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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이중 하나는 거짓말
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12월
평점 :
거짓과 참의 줄타기, 삶
성년이 얼마 남지 않은 같은 또래 청소년 셋 - 지우, 채운, 소리 - 이 각자 화자가 되어 이런 저런 조합으로 서로 연결되어 이야기가 전개 되는 방식이라 여느 성장 소설의 패턴처럼 아주 낯설진 않습니다. 근데 나름 흡입력이 있습니다.
화자 중 가장 먼저 등장하는 지우는 어릴적 저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내향적인 그는 그림그리기에서 해방감과 동시에 위안을 얻습니다.
“한마디로 요약되지 않고, 직접 말했을 때보다 그림으로 그렸을 때 훼손되는 부분이 적은 어떤 마음을. 그러다보면 자신도 그 과정에서 뭔가 답을 알게 될 것 같았다. 혹은 다른 질문을 발견하거나.“ (77쪽, 전자책)
- <이중 하나는 거짓말>, 김애란
“지우는 만화 속 ‘칸’이 때로 자신을 보호해주는 네모난 울타리처럼 여겨졌다. 둥글고 무분별한 포옹이 아닌 절제된 직각의 수용.” (111쪽, 같은 책)
지우가 제겐 주인공 셋 중 가장 비중이 커 보였고 무엇보다 아마도 그의 고통과 상실감의 깊이가 그를 그렇게 보이게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자신은 지상에 박힌 압정처럼 하나의 점으로 가까스로 존재하는데, ‘서사 그래프’에 나오는 그 약동하는 선을 가진 이들이 부러웠다.” (203쪽, 같은 책)
“‘가난이란…… 하늘에서 떨어지는 작은 눈송이 하나에도 머리통이 깨지는 것. 작은 사건이 큰 재난이 되는 것. 복구가 잘 안 되는 것……’“ (209쪽, 같은 책)
존재의 상실이든 아니든 그들의 부모들처럼 주위 인물들의 역할이 제겐 더 생동감이 있었어요. 마찬가지로 지우에게 용식(도마뱀)이, 채운에게 뭉치(반려견)가 그런 존재였죠. 부모와 반려동물 모두 그들의 이름으로 불려지는 설정도 작가의 의도가 아닐까 싶을 정도였습니다.
그 중 지우의 보호자, 선호아저씨의 존재감은 그 비중에 비해 단연 압도적이네요. 그의 존재가 아이들과는 달리 이미 스스로 참과 거짓의 경계를 넘어선 듯합니다. 사실보다 중요한 게 ’당위‘, 즉 ’마땅이 그러한 것‘ 임을 알죠. 멋진 어른입니다.
“—그러니 부탁인데 지우야.
—……
—나를 떠나지 말고, 나를 버려라.” (215쪽, 같은 책)
참과 거짓이 존재를 구성하는 빛과 그림자일 수도 있겠다. 그 경계를 구분하기 어려운 무언가일 수도 있겠구나. 그게 삶이구나. 짧지만 긴호흡 같은 기시감을 주는 독특한 작품입니다.
교실속에서 ‘이중 하나는 거짓말’게임으로 주인공들을 소개하는 설정처럼 스스로 이 게임에 참여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