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구체신염絲球體腎炎." 이니드는 공책에 이렇게 썼다. 이런 환자는 처음이었다. 문제는 퀸 부인의 신장 기능이 떨어지고 있지만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녀의 신장은 수분이 빠져나가 딱딱하고 쓸모없는 과립덩어리가 되어가고 있었다. 현재 소변량은 많지 않고 색깔이 뿌옜으며, 지독한 입냄새나 살냄새는 불길한 징조였다. 그 냄새 외에도 희미하지만 썩은 과일 냄새도 났는데, 이니드의 생각에 그 냄새는 퀸 부인의 피부에 나타난 연보라색이 도는 갈색 반점과 관련이 있는 듯했다. 퀸 부인은 다리에 불쑥불쑥 통증이 찾아올 때마다 움찔움찔 경련을 일으켰고, 심한 가려움증에 시달리고 있어 이니드가 얼음으로 피부를 문질러줘야 했다. 이니드는 수건에 얼음을 싸서 그녀를 괴롭히는 부위마다 대주었다.

-알라딘 eBook <착한 여자의 사랑> (앨리스 먼로 지음, 정연희 옮김) 중에서 - P48

"냄새나는 쓰레기를 치우면 속이 시원할 텐데." 퀸 부인이 말했다. "다들 그렇게 말하잖아요. 냄새나는 쓰레기를 치우면 속이 시원할 거라고. 이제 나는 그이한테 쓸모가 없어요, 안 그래요? 어느 남자한테도 쓸모가 없죠. 그이가 밤마다 나가는 건 여자를 만나기 위해서겠죠?"

-알라딘 eBook <착한 여자의 사랑> (앨리스 먼로 지음, 정연희 옮김) 중에서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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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eathbed promise, the self-denial, the wholesale sacrifice. And the more absurd the better. This was what she had given in to. And not for love of her father, either (her mother implied), but for the thrill of it. Sheer noble perversity. - P40

Enid would find herself pumping water from contaminated wells and breaking ice in winter washbasins and battling flies in summer and using an outdoor toilet. Scrub boards and coal-oil lamps instead of washing machines and electricity. Trying to look after sick people in those conditions and cope with housework and poor weaselly children as well. - P43

"But sometimes it’s a devil of a lot of work," she said. "This being the mother of a saint." - P44

But when he actually laid a finger on her shoulder, tapping for attention, when he bent forward, almost touching or maybe really touching—she could not tell for sure—her thick hair that was wild even in a bob, then she felt forgiven. In a way, she felt honored. Restored to seriousness and to respect. - P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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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커빌가의 사냥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48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박산호 옮김 / 민음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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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번역이 박산호 작가라면, 원작을 또 얼마나 잘 살렸을지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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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고 쓰기 프로그램은 처음에는 실용적인 차원에서 내게 도움이 되었다. 그것은 이혼에 쏠려 있던 나의 관심을 딴 데로 돌려주었다. 그때까지 마치 충성스러운 개처럼 오직 남편과 파탄 난 우리의 결혼 생활만을 향해 질주하고 또 질주하던 생각들이 이제 다른 사람들의 삶에 머물기 시작했다.

-알라딘 eBook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 (이미리내 지음, 정해영 옮김) 중에서 - P14

3은 사람들이 쉽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는 마법의 숫자다. 한 단어는 너무 제한적이고 둘은 마치 이중생활을 암시하는 것처럼 뭔가 꺼림칙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셋은 삼두정치와 3부작, 삼위일체에서처럼 완벽한 균형을 암시한다. 사람들은 너무 작지도 너무 크지도 않은 3이라는 숫자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알라딘 eBook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 (이미리내 지음, 정해영 옮김) 중에서 - P15

우리 모두 자신의 삶에 대한 온전한 부고를 가질 자격이 있지 않을까? 모든 삶과 죽음이, 가장 눈에 띄지 않고 민폐가 되는 삶조차도, 말해야 할 중요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고 믿고 싶었다. 그리고 나는 굴러다니는 풀들의 마지막 휘파람에 귀 기울이고 그것을 받아 적기 위해 그곳에 있었다.

-알라딘 eBook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 (이미리내 지음, 정해영 옮김) 중에서 - P16

묵미란은 이상해 보이는 외모에 걸맞게 이상한 성을 가진 노파였다. 내가 묵이라는 성을 가진 한국인을 만난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녀는 머리 전체가 새하얀 데다 부스스하게 들떠 있어서, 마치 머리 주위로 커다란 훈륜(暈輪)이 걸려 있는 것처럼 보였다. 팔다리는 대게처럼 길고 가늘었다. 형광등 불빛 아래서 나는 그녀의 몸을 지도처럼 읽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투명한 피부를 통해 십자로 얽힌 산길 같은 핏줄이 자줏빛과 연푸른색으로 드러났다. 눈부신 백색광이 높은 광대뼈 밑에 한 쌍의 나비 같은 그림자를 드리웠다.

-알라딘 eBook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 (이미리내 지음, 정해영 옮김) 중에서 -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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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 new program was met with a surprising degree of enthusiasm. Lots of patients reported they felt mentally and physically better after they had participated in the arrangements for their passing. It gave them a sense of control and reassurance, and an invaluable opportunity to derive their own meaning from their short journeys on earth. - P2

As I listened to the clicks of her heels fade away, I wondered if divorce would be any easier the second time around. - P3

The obituary-writing program first helped me on a practical level. It diverted my attention from divorce. My thoughts, which until now had raced back to my husband and our fallen marriage again and again like a faithful dog, began to dwell on the lives of others. - P3

Three is the magical number that people tend to fall for. A single word seems impossibly limiting, while two may feel unpalatable, as if they imply a double life. But three suggests a perfect balance, as in triumvirate and trilogy and trinity. People feel comfortable with it- neither too little nor too much. - P4

Mook Miran was a strange-looking woman with an equally strange name - it was my first time meeting a Korean with the last name Mook. She had big frizzy hair, which was entirely and evenly white, and it hung around her head like a halo. Her limbs were long and thin like a snow crab‘s. Under the fluorescent light I felt I could read her body like a map. Veins showed through her translucent skin, like crisscrossed mountain paths, mostly mauve and pale blue. The bleaching light also drew a pair of butterfly-like shadows under her high cheekbones. - P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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