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은 갈라파고스 제도를 바꿔 놓은 것이 아니라 갈라파고스 제도에 대한 사람들의 견해를 바꿔 놓았다. 이는 굉장히 큰 뇌를 지녔던 그 시대에 단순한 견해가 얼마나 중요했는지를 보여 준다.
사실, 단순한 견해는 확실한 증거만큼이나 사람들의 행동을 쉽게 지배했다. 그리고 확실한 증거는 절대로 뒤집힐 수 없었지만 단순한 견해는 갑자기 뒤집히기도 쉬웠다. 그러므로 갈라파고스 제도는 한순간에는 지옥 같은 곳이었다가 다음 순간에는 천국 같은 곳이 될 수 있었고,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한순간에는 위대한 정치가였다가 다음 순간에는 잔인한 학살자가, 에콰도르 지폐는 한순간에는 의식주를 교환하는 수단이었다가 다음 순간에는 새장 바닥의 깔개가, 우주는 한순간에는 전능한 신의 창조물이었다가 다음 순간에는 대폭발의 산물이 될 수도 있었다. 그리고 이런 예는 무궁무진했다.
오늘날은 지적 능력이 줄어든 덕분에 사람들은 더 이상 도깨비 같은 견해에 홀려 주된 일상에서 벗어나 딴 데 한눈팔지 않는다.(29/488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