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늙은 할아버지의 무릎에서 안식처를 찾으려는 듯 다시금 호메로스에 빠져 들어갔다. 불멸의 시구들이 또다시 파도처럼 밀려와 내 관자놀이에서 부서졌다. 수백 년을 가로질러 나는 신들과 인간들이 창을 휘두르는 소리를 들었으며, 늙은 남자들에 둘러싸여 트로이아의 성벽을 천천히 거니는 헬레네를 지켜보면서 상념을 잊으려고 애썼다.

영혼의 자서전 (상) | 니코스 카잔차키스, 안정효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661 - P563

오, 인간의 마음이 전능하여 죽음과 투쟁할 만큼 힘이 넘친다면, 만일 막달라 여자 마리아 ― 창녀 막달라 마리아 ― 처럼 사랑하는 시체를 부활시킬 능력을 얻는다면!

영혼의 자서전 (상) | 니코스 카잔차키스, 안정효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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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라면 암말을 타고 이교도들을 공격해서, 밤에 싸움터에서 돌아와 기독교 세계의 적들이 썼던 피로 물든 터번을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의 성상 밑 우리 집 성상대에 걸었으리라. 그러면 아버지도 마음의 평화를 얻고, 나름대로 그리스도가 가슴속에서 부활함을 느꼈으리라. 누가 뭐라고 해도 아버지는 무사였고, 그에게는 전쟁이 구원을 전하면서도 받는 길이었다.

영혼의 자서전 (상) | 니코스 카잔차키스, 안정효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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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충처럼 잉태하는 힘을 지닌 바람이 내 몸속으로 스며들어 형태를 갖추고, 태아를 만들어, 이제는 밖으로 나오려고 발길질하고 있음을 알았다.

나는 펜을 들어 글을 써서 배설하는 산고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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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밤낮이 지난 다음 연극 원고가 전부 내 무릎에 놓였다. 나는 갓 태어난 아기를 안는 어머니처럼 그것을 꼭 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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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키만큼 땅에서 솟아오르는 밀의 줄기들은 무덤에서 소생하는 그리스도였고, 빨간 아네모네는 그리스도의 성스러운 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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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의 산과 들판을 산책하며 상상 속에서만 즐기지 말고,
팔레스타인의 따스한 몸을 만지고 보며,
그리스도가 숨 쉬고 밟고 만졌던 땅과 대기를 숨 쉬고 밟고 만지며, 인간들 사이에 그가 남긴 핏자국을 따르기 위해서.
그렇다, 나는 꼭 떠나아마도 팔레스타인, 그곳에서 나는 거룩한 산에서 헛되이 추구하던 바를 찾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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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어린아이와 같아져서, 밤샘 동안에 레몬꽃으로 뒤덮인 신의 육체가 십자가에서 몸부림치는 모습을 보고 고통을 겪으며, 먹지도 못하고, 잠자지도 못하고, 눈물도 가누지 못하는 행복감!

영혼의 자서전 (상) | 니코스 카잔차키스, 안정효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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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의 소녀를 사랑해서 예수의 수난일 정오에 만나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의 발에 입을 맞춤으로써 함께 경배하기로 약속했고, 신의 몸을 통해 여인과 입술을 마주 댄다는 죄를 범하는 기쁨 또한 더욱 크지 않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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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의 신전은 거대한 벌집처럼 시끄러웠다. 그곳은 빛과 인간의 땀 냄새가 넘쳤고, 그리스도의 무덤에서 거룩한 빛을 뿜어 우주가 창조되는 순간을 기다리며 신전의 둥근 천장 밑에서 밤을 보낸 남자들과 여자들의 하얗고, 갈색이고, 검은 겨드랑이는 땀에 젖었다. 어디에서나 밀랍과 썩은 기름의 시큼하고 짙은 악취가 풍겼다. 성상들 밑에서는 주전자의 커피가 끓었고, 어머니들은 젖을 꺼내 아기들에게 먹였다. 흑인 여자들은 머리카락에 양 기름을 발랐는데, 그것이 녹아내려 양 같은 냄새가 났다. 남자들은 숫염소의 참지 못할 악취를 몸에서 뿜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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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사랑을 나누는 영혼의 불멸한 언어를 속으로 노래하며 나는 사해(死海)로 가는 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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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우리들 자신의 소돔과 고모라가 어떤 전능한 발에 짓밟힐 터이며, 신을 잊고, 비웃고, 흥청거리던 세상은 또 다른 사해로 변하리라. 모든 시대의 끝에 신의 발이 이렇게 와서 너무 포식한 배와 너무 발달한 이성의 도시들을 짓밟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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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돔과 고모라는 서로 입 맞추는 두 명의 창녀처럼 강둑을 따라 누웠다. 남자들과 다른 남자들이, 여자들과 다른 여자들이, 남자들과 암말들이, 여자들과 황소들이 교미를 했다. 그들은 〈삶의 나무〉를 먹고 과식했으며, 〈지혜의 나무〉에서 과일을 너무 많이 따 먹고 과식했다. 성상들을 때려 부순 그들은 그것이 나무와 돌멩이에 지나지 않음을 깨달았고, 사상을 때려 부순 그들은 그것이 바람으로만 가득함을 깨달았다. 신에게 가까이, 아주 가까이 온 그들은 〈신은 두려움의 아버지가 아니라, 두려움의 아들이로다〉라고 말하고는 공포를 잊었다. 그들은 도시의 네 성문에 노란 글씨로 커다랗게 〈이곳에는 하느님이 없도다〉라고 써놓았다. 〈이곳에는 하느님이 없도다〉라는 말은 무엇을 뜻하는가? 그것은 우리들의 본능에 굴레가 없으며, 선에 대한 보상과 악에 대한 처벌도 없고, 은공과 수치와 정의도 존재하지 않으며, 우리들은 발정한 암컷 수컷 늑대들임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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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661 - P590

잠깐 동안 공기가 응결되는 듯싶더니 이마에서 불길이 솟아오르고, 수염을 휘날리며 사나운 맨발의 롯이 내 앞에 나타났다. 그러나 그는 구약에서처럼 노예 신분의 롯이 아니었다. 그는 도망쳐서 구원을 받으라는 신의 명령을 거역하려는 반항아였으며, 꿋꿋한 롯이었다. 그는 매혹적이고 죄 많은 도시들을 동정했고, 자유 의사에 따라 불 속에 몸을 던져 함께 죽으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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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661 - P594

그런 반항아가 어떻게 내 뱃속에서 튀어나왔을까? 무서운 일이었다. 제멋대로 행동하는 야만적인 영혼은 내 마음속, 신의 뒤, 어디에 숨어 있었을까? 나는 믿음이 깊고 순종하는 족장인 아브람과 함께였다. 그런데 어째서 나는 그를 저버리고, 성서를 짓밟고, 이런 롯을 창조하여 그와 하나가 되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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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답을 찾아 나서면 안 되고, 그것이 당신을 찾아올 겁니다. 찾아올 테니 내 말을 듣고 마음을 편히 가져요. 언젠가 윗사람이 나한테 이런 말을 했답니다. 〈어느 수사가 평생 동안 신을 추구했는데, 마지막 숨을 거둘 때에야 그는 줄곧 신이 그를 찾아다녔음을 깨달았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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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661 - P598

꿈과, 어릴 적의 열망과, 엉뚱한 예언들이 내 눈앞에서 시나이의 그림이라는 현실과 뒤섞였다. 내 머릿속에서 무르익던 숨은 결심이 갑자기 형태를 갖추었다.

영혼의 자서전 (상) | 니코스 카잔차키스, 안정효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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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날개를 짓눌러서 하늘로 올라가지 못하게 막던 육체를 소멸시켜 버린 영혼을 열심히 지켜보았다. 믿음을 지닌 영혼은 무자비하게 인간을 잡아먹는 야수이다. 그것은 그를, 살과 눈과 머리카락과 모든 부분을 삼켜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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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661 - P521

「오름의 길. 한 계단씩 올라가는 거야. 배부름에서 굶주림으로, 축인 목구멍에서 목마름으로, 기쁨에서 고통으로. 신은 굶주림과, 목마름과, 고통의 정상에 앉았고, 악마는 안락한 삶의 정상에 앉았어. 선택을 해야지.」

영혼의 자서전 (상) | 니코스 카잔차키스, 안정효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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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집스럽게 머리를 저었다. 「바로 그 자아 때문에, 자아의 의식 때문에 인간은 짐승과 차이가 납니다. 그것을 가볍게 생각지 마십시오, 마카리오스 수도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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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661 - P527

나는 삶을 거부하는 격렬한 사람에게 고해할 뜻으로 바위를 기어올랐지만, 아직 때가 너무 이르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 마음속에서는 아직도 삶이 증발하지 못했다. 나는 눈에 보이는 세계를 무척 사랑했다. 악마는 아직도 내 마음속에서 찬란하게 빛을 발산했고, 신의 눈부신 찬란함 속에서 스러지지 않았다. 나중에, 나중에 내가 늙어 기운이 없을 때, 내 마음속에서 악마의 기운이 다할 때라면 모르겠지만, 하고 나는 혼자 생각했다.

영혼의 자서전 (상) | 니코스 카잔차키스, 안정효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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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녀를 보내 주지 않고 새벽까지 붙잡아 두었어요. 그 기쁨, 정말 마음이 가벼워지는 기막힌 부활이었죠! 평생 나는 십자가에 못 박혀 살았지만, 그날 밤 부활했어요. 하지만 그 밖에도 무언가 무서운 힘이, 내 생각에는 그것만이 내 죄를 이루는 무서운 부분이 존재했어요. 그렇기 때문에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서 난 당신을 이 골방으로 불렀어요. 무서운 부분이란 무엇이냐 하면, 정말 처음으로 나는 신이 나에게 가까이, 두 팔을 벌리고 가까이 다가옴을 느꼈어요. 어찌나 감사하게 생각했던지 그날 밤은 동이 틀 때까지 밤새도록 기도를 드렸으며, 내 마음은 활짝 열려 신을 받아들였어요! 전에 성서에서 읽기는 했어도 미처 몰랐었지만, 오, 평생 비인간적이었고 기쁨을 몰랐던 내 생애에서 처음으로 나는 신이 어느 정도 선하고, 어느 만큼 인간을 사랑하며, 얼마나 인간을 불쌍히 여겼기에 여자를 창조하고, 우리들을 가장 확실하고 가까운 길을 따라 천국으로 이끌어 가게끔 여자에게 우아함을 부여했음을 깨달았어요. 여인은 기도나 단식이나 그리고 ― 용서를 빕니다, 주님 ― 은덕보다도 더 강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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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인이 나에게 확신을 주었어요 ― 다시 말하지만, 기도나 단식이 아닌 여자가요. 주님을 내 방으로 데려온 사람은 여인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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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덕의 길과 나란히 더 넓고 훨씬 평탄한 길이, 죄악의 길이 인간을 신에게로 이끌어 가는가?

영혼의 자서전 (상) | 니코스 카잔차키스, 안정효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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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우주의 중심이 아니며 인간은 신의 손으로 직접 빚어낸 특혜를 받은 존재가 아니라고 선생이 얘기했던 사춘기 시절에 받은 두 가지 옛 상처는 오래전에 아물었지만, 우리는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로 가느냐는 형이상학적인 두 고뇌가 거룩한 산에서 다시금 터졌다.

영혼의 자서전 (상) | 니코스 카잔차키스, 안정효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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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간이 더 이상 올림포스의 신들을 믿지 않고 거부하던 무렵에 살았던 철학자 프로클로스를 생각했다. 아크로폴리스의 기슭에 지은 오두막에서 잠들었던 프로클로스는 한밤중에 누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들었다. 누구인지 보려고 벌떡 일어나 달려간 그는 갑옷과 투구를 모두 갖춰 입은 아테나를 문간에서 발견했다. 「프로클로스여.」 그녀가 말했다. 「어디를 가나 나는 거절을 당했도다. 나는 그대의 머릿속에서 은신처를 구하려고 찾아왔노라!」

그녀와 마찬가지로 그리스도가 내 마음속에서 은신처를 구한다면!

아토스 산에서 돌아온 나는 그리스도가 집도 없이 굶주려 방황하고, 위험에 처했으며, 이제는 그가 인간에게 구원을 받아야 할 차례라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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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성서와 호메로스밖에 가져가지 않았기 때문에, 때로는 그리스도의 사랑과 겸손함의 말을 읽었고, 또 때로는 〈그리스인들의 조상〉이 쓴 불멸의 시구를 읽었다. 〈너는 선하고 평화롭고 참아야 하며, 한쪽 뺨을 맞으면 다른 쪽 뺨을 내주어야 하며, 현세의 삶은 가치가 없으며, 참된 삶은 천국에서 찾아야 한다〉고 성서가 가르쳤다. 〈너는 강해야 하며, 포도주와 여자와 전쟁을 사랑하고, 인간의 존엄성과 자부심을 드높이기 위해 죽이고 죽어야 하며, 이 땅의 삶을 사랑하고, 하데스의 왕이 되느니 살아서 노예가 되라〉고 그리스의 할아버지인 호메로스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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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일이야.」 내가 대답했다. 「다른 천국보다 훨씬, 훨씬 더 훌륭하고 참된 천국이었지. 신의 나무들 밑에서 아내와 남편이 아니라 두 친구가 거닐었어. 한데 우린 언월도(偃月刀)를 들고 달려온 천사가 아니라 목소리로 무장한 인간에게 추방을 당한 꼴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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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수도원장들을 생각하면, 황제여,

나는 미칠 지경으로 분노하오.

고급 생선은 저희들끼리만 배불리 먹고

나한테는 말라빠진 다랑어만 준다오.

그들은 녹초가 될 때까지 키오스 포도주를 퍼마시고

내 불쌍한 뱃속은 식초로 부글거리오!〉

영혼의 자서전 (상) | 니코스 카잔차키스, 안정효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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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로 삶을 시작하지 못하는 사람은 재난을 맞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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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가 웃게끔 만들어야만 할 때가 왔어. 그래, 꼭 그래야지! 고뇌와 울음, 십자가는 이제 그만이야. 그리스도는 그리스의 힘세고 행복한 신들을 함께 모아 가슴에 품고, 그들을 모두 동화시켜야 해. 유대인 그리스도가 그리스인이 될 때가 되었다고.」

영혼의 자서전 (상) | 니코스 카잔차키스, 안정효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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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곗덩어리와, 타성과, 비겁함이 영혼을 둘러싸서, 깊은 감옥 안에 갇힌 영혼이 아무리 발버둥치더라도 비계와, 타성과, 비겁함은 엉뚱하게 완전히 다른 짓만 저지른다. 나는 비겁함 때문에 말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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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가 어떻게 생각하든, 우리들은 자네가 내세우는 예의나, 연민이나, 편의 따위의 하찮은 미덕을 정복해야만 해. 나는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우리들을 너무 간단히 기만하는 하찮은 미덕보다는 중대한 악을 덜 두려워해. 나로서는 가장 최악의 설명을 내세우고 싶은데, 나는 영혼이 수치를 느껴 다시는 똑같은 짓을 되풀이하고 싶지 않아서였다고, 그러니까 그것이 비겁함에서 나온 행동이라는 얘기를 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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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우리들에게 얼굴을 돌렸다. 「저 사람 얘기는 듣지 말아요. 그의 이름은 게르마노스인데, 그래서 게르마노필Germanophile,[13] 이 되었어요. 수사들이 그를 놀려 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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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살스러운 미소가 수사의 입술에 번졌다.

「육체는 악마의 작품입니다.」 그가 소리를 질렀다. 「하느님의 작품이 영혼이라는 사실을 속세의 밀정인 당신들도 지금쯤은 알 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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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동굴에서 나오는 해골을 보고 나는 겁에 질렸다. 마치 최후의 심판이 벌써 우리 눈앞에 닥쳤으며, 이 해골은 육체를 몸에 걸치기 전에 땅에서 솟아 나온 듯싶었다. 공포와 역겨움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나는 고백하지 않은 비밀의 감격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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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세 인물 오디세우스, 니키포로스 포카스, 그리스도는 내 마음속에서 얼굴을 감추고 내 몸에서 분리되었고, 나 또한 자유가 되게끔 스스로 해방이 되려고 애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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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은 바닷가 송림의 시골집에서 묵었다. 우리들은 함께 먼 거리를 산책하고, 단테와, 구약 성서와, 호메로스를 읽었으며, 그는 우렁찬 목소리로 자기가 쓴 시를 낭송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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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661 - P447

우리들은 성스러운 땅에 발을 디뎠다. 선창가에 서서 기다리던 수사들은 손님 가운데 남자 옷을 입은 여자가 숨어 있지는 않은지 찾으려고 배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하나씩 능숙한 눈으로 살펴보았다. 성산이 성모에게 봉헌된 이후로 천 년 동안 어떤 여자도 이곳에 발을 디디거나, 여자의 숨결이 공기를 더럽히거나, 심지어는 양이나 염소나, 닭이나, 고양이 따위 짐승의 암컷들도 발을 들여놓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대기에는 오직 남성의 숨결만 섞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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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덧없는 삶을 버렸는데, 당신은 영원한 삶을 버렸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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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661 - P4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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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발생하여 2020년을 강타한 신종 바이러스에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라는 이름이 붙었다. 2002년에 출현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코로나바이러스와 구조가 유사하기 때문이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출현으로 사람에게 감염될 수 있는 코로나바이러스는 모두 일곱 종류가 되었다. SARS는 severe acuterespiratory syndrom의 약어이다. 단어 뜻대로 감염된 사람에서 급성으로 호흡계(기관지와 폐)에 심한 병적 증상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에 의한 질병명을 ‘코비드-19COVID-19: Coronavirus Disease-2019 라고 명명하기로 했다. 국내에서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명칭하고 있으며 언론에는 주로 코로나19로 줄여서 통칭된다. - P17

코로나19는 지역 전염병epidemic을 넘어 세계적 유행병pandemics으로 발전했다. - P18

코로나19에 심한 폐렴이 동반되는 이유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가 기관지의 섬모상피세포나 폐포 안의 2형 상피세포(Type II 폐포상피세포)를 공격하기 때문이다(뒤의 그림). 이 세포들에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가 잘 달라붙도록 만드는 효소수용체가 다량으로 존재한다.
ACE2’, TMPRSS2‘ 등의 수용체가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세포내 침투능력을 강화해준다. - P20

코로나바이러스를 투과전자현미경TEM으로 관찰하면, 바이러스 막표면에 돌기형태의 단백질(스파이크단백질)이 촘촘히 달려 있는 구조를 볼 수 있다. 그 형태가 태양의 코로나와 비슷해 코로나바이러스라는 이름이 붙었다. 축구화 밑바닥의 스파이크가 미끄러짐을 방지하는것처럼, 스파이크단백질은 숙주세포와 강하게 결합하여 바이러스가숙주세포로 빠르게 침투하도록 지지해준다. - P24

공격과 수비 포지션에 따라 축구화 스파이크 개수와 모양이 다르듯, 사스바이러스와 메르스바이러스의 스파이크단백질 모양은 서로다르다. 이 모양 차이에 따라 두 바이러스는 서로 다른 수용체를 활용해 숙주세포와 결합한다. 사스바이러스는 ACE2Angiotensin ConvertingEnzyme2’, 메르스바이러스는 DPP4Dipeptidyl Peptidase4’ (또는 CD26)를수용체로 활용한다(Cui et al., 2019). -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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