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창기 동호인 대다수는 무無에서 외계 문명을 만들어내는 난제에 지친 나머지 이미 몇 년 전에 포기했지만, 거의 편집광적으로 이에 집착하는 소수의 헌신적인 그룹이 아직 남아 있었다. 데릭이 알아본 바에 의하면 이들 대다수는 무직이고, 부모 집에 있는 자기 방 밖에서 나오는 일이 거의 없다. 그들만의 데이터 마스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필릭스는 이 그룹에서는 유일하게 외부인과 접촉하려고 시도하는 일원이었다.
(224-225/617p)

데릭도 웃는다. 상상만 해도 얄궂다. 블루감마 시절 디지언트를 매력적으로 만들기 위해 다들 그렇게 열심히 노력했는데, 결국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는 것은 외계인 디지언트 쪽이 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227/617p)

데이터 어스에 갇혀 지내는 스트레스는 디지언트들에게 명백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227/617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날 자동차나 제트기가 제일 선호하는 휘발유는 완벽하게정제된 경질유다. 다른 제품에서는 희석되었다는 의미일지 몰라도, 석유에 경질light아라는 단어가 붙으면 더 순수하다는 의미 다. 정제가 덜 된 중질유는 플라스틱이나 화학제품을 만드는 데 쓰이거나, 선박이나 발전소 연료, 난방유 등으로 사용된다. 아스팔트에는 정제되지 않은 부산물이 사용된다. 인도 정부가 관심을 두는 석유가 이 제품이다.
(132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정신은, 무관심 속에서도 혼자서 쑥쑥 자라는 잡초처럼 자라지는 않는 법이다. 만약 그렇다면 고아원에 버려진 아이들도 너나없이 훌륭하게 자랄 것이다. 정신이 그 잠재력을 완전히 발휘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려면 다른 정신들에 의한 교화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런 교화야말로 데릭이 마르코와 폴로에게 제공하려는 것이다.
(182/617p)

열린 마음을 가지고 회의적인 태도를 지양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낮은 기대감은 자기 충족적 예언이나 마찬가지니까.
목표를 높게 설정한다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거야.
(196/617p)

지난 몇 년 동안, 데이터 어스에서 실행되는 소프트웨어의 거의 모든 제작사들은 리얼 스페이스에서도 돌아가는 버전을 제작해놓았다.
(213/617p)

그러나 예외가 하나 있는데, 바로 뉴로블래스트다. 뉴로블래스트 엔진의 리얼 스페이스 버전은 존재하지 않으므로—블루감마 사는 리얼 플레이스 플랫폼이 등장하기 전에 폐업했다—뉴로블래스트 게놈을 가진 디지언트가 리얼 스페이스 환경에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오리가미와 파베르제 디지언트들에게 리얼 스페이스로의 이주는 가능성의 확장이다. 그러나 잭스를 비롯한 다른 뉴로블래스트 디지언트들에게 대산의 발표는 사실상 세계의 종말을 의미한다.
(214/617p)

인간들 대다수가 리얼 스페이스로 이주해버렸기 때문만은 아니다. 오리가미와 파베르제 계열 디지언트들 역시 리얼 스페이스로 가버렸다. 그들의 오너를 탓할 수는 없다. 기회가 주어졌다면 애나도 똑같이 행동했을 것이다. 더 괴로운 것은 잭스의 친구들을 포함한 뉴로블래스트 디지언트들 또한 거의 모두 사라져버렸다는 사실이다.
(216/617p)

잭스는 가상 세계에서의 교유 관계 대부분을 잃고 있다. 그렇다고 진짜 세계에서 대체할 만한 관계를 찾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의 로봇 외피는 조종자가 없는 프리 로밍free-roaming 기계로 분류되기 때문에, 애나나 카일이 동반하지 않는 한 공공장소 입장이 제한된다. 아파트에 갇힌 채, 잭스는 지루한 나날을 이어간다.
(217/617p)

더 큰 문제는 잭스가 아바타를 원격으로 조종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바타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아바타가 되고 싶은 것이다. 잭스에게 키보드와 스크린은 직접 그곳에 가 있는 것의 초라한 대체물에 불과하다. 콩고에서 잡아 온 침팬지에게 밀림을 무대로 한 비디오게임으로 만족하라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218/617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자책] 렉시콘
맥스 배리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2월
평점 :
판매중지


언어를 치명적 무기로 활용하는 ‘시인’.
19~20세기 거장 영미작가들 이름으로 불리우는 이들.
언어를 매개로 디스토피아적 세계를 다룬 독특한 소재의 SF 스릴러에 왠지 끌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화면상에서 애나가 말한다. "내가 아무리 힘을 내도 안 돼, 마르코. 바깥세상에는 포털이 없거든. 포털은 데이터 어스에만 있어."

"그럼 데이터 어스로 같이 가서, 거기 포털 열어줘."

"거기 네가 입을 몸이 있다면 너야 그럴 수 있겠지. 하지만 난 다른 몸을 입을 수가 없어. 난 내 몸을 직접 움직여서 가야 하고, 그러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거야."

마르코는 이 말을 곰곰이 생각하는 눈치다. 데릭은 디지언트의 얼굴에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 떠오르는 것을 보고 즐거워한다. "바깥세상 멍청해." 디지언트가 선언한다.

(149/617p)

너무 어려운 게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디지언트들이 제공하는 난이도와 보상 사이의 균형은 대다수 사람들이 재미있다고 느끼는 수준을 훌쩍 넘고 있다. 그래서 사용자들은 잇달아 디지언트를 정지시키고 있다. 그러나 키울 준비도 되어 있지 않은 견종을 무조건 산 견주들과는 달리, 사전조사가 미비했다는 이유로 블루감마 사의 고객들을 비난할 수는 없다. 회사 또한 디지언트들이 이런 식으로 진화하리라는 것을 몰랐기 때문이다.
(153/617p)

‘정보 자유 전선’의 해킹 툴을 이용해 디지언트 몸의 고통 차단 회로를 무효화하는 그리퍼(온라인 게임에서 악행을 일삼는 플레이어의 통칭 — 옮긴이)의 녹화 영상이다. 희생자가, 새롭게 생성된 이름 없는 디지언트가 아니라 해킹 툴을 이용해 불법 복제한, 누군가의 사랑스러운 애완동물이라는 사실이 더욱 끔찍하다. 이 디지언트의 이름은 니이티였다. 애나는 니이티가 잭스가 다니는 읽기 교실의 친구임을 깨닫는다.
(174/617p)

동물과 달리 디지언트에게는 ‘투쟁-도피 반응’이 없다. 페로몬 냄새나 위험을 알리는 울음소리에 반응하지도 않는다. ‘거울 뉴런’(직접 경험하지 않고, 보거나 듣기만 해도 활성화되는 신경세포 — 옮긴이) 유사체는 있다. 이것은 학습이나 교류에는 도움이 되지만, 동시에 방금 본 광경 때문에 이들이 고통스럽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175/617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