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불숲을 빠져나가면 문득 시야가 툭 트이고 그 앞쪽에 거대한 괴물이 나타난다.
정체는 녹나무다. 지름이 5미터는 되겠다 싶은 거목으로, 높이도 20미터는 넘을 것이다. 굵직굵직한 나뭇가지 여러 줄기가 구불구불 물결치며 위쪽으로 뻗어나간 모습은 큰 뱀이 뒤엉켜 있는 것 같다. 처음 봤을 때는 완전히 압도되어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녹나무의 파수꾼>(히가시노 게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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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암울한 18개월을 보낸 뒤 그저께 밤에 집으로 돌아온 노먼 풀러 하사는 마을 사람들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수재너의 보금자리 밖의 현관에서 기다렸다.

-알라딘 eBook <몽키 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커트 보니것 지음, 황윤영 옮김) 중에서
<유혹하는 아가씨> (198/718p)

"담배를 피워도 될까요?" 풀러가 물었다.
"그런 것을 물어보다니 당신은 참으로 사려 깊군요." 수재너가 말했다. "그럼요, 난 전혀 상관없어요."
풀러 하사는 왼손으로 오른손을 받치고 간신히 담뱃불을 붙였다.

-알라딘 eBook <몽키 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커트 보니것 지음, 황윤영 옮김) 중에서
<유혹하는 아가씨> (199/71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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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에는 측정할 수 있는 물리적 실체가 없다. 다세포생물들은 감각의 초인지적 통합을 거쳐 시간을 지각한다. 보이는 것, 들리는 것, 진동하고 울리는 감각들에 대한 뇌의 총체적 해석과 편집이 바로 시간에 대한 감각이다. 인간은 하루, 한 시간, 1분, 1초, 한 달과 1년을 구분할 수 있지만, 각각의 뇌 속에서 흘러가는 시간은 다르게 지각된다. (캐빈 방정식, 김초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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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전체에 분포한 고밀도 암흑물질들은 국지적인 시공간 왜곡 현상을 유도하며, 플린스는 이를 우리 우주는 수많은 주머니 우주를 가지고 있다고 표현한 바 있다. (캐빈 방정식, 김초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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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읽은 언니의 논문을 기억한다. 〈고정된 국지적 시간 거품의 발생 조건과 존재 증명〉. 제목이 금박으로 입혀진 검정 하드커버 학위논문이었다. 박사 과정을 하면서 저널에 발표했던 두 편의 논문을 묶은 것이라고 했다. 언니는 한 권을 나에게 주었다. 맨 뒤편 감사의 글에 내 이름도 썼으니 보라고 했다. 언니가 논문을 쓰는 데에 내가 뭘 거들었다고 감사한다는 건지 알 수 없었지만, 가끔 학교 근처에서 군것질거리들을 사다 새벽까지 들어오지 않는 언니의 책상에 올려놓곤 했으니까, 논문의 한두 줄 정도에는 내가 기여했나 보다 생각했다. (캐빈 방정식, 김초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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