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수騎手방은 성인 한 명이 웅크려 앉을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이다. 누워 있을 수도, 발을 뻗고 앉을 수도 없을 만큼 비좁다. 하지만 이 방을 쓰는 기수는 누워 있을 이유도, 발을 뻗고 앉을 이유도 없다. 신장 150센티미터, 몸무게 40킬로그램의 기수는 창문 하나 없는 사각형의 방에 앉아 하염없이 기다렸다. 시멘트로 이루어진 공간은 실제 넓이보다 더 작고 답답하게 느껴졌다. C-27은 방에서 하늘을 볼 수 없다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현이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만 그것이 가장 적절한 문장이었다. 불빛 하나 들어오지 않는 그곳에서 우두커니 앉아 오래도록 기다렸다.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그 소녀를

<천 개의 파랑>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6644 - 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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