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힘찬 정열에 넘쳐
날마다 괴물 같은 아이를 배던 그 시절,
나는 젊은 여자 거인 곁에 살고 싶었네
여왕 발밑에서 사는 음탕한 고양이처럼

- 샤를 보들레르, 〈여자 거인〉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906133 - P302

이 깨달음의 단초는 우키요에가 제공해준 것입니다. 원근법 따위는 원래 없었다고 말하는 ‘완전 평면’ 우키요에의 미. 이것이 바로 마네가 숨겨놓은 ‘미래로 가는 문’입니다. ‘그림이 그려지는 곳은 평면이다’라는 마네의 발상 전환은 이후 인상주의, 표현주의, 야수주의, 입체주의, 추상주의 등 모든 모더니즘 회화의 기본 정신으로 이어집니다. 지금의 회화들 중 아무거나 떠올려보세요. 왜 다 ‘완전 평면’일까요? 그 시작은 마네로부터 비롯되었습니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906133 - P304

〈폴리베르제르 바〉 이전에 모든 회화는 ‘단 하나의 시점’만을 적용했습니다. 그 시점은 보통 그림의 정중앙이었죠. 이것은 너무도 당연해 아무도 의심치 않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마네는 이 고정관념을 파괴합니다. 한 장의 그림에 단일시점이 아닌 복수시점을 적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906133 - P310

에두아르 마네가 ‘미래의 회화로 가는 문’을 찾았다면, 누군가는 그 문을 열어야겠죠? 바로 모네가 그 문을 열고 들어갑니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906133 - P318

1826년, 프랑스 화학자 니엡스에 의해 무려 8시간이나 노출시켜 찍은 최초의 사진이 탄생합니다. 여러모로 쓸모 있던 이 기술은 여러 학자들에 의해 경쟁적으로 연구되죠. 얼마 지나지 않은 1851년, 단 몇 초의 노출만으로 사진 한 장을 얻을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됩니다. 아무리 뛰어난 화가라도 카메라보다 완벽하고 사실적으로 인물과 풍경을 묘사할 수는 없습니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906133 - P322

1850년대, 초상사진은 대유행을 일으키며 초상화를 빠른 속도로 대체하기 시작합니다. 인간이 만든 카메라라는 기계가 인간이 만든 회화를 집어삼키는 꼴이 된 거죠.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906133 - P323

1840년대에 와서야 대량 생산이 가능해진 튜브 물감이 화가들에게 무한 이동의 자유를 준 것입니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906133 - P32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나의 ‘삶’은 하나의 ‘별’ 아닐까요? 삶을 보는 관점과 삶을 사는 방식은 이 지구의 사람 수만큼 다채롭게 빛나고 있습니다. 마치 밤하늘 자기만의 빛을 내보이는 별처럼 말이죠. 삶을 살아가는 데에 정답은 없습니다. 다만, 각자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삶의 빛’이 있을 뿐이죠. 고갱도 그러했고, 그는 그 빛을 따라갔습니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906133 - P267

그런 고갱 미술의 핵심 키워드는 ‘원시성’입니다.
태초의 원시성을 간직한 곳으로 가 문명의 때가 0.01퍼센트도 없는 순수성에 도달하고자 했습니다.
이를 위해, 인상주의의 짧은 붓 터치를 거부하고, 사물에 진한 윤곽선을 그렸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 강렬하고 대담하게 색면을 칠해 형태를 단순화(클루아조니슴)시켰습니다.
또 인상주의까지 이어져온 외부세계에 대한 단순 재현을 거부하고, 그리는 모든 것에 화가의 주관적 느낌과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이것은 필연적으로 화가가 색과 형태를 자유롭게 변화·왜곡시키는 시발점이 됩니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906133 - P271

고갱의 이런 생각은 당시에는 인정받지 못했지만, 이후 표현주의, 야수주의, 원시주의, 추상주의 회화로 이행되는 씨앗이 되었습니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906133 - P272

그야말로 마네는 선지자였습니다. 과거의 패러다임에 갇혀 있던 미술을 붓으로 내려쳐 금을 냈고, 전혀 새로운 모더니즘 미술로 가는 문을 찾았습니다. 또한 후배들이 그 문을 찾아 열도록 자신의 그림 속에 수수께끼처럼 숨겨두었습니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906133 - P277

르네상스 이후 500년간 불변의 진리처럼 이어져온 전통적 주제와 기법, 이 금단의 영역에 31세 당돌한 사내가 돌을 던집니다. 그는 ‘보들레르’와 ‘우키요에’라는 두 개의 램프를 쥐고 칠흑 같은 어둠 속으로 뛰어 들어갑니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906133 - P293

"현대의 생활, 즉 동시대 사람과 생활상을 그려야 해." 마네에게 수없이 얘기했을 보들레르의 한발 앞선 생각이 마네의 정신을 흔들어 깨운 셈입니다. 그 결과, 풀밭 위에 퇴폐적으로 노니는 1860년대 부르주아들의 생활상을 풍자하는 그림으로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906133 - P298

〈올랭피아〉는 티치아노의 〈우르비노의 비너스〉라는 명작을 오마주한 작품입니다. 이 점은 〈풀밭 위의 점심 식사〉와 같군요. 그러나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훨씬 노골적입니다. 왜냐고요? 사실 ‘올랭피아’는 당시 매춘부가 주로 사용하던 이름이었습니다. 즉, 이 그림은 비너스가 아닌 매춘부를 그린 것이죠. 그녀의 목에 걸린 검정색 초커 목걸이는 매춘부를 상징하는 장신구입니다. 그녀 뒤에 흑인 하녀가 들고 있는 꽃다발은 스폰서가 그녀에게 선물한 것입니다. 그녀의 발밑을 볼까요? 벌떡 선 검은 고양이 한 마리가 보이는군요. 검은 고양이의 꼬리는 남성의 성기를 상징합니다. 이 그림은 신화의 한 장면이 아닌, 당시 매춘의 현장을 포착한 것입니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906133 - P30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자연에는 화학적 성질이 뚜렷하게 다른 원소가 92종이 있다.
우리는 최근까지 지구의 모든 물질이 이 92종 원소의 조합으로 이루어져있다고 믿었다.
물론 대부분의 물질은 이 아흔두 가지 원소로 구성된 각종 분자의 형태로 존재한다.
예를 들어 생명 현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물은 산소와 수소 원자로 만들어진 분자이다.
지구 대기는 질소N, 산소, 탄소 C, 수소H와 아르곤 Ar으로 형성된 N₂, 0, CO., HO와Ar 등의 분자를 주요 구성 성분으로 한다.
흙은 규소, 산소, 알루미늄, 마그네슘, 철 등의 원자들로 구성된 매우 다양한 분자들이 주성분이다.
불은 화학 원소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원자가 고온의 상태에 놓이면 전자를 잃고 전리된다. 이렇게 전리된 고온의 플라스마가 내는 전자기 파동이 우리에게 불로 보이는 것이다. - P439

모든 원자가 양성자, 중성자, 전자의 세 가지 소립자들로 구성됐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중성자가 발견된 것도1932년이었다.
양성자, 중성자, 전자의 구성비에 따라서 원자의 종류가 결정되고, 그 원자들이 적당히 모여서 분자들을 생성하고, 이 분자들이 조합을 이뤄 지구상의 모든 물질을 만든다.
그러므로 현대 물리학과 현대 화학은 매우 복잡한 이 세상을 단 세 가지 소립자로 환원시켜 놓은 셈이다. - P441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중성자性子는 전하를 띠지 않는다.
양성자와 전자는 똑같은 크기의 양전하와 음전하를 갖는다.
부호가 다른 전하들 사이에 작용하는 인력이 원자를 원자로 남아 있게 하는 요인이다.
원자는 전체적으로 중성이므로 핵에 있는 양성자의 개수와 전자구름을 이루는 전자의 개수가 정확하게 일치한다.
한 원자의 화학적 성질은 전자의 개수에 따라 좌우되는데, 원자 번호가 바로 양성자나 전자의 개수이므로 원자 번호에서 그 원자의 화학적 특성을 쉽게 점칠수 있다.
그러므로 화학은 숫자 놀음이다.
이 소리를 피타고라스가 들었다면 무척 기뻐했을 것이다.
전자와 양성자를 하나씩 갖고 있으면 수소, 둘씩이면 헬륨, 셋씩이면 리튬, 넷씩이면 베릴륨, 다섯씩이면 보론, 여섯씩이면 탄소, 일곱씩이면 질소, 여덟씩이면 산소, 이런 식으로 계속된다.
원자 번호 92의 우라늄은 양성자와 전자를 각각 아흔두 개씩 갖는다. - P441

백조자리에서 가장 밝은 알파별, 즉 데네브 Deneb 쪽을 관측해 보면 온도가 극도로 높은 초대형의 기체 구에서 나오는 희뿌연 빛의 흔적을 볼 수 있다.
이것은 기체 구의 중앙에 있던 별들이 자신의 일생을 초신성 폭발로 마감할 때 생긴 흔적이다.
초신성이 폭발하면 그때 발생한 충격파가 주위에 있던 성간 물질에 전해진다.
그러면 그 성간운의 밀도가 증가한다.
그 결과로 새로운 별의 탄생으로 이어질 중력 수축이 성간운에 유발된다.
그러므로 별들에게도 인간처럼 부모가 있고 그들의 세계에도 세대가 있는 셈이다.
먼저 태어난 별의 죽음이 새로운 별의 탄생을 가져오니까 하는 말이다. - P447

태양과 내 눈 사이에 지구가 가로놓여 있어도 육안을 통과하는 중성미자의 개수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가시광선에 대해 유리판이 투명하해서듯이 중성미자에 대해 지구가 통째로 투명하다. - P449

태양은 이제 적색 거성巨星이 된다.
가시광선으로 드러나는 태양 표면이 중심으로부터 아주 멀리떨어져 있기 때문에 외각부 外投部에서 느끼는 중력은 미약하기 이를 데없다.
그 까닭에 적색 거성이 된 태양의 바깥 대기층은 항성풍의 형태로 공간에 서서히 흩어져 나간다.
벌겋게 부풀어 적색 거성이 된 태양은 수성과 금성을 집어 삼키고 종내에는 우리 지구까지 자신의 품안에넣어 버린다.
그러므로 내행성계가 완전히 태양 안에 들어가게 된다.
내행성계의 최후인 것이다. - P45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자들의 척력 덕분에 우리는 일상생활을 무리 없이 꾸려 갈 수 있다.
우리의 일상이 원자의 미시적 구조에 의존하는 것이다.
전하만 사라져 버리면 모든 것이 눈에 보이지도 않을 먼지 부스러기가 된다.
전기력이 작용하지 않는다면 우주의 그 어떤 구조물도 그대로 남아 있을 수가 없다.
그렇게 된다면 전자, 양성자, 중성자 등으로 만들어진 구름들 그리고 중력으로 엉겨 붙은 소립자의 덩어리들만이 있는 무형의 우주가 우리의 세상일 것이다. - P435

탄소의 핵에 양성자와 중성자가 각각 여섯개씩 들어 있고, 핵 바깥에는 전자 여섯 개의 구름이 자리하고 있다.
탄소 원자의 핵에서 한 덩어리를 떼어 내면, 예를 들어 양성자와 중성자를 두 개씩 떼어 낸다면 그것은 더 이상 탄소 원자가 아니라 헬륨 원자가된다.
이렇게 원자핵의 일부가 떨어져 나가는 현상이 핵폭탄과 원자력발전소에서 실제로 발생한다.
이 경우 탄소 원자가 분열하는 것은 아니다.
애플파이를 91번 가른다면, 즉 탄소 원자를 한 번 더 쪼갠다면 작은탄소 원자가 아니라 다른 종류의 원자, 즉 탄소와는 전혀 성질이 다른 원자가 만들어진다.
원자를 자르면 원소의 돌연변이가 생기는 것이다. - P43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영웅의 여정 - 조지프 캠벨이 말하는 신화와 삶
조지프 캠벨 지음, 박중서 옮김 / 갈라파고스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의 조지프캠벨 만년의 역작입니다. 그의 신화에 대한 통찰을 또 한번 기대해 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