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료령이 울리면 학생들은 교실을 빠르게 떠났다. 곽은 출석부와 태블릿 피시, 두세 권의 책, 황동 클립으로 묶은 학습지를 상아색 에코백에 넣었다. 두꺼운 직물을 단단히 박음질한 가방이었다. 그걸 구매한 런던의 고서점을 잠시 회상하면 교실이 텅 비었다. 몇몇 책상 위에는 수업중 배부한 학습지가 그대로 버려져 있었다. 그것들을 반듯하게 모아 교실 뒤편 분리수거함에 넣을 때면 가정통신문도 앱으로 배부되는 시대인데 자신의 수업은 너무 많은 종이를 소모하지 않나 고민했다.

-알라딘 eBook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김기태 지음) 중에서 - P119

은재도 그중 하나였다. 철학이나 사회학 전공을 고려하고 있다고, ‘수업 재미있게 해주세요’가 아니라 ‘열심히 공부하겠습니다’라고 정돈된 글씨체로 썼던 은재. 그렇다고 평가를 계산하며 요란하게 열심을 드러내는 것도 아니고, 단지 허리를 펴고 수업을 듣다가 종종 무언가를 끄적거리며 초연하게 앉아 있던 은재. 덕분에 창밖으로 뛰어내리지 않았다고 농담을 건네며 나중에 악수라도 하고 싶었던 은재.

-알라딘 eBook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김기태 지음) 중에서 - P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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