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꽃의 기도


오늘 아침 마악 피어났어요
내가 일어선 땅은 아주 조그만 땅
당신이 버리시고 버리신 땅

나에게 지평선을 주세요
나에게 산들바람을 주세요
나에게 눈 감은 별을 주세요

그믐 속 같은 지평선을
그믐 속 같은 산들바람을
그믐 속 같은 별을

내가 피어 있을 만큼만
내가 일어서 있을 만큼만
내가 눈 열어 부실 만큼만

내가 꿈꿀 만큼만

-알라딘 eBook <꽃을 끌고> (강은교 지음) 중에서 - P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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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 젖는 것들은 허虛인 것들, 꿈꾸는 것들, 살아 있는 것들이다.
비에 젖지 않는 것들은 무無인 것들, 꿈꾸지 않는 것들. 사랑하지 않는 것들. 그러기에 사랑하는 것들.

아, 그대와 나의 창을 조금만 다른 쪽으로 연다면?
아, 그대와 나의 창을 조금만 넓게 연다면?

-알라딘 eBook <꽃을 끌고> (강은교 지음) 중에서 - P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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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가냘픔의 진정 강함이여, 가벼운 것의 진정 무거움이여, 부드러움의 힘이여.

-알라딘 eBook <꽃을 끌고> (강은교 지음) 중에서 - 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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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상처는 선명해지려는, 연장되려는, 그래서 확장되려는 성질을 지니고 있다. 아니다. 상처는 어둠이다. 그 어둠을 보는 시선의 선명성이며 연장성이며 확장성을 지닌 것이다. 그러니까 위의 어구는 이렇게 수정해 말해야 한다. 모든 시선이 포획해 지니고 있는 이미지의 저변에는 연장성과 선명성, 확장성이 있다고. 그리고 그 포획에서 이미지의 증식이 일어나고.

-알라딘 eBook <꽃을 끌고> (강은교 지음) 중에서 - 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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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하라, 황홀하라. 그대가 떠돎과, 상처와 욕망의 존재임에 감사하라, 황홀하라.

그대여, 떠도는 이들이여, 그대가 떠돌 수 있음에 감사하라. 황홀하라.
그대여, 상처받는 이들이여, 그대가 상처받을 수 있음에 감사하라. 황홀하라.
그대여, 욕망에 부풀어 늘 허덕이는 이들이여, 그대가 욕망할 수 있음에 감사하라, 욕망을 못 이룸에 감사하라, 황홀하라, 그대에게는 또 하나의 다른 욕망이 달려오리니, 그것이 그대를 끌고 한 치라도 앞으로 나아가리니. 그렇게 그렇게 그대의 욕망들의 궤적이 이 행성 위에 아름답게 새겨지리니…….

-알라딘 eBook <꽃을 끌고> (강은교 지음) 중에서 - 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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