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암울한 18개월을 보낸 뒤 그저께 밤에 집으로 돌아온 노먼 풀러 하사는 마을 사람들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수재너의 보금자리 밖의 현관에서 기다렸다.-알라딘 eBook <몽키 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커트 보니것 지음, 황윤영 옮김) 중에서<유혹하는 아가씨> (198/718p)
"담배를 피워도 될까요?" 풀러가 물었다."그런 것을 물어보다니 당신은 참으로 사려 깊군요." 수재너가 말했다. "그럼요, 난 전혀 상관없어요."풀러 하사는 왼손으로 오른손을 받치고 간신히 담뱃불을 붙였다.-알라딘 eBook <몽키 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커트 보니것 지음, 황윤영 옮김) 중에서<유혹하는 아가씨> (199/718p)
시간에는 측정할 수 있는 물리적 실체가 없다. 다세포생물들은 감각의 초인지적 통합을 거쳐 시간을 지각한다. 보이는 것, 들리는 것, 진동하고 울리는 감각들에 대한 뇌의 총체적 해석과 편집이 바로 시간에 대한 감각이다. 인간은 하루, 한 시간, 1분, 1초, 한 달과 1년을 구분할 수 있지만, 각각의 뇌 속에서 흘러가는 시간은 다르게 지각된다. (캐빈 방정식, 김초엽)
우주 전체에 분포한 고밀도 암흑물질들은 국지적인 시공간 왜곡 현상을 유도하며, 플린스는 이를 우리 우주는 수많은 주머니 우주를 가지고 있다고 표현한 바 있다. (캐빈 방정식, 김초엽)
처음으로 읽은 언니의 논문을 기억한다. 〈고정된 국지적 시간 거품의 발생 조건과 존재 증명〉. 제목이 금박으로 입혀진 검정 하드커버 학위논문이었다. 박사 과정을 하면서 저널에 발표했던 두 편의 논문을 묶은 것이라고 했다. 언니는 한 권을 나에게 주었다. 맨 뒤편 감사의 글에 내 이름도 썼으니 보라고 했다. 언니가 논문을 쓰는 데에 내가 뭘 거들었다고 감사한다는 건지 알 수 없었지만, 가끔 학교 근처에서 군것질거리들을 사다 새벽까지 들어오지 않는 언니의 책상에 올려놓곤 했으니까, 논문의 한두 줄 정도에는 내가 기여했나 보다 생각했다. (캐빈 방정식, 김초엽)
사실 그 소문이 사실인지에는 관심이 없었다. 아니, 실은 전혀 믿지 않았다. 나는 20년도 넘게 언니에게 철저히 훈련받은 유물론자로, 세상의 온갖 귀신과 유령, 초자연적인 현상들은 단지 인간의 편집증적 인지 왜곡과 문화적 산물에 불과하다는 지론을 고수하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이곳까지 직접 나서게 된 모든 문제의 발단은, 나를 유물론자로 훈련시킨 바로 그 언니에게서 온 편지였다. (캐빈 방정식, 김초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