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는 목청을 가다듬었다. 그는 그 대사를 읽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사랑의 가벼운 날개로 담을 뛰어넘었지요." 그는 평소의 목소리로 크게 소리 내어 읽었다. 하지만 바로 뒤 갑자기 그에게 변화가 일어났다. "한낱 돌로 된 경계가 사랑을 막을 순 없답니다." 대사를 읽어 나가며 몸을 곧게 펴자 그는 자신의 나이보다 여덟 살 어린 용감하고 쾌활한 청년의 모습이 되었다. "그리고 사랑에 빠진 사내라면 사랑을 얻기 위해 어떤 시도든 할 용기가 있지요. 그러니 당신의 식구도 나를 막지는 못해요."

-알라딘 eBook <몽키 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커트 보니것 지음, 황윤영 옮김) 중에서 - P58

"아아!" 해리가 외쳤다. "그들의 칼 스무 자루보다 당신의 눈동자가 내게는 더 위험한 것을." 헬렌은 그를 무대 뒤의 출구 쪽으로 이끌었다. "제발 나를 다정하게 바라봐 줘요. 그러면 나는 그들의 증오쯤은 얼마든 견뎌 낼 수 있으니." 해리가 대사를 읽었다.
"당신이 이곳에 있는 것을 식구들에게 절대 들켜서는 안 돼요."라는 헬렌의 대사를 끝으로 우리는 아무런 소리도 들을 수 없었다. 그들 두 사람은 문밖으로 나가고 없었다.
그 두 사람은 종연 축하 파티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일주일 뒤에 그 두 사람은 결혼했다.
그들은 아주 행복해 보였다. 그들이 서로에게 읽어 주고 있는 희곡이 무엇이냐에 따라 때로는 다소 이상해 보이기도 했지만.

-알라딘 eBook <몽키 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커트 보니것 지음, 황윤영 옮김) 중에서 - P58

나는 그녀에게 그녀와 해리가 최근에는 어떤 희곡을 읽고 있느냐고 물었다.
"지난주에는요," 그녀가 말했다. "저는 오셀로와 결혼했다가 파우스트에게 사랑도 받았다가 파리스에게 납치도 당했어요. 어때요? 이쯤이면 제가 우리 마을에서 가장 운 좋은 여자 같지 않아요?"
나는 그런 것 같다고 대답하며 우리 마을의 여자들도 대부분 그렇게 생각할 거라고 덧붙였다.
"그들에게도 기회는 있었죠." 그녀가 말했다.
"그들 대부분은 그런 흥분을 감당할 수 없었을 겁니다."라고 대꾸한 뒤 나는 내가 또 다른 연극의 연출을 맡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그녀와 해리가 그 연극에 출연해 줄 수 있는지 물었다. 그녀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번에는 우리는 누구죠?"

-알라딘 eBook <몽키 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커트 보니것 지음, 황윤영 옮김) 중에서 - P59

물론 그 장비가 필요한 세상의 모든 이들은 돈을 벌고 있으며, 아무렇게나 굴러다니는 그 장비가 많다는 것은 하늘만 안다. 그것은 과거만큼 많지는 않는데, 처음에는 어떤 사람들이 기운이 넘쳐 그것을 사방으로 던졌고 바람에 날려 사방으로 날아갔기 때문이다. 그리고 많은 수완가들이 그것을 무더기로 주워 모아서 어딘가에 숨겼다. 인정하기 싫지만 나 자신도 그것을 오십만 개 가까이 주워 모아서 어딘가에 넣어 놓았다. 나는 가끔 그것을 꺼내서 세어 보고는 했지만 그것은 벌써 여러 해 전의 일이었다. 지금 당장은 그것이 어디에 있는지 말하기가 아주 어렵다.

-알라딘 eBook <몽키 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커트 보니것 지음, 황윤영 옮김) 중에서 - P410

나는 대부분의 남자들과 마찬가지로 내가 어떤 몸을 가지는가는 별로 관심이 없다. 그냥 강하고 보기 좋고 건강한 몸들만 입고되어 있으면 된다. 그러면 이번에 입는 몸이나 다음번에 입는 몸이나 다 좋다. 가끔 매지와 내가 함께 몸을 취득할 때면 옛정을 생각해서 나는 그녀에게 나를 위해 그녀가 입은 몸과 어울리는 몸을 하나 골라 달라고 한다. 그러면 재미있게도 그녀는 늘 키가 큰 금발 남자의 몸을 고른다.
내 아내가 3분의 1세기 동안 사랑했다고 주장하는 나의 늙은 몸은 검은색 머리카락에 키도 작고 배도 불뚝하게 나와 마지막 순간을 향해 가고 있었다. 나는 사람이다. 그래서 내가 늙은 내 원래 몸을 떠난 뒤 그들이 내 몸을 보관하는 대신 폐기할 때 내가 다치지 않을 수 없었다. 늙은 내 원래 몸은 제집처럼 편안하고 안락한 좋은 몸이었다. 내 몸은 조금도 빠르거나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믿을 만했다. 하지만 보관소에서 그런 종류의 몸을 찾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어쨌든 나는 절대 그런 몸은 요구하지 않는다.

-알라딘 eBook <몽키 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커트 보니것 지음, 황윤영 옮김) 중에서 - P412

코그니즈와서는 수학자였고 그는 마음을 써서 자신의 모든 생계를 꾸렸다. 그가 그 훌륭한 마음과 함께 힘겹게 끌고 다녀야 하는 몸은 그에게는 고철 무개화차만큼이나 쓸모없는 것이었다.

-알라딘 eBook <몽키 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커트 보니것 지음, 황윤영 옮김) 중에서 - P414

"마음은 인간이 지닌 것 가운데 조금이라도 가치가 있는 유일한 것이야. 왜 마음이 피부와 혈액, 머리카락, 살덩이와 뼈, 혈관이 들어간 자루에 묶여야 하지? 사람들이 늘 음식으로 속을 꽉꽉 채워 줘야 하고 날씨와 세균으로부터 보호해 줘야 하는 기생충 같은 몸에 평생 갇힌 채 어떤 일도 이루어 내지 못하는 것이 조금도 놀랍지 않아. 그리고 아무튼 그 바보 같은 몸은 닳아서 못쓰게 되어 버리기까지 하잖아. 아무리 채워 주고 보호해 줘도 말이야!"

-알라딘 eBook <몽키 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커트 보니것 지음, 황윤영 옮김) 중에서 - P415

"생물이 정말로 살기 좋은 곳인 바다에서 나올 정도로 진화할 수 있었다면, 생물은 이제 거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생각을 멈추는 순간 완전히 골칫거리로 전락하는 몸에서 나올 수 있어야만 한다."

-알라딘 eBook <몽키 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커트 보니것 지음, 황윤영 옮김) 중에서 - P415

글을 쓰기 위해 자신의 몸을 벽장에서 꺼내 입었을 때, 그는 사람이 자신의 몸에서 나오는 법에 대한 책을 썼고, 그 책은 스물세 곳의 출판사에서 어떤 논평도 없이 거절당했다. 스물네 번째 출판사는 그 책을 2백만 부 팔았으며, 그 책은 불이나 숫자, 알파벳, 농업, 차의 발명 이상으로 인간의 삶을 바꿨다.

-알라딘 eBook <몽키 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커트 보니것 지음, 황윤영 옮김) 중에서 - P417

2년 정도 코그니즈와서의 책에 적힌 지시를 따라 하자, 거의 누구든 자신이 원할 때면 언제나 자신의 몸에서 나올 수 있게 되었다. 첫 단계는 몸이 대부분의 시간 동안 기생 동물과 독재자처럼 군다는 사실을 이해한 다음, 몸이 원하는 것과 원하지 않는 것을 자신이-즉, 자신의 마음이- 원하는 것과 원하지 않는 것과 분리하는 것이었다. 그런 뒤 자신이 원하는 것에 집중하고, 그저 단순한 몸의 기능을 유지하는 것 말고는 몸이 원하는 것은 최대한 무시함으로써, 자신의 마음이 마음의 권리를 요구하고 자립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었다.

-알라딘 eBook <몽키 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커트 보니것 지음, 황윤영 옮김) 중에서 - P417

처음에 매지의 마음과 나의 마음은 우리 몸 밖에서 살아가는 데 서툴렀다. 그때 우리 부부는 꼭 수백만 년 전에 육지로 처음 올라오게 되어 진흙에서 어기적거리고 꿈틀거리면서 숨을 헐떡거리는 것밖에 못 했던 바다 동물 같았다. 하지만 마음이 당연히 몸보다 훨씬 더 빨리 적응할 수 있기 마련이므로 우리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것에 점점 더 익숙해졌다.

-알라딘 eBook <몽키 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커트 보니것 지음, 황윤영 옮김) 중에서 - P418

내가 그 몸에서 나오는 순간 그에 대한 분노는 멈췄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나는 이해했다. 성인을 제외하고는 어느 누구도 한 몸에서 한 번에 몇 분 이상 동안 정말로 공감하거나 이해력을 지닐 수 없었다. 또한 찰나의 순간을 제외하고는 행복할 수도 없었다. 몸 밖에 있는 한은 쾌활하고 흥미로우며 잘해 나가는 것이 쉽지 않은 양서인을 나는 아직 만나지 못했다. 그리고 나는 아직 어떤 몸에 들어갔을 때 살짝 언짢아지지 않는 양서인도 만나지 못했다.

-알라딘 eBook <몽키 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커트 보니것 지음, 황윤영 옮김) 중에서 - P420

"저는 몸들이 늘 싸움을 하면서도 어느 누구도 싸우는 이유도 싸움을 멈추는 방법도 모르던 때를 기억합니다." 나는 정중하게 말했다. "모든 사람들이 유일하게 믿는 것 같았던 것은 그들이 싸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알라딘 eBook <몽키 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커트 보니것 지음, 황윤영 옮김) 중에서 - P426

그래서 나는 아마도 다음 단계로 진화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진흙에서 기어서 빠져나와 햇빛 속으로 들어간 다음 결코 다시는 바다로 돌아가지 않았던 첫 번째 양서인들처럼 몸과 깨끗이 단절하는 단계로의 진화가.

-알라딘 eBook <몽키 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커트 보니것 지음, 황윤영 옮김) 중에서 - P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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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벌레
이언 매큐언 지음, 민승남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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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의 변신에 대한 매큐언식 오마주는 왠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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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바로 잘못된 거예요." 그가 말했다. "당신네는 그런 식으로 엄청나게 많은 삶의 순간을 놓치죠. 그래서 당신네 뉴잉글랜드 사람들이 그토록 차가운 겁니다." 그가 말했다. "당신네는 생각을 너무 많이 해요. 그래서 당신네들은 좀처럼 결혼도 하지 않는 겁니다."
"적어도 결혼하지 않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그냥 돈이 부족해서죠."
"아뇨, 아니에요." 그가 말했다. "그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어요. 이 근방 사람들은 가시 있는 엉겅퀴를 꽉 잡으려 하지 않아요.*" 그는 내게 엉겅퀴를 정말 빠르게 힘껏 움켜잡으면 엉겅퀴 가시에 찔리지 않는다는 설명을 해 줘야 했다.

*‘엉겅퀴를 꽉 잡는다.’는 표현은 관용적으로 ‘용기를 내어 난국에 맞선다.’는 뜻이다.

-알라딘 eBook <몽키 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커트 보니것 지음, 황윤영 옮김) 중에서 - P348

이런 대화를 나누는 중에 산성 맥아즙으로 발효한 0.75리터들이 고급 올드 히키 버번위스키 한 병이 증발하는지 누가 훔쳐 가는지 몰라도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었다.

-알라딘 eBook <몽키 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커트 보니것 지음, 황윤영 옮김) 중에서 - P349

"통계를 봐요." 머라가 말했다. "그러면 사람들이 겨우 열여덟 살에 결혼할 때, 내 첫 번째 아내와 내가 그랬듯이 말이죠, 결혼이 완전히 잘못될 가능성은 반반이라는 사실을 발견할 겁니다."

-알라딘 eBook <몽키 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커트 보니것 지음, 황윤영 옮김) 중에서 - P351

"어떤 일이 있어도," 그가 말했다. "나와 똑같은 실수는 저지르지 말아요. 무슨 일이 있어도 당신 가정을 지켜요. 때로는 틀림없이 상황이 아주 안 좋을 때도 있겠지만, 내 말을 믿어요, 만 배 더 안 좋은 삶의 방식도 있으니까 말이죠."

-알라딘 eBook <몽키 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커트 보니것 지음, 황윤영 옮김) 중에서 - P355

대부분의 사람들은 욕실 부스 문을 주문할 때 홍학이나 해마가 아닌 한은 그 문에 어떤 그림도 들어가기를 원하지 않는다. 저 멀리 매사추세츠주 로렌스에 있는 공장은 추가로 6달러만 내면 욕실 부스 문에 모래분사로 홍학이나 해마를 그려 주기 위해 설립되었다. 하지만 글로리아 힐턴은 폭이 60센티미터인 커다란 ‘G’자를 그려 넣어 주기를 원했다. 그리고 ‘G’자 한가운데에는 실물 크기로 자신의 얼굴을 그려 넣어 달라고 했다. 그리고 자신의 얼굴에 있는 눈은 정확히 욕조의 바닥에서 위로 157센티미터 지점에 있어야 한다고 요구했는데, 그 지점이 그녀가 욕조 안에 맨발로 섰을 때 자신의 진짜 눈이 위치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알라딘 eBook <몽키 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커트 보니것 지음, 황윤영 옮김) 중에서 - P344

"여보, 당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지 않는다면 우린 행복한 대가족이 아닐 거야. 난 당신이 여태까지 그랬던 방식처럼 계속 행복했으면 좋겠어. 차를 몰고 시골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뉴스를 얻고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고 광고를 팔면서 말이야. 그런 뒤에는 집으로 와서 당신이 쓰고 싶은 글, 당신이 믿는 글을 쓰고. 그런데 당신이 그 공장에 들어간다니!"

-알라딘 eBook <몽키 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커트 보니것 지음, 황윤영 옮김) 중에서 - P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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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함께한 하루
산더 콜라트 지음, 문지희 옮김 / 흐름출판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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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낯설지 않은 상황과 인물이다. 반려견과 책읽기도 그렇고. 그래서 그냥 그의 삶을 무심히 따라가 보고 싶다. 자칫 무료하기 쉬운 일상에 작은 사건이 가져올 변화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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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바나나의 씁쓸한 현실
이시이 마사코 외 지음, 권융 옮김 / 회화나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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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과일이 사과나 감귤이 아닌 바나나란 걸 아는 이가 과연 얼마나 될까? 1991년 수입자유화 이후, 지난 한 세대 동안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받아온 달콤한 바나나에게 씁쓸한 현실이 있다는 걸 알고 있는 사람은 또 얼마 일까? 이제 그 진실을 향한 여정을 시작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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