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형용사나 부사, 은유나 상징이 제거된 가장 단순한 구조의 문장으로만 의사소통을 했다. 때로 우리는 의미가 불분명한 문장들을 만들었고 아주 자주, 정반대 의미의 어휘를 선택하는 실수를 범하기도 했지만 그런 것들은 대체로 문제가 되지 않았다. 신기한 체험이었다. 사실 우리 중 누구도 상대가 하고자 하는 말을 백 퍼센트 이해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우리의 말이 온전히 전달된다고 착각하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우리의 대화는 이어졌다. 최소한의 단어들의 나열과 어조의 높낮이, 그리고 손짓과 눈짓만으로도 충분한 말들이 여기, 이 식사 자리에 있었다. 알고 있는 단어가 한정되어 있었고, 만들 수 있는 문형이 제한되어 있었으므로 우리는 종종 설명해야만 하는 많은 부분들을 생략하거나 변형시켰다. 우리가 주고받는 말 속에서 고향에 흐르던 실개천은 강물이 되기도 하고, 미처 외우지 못한 8월이라는 단어는 3월로 대체되기도 했다. 내가 묘사한 나의 과거 역시 실제의 내 과거와 같지 않았다. 내가 그려내는 내 미래가 그러하듯이.
-알라딘 eBook <폴링 인 폴> (백수린 지음) 중에서 - P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