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책장에 꽂힌 책들의 제목을 읽기 시작했다. 집중해, 소리 내어 읽어. 에드워드 애비, 치누아 아체베, 셔우드 앤더슨, 제인 오스틴, 폴 오스터. 건너뛰지 말고, 천천히. 한쪽 벽 전체에 꽂힌 책들의 제목을 다 읽고 나자 기분이 나아졌다. 그녀는 똑바로 일어섰다.
-알라딘 eBook <청소부 매뉴얼> (루시아 벌린 지음, 공진호 옮김) 중에서 - P240
손톱으로 칠판을 긁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공간이었다. 창문에 낀 먼지는 노란 필름을 붙인 듯했다. 곰팡이가 핀 회갈색 벨벳 벽과 좌석에선 먼지가 풀풀 났다. 당시 난 손톱을 많이 깨물었는데, 그렇게 해서 생살이 드러난 손끝이나 넘어져 까진 무릎, 팔꿈치가 곰팡이 나고 먼지 많은 벨벳 시트에 닿으면…… 그건 고통 그 자체였다. 이가 아팠다. 머리카락마저 아팠다. 실수로 털이 엉겨붙은 죽은 고양이라도 만진 듯이 몸서리쳤다. 나는 몸을 웅크리고 더러운 창문 위 화분 같은 금색 조각 홈을 붙들었다. 그 아래, 낡은 가발처럼 달랑달랑 달린 손잡이 줄은 썩고 지저분했다. 그렇게 홈을 붙들고 있자니 공중에 높이 떠서 흔들거리는 형국이 되어 옆에 지나가는 차들의 뒷좌석에 있는 식료품 봉투, 자동차 재떨이를 만지작거리는 아기, 크리넥스 티슈 상자들이 다 들여다보였다.
-알라딘 eBook <청소부 매뉴얼> (루시아 벌린 지음, 공진호 옮김) 중에서 - P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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