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예측기의 중추는 네거티브 타임 딜레이negative time delay 회로이다. 이것은 과거로 신호를 보낸다. 이 기술이 초래할 결과들은 1초 이상의 시간 지연이 가능해진 이후에야 비로소 명확해지겠지만, 여기서 경고하려는 것은 그것이 아니다. 당장 시급한 문제는 예측기가 자유의지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실증하고 있다는 점이다.(104/617p)
유감스럽게도 그런 논법은 틀렸다. 모든 유형의 움직임은 결정론과 양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동역학계는 수렴 영역으로 빠져들어 고정점에 머무는 데 비해, 어떤 동역학계는 카오스적 양태를 무한정으로 지속한다. 그럼에도 이 두 시스템은 전적으로 결정론적이다.(107/617p)
만약 이 새로운 생명체 입장에서는 로봇 아바타 역시 동물 아바타 못지않게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적절한 수단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면, 어쩌면 그는 자신도 만족할 수 있는 아바타를 디자인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124/617p)
디지언트들은 고객들을 좌절시키지 않는 성격이어야 하고, 그런 요소 중 하나가 다른 디지언트들과 잘 어울리는 능력이다.(126/617p)
최근 <갈라파고스>를 다읽고 문학동네에서 정영목님이 새로 번역한 판본과 같이 <제5도살장>을 두 권 샀는데 우선 (절판된) 처음 번역본인 이것부터 먼저 보려한다. 그리고 전에 사두었던 원서도 참조할 생각이다. 이 분의 독특한 문체를 제대로 맛보려면 원문을 들여다 볼 밖에. 포로수용소와 드레스덴 폭격의 참상을 경험한 작가의 반전문학이자 대표작을 감상해 보자. 다음은 <고양이 요람>과 <몽키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가 또 기다리고 있다.
서구 열강은 아프리카에서 코코아, 커피, 천연 기름 등 자원으약탈하려 애썼지만, 조직적으로 협력하는 데는 관심이 없었다.도로나 철도 등의 인프라는 거의 구축되지 못했고, 소수의 손에부와 권력이 독점됐다. 그 이유로 20세기 중반 식민 지배에서벗어난 후에도 아프리카는 인종과 종교 분쟁이 끊이지 않게 되었다. (90p)
세계은행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석유로 벌어들인 5달러 중 4달러는 나이지리아 상위 1퍼센트에게 집중적으로 돌아갔다. 빈곤과 정치적 불만으로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무장 소요가 끊이지 않으며, 민족 간 갈등도 지속된다. (91p)
나이지리아는 여전히 매우 불평등하며, 매우 이질적인 조합으로 구성된 국가다. 인구의 절반은 무슬림으로 주로 북쪽 지방에거주한다. 나머지는 기독교인으로, 석유가 풍부한 남쪽 지방에거주한다. 물론 이들이라고 해서 모두 석유의 혜택을 누리는 건아니다. 두 세력이 번갈아 정치권력을 차지하면서, 종교와 민족간 갈등이 정치 갈등으로 이어진다. (91-92p)
나이지리아는 선진국이라 할 순 없지만, 사하라 이남에서는 아골라에 이어 둘째로 많은 외화를 끌어들이는 아프리카 국가다.주로 석유 덕택이지만, 정부 차원으로 투자 유치를 위해 공을 들이기도 한다. (94p)
나이지리아의 인구는 약 2억 명인데, 그 중 60퍼센트가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 극빈층이다. 중국은 이들 호주머니에돈을 넣어주는 격이다. 그리고 그것이 자신들에게도 이익이라고 생각한다. 나이지리아 역시 중국의 시장이기 때문이다. (96p)
중국은 이 나라 최대의 교역국이다. 그러니 달러가 아닌 자국 통화를 사용해도 되지 않을까? 2015년 그 조치가 시행됐다. 양국중앙은행이 대금 지불에 양국 통화를 사용하는 데 동의했다. 이것을 통화 스와프currency swap라고 하는데, 중국은 자국 통화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몇 년간 이 방식을 선호했다. (97-98p)
나이지리아에는 졸로프jollof라는 대표 요리가 있다. 특히 잔치에선 절대 빠져서는 안 되는 음식으로, 토마토, 고추, 양파로만든 소스와 쌀이 주원료다. 나이지리아에서는 쌀이 인기가 좋 아서 크리스마스 선물로 쌀자루를 주고받을 정도다. 하지만 이곳에서 판매되는 쌀은 대부분 나이지리아산이 아닐 공산이 크 다. 나이지리아가 소비하는 쌀 500만 톤 중 절반이 외국에서 들어온다. 60퍼센트에 달하는 관세와 달러 강세에 의해 수입쌀 값은 두 배로 올랐지만, 그 인기는 여전하다.(99-100p)
누구나 먹어야 산다. 그러니 식량 문제는 단순히 형편의 차원으로 치부할 일은 아니다. 부유한 쪽은 두꺼워진 허리둘레로 고민인 반면, 사하라 남쪽 아프리카 극빈층은 극도로 적은 식량으로 하루하루를 버틴다. 미국인들이 수입의 약 20퍼센트(엥겔지 수)를 먹는 데 쓴다면, 나이지리아에서는 이 수치가 56퍼센트나된다. (105p)
특히 상위 4개 식품 기업을 일컬어 ‘ABCD‘라고 부르는데,ADM, 번지Bunge, 카길Cargill, 드레퓌스Dreyfus‘의 앞 글자를 딴 것이다. 대단위 저장시설과 운송설비를 갖추고 어마어마하고도 정교한 네트워크를 보유한 이들 기업은 식량 생산이 이루어지는 현지 관리부터 가공과 유통에 이르기까지 모든 영역을 독점한다.이들이 전 세계에 유통시키는 식량은 식품의 1/3, 곡물의 75퍼센트를 차지한다. 당신이 매일 먹는 무언가에 ABCD 제품이들어 있다는 말이다. (107p)
2016년 조사에 의하면 첨단 기술기업이 인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8퍼센트로, 그 결과 부유한 개인들도 다수 탄생했다. 인도는 인구 1퍼센트가 국가 부富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세계경제포럼에 따르면, 미국, 러시아, 중국보다도 불평등한 나라다. (116p)
세계은행에 따르면 빈곤국의 인터넷 접속이 75퍼센트 정도로늘면, 전 세계 소득이 2조 달러(2,300조 원) 늘고 1억 개 이상의 일자리가 창출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연결망은 매우 중요한 인프라다. (119p)
우리는 실제로는 공기를 소모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매일 새로운 허파 한 쌍으로부터 끌어내는 공기의 양은 내 팔다리 관절과 내 외피의 이음매를 통해 새어나가는 공기의 양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내 주위의 대기에 내가 더하는 공기의 양과 정확하게 일치한다는 뜻이다. 나는 다만, 고압의 공기를 저압의 공기로 바꾸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몸을 움직일 때마다 나는 이 우주의 압력 평형화에 기여하고 있다. 생각하는 행위도 마찬가지이다. 생각을 할 때마다 나는 치명적인 평형 상태의 도래를 촉진하고 있는 것이다.(90/617p)
우주의 배경 기압은 실제로 증대하고 있었고, 그 결과 우리의 사고 속도가 느려지고 있었던 것이다.(91/617p)
그것은 압력의 종말, 동력의 종말, 사고의 종말이 될 것이다. 우주는 완벽한 평형 상태에 이르게 될 것이다.(94/617p)
우주는 엄청난 양의 공기가 비축된 데서 시작됐다.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그것이 무엇이든 나는 그 사실에 감사한다. 나는 바로 그것 때문에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의 모든 욕구와 고찰은 우리의 우주가 점진적으로 내쉬는 숨에 의해 생성된 소용돌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리고 이 위대한 내쉼이 끝날 때까지, 나의 사고는 계속될 것이다.(94/617p)
탐험자여, 당신이 이 글을 읽을 무렵 나는 죽은 지 오래겠지만, 나는 당신에게 고별의 말을 남긴다. 당신이 존재한다는 사실의 경이로움에 관해 묵상하고, 당신이 그럴 수 있다는 사실을 기뻐하라. 당신에게 이런 말을 할 권리가 내게는 있다고 느낀다. 지금 이 글을 각인하면서, 내가 바로 그렇게 묵상하고, 기뻐하고 있기 때문이다.(101/617p)
‘아직 일어나지도 않았고 결코 일어나지도 않을지 모르는 일을 머릿속으로 즐기는 것’, 그것 또한 요즘 사람들은 못 하지만 그 당시 사람들은 할 수 있었던 일이었다. (354/465p)
내가 그에게 이 빈정대는 농담이 그가 창작한 것이냐고 묻자, 그는 아니라면서 제1차 세계대전 동안 서부전선에서 죽은 사람들을 매장하는 일을 담당했던 자신의 독일인 장교 할아버지에게서 들었다고 대답했다. 그런 종류의 작업을 처음 맡은 군인들은 이 시체 저 시체의 얼굴에 삽으로 흙을 퍼서 덮다 보면 점점 철학적이 되어, 그 시체의 주인이 그리 젊어서 죽지 않았다면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 사색하게 되는 일이 흔했다. 그런 생각에 잠긴 신병에게 고참병이 들려줬을지 모르는 수많은 냉소적인 말들 가운데 하나가 바로 "걱정 마. 어쨌든 그 사람은 베토벤 교향곡 9번을 작곡할 재목은 아니었잖아."였다.(370/465p)
그 파란 터널의 등장이 함축하는 질문은 오직 나만이 대답할 수 있다. 그 질문은 바로 ‘인생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나의 호기심을 마침내 해소시켰는가?’이다. 만약 그렇다면 나는 내가 진공청소기에 비유하는 것 안으로 그냥 걸어 들어가기만 하면 된다. 바이아데다윈호의 전기 레인지와 오븐의 빛과 무척 비슷한 빛으로 가득 찬 파란 터널 내에 정말로 흡인력이 작동하고 있다 하더라도, 돌아가신 내 아버지 SF 작가 킬고어 트라우트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는 모양인지, 나의 선친은 그 터널의 입구에 똑바로 서서 나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아버지가 바이아데다윈호의 고물 위쪽에서 내게 건넨 첫마디는 이러했다. "얘야, 바보들로 가득한 그 배는 이제 그만하면 충분히 탔지 않니? 지금 당장 아빠에게로 오너라. 이번에도 거절하면 백만 년 동안 다시는 나를 보지 못할 게다."(382-383/465p)
내가 굳이 말해야 하겠니? 공중에서 봤을 때 한때는 아름답고 풍요로웠던 이 행성이 지금은 부검대에 노출된 불쌍한 로이 헵번의 병든 장기들과 비슷하단 것을? 그리고 네가 사랑하는 인간들의 도시는 오직 성장만을 위해 성장하고 뭐든 닥치는 대로 다 먹어 치우며 망가뜨리고 있는 암세포들과 비슷하단 것을?(386/465p)
만다락스 내부 어딘가에 다음과 같은 취지의 경고가 들어 있었어야 했지만 없었다. "커다란 뇌의 이 시대에는 어떤 일이든 다 일어날 수 있으니 몸을 사리는 게 좋다."이와 같은 상황에 대해 만다락스가 내놓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인용문은 토머스 칼라일(1795~1881)*이 한 다음과 같은 말이었다.의문은, 어떤 종류의 의문이든, 오직 ‘행동’만으로 끝낼 수 있다.* 영국의 사상가이자 역사가.(407/465p)
대부분의 사람들은 절망감 속에서 적적하게 살아간다.-헨리 데이비드 소로(1817~1862)** 미국의 사상가이자 작가로, 위는 『월든』에서 인용한 문장이다.(413/465p)
요즘은 아무도 절망감 속에서 적적하게 살아가지 않는다. 백만 년 전 대부분의 사람들이 절망감 속에서 적적하게 살아갔던 이유는, 그들의 두개골 내의 악마 같은 컴퓨터가 자제하거나 쉴 줄도 모르고 끊임없이 실제 삶에서는 제기될 수 없는 더 도전적인 문제들을 요구해 댔기 때문이었다.(414/465p)
가장 행복한 삶은 슬픔과 기쁨을 알기 전의 무지 속에 존재한다.-소포클레스(기원전496~기원전406)** 고대 그리스 3대 비극 시인 가운데 한 사람.(423/465p)
담장을 사랑하지 않는 뭔가가 존재한다.-로버트 프로스트(1874~1963)** 미국의 시인으로, 위는 「Mending Wall(담장을 고치며)」란 시에서 인용한 구절이다.거기에 내가 보태자면,맞다. 하지만 점막을 흠모하는 뭔가도 존재한다.-레온 트로츠키 트라우트(1946~1,001,986)(426/465p)
이 기묘하고 파란만장한 인생 이야기를 마무리하는연극 무대의 마지막 장은제2의 유아기이자 완전한 망각의 시기이니이도 없고 눈도 없고 입맛도 없고 아무것도 없도다.-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 위는 『As You Like It(뜻대로 하세요)』란 희극 2막 7장에서 발췌한 구절이다. 인간의 인생을 일곱 단계로 나눠 읊조리는 대사로 위의 구절은 인생의 마지막 일곱 번째 단계에 대한 부분이다.(432-433/465p)
온 세상은 하나의 무대요,남녀 모두는 한낱 배우일 뿐이도다.저마다 무대에 등장했다가 퇴장하며, 한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 여러 역을 맡아······.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 위는 『As You Like It(뜻대로 하세요)』란 희극 2막 7장에 나오는 자크라는 등장인물의 인생에 관한 독백에서 발췌한 구절이다. 인생을 연극에 비유하며, 인간의 인생을 일곱 단계로 나눠 읊조리는 대사의 도입부이다.(443/465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