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무늘보보다 움직임이 적은 인간이었는데, 스타벅스에 다니는 덕분에 매일 최소한 왕복2킬로미터 이상 걷게 됐다. 일도 하고 운동도 하고 빈둥지증후군도 낫고 일석삼조.

-알라딘 eBook <스타벅스 일기> (권남희 지음) 중에서 - P7

스타벅스에 사이렌오더가 없었더라면 내가 매일 마음 편하게 다닐 수 있었을까. 그러지 못했을 것 같다. 나는 키오스크의 등장을 누구보다 환영하는 극I다.I들이 살기 편한 세상이 도래해서 요즘 살맛 난다.

-알라딘 eBook <스타벅스 일기> (권남희 지음) 중에서 - P15

닉네임 나무로 사이렌오더가 들어와서 ‘나무지?’ 했을 텐데, 도둑은 항상 제 발이 저린 법. 그 뒤로 닉네임을 바꾸었다. ‘트리’로.
인생은 거기서 거기죠.

-알라딘 eBook <스타벅스 일기> (권남희 지음) 중에서 - P16

날씨도 춥고, 마음도 추운 날에는 자허블(자몽 허니 블랙티)이 딱이다. 재즈 음악이 흐르는 오전의 스타벅스. 창밖에는 패딩 차림의 행인들. 따뜻한 자허블을 마시며 그들을 보고 있으니, ‘여기가 미니 천국이구나’ 싶다. 미니 천국의 코앞 자리에는 선남선녀 커플이 다정하게 데이트를 하고 있다. 참 행복해 보인다. 내게도 저런 시절이 있었던가, 없다.

-알라딘 eBook <스타벅스 일기> (권남희 지음) 중에서 - P17

드디어 오늘부터 스타벅스의 겨울e-프리퀀시 이벤트가 시작됐다. 미션 음료 세 잔을 포함해 총17잔의 음료를 구매하면 리워드를 주는 행사다. 쉽게 말해 스티커17장을 모으면 선물을 주는 것. 증정품은 비매품인데다 시즌 한정 상품이어서 갖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항상 많다. 겨울 프리퀀시에는 뭐니 뭐니 해도 새해 다이어리가 인기.

-알라딘 eBook <스타벅스 일기> (권남희 지음) 중에서 - P20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라고 윤동주 님은 별을 노래하셨지만, 나는 별 하나에 무료 쿠폰을 꿈꾼다. 쪼잔하다. 하긴 어느 재벌 아저씨는 요플레 뚜껑을 핥아먹는다고 하더라. 나는 그 정도는 통 크게 그냥 버리는데.

-알라딘 eBook <스타벅스 일기> (권남희 지음) 중에서 - P21

겨울 신메뉴로 나온 스노우 민트 초콜릿 블렌디드를 주문했다. 유기농 말차, 화이트 초콜릿, 민트 초콜릿으로 푸릇푸릇한 색을 만들고 빨강과 초록 설탕을 뿌렸다. 크리스마스트리에 크리스마스 색으로 전구 장식을 단 이미지라고 한다.

-알라딘 eBook <스타벅스 일기> (권남희 지음) 중에서 - P25

이 나이가 되니 크리스마스라고 해도 아무 느낌도 없고, 그저 빨간 날이라는 이미지뿐이지만, 어린 시절의 나 같은 어린이, 청춘 시절의 나 같은 솔로들이 크리스마스에 우울하지 않게 거리도TV도 조용한 이 세상이 아주 마음에 든다.

-알라딘 eBook <스타벅스 일기> (권남희 지음) 중에서 - P26

연애 문제든 결혼 문제든 이혼 문제든, 대부분 상담자는 자기의 답을 갖고 있다. 그 답을 상대방에게 듣고 싶은 것뿐이다. 그러므로 성심껏 조언을 해봤자 부질없는 짓이다. 바른 소리 한다고 고마워하지도 않는다. 쓴소리해서 사이만 어색해진다. 그저 공감해주고 토닥거려주고 편 들어주는 게 가장 현명하다. 들어주는 것만으로 충분히 위안이 됐을 터. 판단은 본인이, 판결은 판사가 하겠지요.

-알라딘 eBook <스타벅스 일기> (권남희 지음) 중에서 - P32

실수로 디카페인이 아닌 카페 라떼를 주문했다. ‘본의 아니게 카페인 충전한 뇌로 열심히 일해야지…’ 생각했지만, 내가 가장 힘겨워하는 스벅의 빌런이 등장했다. 왼쪽 옆자리 청년이1분에180번 정도 심하게 다리를 떨었다. 하아, 나는 소음보다 누가 다리 떠는 게 더 견디기 힘든데.

-알라딘 eBook <스타벅스 일기> (권남희 지음) 중에서 - P44

일본어로도 다리 떠는 걸 ‘빈보유즈리’라고 한다. ‘빈보’는 ‘가난’, ‘유즈리’는 ‘떨다’라는 뜻이다. 에도시대에 나온 말이다. 먹을 것도 귀하고 입을 것도 귀한 시절이라 사람들은 허기와 추위에 다리를 달달 떨었을 것이다. 그렇게 달달 떠는 모습이 보기 안타까워 "다리 떨면 가난 신이 내려온다"라고 한 데서 ‘빈보유즈리’라는 말이 나왔다는 썰이 있다.

-알라딘 eBook <스타벅스 일기> (권남희 지음) 중에서 - P45

중년의 사람들, 만나면 하는 이야기가 다 똑같구나. 이들도 ‘누가 누가 더 아프나’ 배틀이다. 한 사람이 어깨가 아프다고 하면 어깨 받고 난 허리, 어깨와 허리 받고 난 무릎, 이런 식. 더 많이 아프다고 메달 주는 것도 아닌데 왜 친구를 만나면 아픈 곳 자랑부터 하게 될까. 전혀 남 얘기 같지가 않았다. 속으로는 이미 일행이다.

-알라딘 eBook <스타벅스 일기> (권남희 지음) 중에서 - P51

상사가 그만두려는 사람을 붙잡는 경우,98퍼센트 자기를 위해서지 상대방을 위해서는 아니다. 한 번 그만두려고 마음먹었을 때 그만두는 게 정답이다. 욱해서 던지는 사표가 아니라 심사숙고한 것이라면.

-알라딘 eBook <스타벅스 일기> (권남희 지음) 중에서 - P54

하긴 직장에서 그만둔다고 할 때, "그래, 잘 가라. 만나서 재수 없었고 다신 보지 말자" 하고 선뜻 보내줘도 기분 나쁠 것 같긴 하다.

-알라딘 eBook <스타벅스 일기> (권남희 지음) 중에서 - P54

일찍 일어난 새가 벌레 한 마리 더 잡아먹는지 모르겠지만, 잠을 덜 잔 탓에 벌레를 먹고 나면 식곤증 밀려와 다시 자느라 하루를 망친다. 그냥 평소 하던 대로 제시간에 일어나는 게 최고다. 알면서 오늘 또 그랬다.

-알라딘 eBook <스타벅스 일기> (권남희 지음) 중에서 - P61

예쁜 핑크색의 봄 신메뉴다. 인터넷에 어떤 분이 이 음료를 이렇게 표현해놓았다. ‘수박즙과 참외즙을 유스베리티에 때려 부은 맛.’ 참으로 한방에 와 닿는 표현이다. 그러나 스타벅스의 메뉴 설명은 언제나처럼 한 편의 시 같다.

-알라딘 eBook <스타벅스 일기> (권남희 지음) 중에서 - P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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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땅에서는 성스러운 알프강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동굴을 빠져나가
땅 아래 암흑의 바다로 흘러갔다.
새뮤얼 테일러 콜리지, 「쿠블라 칸」


Where Alph, the sacred river, ran
Through caverns measureless to man
Down to a sunless sea.
Samuel Taylor Coleridge, 「Kubla Khan」

-알라딘 eBook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중에서 - P7

네가 나에게 그 도시를 알려주었다.
그 여름 해질녘, 우리는 달콤한 풀냄새를 맡으며 강을 거슬러올라갔다. 야트막한 물둑을 몇 번 건너고, 이따금 걸음을 멈추고서 웅덩이에서 헤엄치는 가느다란 은빛 물고기들을 구경했다. 둘 다 조금 전부터 맨발이었다. 맑은 물이 복사뼈를 차갑게 씻어내고 강바닥의 잔모래가 발을 감쌌다―꿈속의 부드러운 구름처럼. 나는 열일곱 살, 너는 나보다 한 살 아래였다.

-알라딘 eBook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중에서 - P10

그런 시간에는 너에게도 나에게도 이름이 없다. 열일곱 살과 열여섯 살의 여름 해질녘, 강가 풀밭 위의 선명한 기억―오직 그것이 있을 뿐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머리 위에 하나둘 별이 반짝일 테지만 별에도 이름은 없다. 이름을 지니지 않은 세계의 강가 풀밭 위에, 우리는 나란히 앉아 있다.

-알라딘 eBook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중에서 - P11

"도시는 높은 벽으로 사방이 둘러싸여 있어." 너는 이야기를 시작한다. 침묵의 밑바닥을 뒤져 말을 찾아 온다. 맨몸으로 심해에 내려가 진주를 캐는 사람처럼. "그다지 큰 도시는 아니야. 하지만 한눈에 다 들어올 만큼 작지도 않아."

-알라딘 eBook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중에서 - P11

그리고 만약 네가 정말로,진짜 나를 원한다면…… 그것이 그때 네가 굳이 입 밖에 내지 않았던 말이다.

-알라딘 eBook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중에서 - P13

이실제 세계에서, 나와 너는 조금 떨어진 곳에 살고 있다. 아주 멀다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충동적으로 곧장 만나러 갈 수 있을 정도로 가깝지도 않다. 전철을 두 번 갈아타고 한 시간 반쯤 걸려야 네가 사는 도시에 다다를 수 있다. 그리고 우리가 사는 도시는 어느 쪽도 높은 벽에 둘러싸여 있지 않다. 그러니 물론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

-알라딘 eBook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중에서 - P17

나나 너나 그전까지는 이렇게 자유롭고 자연스럽게, 자기 기분과 생각을 있는 그대로 터놓을 수 있는 상대를 만나본 적이 없었다. 그런 상대를 만났다는 건 실로 기적에 가깝게 느껴진다.

-알라딘 eBook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중에서 - P19

그 도시는 원래 네가 만들어낸 것이다. 혹은 네 안에 예전부터 존재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걸 눈에 보이는 것, 말로 묘사할 수 있는 것으로 구축해내는 데는 나도 적잖이 힘을 보탰다고 생각한다.

-알라딘 eBook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중에서 - P20

그렇게 도시의 하루가 끝난다. 나날이 지나가고 계절이 바뀐다. 그러나 나날과 계절은 어디까지나 임시적인 것이다. 도시의 본래 시간은 다른 곳에 있다.

-알라딘 eBook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중에서 - P26

너를 처음 만났던 때는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장소는 ‘고등학생 에세이 대회’ 시상식장이었다. 5등까지 입상한 학생들이 그곳에 불려왔다. 나와 너는 3등과 4등으로 옆자리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계절은 가을이고, 나는 그때 고등학교 2학년, 너는 아직 1학년이었다.

-알라딘 eBook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중에서 - P29

나는 특별히 글을 잘 쓰는 편이 아니다. 책 읽는 건 어릴 적부터 무척 좋아해서 틈날 때마다 손에 잡고 살았지만, 직접 글을 쓰는 재능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국어 시간에 우리 반 모두가 대회에 낼 에세이를 의무적으로 써야 했고, 그중 내가 쓴 글이 뽑혀서 심사위원회에 보내졌으며, 최종심사에 남더니 생각도 못한 높은 등수로 입상까지 했다. 솔직히 내 글의 어디가 그렇게 뛰어난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알라딘 eBook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중에서 - P30

평소 나는 그렇게 대담한 짓을 하지 않는다. 워낙에 낯을 가리는 성격이다(그리고 물론 겁쟁이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대로 너와 헤어지고 두 번 다시 만날 일이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엄청나게 잘못되고 전혀 공정하지 않은 일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용기를 끌어모아 큰맘먹고 행동에 나선다.

-알라딘 eBook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중에서 - P33

우리는 연인 사이였을까? 간단하게 그런 이름을 붙여도 될까? 나는 알 수 없다. 어쨌거나 나와 너는 적어도 그 시기, 일 년 가까운 시간 동안 서로의 마음을 티 없이 순수하게 한데 맺고 있었다. 이윽고 둘만의 특별한 비밀 세계를 만들어내고 함께 나누게 되었다―높은 벽에 둘러싸인 신비로운 도시를.

-알라딘 eBook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중에서 -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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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부디 기억하라, 우리가 살아가는 법칙을,
우리는 거짓말을 이해하도록 만들어지지 않았으니……
러디어드 키플링, 「기계들의 비밀」

-알라딘 eBook <나 같은 기계들> (이언 매큐언 지음, 민승남 옮김) 중에서 -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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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하고 돌아와 배가 좀 출출하다. 벨기에 국경을 넘어온 레페 맥주 윈터 스페셜이 냉장고에서 나를 간절하게 부르는 소리를 듣고 부엌으로 달려간다. - <서재 이혼 시키기>, 이화열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625296 - P191

"미셸 투르니에는 『외면 일기』에서 세 가지 질문에 대답했어."

1. 나는 금주할 능력이 있는가? 있다.

2. 금주를 하기가 힘든가? 그렇다.

3. 금주를 해서 얻은 이득이 무엇인가? 없다. - <서재 이혼 시키기>, 이화열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625296 - P192

아침에 단비 선물인 커피 그라인더에 원두를 넣고 갈리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흡족하다. 고장 날 염려 없고, 사용할 때마다 선물한 사람을 떠올리고, 가진 것을 계속 욕망하게 만든다면 성공한 선물이다. - <서재 이혼 시키기>, 이화열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625296 - P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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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먹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 먹고 싶다.
Volo esse ut vivam,
볼로 에쎄 우트 비밤,
non vivere ut edam.
논비베레우트 에담. - P16

위로해줄 이들을 바랐건만 찾지 못하였습니다.
Sustinui qui simul contristaretur, et non fuit.
수스티누이 퀴시물 콘트리스타레투르, 에트푸이트.
(시편 69, 20) - P18

너와 함께 살 수도
너 없이 살 수도 없네.
Nec tecum possum vivere네크테쿰포쑴비베레
nec sine te.
네크 시네 테 - P20

마음 내키는 대로 말하는사람은
내키지 않는 소리를 듣게 되리라.
Qui quae vult dicit,
퀴 퀘 불트 디치트,
quae non vult audiet.
퀘 논 불트 아우디에트 - P26

친구들이 없다면
사람은 행복해질 수 없습니다.
Sine amicis vir non
시네아미치스비르논
potest esse beatus.
포테스트 에쎄 베아투스. - P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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