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영혜의 낡은 검은 스웨터에서 희미한 나프탈렌 냄새가 났다.
그녀가 대답하지 않자, 영혜는 한번 더 언니, 하고 속삭였다.
언니....... 세상의 나무들은 모두 형제 같아. - P175
꿈속에선, 꿈이 전부인 것 같잖아. 하지만 깨고 나면 그게 전부가 아니란 걸 알지...... 그러니까, 언젠가 우리가 깨어나면, 그때는......
그녀는 고개를 든다. 구급차는 축성산을 벗어나는 마지막 굽잇길을 달려나가고 있다. 솔개로 보이는 검은 새가 먹구름장을 향해 날아오르는 것이 보인다. 쏘는 듯한 여름햇살이 눈을 찔러, 그녀의 시선은 그 날갯짓을 더 따라가지 못한다.
조용히, 그녀는 숨을 들이마신다. 활활 타오르는 도로변의 나무들을, 무수한 짐승들처럼 몸을 일으켜 일렁이는 초록빛의 불꽃들을 쏘아본다. 대답을 기다리듯, 아니, 무엇인가에 항의하듯 그녀의 눈길은 어둡고 끈질기다. - P221
마치 위로하듯 평온하고 낮은 목소리로 영혜는 그녀를 불렀다.
언니.
영혜의 낡은 검은 스웨터에서 희미한 나프탈렌 냄새가 났다.
그녀가 대답하지 않자, 영혜는 한번 더 언니, 하고 속삭였다.
언니.. 세상의 나무들은 모두 형제 같아. - P1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