 때 선택을 했을까?"
같은 아인슈타인의 유명한 말들은 이신론적이거나 유신론적이지 않고 범신론적이다.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는 말은 "만물의 핵심에 무작위성이 자리 잡고 있지는 않다"는 말로 번역되어야 한다.
"신은 우주를 창조할 때 선택을 했을까?"라는 말은 "우주가 다른 식으로 시작되었을 수 있을까?"라는 의미다.
아인슈타인은 신을 순수하게 비유적인, 시적인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이는 호킹도 마찬가지다.
이따금 종교적인 비유를 사용하는 물리학자들도 대부분 그렇다.
폴 데이비스(Paul Davis)의 《신의 마음》은 아인슈타인식의 범신론과 모호한 이신론 사이를 떠도는 듯하다. - P62

아인슈타인이 한 말을 하나 더 인용함으로써 아인슈타인식의 종교를 종합해보자.
"경험할 수 있는 무언가의 배후에 우리 마음이 파악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으며, 그 아름다움과 숭고함이 오직 간접적으로만 그리고 희미하게만 우리에게 도달한다고 느낄 때, 그것이 바로 종교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종교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 역시 종교적이다.
"파악할 수 없는"이라는 말이 "영구히 파악이 불가능하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조건을 달아야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나는 스스로를 종교적이라고 말하지 않을 것이다.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니까.
그 오해는 파괴적이다. - P63

세이건은 그런 상황을 멋지게 표현했다.
"신이라는 말이 우주를 지배하는 물리 법칙들을 의미한다면, 그런 의미의 신은 분명히 존재한다. 이 신은 정서적인 만족을 주지 않는다……. 중력 법칙을 향해 기도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 P64

그러나 나는 물리학자들이 비유적인 의미로 신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는 말았으면 한다.
물리학자들의 비유적 또는 범신론적 신은 성서에 나오는, 그리고 사제와 이맘과 랍비가 말하는 신 즉, 인간사에 간섭하고 기적을 일으키고 우리의 생각을 읽고 죄를 벌하고 기도에 답하는 신과 아득히 멀다.
둘을 일부러 혼동시키는 것은 지적인 반역 행위다. -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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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버그는 신이라는 단어가 무용지물이 되지 않으려면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이해하는 방식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즉, ‘우리가 숭배하기에 적합한’ 초자연적 창조자를 지칭하는 데 사용해야 한다고 했다. 분명 이 말은 옳다. - P45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의 《시간의 역사(A Brief History of Time)》는 "그때야 비로소 우리는 신의 마음을 알게 될 것이다"라는 극적인(혹은 장난기 어린?) 말로 끝을 맺음으로써 대단한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사람들은 그 구절을 읽고서, 물론 잘못된 생각이지만 호킹이 종교인이라고 믿게 된다. 《자연의 신성한 깊이》에서 세포학자 어슐러 구디너프(Ursula Goodenough)의 말은 호킹이나 아인슈타인의 말보다 더 종교적으로 들린다. 교회, 모스크, 절을 사랑하는 그녀의 책에는 문맥에서 떼어내 보면 초자연적 종교의 방어 수단으로 삼을 만한 대목들이 상당히 많다. 그녀는 자신을 "종교적 자연주의자"라고 부르기까지 한다. 하지만 그녀의 책을 꼼꼼히 읽어보면 그녀가 사실은 나처럼 확고한 무신론자임이 드러난다.
‘자연학자(naturalist)’는 모호한 용어다. - P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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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분 안에 요리부터 식사까지. 큼지막한 양푼에다 간장과 밥, 깨와 참기름, 마지막으로 참치 한 숟갈이면 된다. 시원한 맥주 한 잔에 영화 한 편을 곁들어서 먹는다면 더 좋고. 어느새 가득 찬 몸과 마음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 P259

전기장판 하나에 행복할 수 있는 인생이라니… 묘하게 낭만 있어 보였다. - P268

나는 언제든 작고 잦게 행복해질 수 있다. - P304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계속해서 행복해지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았다. - P309

이 글을 쓰며 모자를 챙겨 오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옆으로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데도 눈물이 계속 났다. 자격이 있어야만 울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닫기까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다. - P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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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뛰는 것보단 걷는 것을, 걷는 것보단 앉는 것을, 앉는 것보단 눕는 모습을 보이던 내가 갑자기 뛰기 시작하자 엄마는 내가 미친 줄 알았다고 한다. - P185

그때, 내 앞에 사이좋은 한국인 모녀가 지나갔다. 나는 그분들을 간절한 눈빛을 가득 담아 쳐다보았다. "사진 찍어드릴까요?"라고 먼저 말을 건네주시더니, 한 장만 찍어 주셔도 되는데 아주 오랫동안 위치 선정, 포즈, 어플까지 추천해주면서 열정적으로 찍어 주셨다. 너무 감사했다. 나도 여기에 엄마랑 함께 왔다면 어땠을까. 정말 부럽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고, 그런 내 마음을 어떻게든 전하고 싶어서 말을 건넸다. "어머니랑 함께 오셨나 봐요!" 그분이 대답했다.
 
"저희 같은 학교 다니는 친구인데요."
"…"
"…" - P203

친구들과의 편안한 술자리를 좋아했고, 가족들과도 그런 시간을 보내 보고 싶었다. 그러나 한 번도 그런 시간을 가지지는 못했다. 엄마가 술을 안마시기도 했고, 아빠의 문제도 있었고, 왠지 우리 가족한테는 그런 게 안 어울린다고 느꼈던 것 같다. - P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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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망상에 시달리면 정신 이상이라고 한다.
다수가 망상에 시달리면 종교라고 한다.
- 로버트 퍼시그 - P7

부모의 종교로부터 벗어나고 싶다는 막연한 느낌과 그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품고 있으면서도 종교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자체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고. 당신이 그들 중 하나라면 이 책은 당신을 위한 것이다.
이 책은 무신론자가 되고 싶다는 소망이 현실적인 열망이고, 용감한 행위라는 사실을 일깨우기 위해 썼다.
당신은 균형이 잡힌, 행복하고 도덕적이고 지적인 무신론자가 될 수 있다. 그것이 내가 일깨우고자 하는 첫 번째 사실이다.
그 외에도 당신에게 일깨워주고 싶은 사실이 세 가지 더 있다. - P9

어쩌면 당신은 불가지론이 합당한 입장이고, 무신론은 종교만큼이나 교조적이라고 여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2장을 읽고 마음을 바꾸기를 바란다.
2장에서는 신(God)이 존재한다는 가설이 우주에 관한 과학적 가설 중 하나로서 다른 모든 가설들처럼 회의적으로 분석되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 P12

아마 당신은 철학자들과 신학자들이 신을 믿어야 할 타당한 이유들을 내놓았다고 배웠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신의 존재와 관련된 각종 논증들을 다룬 3장이 흥미진진하게 느껴질 것이다.
그 논증들은 사실 대단히 취약하다. - P12

아마 당신은 신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다면 세계가 어떻게 출현할 수 있었겠는가.
게다가 마치 설계된 것처럼 보이는, 온갖 다양한 종들을 자랑하는 생명은 또 어떻게 출현할 수 있었겠는가.
당신의 생각이 그렇다면, 4장을 읽고 깨달음을 얻기 바란다.
생물 세계에서 나타나는 설계라는 환각은 설계자가 있음을 가리키지 않는다. 그것은 찰스 다윈(Charles Darwin)의 자연선택설을 통해 훨씬 더 경제적이고 우아하게 설명된다.
그리고 우리는 자연선택 자체는 생물 세계만을 설명하고 있지만, 우주를 이해하도록 도와줄 그에 필적하는 설명 능력을 지닌 이론이 있을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내가 일깨워주고 싶은 두 번째 사실은 자연선택설과 같은 이론들이 지닌 힘이다. - P13

한편 인류학자와 역사학자는 모든 문화권에는 종교가 있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어쩌면 당신은 이를 근거로 하나든 그 이상이든, 신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만일 그렇다면 5장을 참조하기를. 종교가 그렇게 보편적인 이유가 일목요연하게 설명되어 있다. - P14

아니면 도덕심을 지니려면 종교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선해지려면 신이 필요한가?
그렇지 않은 이유를 알고 싶다면 6장과 7장을 읽어보기를. - P14

당신 자신은 신앙을 버렸으면서도, 종교가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가?
8장은 종교가 그렇게 좋은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논증한다. - P14

어린 시절의 종교 문제는 9장의 주제다. 9장에는 내가 일깨우고자 하는 세 번째 사실도 들어 있다. - P15

페미니스트들이 ‘그 또는 그녀’가 아니라 ‘그’, ‘휴먼(human)’이 아니라 ‘맨(man)’이라는 단어를 쓰면 질겁하듯이, ‘가톨릭 아이’나 ‘이슬람 아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모두가 질겁하기를 바란다.
굳이 종교를 언급하고 싶다면 ‘가톨릭 신자의 아이’라고 말하라.
누군가 가톨릭 아이라고 말할 때마다 말을 가로막고, 아이들은 아직 너무 어려서 경제나 정치 문제는 물론이고 종교 문제에 있어서도 자신이 어떤 입장에 서 있는지 알 수 없다고 정중히 지적하기를.
내가 이 글을 쓴 목적은 의식을 일깨우는 것이다.
따라서 이 말을 여기에서뿐 아니라 9장에서 되풀이하리라는 사실에 대해 양해를 구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니, 몇 번을 되풀이해도 부족하다.
내친 김에 한 번 더 말하겠다.
이슬람 아이가 아니라, 이슬람 신자의 아이다. 그 아이는 너무 어려서 자신이 이슬람교도인지 아닌지도 모른다.
이슬람 아이 같은 것은 없다. 가톨릭 아이 같은 것도 없다. - P16

1장과 10장에서는 종교화하지 않고도 현실 세계의 장엄함을 이해하는 데 커다란 도움을 줄 한 가지 방법을 소개하고, 이로써 지금까지 우리에게 영감을 주었던 종교를 대체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설명할 것이다. - P17

내가 네 번째로 일깨우고자 하는 것은 무신론자의 자긍심이다.
무신론자가 된다는 것은 결코 구차하게 변명해야 할 일이 아니다. 오히려 먼 지평선을 바라보며 당당히 나서야 할 일이다.
무신론은 거의 언제나 마음의 건전한 독립성 즉, 건강한 마음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 P17

미국에서 무신론자의 지위는 50년 전 동성애자의 처지와 다를 바가 없다. - P19

존 스튜어트 밀이 이렇게 말할 정도였다. "가장 명석한 사람들, 지혜와 덕을 겸비한 사람들 중에 종교적 회의론자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알게 된다면 세상은 경악할 것이다."
이 말은 오늘날에는 더욱더 옳다.
그에 대한 증거를 나는 3장에서 제시할 것이다.
무신론자가 그토록 많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공개적으로 자신이 무신론자임을 밝히지 않아서다.
나는 무신론자들이 공개적으로 자신의 정체를 밝히는 데 이 책이 도움을 주기를 바란다.
게이 운동이 그랬듯이, 공개적으로 자신이 무신론자임을 밝히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다른 무신론자들도 이에 동참하기가 쉬워진다.
연쇄 반응이 시작되는 어떤 임계 질량이 있는 듯하다. - P20

《펭귄 영어 사전》에 따르면 망상은 잘못된 믿음이나 인상이라고 한다.
놀랍게도 그 사전은 필립 존슨의 문장을 예문으로 사용한다. "다윈주의는 자신보다 더 고등한 권능자가 자신의 운명을 지배한다는 망상으로부터 인류를 해방시킨다." - P22

또 다른 사전은 망상을 "모순되는 강한 증거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믿음을 고집하는 것, 특히 정신장애의 한 증상"이라고 정의한다.
그 정의의 앞부분은 종교의 특성을 완벽하게 포착하고 있다. - P23

"누군가 망상에 시달리면 정신 이상이라고 한다. 다수가 망상에 시달리면 종교라고 한다."
* 조에 호킨스 박사, 비어타 애덤스 박사, 폴 세인트존 스미스 박사와 대화를 나눌 때 나온 이야기다.

이 책이 내가 의도한 효과를 발휘한다면, 책을 펼칠 때 종교를 가졌던 독자들은 책을 덮을 때면 무신론자가 되어 있을 것이다.
얼마나 주제넘은 낙관론인가!

물론 독실한 신앙인은 논증에 면역이 되어 있을 것이다. 이는 수백 년간 발전되어온 다양한 방법들(진화된 것이든 설계된 것이든)을 통해 어린 시절부터 장기간 교화되어온 결과다. 단순하지만 더 효과적인 면역학적 장치는 아예 이런 책은 펼치지 말라는 무시무시한 경고일 것이다. 사탄의 책이 분명하다고 말이다. -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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