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그는 어서 오라고 환영하지 않고 잘 가라며 배웅했다. 그는 보드라운 구름 속에 편안히 물러나 앉지 않고, 우리들과 마찬가지로 저 높이 북극성을 응시하며 뱃전을 꽉 움켜잡고 서서 파도에 시달렸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그를 좋아했고, 그렇기 때문에 나는 그를 따르리라.

영혼의 자서전 (하) | 니코스 카잔차키스, 안정효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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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매혹시키고 나에게 무엇보다도 더 많은 용기를 주었던 것은 자신이 그리스도임을 깨달은 인간이 어떻게 벅찬 투쟁과 만용과 미친 듯한 희망을 품고 신에 도달해서, 신과 한 덩어리 한 몸이 되려고 노력했느냐 하는 사실이었다.

영혼의 자서전 (하) | 니코스 카잔차키스, 안정효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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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의 이러한 이중성은 항상 불가해하고 깊은 신비처럼 여겨졌는데, 특히 인간 그리스도가 신에 이르려는, 보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신에게로 돌아가 똑같아지려는 그토록 인간적인, 그토록 초인적인 갈망이 그랬다. 신비하면서도 너무나 현실적인 이 향수(鄕愁)는 내 마음속에서 큰 상처들을, 또한 넘치는 샘들을 터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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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내면에는 인간이나 인간 존재 이전의 〈악한 자〉가 지닌 어두운 태곳적 힘이 존재했었고, 또한 인간이나 인간 존재 이전의 신이 지닌 밝은 힘도 존재했었는데, 내 영혼은 이들 두 군대가 만나 싸우는 격전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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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육체를 지배하고, 내 영혼을 지배하고, 머리의 힘을 빨아먹는 잔가지들을 모두 잘라 버려서, 머리만 남은 다음에 솟아오르리라. 내 앞에는 위대한 투쟁자가 있다. 나는 신을 따르리라. 그는 험한 산을 오르니 나도 그와 함께 오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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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한 여행 끝에 한 잔의 차가운 물, 수수하고 편한 안식처, 따뜻하게 낯선 이를 기다리며 세상의 한구석 화롯가에서 남모르게 살아가는 시원스러운 인간의 마음 ― 나는 살아가면서 이와 비슷한 행복감을 자주 맛보았다. 그러다가 길거리 끝에서 낯선 이가 나타나면 마음은 인간을 발견했기에 두근거리고 기뻐한다! 사랑이나 마찬가지로 친절도 받는 자보다는 베푸는 자가 더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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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속에서는 사탄의 욕망이 끓어올랐다. 뱀이 지혜의 나무를 기어 올라가서 잇소리를 내었다. 수사는 열심히 귀를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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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온화한 은자의 마음을 유혹으로 이끌고 그의 평정을 초조함으로 바꿔 놓음으로써, 나는 친절함을 가장 훌륭한 방법으로 갚은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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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만하게 굽이치는 낙타의 율동을 따르면, 피와 더불어 영혼도 그렇게 된다. 서양의 명석하고 빈틈없는 이성에 의해 모욕적으로 토막토막 잘라진 기하학적 구분에서 시간이 스스로 해방된다. 〈사막의 배〉가 흔들거리는 이곳에서라면 시간이 수학적이고 단단히 구분된 폐쇄로부터 풀려 나와 나누어지지 않는 액체이고, 가벼우며, 사상을 환상과 음악으로 바꿔 놓는 어지러운 도취가 되어 하나의 실체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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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662 - P17

사막에 힘입어 유대인들은 계속 생존했고, 그들이 지닌 미덕과 악덕을 통해 세계를 지배했다. 우리들이 겪어 가는 불안한 분노, 보복, 폭력의 시대인 오늘날 유대인들은 필연성에 의해 또다시 속박의 땅으로부터 탈출exodus하도록 무서운 신에게 선택된 민족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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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662 - P25

태양, 하얀 낙타, 푸른 초원에서 풀을 뜯는 암양들, 알록달록한 천막들, 그리고 천막 밖에 다리를 꼬고 앉아서 웃느라 머리를 젖히며, 손목과 발목에 은팔찌를 차고, 눈에는 화장 먹을 바르고 머리카락은 부처꽃으로 물들이고 뺨에는 예쁜 점을 두 개 찍은 여인들, 음식에서는 김이 무럭무럭 피어오르고, 우유와 대추야자와 하얀 빵과 찬물 한 병에 육반, 거기다가 어느 천막보다도 더 큰 세 개의 천막과, 어느 낙타보다도 빠른 서른세 마리의 낙타와, 어느 여인보다도 훨씬 황홀케 하는 삼백서른세 여인 ― 타에마와 만수르와 아우아의 천막과 낙타와 여자 ― 이것은 그들만의 천국, 베두인 이슬람교도의 천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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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662 - P27

「신은 떨림과 부드러운 눈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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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662 - P33

붓다는 말한다. 「육체의 기적과 영혼의 기적, 기적이 둘이지만 나는 영혼의 기적만 믿는다.」 시나이 수도원은 영혼의 기적이었다. 삭막한 사막의 한가운데에 지었고, 다른 종교를 내세우며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욕심 많은 부족들에게 둘러싸인 채, 수도원은 1천4백 년 동안 첨탑처럼 솟아올라 그것을 포위한 자연과 인간의 힘에 저항해 왔다. 이곳에서는 우월한 인간의 의식이 존재하고, 인간의 미덕이 사막을 정복한다는 자랑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영혼의 자서전 (하) | 니코스 카잔차키스, 안정효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662 - P33

비록 어느 날 저녁 흙을 한 줌 먹고 만족하게 되리라는 사실을 분명히 알면서도 우리들은 만족을 모르는 우리들의 욕망에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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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662 - 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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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늙은 할아버지의 무릎에서 안식처를 찾으려는 듯 다시금 호메로스에 빠져 들어갔다. 불멸의 시구들이 또다시 파도처럼 밀려와 내 관자놀이에서 부서졌다. 수백 년을 가로질러 나는 신들과 인간들이 창을 휘두르는 소리를 들었으며, 늙은 남자들에 둘러싸여 트로이아의 성벽을 천천히 거니는 헬레네를 지켜보면서 상념을 잊으려고 애썼다.

영혼의 자서전 (상) | 니코스 카잔차키스, 안정효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661 - P563

오, 인간의 마음이 전능하여 죽음과 투쟁할 만큼 힘이 넘친다면, 만일 막달라 여자 마리아 ― 창녀 막달라 마리아 ― 처럼 사랑하는 시체를 부활시킬 능력을 얻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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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661 - P563

아버지라면 암말을 타고 이교도들을 공격해서, 밤에 싸움터에서 돌아와 기독교 세계의 적들이 썼던 피로 물든 터번을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의 성상 밑 우리 집 성상대에 걸었으리라. 그러면 아버지도 마음의 평화를 얻고, 나름대로 그리스도가 가슴속에서 부활함을 느꼈으리라. 누가 뭐라고 해도 아버지는 무사였고, 그에게는 전쟁이 구원을 전하면서도 받는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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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충처럼 잉태하는 힘을 지닌 바람이 내 몸속으로 스며들어 형태를 갖추고, 태아를 만들어, 이제는 밖으로 나오려고 발길질하고 있음을 알았다.

나는 펜을 들어 글을 써서 배설하는 산고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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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밤낮이 지난 다음 연극 원고가 전부 내 무릎에 놓였다. 나는 갓 태어난 아기를 안는 어머니처럼 그것을 꼭 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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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키만큼 땅에서 솟아오르는 밀의 줄기들은 무덤에서 소생하는 그리스도였고, 빨간 아네모네는 그리스도의 성스러운 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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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의 산과 들판을 산책하며 상상 속에서만 즐기지 말고,
팔레스타인의 따스한 몸을 만지고 보며,
그리스도가 숨 쉬고 밟고 만졌던 땅과 대기를 숨 쉬고 밟고 만지며, 인간들 사이에 그가 남긴 핏자국을 따르기 위해서.
그렇다, 나는 꼭 떠나아마도 팔레스타인, 그곳에서 나는 거룩한 산에서 헛되이 추구하던 바를 찾을지도 모른다.

영혼의 자서전 (상) | 니코스 카잔차키스, 안정효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661 - P573

마음이 어린아이와 같아져서, 밤샘 동안에 레몬꽃으로 뒤덮인 신의 육체가 십자가에서 몸부림치는 모습을 보고 고통을 겪으며, 먹지도 못하고, 잠자지도 못하고, 눈물도 가누지 못하는 행복감!

영혼의 자서전 (상) | 니코스 카잔차키스, 안정효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661 - P573

첫사랑의 소녀를 사랑해서 예수의 수난일 정오에 만나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의 발에 입을 맞춤으로써 함께 경배하기로 약속했고, 신의 몸을 통해 여인과 입술을 마주 댄다는 죄를 범하는 기쁨 또한 더욱 크지 않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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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의 신전은 거대한 벌집처럼 시끄러웠다. 그곳은 빛과 인간의 땀 냄새가 넘쳤고, 그리스도의 무덤에서 거룩한 빛을 뿜어 우주가 창조되는 순간을 기다리며 신전의 둥근 천장 밑에서 밤을 보낸 남자들과 여자들의 하얗고, 갈색이고, 검은 겨드랑이는 땀에 젖었다. 어디에서나 밀랍과 썩은 기름의 시큼하고 짙은 악취가 풍겼다. 성상들 밑에서는 주전자의 커피가 끓었고, 어머니들은 젖을 꺼내 아기들에게 먹였다. 흑인 여자들은 머리카락에 양 기름을 발랐는데, 그것이 녹아내려 양 같은 냄새가 났다. 남자들은 숫염소의 참지 못할 악취를 몸에서 뿜어냈다.

영혼의 자서전 (상) | 니코스 카잔차키스, 안정효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661 - P581

신과 사랑을 나누는 영혼의 불멸한 언어를 속으로 노래하며 나는 사해(死海)로 가는 길을 나섰다.

영혼의 자서전 (상) | 니코스 카잔차키스, 안정효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661 - P585

언젠가 우리들 자신의 소돔과 고모라가 어떤 전능한 발에 짓밟힐 터이며, 신을 잊고, 비웃고, 흥청거리던 세상은 또 다른 사해로 변하리라. 모든 시대의 끝에 신의 발이 이렇게 와서 너무 포식한 배와 너무 발달한 이성의 도시들을 짓밟으리라.

영혼의 자서전 (상) | 니코스 카잔차키스, 안정효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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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돔과 고모라는 서로 입 맞추는 두 명의 창녀처럼 강둑을 따라 누웠다. 남자들과 다른 남자들이, 여자들과 다른 여자들이, 남자들과 암말들이, 여자들과 황소들이 교미를 했다. 그들은 〈삶의 나무〉를 먹고 과식했으며, 〈지혜의 나무〉에서 과일을 너무 많이 따 먹고 과식했다. 성상들을 때려 부순 그들은 그것이 나무와 돌멩이에 지나지 않음을 깨달았고, 사상을 때려 부순 그들은 그것이 바람으로만 가득함을 깨달았다. 신에게 가까이, 아주 가까이 온 그들은 〈신은 두려움의 아버지가 아니라, 두려움의 아들이로다〉라고 말하고는 공포를 잊었다. 그들은 도시의 네 성문에 노란 글씨로 커다랗게 〈이곳에는 하느님이 없도다〉라고 써놓았다. 〈이곳에는 하느님이 없도다〉라는 말은 무엇을 뜻하는가? 그것은 우리들의 본능에 굴레가 없으며, 선에 대한 보상과 악에 대한 처벌도 없고, 은공과 수치와 정의도 존재하지 않으며, 우리들은 발정한 암컷 수컷 늑대들임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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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동안 공기가 응결되는 듯싶더니 이마에서 불길이 솟아오르고, 수염을 휘날리며 사나운 맨발의 롯이 내 앞에 나타났다. 그러나 그는 구약에서처럼 노예 신분의 롯이 아니었다. 그는 도망쳐서 구원을 받으라는 신의 명령을 거역하려는 반항아였으며, 꿋꿋한 롯이었다. 그는 매혹적이고 죄 많은 도시들을 동정했고, 자유 의사에 따라 불 속에 몸을 던져 함께 죽으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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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반항아가 어떻게 내 뱃속에서 튀어나왔을까? 무서운 일이었다. 제멋대로 행동하는 야만적인 영혼은 내 마음속, 신의 뒤, 어디에 숨어 있었을까? 나는 믿음이 깊고 순종하는 족장인 아브람과 함께였다. 그런데 어째서 나는 그를 저버리고, 성서를 짓밟고, 이런 롯을 창조하여 그와 하나가 되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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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답을 찾아 나서면 안 되고, 그것이 당신을 찾아올 겁니다. 찾아올 테니 내 말을 듣고 마음을 편히 가져요. 언젠가 윗사람이 나한테 이런 말을 했답니다. 〈어느 수사가 평생 동안 신을 추구했는데, 마지막 숨을 거둘 때에야 그는 줄곧 신이 그를 찾아다녔음을 깨달았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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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어릴 적의 열망과, 엉뚱한 예언들이 내 눈앞에서 시나이의 그림이라는 현실과 뒤섞였다. 내 머릿속에서 무르익던 숨은 결심이 갑자기 형태를 갖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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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날개를 짓눌러서 하늘로 올라가지 못하게 막던 육체를 소멸시켜 버린 영혼을 열심히 지켜보았다. 믿음을 지닌 영혼은 무자비하게 인간을 잡아먹는 야수이다. 그것은 그를, 살과 눈과 머리카락과 모든 부분을 삼켜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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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의 길. 한 계단씩 올라가는 거야. 배부름에서 굶주림으로, 축인 목구멍에서 목마름으로, 기쁨에서 고통으로. 신은 굶주림과, 목마름과, 고통의 정상에 앉았고, 악마는 안락한 삶의 정상에 앉았어. 선택을 해야지.」

영혼의 자서전 (상) | 니코스 카잔차키스, 안정효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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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집스럽게 머리를 저었다. 「바로 그 자아 때문에, 자아의 의식 때문에 인간은 짐승과 차이가 납니다. 그것을 가볍게 생각지 마십시오, 마카리오스 수도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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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삶을 거부하는 격렬한 사람에게 고해할 뜻으로 바위를 기어올랐지만, 아직 때가 너무 이르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 마음속에서는 아직도 삶이 증발하지 못했다. 나는 눈에 보이는 세계를 무척 사랑했다. 악마는 아직도 내 마음속에서 찬란하게 빛을 발산했고, 신의 눈부신 찬란함 속에서 스러지지 않았다. 나중에, 나중에 내가 늙어 기운이 없을 때, 내 마음속에서 악마의 기운이 다할 때라면 모르겠지만, 하고 나는 혼자 생각했다.

영혼의 자서전 (상) | 니코스 카잔차키스, 안정효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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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녀를 보내 주지 않고 새벽까지 붙잡아 두었어요. 그 기쁨, 정말 마음이 가벼워지는 기막힌 부활이었죠! 평생 나는 십자가에 못 박혀 살았지만, 그날 밤 부활했어요. 하지만 그 밖에도 무언가 무서운 힘이, 내 생각에는 그것만이 내 죄를 이루는 무서운 부분이 존재했어요. 그렇기 때문에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서 난 당신을 이 골방으로 불렀어요. 무서운 부분이란 무엇이냐 하면, 정말 처음으로 나는 신이 나에게 가까이, 두 팔을 벌리고 가까이 다가옴을 느꼈어요. 어찌나 감사하게 생각했던지 그날 밤은 동이 틀 때까지 밤새도록 기도를 드렸으며, 내 마음은 활짝 열려 신을 받아들였어요! 전에 성서에서 읽기는 했어도 미처 몰랐었지만, 오, 평생 비인간적이었고 기쁨을 몰랐던 내 생애에서 처음으로 나는 신이 어느 정도 선하고, 어느 만큼 인간을 사랑하며, 얼마나 인간을 불쌍히 여겼기에 여자를 창조하고, 우리들을 가장 확실하고 가까운 길을 따라 천국으로 이끌어 가게끔 여자에게 우아함을 부여했음을 깨달았어요. 여인은 기도나 단식이나 그리고 ― 용서를 빕니다, 주님 ― 은덕보다도 더 강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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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661 - P544

한 여인이 나에게 확신을 주었어요 ― 다시 말하지만, 기도나 단식이 아닌 여자가요. 주님을 내 방으로 데려온 사람은 여인이었어요!

영혼의 자서전 (상) | 니코스 카잔차키스, 안정효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661 - P545

은덕의 길과 나란히 더 넓고 훨씬 평탄한 길이, 죄악의 길이 인간을 신에게로 이끌어 가는가?

영혼의 자서전 (상) | 니코스 카잔차키스, 안정효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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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우주의 중심이 아니며 인간은 신의 손으로 직접 빚어낸 특혜를 받은 존재가 아니라고 선생이 얘기했던 사춘기 시절에 받은 두 가지 옛 상처는 오래전에 아물었지만, 우리는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로 가느냐는 형이상학적인 두 고뇌가 거룩한 산에서 다시금 터졌다.

영혼의 자서전 (상) | 니코스 카잔차키스, 안정효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661 - P553

나는 인간이 더 이상 올림포스의 신들을 믿지 않고 거부하던 무렵에 살았던 철학자 프로클로스를 생각했다. 아크로폴리스의 기슭에 지은 오두막에서 잠들었던 프로클로스는 한밤중에 누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들었다. 누구인지 보려고 벌떡 일어나 달려간 그는 갑옷과 투구를 모두 갖춰 입은 아테나를 문간에서 발견했다. 「프로클로스여.」 그녀가 말했다. 「어디를 가나 나는 거절을 당했도다. 나는 그대의 머릿속에서 은신처를 구하려고 찾아왔노라!」

그녀와 마찬가지로 그리스도가 내 마음속에서 은신처를 구한다면!

아토스 산에서 돌아온 나는 그리스도가 집도 없이 굶주려 방황하고, 위험에 처했으며, 이제는 그가 인간에게 구원을 받아야 할 차례라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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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성서와 호메로스밖에 가져가지 않았기 때문에, 때로는 그리스도의 사랑과 겸손함의 말을 읽었고, 또 때로는 〈그리스인들의 조상〉이 쓴 불멸의 시구를 읽었다. 〈너는 선하고 평화롭고 참아야 하며, 한쪽 뺨을 맞으면 다른 쪽 뺨을 내주어야 하며, 현세의 삶은 가치가 없으며, 참된 삶은 천국에서 찾아야 한다〉고 성서가 가르쳤다. 〈너는 강해야 하며, 포도주와 여자와 전쟁을 사랑하고, 인간의 존엄성과 자부심을 드높이기 위해 죽이고 죽어야 하며, 이 땅의 삶을 사랑하고, 하데스의 왕이 되느니 살아서 노예가 되라〉고 그리스의 할아버지인 호메로스가 말했다.

영혼의 자서전 (상) | 니코스 카잔차키스, 안정효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661 - P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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