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집으로 돌아가며 러시아워의 지하철을 탔다. 흡사 몸뚱이를 으깨려는 듯 앞과 뒤에서 짓눌러오는 사람들의 틈바구니에 끼어 나는 이를 물고 있었다. 누군가의 손이 내 아랫도리에 머무르고 있다고 느껴져 허리를 외틀어 가방을 그쪽으로 옮겼다. 손길은 사라졌다. 주위 사람들을 일일이 쏘아보았으나 치한의 얼굴을 하고 있는 남자는 보이지 않았다.

-알라딘 eBook <검은 사슴> (한강 지음) 중에서 -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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