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은 코끼리를 먼저 정확히 이해하고, 그것과 맞서 싸우기보다 슬쩍 다른 길로 유도하는 방법을 택했다. 거창하고 근본적인 해결책만 고집하지 않고 당장 개선가능한 작은 방법들을 바로 적용했고, 작지만 끊임없이 균열을 일으켰다. 영웅은 이런 사람들이 아닐까.

-알라딘 eBook <개인주의자 선언>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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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심리학이 밝힌 인간 마음의 작동 원리를 토대로 실제로 세상을 더 낫게 바꾸는 사람들의 사례를 모아놓은 책이 있다. 칩 히스, 댄 히스 형제가 쓴 『스위치』다. 이들이 이론적 토대로 삼은 것은 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의 연구 결과들이다. 하이트는 인간의 감성적 직관적 측면이 거대한 코끼리라면 이성적 측면은 거기 올라탄 작은 기수라고 비유한다. 진행 방향과 관련하여 코끼리와 기수의 의견이 불일치할 때면 언제나 코끼리가 이긴다. 이성적인 기수가 제발 하지 말라고 뜯어말리는 일을 코끼리는 선입견에 따라 조건반사적으로 저지르곤 한다. 이것은 대니얼 카너먼이 말하는 우리 뇌 속에서 벌어지는 시스템1과 시스템2, 즉 자동으로 작동하는 직관과 합리적 추론의 분업을 비유로 쉽게 설명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코끼리가 훨씬 강력한 엔진이고 합리적인 기수는 보조적인 제어장치 역할을 하도록 진화한 이유는 그게 효율적인 생존장치니까 당연한 일이다.

-알라딘 eBook <개인주의자 선언>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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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들도 말에 대해 주의하고 반성하기 위해 전문가의 강의를 듣는다. 그때 배운 것이 있다. 데이의 「세 황금문」이다. 누구나 말하기 전에 세 문을 거쳐야 한다. ‘그것이 참말인가?’ ‘그것이 필요한 말인가?’ ‘그것이 친절한 말인가?’

-알라딘 eBook <개인주의자 선언>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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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한 방법은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여 국민투표를 통한 개헌 절차를 밟아 헌법 자체에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다. 그렇게라도 했으면 좋겠다는 심정이고, 개인적으로는 이런 국민투표가 실시되면 찬성표를 던지겠다.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알라딘 eBook <개인주의자 선언>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84

급변하는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면 자칫 좋은 의도로 최악의 결과만 낳을 수 있다. 지금 입시제도가 이렇게 복잡해진 것도 알고 보면 그런 결과가 층층이 쌓여서인지 모르겠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는 말을 다시 한번 되새기며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알라딘 eBook <개인주의자 선언>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86

그리고 나와 같은 생각은 자칫 엘리트주의로 흐를 수 있다. 공공의식이 부족한 엘리트는 사회에 오히려 더 큰 해악만 끼칠 수 있다는 것 역시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알라딘 eBook <개인주의자 선언>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87

1969년생 주변부 국가 소년이 1960년대 미국을 휩쓴 반문화, 히피즘에 향수를 느끼게 되는 기묘한 문화 현상(이것도 알고 보면 보편적인 일이다. 무라카미 류의 소설 『69』나 하루키 소설에 나오는 청춘들같이)에 사로잡혀 있었다. 간접경험이 축적되다보니 마치 실제로 그 시대를 살았던 것 같은 대체 기억이 형성된 것이다.

-알라딘 eBook <개인주의자 선언>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90

나 같은 경우가 80년대 NL 계열 학생운동권이 비판하던 전형적인 주변부 식민지 문화 종속의 예일 것이다. 그들이 뭐라 분석하든 소년 시절의 내게 120분짜리 공테이프에 정성껏 녹음하여 듣던 짐 모리슨, 재니스 조플린, 지미 헨드릭스는 답답한 현실과 대비되는 그리스신화적인 영웅이었고, 혁명의 시대 반문화의 시대였던 미국의 1960년대는 불만 가득한 개도국 소년의 1980년대이기도 했다. 그게 예술의 보편성인 것이다.

-알라딘 eBook <개인주의자 선언>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90

자본주의의 허위의식에서 깨어나 사회주의적 인간형으로 거듭나면 된다는 식인데 이건 종교일 뿐이다. 개미 연구로 유명한 진화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의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평이 정확하다. "이론은 훌륭한데 종種이 틀렸다."

-알라딘 eBook <개인주의자 선언>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92

결국 나는 마음속으로 무거운 부채의식은 있지만 아무 실천도 하지 않으면서 책만 엄청나게 읽어대고, 영화제 다니고, 연애하고, 나이트 록카페 다니는 날라리 학생이 되었다.

-알라딘 eBook <개인주의자 선언>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93

‘비동시성의 동시성’이라는 말로 설명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는 독일 철학자 에른스트 블로흐가 전근대성, 근대성, 탈근대성이 공존하던 1930년대 독일사회를 규정하기 위해 사용한 개념이다. 서로 다른 시대의 특징이 같은 시대에 나타난다는 말이다.

-알라딘 eBook <개인주의자 선언>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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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은 안에서 활짝 열렸다. 빛이 문간으로 뛰쳐나왔다. 감옥으로부터 초속 30만 킬로미터로 탈출해 나왔다. 중년의 영국인 쉰 명이 밖으로 행진해 나왔다. 그들은 <펜잰스의 해적>에 나오는 <만세, 만세, 패거리가 여기 모두 모였네>를 부르고 있었다. - P121

초와 비누만 독일에서 만든 것이었다. 희끄무레하게 유백광을 내는 것이 둘이 비슷해 보였다. 이 영국인들은 알 도리가 없었지만, 초와 비누는 유대인과 집시와 동성애자와 공산주의자를 비롯한 국가의 적들의 지방을 녹여 만든 것이었다.
뭐 그런 거지. - P125

로즈워터는 언젠가 과학소설이 아닌 책에 관하여 빌리에게 흥미로운 이야기를 해주었다. 삶에 관해 알아야 할 것은 표도르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 다 들어 있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이제는 그걸로 충분치가 않아." 로즈워터는 말했다. - P131

책은 킬고어 트라우트가 쓴 『4차원의 미치광이들』이었다. 이것은 병의 원인이 모두 4차원에 있기 때문에 정신병을 치료할 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3차원의 지구인 의사들은 그 원인을 전혀 알 수 없었고, 심지어 상상하지도 못했다.
트라우트가 한 말 가운데 로즈워터가 무척 좋아하는 한 가지는 뱀파이어와 베어울프와 고블린과 천사 등등은 진짜로 있는데, 다만 4차원에있다는 것이었다. 트라우트에 따르면 로즈워터가 가장 좋아하는 시인윌리엄 블레이크도 마찬가지였다. 천국과 지옥도 마찬가지였다. - P135

킬고어 트라우트의 『우주에서 온 복음』이었다. 우주에서 온 방문객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 방문객은 트랄파마도어인과 아주 흡사했다. 우주의 방문객은 기독교를 진지하게 연구했다. 기독교인이 그렇게 쉽게 잔인해질 수 있는 이유를 알수 있을까 싶어서였다. 그는 적어도 문제 가운데 일부는 신약의 이야기가 너무 엉성한 탓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는 처음에는 복음서들의 의도가 다른 무엇보다도 사람들에게 낮은 자 가운데서도 가장 낮은 자에게까지 자비를 베풀라고 가르치는 것인 줄 알았다.
그러나 복음서들은 실제로는 이런 것을 가르치고 있었다.
어떤 사람을 죽이기 전에 반드시 그가 연출이 시원찮은지 확인해라.
뭐 그런 거지. - P140

"우리는 우주가 어떻게 끝날지 알고 있어요-" 가이드가 말했다.
"거기에 지구는 아무런 관계가 없지요. 지구도 사라져버린다는 것 말고는."
"어떻게-도대체 우주가 어떻게 끝납니까?" 빌리가 말했다.
"우리가 터뜨려버리죠. 우리 비행접시의 새 연료 실험을 하다가요.
트랄파마도어의 어떤 시험 비행사가 시동 단추를 누르고, 그 순간 우주전체가 사라집니다." 뭐 그런 거지. - P150

행렬은 껑충거리며, 비틀거리며, 휘청거리며 드레스덴 도살장 정문으로 가, 그 안으로 들어갔다. 도살장은 이제 혼잡한 곳이 아니었다. 독일의 발굽 달린 동물은 거의 모두 인간들, 그 가운데서도 주로 군인들이 죽이고 먹고 배설했다. 뭐 그런 거지.
미국인들은 정문 안의 다섯번째 건물로 이끌려갔다. 시멘트벽돌로 지은 네모난 단층 건물로, 앞뒤에 미닫이문이 달려 있었다. 곧 도살당할 돼지들을 가두어두려고 지은 건물이었다. 이제는 미군 전쟁 포로 백명을 위한, 집에서 멀리 떨어진 집 역할을 할 것이었다. 안에는 침상들,
배불뚝이 난로 두 개, 수도꼭지 하나가 있었다. 건물 뒤는 변소였는데,
가로장 하나짜리 담 밑에 들통들이 놓여 있었다.
건물 문에는 커다랗게 번호가 적혀 있었다. 5였다. - P191

그들의 주소는 ‘슐라흐토프 - 윈프 Schlachthof-fünf‘였다. 슐라흐토프는 도살장이란 뜻이었다. 핀프는 너무나도 친근한 5였다. - P192

영국과 미국 폭격기가 드레스덴 공격에서 135,000명을 죽인 일은 몹시 유감스럽게 생각하지만, 나는 지난 전쟁을 누가 시작했는지 기억하며 나치즘을 완전히 물리치고 철저히 파괴하려는 불가피한 노력을 기울이는 과정에서 연합군 5,000,000명 이상을 잃은 것을 훨씬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뭐 그런 거지. - P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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