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소모되는 전기에너지는 엄청난 수준이다. 비트코인 거래 한 번을 위해 컴퓨터가 만들어내는 이산화탄소는 300㎏이며, 이는 비자카드를 한 번 긁는 것보다 75만 배 많은 양이다.20 - <플랫폼 경제와 공짜 점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07899 - P57
왜 블록체인 시스템은 블록을 연결하는 작업을 비생산적이고 낭비적인 ‘숫자 끼워 맞추기’로 만들었을까? 이에는 합리적 이유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블록체인은 블록연결 작업을 통해 장부조작 여부를 발견한다. 숫자 끼워 맞추기 작업을 통해 가짜 거래기록을 밝혀내고, 진짜 거래 기록만 남게 된다. - <플랫폼 경제와 공짜 점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07899 - P57
일시적으로는 참True과 거짓False이 병존할 수 있지만, 블록체인에서는 결국 다수가 믿고 있는 기록이 ‘참’이 된다. 이것이 블록 간의 연결 작업을 단순한 숫자 끼워 맞추기로 만들어 둔 이유다. 다수가 작업하고 있는 블록의 행렬이 무엇인지를 가려내는 과정인 것이다. 즉, 블록체인은 ‘계산 효율성’을 포기한 대신, ‘신뢰’를 택했다.22 - <플랫폼 경제와 공짜 점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07899 - P59
그러나 비트코인이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기술적으로 완벽해서가 아니라, 사람들의 ‘신뢰’를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24 기술적으로는 복잡하더라도 신뢰를 강제하는 기술에 사람들이 열광하고 있는 것이다. 블록체인은 일종의 ‘신뢰기계the Trust Machine’다.25 블록체인 시스템에서는 거짓말을 하면 항상 손해를 보게 되어 있다. 이는 미래가 예측 가능해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블록체인은 신뢰를 만들어내는 도구이며, 불확실성을 확실성으로 대체하는 기계다. - <플랫폼 경제와 공짜 점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07899 - P60
블록체인은 단순 반복적인 거래가 많이 일어나는 곳에서 진가를 발휘할 것이다. 거래구조가 복잡하면 블록체인이 주석을 달고 추적을 하는 과정이 매우 번거로워지기 때문이다.26 따라서 농업, 물류, 수송 등 단순 반복적이지만 거래량이 많은 ‘공급망supply chain’ 관리 분야에서 유용하게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수정이 불가능하다는 블록체인의 특징은 농산물 원산지 관리, 식품의 안전성 증명, 공중보건 영역에서 중요한 가치를 가질 것이다. - <플랫폼 경제와 공짜 점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07899 - P61
블록체인은 ‘사회적 확장성’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진화해 나갈 것이다. 중개기관을 대체할 수 있다는 뚜렷한 장점 때문이다. 스마트 계약28, 하이퍼레저 패브릭29 등은 블록체인이 그 활용성을 점차 넓혀가고 있음을 보여준다.30 언젠가 블록체인은 애플리케이션을 넘어 오늘날의 윈도우 OS와 같이 모든 컴퓨터에 깔려 있는 기본 인프라 기술이 될지도 모른다. 블록체인이 플랫폼이 되는 ‘서비스로서의 블록체인BaaS: Blockchain-as-a-Service’이다.31 - <플랫폼 경제와 공짜 점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07899 - P62
알바의 일종인 비정규직 프리랜서 노동이 확산하는 현상을 ‘긱 이코노미gig-economy’라고 일컫는다. 앞으로는 정규직 없이도 생계를 유지하는 데에 문제가 없는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 - <플랫폼 경제와 공짜 점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07899 - P62
무형의 서비스인 컴퓨팅 파워도 공유된다. 온라인 쇼핑회사인 아마존은 컴퓨팅 파워를 공유하는 대표적 기업이다. 아마존은 블랙프라이데이, 크리스마스와 같이 쇼핑 수요가 몰리는 시즌에 대비하여 대용량의 서버를 구축해 두었다. 사람들의 수요가 몰리더라도 원활히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쇼핑 수요가 낮은 평상시에는 서버를 100퍼센트 가동하지 않고 IT 업체들에 대여하고 있다. 이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아마존에서 가장 큰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부문이다. - <플랫폼 경제와 공짜 점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07899 - P63
정치는 데이터를 처리하는 시스템과 같다.1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그 데이터를 처리하여 공공의 해결책을 내놓는 것이 정치다. 데이터를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하는 자는 권력을 획득한다. 대중들의 문제의식에 공감하고 적합한 정책을 제시하는 사람은 더 많은 대중의 지지를 받는다. 정치 경쟁을 정보 처리의 관점에서 보면, 누가 데이터를 더욱 빠르게 수집하고 정확하게 처리하는지를 둘러싼 싸움이다. - <플랫폼 경제와 공짜 점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07899 - P66
민주주의는 참여와 토론을 통해 국민의 의견을 반영하고, 틀릴 확률을 획기적으로 낮춘 시스템이다. 컴퓨터공학에서 "보는 눈이 많으면 프로그램의 오류를 쉽게 찾아낼 수 있다."라는 ‘리누스의 법칙Linus’ Law’을 정치체제로 구현한 것이 바로 민주주의다. - <플랫폼 경제와 공짜 점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07899 - P67
시스템이 투명해지고,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해지면서 민주주의라는 참여형 데이터 처리 방식은 느린 속도라는 문제에 봉착한 것이다. - <플랫폼 경제와 공짜 점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07899 - P68
공공서비스는 이제 더 이상 정부만의 영역이 아니다. 우리가 자주 이용하는 지하철 9호선, 인천대교, 신분당선은 민간기업에 의해 건설된 대표적 인프라다. 정부가 민간과 협력하는 민관협력 파트너십(PPP, Public-Private Partnership)이라는 방법으로 건설된 것이다. - <플랫폼 경제와 공짜 점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07899 - P69
경제 권력은 자본파업의 가능성을 통해 힘을 휘두른다. 노동자의 본래 역할이 상품을 생산하는 것이라면, 자본은 노동자가 일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고, 노동자들을 조직화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즉, 투자하여 공장을 짓고 이윤을 내는 것이다. 그러나 만약 자본가들이 공장을 짓지 않는다면, 이를 ‘자본파업’이라 한다. 기업가들이 기존 생산설비를 해외로 이전하는 것도 일종의 자본파업이다. 기업들이 해외로 공장을 이전시키는 오프쇼어링offshoring은 자본파업의 전형이다. - <플랫폼 경제와 공짜 점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07899 - P72
자본파업은 일자리만 감소시키는 것이 아니다. 자본파업이 발생하면 양극화가 더욱 심해진다. 전통적 제조업의 일자리는 해외로 나가버리는 대신, 그 기업이 빠져나간 빈자리에는 바이오, 게임 등과 같은 신新산업 분야의 일자리가 생겨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는 고학력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만들고, 저학력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없애버리는 결과를 낳는다. 즉, 자본파업은 현 정부가 가장 두려워하는 일자리 감소와 소득 양극화라는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가져온다. - <플랫폼 경제와 공짜 점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07899 - P74
사람들은 한번 적응한 제도를 바꾸는 것에 피로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움직이던 물체는 계속 움직이려는 관성을 지니고 있듯이, 법과 제도도 사람들에게 적응되면 현상을 유지하려는 관성을 지닌다. 이를 제도의 ‘경로 의존성path dependence’이라고 한다. - <플랫폼 경제와 공짜 점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07899 - P74
경제 권력에 유리한 제도가 형성되는 현상은 국제적으로도 마찬가지다. 세계 각국도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에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여러 나라가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제도ISD 등은 친기업적 제도가 국제적으로 형성된 예다. 자본의 논리로 국제적 법정을 만들어 민주국가를 심판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5 - <플랫폼 경제와 공짜 점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07899 - P75
기업이 우리의 일상을 관찰하는 오늘날 자본주의 모습을 ‘감시자본주의surveillance capitalism’라고도 일컫는다. 감시자본주의란 우리의 일상 행동에서 데이터를 추출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방식의 자본주의다. 구글과 카카오가 우리의 검색기록을 활용하여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감시자본주의의 전형이다. 우리는 인터넷 공간에서 콘텐츠를 소비하면서 항상 흔적을 남긴다. 감시자본주의의 기업들은 이러한 흔적(행동잉여, behavioral surplus)들을 수집하여 데이터를 얻고, 이 데이터를 분석하여 타깃 광고, 가격차별, 맞춤형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 <플랫폼 경제와 공짜 점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07899 - P78
이처럼 개인정보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과 행동 사이에 괴리가 존재하는 현상을 ‘프라이버시 역설privacy paradox’이라고 한다. 프라이버시의 역설이 존재하기 때문에 네트워크 기업들은 우리의 개인정보를 손쉽게 얻고 있는 것이다. - <플랫폼 경제와 공짜 점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07899 - P79
그러나 우리가 자발적으로 콘텐츠와 데이터를 업로드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네트워크 기업의 부를 창출하는 행위가 된다. 사용자들이 많고, 더 많은 데이터가 축적될수록 그 네트워크의 가치가 커지기 때문이다. 즉, 온라인 세계에서 나의 소비행위는 순수한 취미나 단순한 소비가 아니다. 이는 소비행위인 동시에 네트워크라는 참여농장에서 일하는 생산행위이기도 하다. - <플랫폼 경제와 공짜 점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07899 - 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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