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 부고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엘리엇을 대놓고 공격한다는 점이다. 파운드는 『황무지』 초고가 출판되고 오래지 않아 사망했는데, 누군가는 이때다 싶어 부고를 통해 묵은 앙갚음을 하기로 했던 모양이다. 그 사람의 말에 따르면 『황무지』 초고는,

세련되고 과묵한 엘리엇에 비해 거칠고 부산하다고 여겨지는 경향이 있는 파운드가, 친구에겐 허락되지 않았던 근본적 순수성과 결벽을 지니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 루이스 주코프스키에서부터 앨프리드 앨버레즈에 이르기까지 파운드의 절친한 친구들 중 다수는 (오래된 끔찍한 농담의 클리셰를 빌리자면) 유대인이었다. 『황무지』를 쓸 당시의 젊은 엘리엇은 유대인에 대해 비상식적일 정도로 신체적 메스꺼움을 느꼈던 듯하다. 만약 『황무지』가 초고 그대로 출판되었더라면, 이는 딱 꼬집어 광기라 부를 수는 없더라도 고통을 유발하는 정신적 불안을 담은 글이 되었을 것이다. 이를 신비로운 대작에 가깝게 만들어준 주역이 파운드였다. 파운드가 품었던 반유대주의 정서는 고리대금업이라는 개념에 토대를 둔 극도로 단순하고 이념적인 것이었다. 유대인들은 개방적이면서도 지적인 경향이 있고, 파운드 역시 유대인 개인에 대해서는 마음을 여는 경향이 있었다. 엘리엇이 그에게 "더 나은 장인"ilmigliorfabbro이라고 경의를 표할 만도 했으며, 아마 망상과 고통에 덜 사로잡힌 영혼이라고 경의를 표했더라도 맞는 말이었을 것이다.

어쨌든 부고를 쓴 사람이 유대인에 대해 좋은 말을 해준 건 잘된 일이다.

-알라딘 eBook <서평의 언어> (메리케이 윌머스 지음, 송섬별 옮김) 중에서 - P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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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도가 오만한 사람은 알고 보면 무척 유쾌한 사람이고, 별생각 없어 보이는 사람은 실제로는 몹시도 진중한 사람이다. 역사학자J.E. 닐은 이런 대조적인 태도를 전부 지니고 있었던 모양이다.

-알라딘 eBook <서평의 언어> (메리케이 윌머스 지음, 송섬별 옮김) 중에서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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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부고 작성자보다 모순형용을 좋아하는 사람은 오스카 와일드밖에 없었으니까(와일드에게 "죽음은 비참함과 무용한 후회로 가득한 삶을 곧 끝내주었다").

-알라딘 eBook <서평의 언어> (메리케이 윌머스 지음, 송섬별 옮김) 중에서 -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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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요리가 뒤섞인 스크램블드 에그scrambledegg는 오늘날 점점 더 익어가는 아비규환scramble의 세계에서 따스한 반응을 불러일으키기 어렵다.

-알라딘 eBook <서평의 언어> (메리케이 윌머스 지음, 송섬별 옮김) 중에서 -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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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실린 가장 따뜻한 단편은 한 남성에 관한 글이다. 그는 바로 오랫동안LRB와 함께한 디자이너이자 화가이며,LRB의 창간부터2011년 사망하기 전까지 ‘언제나LRB의 심장부에’ 있었던 피터 캠벨이다.1992년 메리케이는 피터에게 이렇게 물었다. "벌거벗은 여자들을 그리는 건 왜 항상 남자들일까요? 어째서 여자들은 벌거벗은 남자를 그리지 않지요?"LRB 표지에 쓰이기도 했던 옆의 이미지는 그 질문에 대한 피터의 응답인 동시에, 은근슬쩍 메리케이의 초상을 내비칠 구실이 되어준다. 이 이미지는 예술에 대한 메리케이의 질문을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피터의 눈에 비친 메리케이, 즉 등을 돌린 채 바라보고, 판단하고, 남몰래 이야기의 또 다른 관점을 들려주는 예술가 메리케이의 모습이기도 하다.

-알라딘 eBook <서평의 언어> (메리케이 윌머스 지음, 송섬별 옮김) 중에서 - P15

얼마 전 데이비드 홀브룩이 ‘우리 시대의 예술, 사상과 삶’을 향해 일갈하며, 어머니 노릇mothering의 실패로 말미암아 지식인을 비롯한 포르노그래피 생산자들이 등장했다고 경고했다

-알라딘 eBook <서평의 언어> (메리케이 윌머스 지음, 송섬별 옮김) 중에서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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