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성자 같은 사람도 식사다운 식사를 못하면 죄인처럼 행동할 것이다." 베르톨트 브레히트, 서푼짜리 오페라』 (열린책들 역간) - P11
그 시기 많은 사람에게도 그랬겠지만, 삶을 위한 더 깊은 구조의 발견은 조금은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이 귀중한 발견은 라인홀드 니버(Reinhold Niebuhr)의 강의와 저서를 통해서였다. 니버의 사상에는 인간에게 닥친 사회적 상황의 어떤 모호함과 더러움에도 의연히 맞서려는 예리한 현실주의가 있었다. 동시에 인간의 선함을 깊이 신뢰하고 있었기에 그의 사상은 대단히 도덕적이었다. 차이가 있다면, 니버의 신뢰는 인간의 탁월한 선함이나, 사회 역사 안에서 이상적인 상황을 건설할 가능성에 기반을 두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두 가지는 모두 다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명백한 현실 앞에허상임이 분명해졌다. 그의 신뢰는 하나님에 대한 믿음에 근거했고, 그 결과 자신이 처한 상황이 아무리 불확실할지라도 이웃을 섬기라는 소명으로 귀결되었다. 니버의 사상을 통해 나는 냉소적이지 않은 현실주의, 순진하지 않은 이상주의를 가지고 전쟁의 현실을 직면할 수 있었다. - P135
이런 식으로 일이 진행되었다. 점차적으로 갈등과 의심, 소란의 여지가 있는 모든 수용소 내 직책을 선거로 뽑게 되었다. 주방 운영자를 뽑는 첫 선거가 열렸을 때, 나는 혼자 이렇게 생각했다. "라인홀드 니버가 말했듯, 인간 역사에 민주주의가 발흥되도록 한 것은인간의 선함과 합리성이 맞을지는 몰라도, 우리 수용소의 경우는달라. 이곳에 민주주의가 필요했던 것은 사람들의 불평과 고집스러움과 노골적인 분노 때문이었지." - P235
위현 수용소에서 기독교 세계를 대변하는 사람들(나를 포함해서)이 보여주는 자랑스러운 모습과 동시에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면서, 나는 한 가지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라인홀드 니버가 말했듯, 종교는 인간의 이기심이 자동적으로 해결되는 장소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오히려 종교는 인간의 교만과 하나님의 은혜가 충돌하는 궁극적인 전투지다. 따라서 인간의 교만이 이기면 종교는 인간의 죄악의 도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전투 속에서 인간 자아가 하나님을 만나고 그래서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것을 포기할 수 있다면, 종교는 모든 인간이 갖는 이기심의 굴레를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한다. - P360
라인홀드 니버가 말했듯, 다른 사람을 부당하게 대우하는 것은 내면의 우상숭배(즉 자기 자신이나 자신이 속한 그룹을 숭배하는 것)가 사회적 결과로 드러난 것이다. 이기심이라는 도덕적 문제, 편견이라는 지적인 문제, 부정직, 과도한 특권, 공격성이라는 사회적 문제는 모두 더 깊은 종교적 문제, 즉 불완전한 피조물에서 창조주만이 줄 수 있는 궁극적 의미와 안정성을 찾으려 한 결과다. - P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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