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시스템이 안전이나 유연성보다는 효율성, 특히 단기적인 효율성 중심으로 짜여졌기 때문입니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71300 - P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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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지 좀 마세요." 나는 소리쳤다. "저 악마 같은 작살잡이가 식인종이라는 말을 왜 해주지 않았소?"

"알고 있는 줄 알았지. 거리에서 머리를 팔러 다닌다고 했잖나? 이제 다시 침대에 들어가 자도록 하게. 이봐, 퀴퀘그. 너, 나 안다. 나, 너 안다. 이 사람, 너하고 같이 잔다. 알았지?"

"나 잘 알아." 퀴퀘그는 툴툴거리고 파이프를 뻐끔뻐끔 빨면서 침대에 일어나 앉았다.

"너 들어와." 그는 손도끼로 나를 부르고 옷을 한쪽 옆으로 던지면서 덧붙여 말했다. 그의 태도는 정말로 예의바를 뿐만 아니라 친절하고 너그럽기까지 했다. 나는 선 채로 잠시 그를 바라보았다. 문신을 했는데도 그는 대체로 깨끗하고 말쑥해 보이는 식인종이었다. 내가 왜 그렇게 야단법석을 떨었을까.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 사람도 나와 똑같은 인간이야. 내가 이 사람을 두려워했다면, 같은 이유로 이 사람도 나를 두려워했을 거 아닌가. 술에 취한 기독교도보다는 취하지 않은 식인종과 함께 자는 게 나을지도 몰라.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3898084 - P113

이불은 알록달록한 색깔의 작은 네모꼴과 세모꼴 헝겊을 이어붙인 것이었고, 그의 팔에는 끝에서 끝까지 온통 크레타의 미궁 같은 형상이 문신으로 새겨져 있었는데, 모든 부분이 저마다 다른 색깔이었다. 이것은 아마 그가 바다에서 불규칙적으로 셔츠 소매를 걷어 올려 그때그때의 사정에 따라 팔을 햇볕에 드러내기도 하고 그늘에 두기도 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팔은 꼭 솜을 넣어서 누빈 조각이불처럼 보였다. 실제로 내가 처음 눈을 떴을 때는 그 팔의 일부가 이불 위에 놓여 있었는데, 팔과 이불의 색깔이 한데 어우러져서 어느 것이 팔이고 어느 것이 이불인지 구별할 수 없을 정도였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3898084 - P115

부츠 신는 것을 남에게 보이면 안 된다는 예법은 들어본 적이 없었지만, 퀴퀘그는 알다시피 탈바꿈 상태─애벌레도 아니고 나비도 아닌 상태에 있는 존재였다. 그는 기묘하기 짝이 없는 방식으로 자신의 특이함을 드러내 보일 만큼만 문명화되어 있었다. 그의 교육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는 아직 졸업하지 않은 재학생이었다. 조금이라도 문명화되지 않았다면 그는 아마 부츠 때문에 애를 먹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아직도 야만인이 아니었다면 부츠를 신기 위해 침대 밑에 들어가는 것은 꿈에도 생각지 않았을 것이다. 마침내 그는 움푹 찌그러지고 납작해진 모자를 눈 위까지 눌러 쓴 채 침대 밑에서 기어 나왔다. 그러고는 방 안을 쿵쿵거리며 돌아다니기 시작했는데, 아마도 그것은 축축하고 주름진 쇠가죽 부츠─발에 맞춰 주문한 부츠도 아니었을 것이다─가 아직 길이 들지 않아, 그 추운 아침의 첫걸음에 발을 꽉 죄어 고통을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3898084 - P124

눈여겨보았더니, 놀랍게도 그는 침대 모서리에서 작살을 집어 들어 나무로 된 기다란 자루를 뽑아버리고 작살의 날을 칼집에서 빼내더니 부츠에다 쓱쓱 문질러 날을 벼린 다음, 벽에 걸려 있는 작은 거울로 성큼성큼 다가가서 기운차게 수염을 밀기 시작했다. 아니, 얼굴에 작살질을 시작한 것이었다. 나는 그때 퀴퀘그가 로저스 상회의 최고급 칼붙이를 너무 혹사하는 게 아닌가 생각했는데, 작살 날이 아주 좋은 강철로 만들어져 있고 그 길고 곧은 날이 늘 날카롭게 유지되고 있다는 것을 나중에 알고는 그의 이런 행동에 별로 놀라지 않게 되었다.

나머지 몸치장은 곧 끝났다. 그는 커다란 선원용 재킷으로 몸을 감싸고, 작살을 마치 장군의 지휘봉처럼 휘두르면서 자랑스럽게 밖으로 나갔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3898084 - P126

하지만 실컷 웃는 것은 아주 좋은 일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보기 드물게 좋은 일이다. 그래서 더욱 유감이다. 그러니까 어떤 사람이 자신을 유쾌한 웃음거리로 제공한다면, 그 사람이 부끄러워서 꽁무니를 빼지 않고 기꺼이 자신을 웃음거리로 삼고 남의 웃음거리가 되게 해주어라. 자신에 대해 실컷 웃을 거리를 갖고 있는 사람에게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이 들어 있을 게 분명하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3898084 - P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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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 창백한 보조교사였다. 코트도 마음도 몸도 두뇌까지도 너덜너덜해진 그의 모습이 지금도 눈앞에 선하다. 그는 언제나 낡은 사전과 문법책을 내놓고, 세상에 알려져 있는 모든 나라의 화려한 국기가 요란하게 그려진 이상한 모양의 손수건으로 먼지를 떨어내고 있었다. 그는 낡은 문법책의 먼지를 떠는 일을 좋아했는데, 그 일을 하면서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자신의 운명을 조용히 생각하는 듯했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3898084 - P9

내 이름을 이슈메일1이라고 해두자. 몇 년 전─정확히 언제인지는 아무래도 좋다─지갑은 거의 바닥이 났고 또 뭍에는 딱히 흥미를 끄는 것이 없었으므로, 당분간 배를 타고 나가서 세계의 바다를 두루 돌아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것은 내가 우울한 기분을 떨쳐버리고 혈액순환을 조절하기 위해 늘 쓰는 방법이다. 입 언저리가 일그러질 때, 이슬비 내리는 11월처럼 내 영혼이 을씨년스러워질 때, 관을 파는 가게 앞에서 나도 모르게 걸음이 멈추거나 장례 행렬을 만나 그 행렬 끝에 붙어서 따라갈 때, 특히 심기증에 짓눌린 나머지 거리로 뛰쳐나가 사람들의 모자를 보는 족족 후려쳐 날려 보내지 않으려면 대단한 자제심이 필요할 때, 그럴 때면 나는 되도록 빨리 바다로 나가야 할 때가 되었구나 하고 생각한다. 이것이 나에게는 권총과 총알 대신이다. 카토2는 철학적 미사여구를 뇌까리면서 칼 위에 몸을 던졌지만, 나는 조용히 배를 타러 간다. 이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바다를 알기만 하면 누구나,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언젠가는 바다에 대해 나와 비슷한 감정을 품게 될 것이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3898084 - P48

돈을 내는 행위는 과수원의 두 도둑9이 우리에게 물려준 괴로움 중에서도 아마 가장 불쾌한 괴로움일 것이다. 하지만 ‘대가를 받는 것’─이것을 무엇과 비교할 수 있을까? 돈이야말로 지상의 모든 악의 근원이고, 부자는 절대로 천국에 들어갈 수 없다고 우리가 진지하게 믿고 있음을 생각하면, 사나이가 멋진 활동으로 돈을 받는 것은 참으로 경탄할 만한 일이다.
아아! 우리는 얼마나 기꺼이 우리 자신을 파멸에 내맡기고 있는가!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3898084 - P59

이런 이유로 고래잡이 항해는 반가운 일이었다. 이제 경이의 세계로 통하는 거대한 수문이 열렸다. 목표를 향해 나를 내몬 멋진 공상 속에서 둘씩 짝을 지어 내 영혼의 깊은 곳으로 헤엄쳐 들어오는 고래의 끝없는 행렬이 보였다. 그리고 그 행렬 한복판에, 하늘로 우뚝 솟은 눈 덮인 산처럼 두건을 쓴 거대한 유령이 하나 떠다니고 있었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3898084 - P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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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할게.

 

나는 책에 단단히 빠졌어.

남들 앞에서도 책을 읽어.

무슨 물건이든 책갈피로 써.

허구와 현실을 혼동해.

도서관 연체료 미납자로 수배 중이야.

아이들 책을 훔쳐 읽곤 해.

살짝 신비스러운 리얼리즘이 좋아.

오래된 책 냄새가 좋아.

글 안 써지는 병의 특효약을 찾아 헤매고 있어.

문장부호에 신경을 많이 써.

고전을 읽고 말 거야(언젠가는).

‘국민 소설’이 될 작품을 쓰고 있어.

항상 노트를 가지고 다녀.

글을 쓰지 않으면 못 살아.

그래서 말인데…

 

책 좀 빌려줄래?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72028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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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백서는 2019년 문재인 정부가 검찰개혁에 시동을 걸기 시작하면서 검찰, 정치권, 기성 언론과 1인 미디어, 그리고 두 개의 광장으로 양분되어 혼란스러웠던 이른바 ‘조국 대전’에 참여한 주요 주체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백서는 어디까지나 백서이므로 우리는 무엇보다 ‘자료 제공’에 충실하기 위해 노력했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71763 - P13

‘공정의 가치’를 구조적으로 짓밟아온 세력들이 자신들의 죄는 은폐하고 거꾸로 ‘조국’이라는 이름에 모든 죄를 쏟아부었다. 가해자를 피해자로, 피해자를 가해자로 둔갑시키는 요설이 판을 쳤다. 거짓이 주인 노릇을 하는 무대가 세워진 것이다. 타격의 깊이는 아주 깊었고 그 상흔은 아무리 많은 세월이 지나도 사라지기 어려울 정도였다. 인격 살인이 무수히 반복되었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71763 - P23

첫째, 사회적 네트워크(연줄) 또는 문화자본과 관련한 문제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71763 - P51

인류의 역사는 이런 생래적(生來的)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한 집단적 노력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그 해소 방안은 여전히 뚜렷하지 않다. 계급을 없애기 위한 계급 혁명은 결과적으로 성공 사례를 만들지 못했다. 지금도 이런 불평등을 완화할 것이냐 고착화할 것이냐를 둘러싼 대립이 전 세계 정치적 갈등의 중심에 놓여 있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71763 - P53

문제는 계층 간 상하 연결은 끊어지고 계층 내 수평 연결만 유지되는 ‘연줄 사회’를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에 있다. 그런데 자사고 폐지 반대 운동에서 보듯이 우리 사회에는 계층별로 단절된 ‘수평적 연줄’ 문화가 계속되기를 바라는 사람이 오히려 많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71763 - P56

언론매체들은 ‘계층별 연줄 문화가 작동하는 방식’을 문제 삼지 않고 이를 개인의 도덕성 문제로 치환해버렸다. 특목고, 자사고 폐지에 반대하는 사람들과 특목고 출신이 많은 이른바 ‘명문대’ 학생들이 이 문제를 가장 격렬히 비난한 것도 아이러니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71763 - P57

둘째, 개혁주의자의 ‘위선’ 또는 존재와 의식의 불일치에 관련된 문제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71763 - P57

지향하는 방향과 생활 방식이 반드시 일치해야 한다면 개혁주의는 ‘빈곤의 철학’ 또는 ‘실패한 자의 철학’이 될 수밖에 없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71763 - P58

셋째, 공평과 공정에 관한 문제다. 공평은 본래 평등과는 다른 개념이다. 예컨대 고대 그리스의 권투에는 ‘체급’이 없었다. 그 시대 사람들은 생래적인 체격 차이가 경기력에 그대로 반영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겼다. 사람이 귀족과 노예로 나뉘는 것도 신이 정한 ‘불평등’이기 때문에 인간이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믿었다. 공평이란 이런 생래적 불평등을 전제로 하는 개념이었다. 그래서 귀족과 천민을 달리 대우하는 것이 공평이었고, 같은 귀족이라도 등급에 따라 차등 있게 대하는 것이 공평이었다. 신분제가 철폐된 근대 이후 공평은 평등에 가까운 개념으로 이동했지만 그 기준을 정하는 일은 대단히 어려워졌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71763 - P60

검찰 수사는 견문발검(見蚊拔劍) 즉 ‘모기를 보고 칼을 뽑아 든다’는 조롱도 아까울 정도였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71763 - P74

검찰 주장대로라면 비리를 발견하고 자체 감찰한 뒤 징계하면 ‘감찰 무마’, 수사 기관에 이첩하면 ‘하명 수사’가 되는 격이었다. 청와대의 정책적 판단과 행위 전반을 검찰 마음대로 재단하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었다. 이 두 ‘혐의’는 그 자체로 ‘검찰 공화국’의 실체, 또는 ‘검찰 공화국’을 향한 검찰의 욕망을 드러낸 것이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71763 - P79

첫째, 여론에 중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언론 대기업들의 정치적 편향성이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71763 - P85

둘째, 검찰청 출입 기자들이 검사들과 유착되는 경향이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71763 - P88

또 다른 문제로 지적된 것은 한국 언론의 ‘인권 감수성’ 결여 현상이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71763 - P89

조국 장관 임명 문제와 관련해 한국 언론이 몇 개월에 걸쳐 쏟아낸 수만 건의 기사에 담긴 것은 ‘광기’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유대인이 부도덕하고 위선적이며, 성실한 독일인들의 기회와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한목소리로 대량학살을 유도 또는 방조했던 나치 시대 독일 언론의 광기와도 흡사했다. 양자가 같았던 것은 ‘한쪽 주장만 전달하기’였고, 양자가 달랐던 것은 ‘외압의 유무’였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71763 - P91

국회는 2019년 12월 30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공수처법)을, 이어 2020년 1월 13일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개정안(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의결했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71763 - P101

‘자기 집단의 이익이 줄어들 것을 우려한 검찰이 자유한국당 및 대다수 언론의 지원하에 기소권을 남용하여 대통령의 권한을 침해하고 조국 일가를 풍비박산이 나게 한 사건’이라고.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71763 - P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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