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 아직은 페스트로 죽지 않은 우리들과 마찬가지로 그는 자신의 자유와 생명이 매일 무너져 내리기 직전에 있음을 충분히 자각하고 있다. 그러나 자신이 공포 속에서 산 만큼 다른 사람들에게도 공포를 맛볼 차례가 오는 것은 당연하다고 여기고도 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공포는, 그가 오롯이 혼자서 겪던 때와 비교해서 감당하기가 조금은 수월해 보이는 것이다. 그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점이며, 다른 사람들보다도 그가 이해하기 훨씬 더 어려운 사람인 이유도 바로 이 점 때문이다. (390/66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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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티스는 제우스의 제안대로 아기 아킬레우스를 이승과 저승 사이에 흐르는 스틱스 강물에 담갔다. 그러나 그녀가 잡고 있었던 발목 부분에 강물이 닿지 않았기 때문에, 발목 뒤 힘줄은 아킬레우스가 상처를 입을 수 있는 치명적 약점으로 남았다.
이 전설에서 치명적인 약점을 뜻하는 아킬레스건‘(아킬레스는 아킬레우스의 라틴어 발음임)이라는 단어가 유래했다. (43p)

카산드라는그토록 원한 예지력은 가졌지만 자신의 예언과 경고를 믿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아폴론은 카산드라의 입을 막는 대신 사람들의 귀를 막아버린 것이다. 이것이 아폴론이 카산드라에게 내린 저주이자 복수였다. (63p)

"아, 어머니."
그는 외마디 탄성과도 같은 말을 쏟아내고는 말문을 닫았다. 그는 망부석이 된것처럼 좀처럼 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지난 밤 헥토르가 꿈속에 나타나 그에게해준 것과 똑같은 말을 어머니가 해주는 것이었다.
아프로디테는 굳어 있는 아이네이아스에게 또다시 말했다.
"아들아, 이 투구와 갑옷은 대장간의 신 헤파이스토스가 직접 만든 무구이다. 잘 챙겨서 훗날 새로운 나라를 건국할 때에 그 빛을 발하도록 하라."
아프로디테는 그 말만을 남기고 아이네이아스에게서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아이네이아스 앞에는 훌륭한 무구가 놓여 있었다. 그는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신전을 나와 자신의 집으로 내달렸다. (81p)

카산드라는 프리아모스 왕과 헤카베의 장녀로 헥토르의 동생이자 라오콘, 헬레누스와 더불어 트로이의 3대 예언자이다. 헬레누스와 카산드라는 쌍둥이 남매이다. 그녀는 트로이 함락 때 아테나의 신전에서 작은 아이아스에 의해 겁탈을 당했고, 포로가 되었다. (90p)

카산드라는 아가멤논 왕의 아내 클리타임네스트라를 ‘쌍두사‘, ‘스킬라‘라 부르며 일찌감치 그녀가 불러오게 될 무시무시한 재앙을 경고했다. 그녀는 클리타임네스트라가 잠자리를 같이한 남편을 욕실로 유혹해서 죽이려고 한다고 몸서리쳤다.
아가멤논이 아내와 궁전으로 들어가자, 카산드라는 궁전을 향해 걸으며 왕비가 왕을 죽이려 한다고 외쳤다. 그러면서 이제 자신의 죽음도 임박했다고 말했다. 이토록 간절하게 사람들에게 무서운 재앙이 몰고올 파국의 미래를 예언했지만 아폴론의 저주로 그녀의 예언은 아무도 믿지 않았다.
클리타임네스트라는 카산드라를 아가멤논의 ‘밤의 동반자‘이자 ‘충실한 정부‘라고 말하며 그녀와 아가멤논을 살해한다. (92p)

아프로디테의 눈물겨운 애원에 제우스가 입을 열었다.
"너무 슬퍼하지 말거라. 네 아들은 언젠가는 반드시 라티움으로 가게 될 것 이다. 아이네이아스의 미래에 대해 좀 더 많은 것을 얘기해주마. 네 아들은 앞으로 그 땅에 살고 있는 원주민들과 수많은 전투를 벌일 것이다. 그러나 결국, 그 미개한 종족들을 정복하고 새로운 왕국을 정착시켜서, 그들로 하여금 점차 원시적인 풍습을 버리고 법과 규칙을 존중하게 만들 것이다.
아이네이아스에 이어 그의 아들 아스카니우스 율루스가 뒤를 잇게 된다. 아스카니우스는 30년 동안 통치할 것이다. 이어서 왕위를 잇는 후손들은 300년 동안 왕국을 지속할 것이다.
그 후 왕의 딸이자 여사제인 레아 실비아가 군신 아레스와의 사이에서 쌍둥이 형제인 로물루스와 레무스를 낳을 것이다. 두 쌍둥이 형제는 암늑대에 의해 키워질 텐데, 로물루스에 의해 새로운 도시가 건설되고 그 도시의 이름을 로마라고 이름 붙일 것이다. 그리고 세상은 로마에 의해 법과 질서가 자리 잡게 될 것이다." (145p)

디도 여왕의 저주는 역사적으로 실현되었다. 고대 역사에서 카르타고와 로마 사이는 가장 큰 적이자 경쟁자였다. 카르타고의 장군 한니발은 로마를 침입하여 로마인의 간담을 서늘케 하였으며, 로마제국은 카르타고를 멸망시키기도 했다.(187p)

아이네이아스와 아카테스의 일행들은 시빌레의 훌륭한 신전에 도착했다. 아카테스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신전 안으로 들어갔다.
신전은 예전에 크레타의 장인 다이달로스가 미노스 왕으로부터 도망쳐 나왔을 때 지은 신전이었다. 다이달로스는 자기가 직접 만든 날개를 달고 바다 위를 날아 이곳으로 도망쳐 올 수 있었다. (21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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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에 잠긴 거대한 도시는 생명력을 잃은 육중한 정육면체 덩어리들에 지나지 않았고, 그것들 사이에서 이제는 사람들이 기억 못 하는 자선가들이나 청동 속에서 영원히 질식사해 버린 듯한 오래전 위인들의 말 없는 조각들만이 돌이나 쇠로 된 가짜 얼굴을 가지고 한때 인간이었던 자의 품위 잃은 모습을 드러내려 애쓸 뿐이었다. (339/667p)

이렇듯 길고 긴 이별의 시간 끝에 그들은 함께 나누었던 그들만의 은밀함도, 언제든 손을 갖다 댈 수 있던 상대가 어떻게 자신들 곁에서 살았었는지도 더 이상 생각해 낼 수 없게 되었다.
(357/667p)

기억도 없고 희망도 없이 그들은 현재 안에 자리를 잡아 갔다. 사실을 말하자면 모든 것이 그들에게 현재가 되었다. 그 점을 분명히 말해야 하는데, 사랑의 힘, 심지어 우정의 힘마저도 페스트가 모두에게서 앗아 가버렸던 것이다. 사랑이란 조금이라도 미래를 요구하는 법이다. 그러나 당시 우리에게는 순간들 말고는 더 이상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359/667p)

그들은 사랑이라는 이기주의를 잃어버림으로써 그 이기심에서 얻을 수 있는 특권마저 상실해 버렸다.
(364/667p)

그것은 수천의 발걸음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고통스러운 이동이자 무거운 하늘에서 흘러나오는 윙윙거리는 재앙의 휘파람 소리에 박자를 맞추는, 그래서 더욱 숨 막히는 제자리걸음이었다. 바로 이 발소리가 도시를 서서히 채우고 밤마다 맹목적인 고집에 자신의 가장 변함없고 가장 침울한 소리를 실어 담으며 우리의 마음속에서 사랑을 밀어내고 있었다.
(367/667p)

결국 페스트는 그에게 도움이 되었다. 페스트는 고독하지만 고독을 원치 않는 사람과 공범을 이룬다. 왜냐하면 코타르는 겉보기에도 분명 공범자이고, 심지어 기꺼이 즐기는 공범자이기 때문이다. 그는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 즉 미신들, 근거 없는 두려움들, 위험에 처한 영혼들의 예민한 반응들, 예를 들어서 페스트에 대해서 가능한 언급하지 않으려 하면서도 끊임없이 그것에 대해서 말하지 않을 수 없는 그들의 편집증적 증상이라든지, 전염병이 두통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을 안 이후로 머리가 조금 아프기만 해도 실성한 듯 정신을 못 차리고 창백해져 버린다든지, 신경질적이고 예민하고 한마디로 불안정한, 그래서 깜빡 잊은 것을 두고 무례함으로 뒤바꿔서는 버릇없다며 화를 내거나, 속옷 바지 단추 하나 잃어버린 것을 가지고도 몹시 상심하는 민감한 정서, 이 모든 것과의 공범자다. (386/66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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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안이 밖으로 나온 인간이었다. 확장된 뇌의 한가운데에, 해체된 조그만 몸이 위치해 있는. 이런 말도 안 되는 형태로 내 몸을 배치해놓고, 나는 나 자신을 탐험하기 시작했다.
<숨 : EXHALATION> (83/617p)

나의 의식은 이런 미세한 금박 조각들의 위치에 의해 부호화되어 있다고 할 수도 있었지만, 좀더 엄밀하게 말하자면 이 금박 조각들을 움직이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공기에 부호화되어 있다고 하는 쪽이 더 정확했다.
<숨 : EXHALATION> (85/617p)

공기는 사실상 우리의 사고가 각인되는 바로 그 매체였다. 우리라는 존재 자체가 공기 흐름의 패턴이었다. 나의 기억은 박편에 팬 홈이나 개폐기의 위치가 아니라, 지속적인 아르곤의 흐름으로서 각인되는 것이다.
<숨 : EXHALATION> (85/617p)

빨라진 것은 탑시계들이 아니었다. 우리의 뇌가 느리게 작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탑시계는 템포가 변하지 않는 진자, 혹은 유속의 변화 없이 관 속을 통과하는 수은의 흐름에 의해 움직인다. 그러나 우리의 뇌는 공기의 흐름에 의존해 작동한다. 공기의 흐름이 감속하자 우리의 사고도 느려지면서 시계가 더 빨리 가는 것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숨 : EXHALATION> (87/617p)

그러나 생명의 실제 원천은 기압 차이이다. 공기가 밀도가 높은 공간에서 낮은 공간으로 흐르는 현상 말이다. 우리 뇌의 활동, 우리 몸의 움직임, 우리가 지금까지 만든 모든 기계들은 공기의 움직임, 각기 다른 압력들이 서로 균형을 맞추려는 과정중에 발생하는 바로 그 힘에 의해 작동한다. 우주 어디를 가도 압력이 똑같다면 공기는 움직이지 않을 것이고 그 무엇도 만들어내지 못할 것이다. 언젠가는 우리도, 움직이지 않는 공기에 둘러싸여 공기에서 아무런 혜택도 이끌어내지 못할 것이다.
<숨 : EXHALATION> (89/61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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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에는 무의미하게만 여겼던 관습들도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점차 그 효용을 이해하게 되듯이, 어떤 정보를 감추는 것은 그것을 밝히는 것만큼이나 쓸모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하산은 깨달았습니다.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 (24/617p)

"사실입니다. 이제 제가 왜 미래와 과거가 같다고 했는지 이해하셨습니까? 우리는 미래나 과거를 바꿀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것들을 더 잘 알 수는 있는 것입니다."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 (47/617p)

현자들은 말합니다. "세상에는 돌아오지 않는 것이 네 가지 있다. 입 밖에 낸 말, 공중에 쏜 화살, 지나간 인생, 그리고 놓쳐버린 기회." 그리고 저는 대다수 사람들보다 이런 경구의 진실성을 더 잘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 (55/617p)

과거와 미래는 같은 것이다. 우리는 그 어느 쪽도 바꿀 수 없고, 단지 더 잘 알 수 있을 뿐이다. 과거로의 제 여행은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지만, 그곳에서 제가 배운 것은 모든 것을 바꿔놓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렇게밖에 될 수 없었다는 사실을 이해했습니다. 만약 우리의 인생이 알라가 들려주는 이야기라면, 우리는 등장인물인 동시에 관객이고, 우리는 바로 그 이야기를 살아감으로써 그것이 전해주는 교훈을 얻는 것입니다.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숨> (64/617p)

그 무엇도 과거를 지울 수는 없습니다. 다만 회개가 있고, 속죄가 있고, 용서가 있습니다. 단지 그뿐이지만,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 (66/61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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