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학 산책 - 소크라테스에서 소쉬르까지
창홍 지음, 정유희 옮김 / 시그마북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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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대학에 다닐때 미학개론을 수강한 적이 있다. 수업을 듣고 시험을 치르긴 했지만 지금에 와서는 미학이라는 학문이 무엇이고 무엇에 대해 연구하는 것인지 도통 기억이 나질 않는다. 우연히 <미학산책>이라는 이 책을 접하게 되었고 대학시절 수강했던 미학개론이 떠올랐다. 처음부터 "도대체 미학이라는 것은 무슨 학문일까? 연구대상이 뭐지?" 라는 의문을 가지고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미학은 아름다움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이다. 미학이란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인류의 고찰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책 <미학산책>은 아름다움에 대한 고찰이 인류역사상 시간의 흐름 속에서 어떻게 변화하고 발전해 왔는지를 상세하게 짚어주고 있다. 인류가 최초로 철학적 사고를 시작한 그리스 로마시대에서부터 중세와 르네상스의 시기, 17세기 이성주의 시대를 거처 18세기 계몽주의 미학 그리고 19세기, 20세기의 미학에 이르기 까지 전 인류의 미학의 역사를 망라하고 있다.





책의 목차를 보면 짐작할 수 있는 바와 같이. 미학은 철학의 발전과 그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철학사조의 변화에 따라 미학도 그와 더불어 변화하고 발전하였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미학의 발전과정을 따라 걷다보면 더불어 철학과 함께 걷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아름다움이란 인류가 생존하는 동안 인류의 관심에서 멀어지지 않을 개념이다. 미학의 변천과정을 따라 걷다보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은 인류의 본성임을 알게 된다.




<미학산책>이라는 이 책을 통해 전 인류의 미학에 대한 고찰을 살펴볼 수 있고 더불어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시각의 변화도 감지할 수 있어 예술작품을 대할 때 나름의 시각도 갖게 될 것이다. 그럼으로써 예술이란 나와 상관없는 예술가들의 작업이라는 생각에서 빠져나와 나도 아름다움을 스스로 표현할 수 있다는 자신감 또한 갖게 될 것이다. 이 책을 읽고나서의 가장 큰 소득이라고 말할 수 있는 점은 예술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항상 내 주변에, 내 옆에 가까이 있음을 깨달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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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르수 우잘라 - 시베리아 우수리 강변의 숲이 된 사람
블라디미르 클라우디에비치 아르세니에프 지음, 김욱 옮김 / 갈라파고스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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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르수 우잘라!

인류의 역사를 되짚어 보면, 그는 아마도 신석기시대 이전의 생활방식으로 산 사람이다. 자연을 이용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연의 일부로 살다간 사람이다.

그는 자연을 인격으로 보고 사물을 있는 그대로 판단했고, 또 인정할 줄 알았으며(p113), 자연현상에 대해 눈에 보이는 그대로 설명하였다(p.122). 풀벌레소리나 바람소리 등 그런 사소한 소리에도 저마다의 의미가 담겨져 있음(p.121)을 알았다.

내가 더 낫다거나 네가 더 모자람 없이 모든 자연을, 그 속의 사물들을 있는 그대로 존중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에게 있어 버려야할 쓰레기는 없다. 먹고 남은 음식은 너구리, 오소리, 까마귀가 아니면 쥐, 개미에게 나누어 준다.(p.206) 그는 무엇이든 나눌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의 머릿속에 담긴 지혜는 배워서 익힌 교육의 결과가 아니라 오랜 관찰과 경험을 통해 상처를 입어가며 몸소 익힌 자산이었다.(p.122)  몸소 익혀 얻은 그의 뛰어난 지혜는 현재까지도 해결되지 못하고 심각한 문제로 남아 있는 종교분쟁문제에 대해서도 잘 드러난다. 그는 각자의 살아가는 방식이 다르듯, 삶에 영향을 미치는 신앙도 다를 수 있다(p.291)고 말한다.

그는 더 이상 야만인, 원시인이 아니다. 그의 세포 하나하나에 살아 숨 쉬고 있는 그의 통찰력은 우리 문명사회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 주고 있다.

그는 이미 지금의 현생 인류를 뛰어넘고 있다.

100여년 전에 이미 자연으로 돌아간 데르수 우잘라!

현재까지도 그가 우리에게 주는 감동이 크게 다가오는 이유는 우리의 삶이 어디로 가야할 지에 대한 지향점을 보여주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작은 키에 총을 들고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어눌한 말투로 신나게 앞장서 걸으며 우리를 뒤돌아보며 말하고 있다.  


   “나, 말한다. 그 길은 위험하다.”

    "Me, say. way, danger." 

그는 여전히 우리 곁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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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증언자 쁘리모 레비를 찾아서
서경식 지음, 박광현 옮김 / 창비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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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먹먹하다.

인간은 도대체 어떻게 이처럼 잔혹할 수 있을까?

인간을 인간으로 대하지 않는 세상.

살육자들의 세상.

그러한 세상이... 시대가 있었다니 믿을 수가 없다.

책을 읽어내기가 힘들었다. 두려웠다. 무서웠다.

도대체 믿기지 않는 일들이다.

도대체 내가 살고 있는 세계는 어떤 사회인가? 인간의 사회인가? 비인간의 사회인가?

깊은 수렁 속으로 빠져드는 느낌이다.

아무리 허우적거리고 버둥거려도 빠져나올 수 없는

오히려 더 깊이 빠져드는...

온몸이 수렁 속에 잠겨버렸다.

쁘리모 레비!

인간 또는 인간사회의 제도가 보여 줄 수 있었던 냉혹함과 잔인함의 극한의 실례인 아우슈비츠에서 견디며 살아남았던 그는 생환하여 증언함으로써 인간의 재건을 위해 ‘인간은 모두 평등하다’는 사상으로 새로운 보편성의 틀을 재구축하는 역할을, ‘인간’의 가치를 한층 보편적인 것으로 높이기 위해 그 무언가를 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인간사회의 공포와 잔혹함의 연쇄는 끝없이 순환하며 확대되어 갔다. 더욱이 나찌 독일에 의한 대학살의 피해자였던 유대인 국가 이스라엘이 오히려 팔레스타인의 레바논을 침공하고 무차별한 대학살을 자행하는 것을 보고 그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자신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 데에 대한 허무감에 사로잡히지 않았을까?

게다가, 아우슈비츠의 부정론을 펼치는 훗날 ‘역사가 논쟁’이라고 불리게 되는 논쟁을 보면서 그는 자신의 존재가치를 상실했을 지도 모른다.

아우슈비츠에서 생환한 이후 계속해서 그를 따라다녔던 그림자! 자신을 삼켜버린 시스템에 어떤 저항도 할 수 없었던 수치심, 자신보다 연약한 이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미는 것에 소홀했다는 죄의식, 자기보다 살아 있을 가치가 있는 누군가를 대신하여 살고 있다는 자책은 그를 끝없는 수렁으로 내몰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러한 상황에서도 그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는 죽음이라는

자기 본위의 선택을 통해서

‘인간이라는 척도’가 파괴된 세상에서 사는 우리들에게

인간성의 존중, 평화의 존엄함을 망각해가는 우리들에게

가장 강렬하면서도 열정적으로

한 순간에

우리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주고자 했던

그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는 비인간이 아닌 인간들만의 세상을 위해 희생한 그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조용히 되물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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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협회, 토론공화국을 꿈꾸다 - 사회학 이야기 지식전람회 25
이황직 지음 / 프로네시스(웅진)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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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계몽과 교육만이 나라를 살린 방책이라는 것을 11년간의 미국생활을 통해 분명히 깨닫게 된 서재필은 계몽과 교육을 통해 조선 국민 스스로 나라의 주인임을 자각하게 되는 그 순간, 저절로 나라는 바로 설 것이요 국력은 부강해질 것이라고 생각게 된다. 게다가 암송이 아닌 ‘연설’과 ‘토론’을 통한 새로운 교육 방법의 유효성을 깨닫고 1895년 귀국12월 25일 고국 땅을 밟는다.

그는 배제학당에서 강의를 하면서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토론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이를 깨우친 학생들은 협성회를 결성하여 공개토론회를 개최하게 된다. 이에 자극을 받아 독립협회도 토론회를 개최하고, 게다가 외세에 맞서 민중이 참여한 만민공동회를 열어 성공을 이루게 된다.

이렇게 서재필에 의해 100여년 전 이 땅에 토론의 장이 열려나가기 시작한다.

그러나 뜻하지 않던 서재필의 추방으로 이 땅의 토론 문화는 2년 만에 막을 내리게 된다.

토론문화가 뿌리내리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다.

그 때문일까?

상대방의 입장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한 채 자기주장만 앞세우고 상대방의 반박을 중간에서 끊고 얼굴을 붉히기 일 수인 토론프로그램이나 틈만 나면 몸싸움에 그렇지 않으며 졸고 있는 국회의원들의 행태를 보여주는 국회 상황을 보면 100여년 전에 이 땅에 정말 그런 일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이다.

어디에서도 제대로 된 토론의 장을 보여주지 않는다.

게다가, 오늘날의 교육현실 또한 안타깝기 그지없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화하는데 교육현실은 가깝게는 몇십년 전 멀게는 몇백년 전 암기 위주의 교육방식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서재필은 이미 100 여년 전에 이미 연설과 토론이 새로운 교육 방법임을 깨달았는데도 말이다.

협성회와 독립협회에 의해 이미 100여년 전에 뿌린 내려진 우리나라의 토론문화를 발판삼아 이제는 민주적 시민성을 체화시킬 수 있는 참여의 장으로서 가정에서, 학교에서, 회사에서, 지방의회에서, 국회에서 혹은 인터넷을 통해 제대로 된 토론의 장이 형성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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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 사이언스 클래식 4
칼 세이건 지음, 홍승수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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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칼 세이건은 생소한 인물이었다.

우연히 아이들의 과학만화책 참고목록에서 처음으로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알게 되었다.

그 때 한참 인류의 기원에 대해, 우주의 기원에 대해 궁금해 하던 참이었다.

엄청난 양의 에너지와 물질을 폭발적으로 뿜어냈던 대폭발(big bang) 이후 칠흑 같은 우주의 심연 속에서 유유히 떠돌아다녔던 수소 원자들에 의해 은하가, 별이, 행성이 생성되었다고 한다.

게다가, 우주 전체에 수조 개나 있는 은하들의 한복판에서 별의 폭발과 함께 생명의 진화를 가능케 하는 원료 물질들이 만들어졌다. 별 내부에서 진행된 변화가 수소를 태워서 그로 인해 합성된 재가 수소보다 무거운 원소들을 만들었고 이 재가 의식을 갖춘 존재로 탄생했다는 것이다. 즉, 인류는 별의 재에서 태어난 존재로, 우주 한구석에 박힌 태양이라는 별의 주위를 도는 지구라는 미미한 행성에 사는 작은 존재였으나 이제는 스스로를 인식할 줄 아는 존재로 성장했고, 자신의 기원을 더듬을 줄도 알게 되었다. 별에서 만들어진 물질이 별에 대해 숙고할 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참으로 경이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별의 재인 유기화합물, 즉 전자와 양성자를 여섯 개씩 갖고 있는 탄소를 기본으로 하는 유기분자들이 40억년의 긴 시간을 보내면서 현생 인류로 진화하였다니 우주의 탄생보다도 더 극적이고 흥미진진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서 호기심 하나!

그렇다면 지구의 수많은 생물들 가운데 왜 인간만이 스스로를 인식하고 별에 대해 숙고할 줄 아는 존재로 성장하게 되었을까?

다행히도 이점에 대해서는 두 번째로 읽었던 ‘에덴의 용-인간지성의 기원을 찾아서’를 통해 알 수 있었다. 이는 가장 최근에 진화된 대뇌피질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점진적인 뇌의 진화와 잠과 꿈의 기능에 대한 가설부분이었다. 인간 내부에 아직도 파충류(R-복합체)와 포유류(변연계)의 사고기능이 남아있다는 점과, 이와 연계되어 낮 동안 꺼놓았던 공격적이고 위계적이고 관습적이고 성적인 파충류의 본성이 아무에게도 해를 입히지 않게 잠자는 동안 꿈을 통해 작동된다는 부분이 무척 흥미로웠다. 게다가, 잠의 기능이 포식자의 공격을 피하기 위한 환경적응의 과정에서 나타났다는 점 또한 새로웠다.  


그의 인류에 대한 사랑은 그의 유작 ‘에필로그’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그는 오존층 파괴 및 지구온난화 등 급격한 환경변화로 야기되는 위험을 경고하고 그에 대한 방안을 제시하는 한편, 낙태, 핵전쟁 등 이슈가 되고 있는 사회문제에 대해서도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그 대안의 정당성 여부를 떠나 그가 인류의 생존문제에 대해 진심으로 걱정하였고 그에 대해 자신뿐만 아니라 대중들의 관심을 이끌어내려고 노력했다는 점이다.

내가 본 칼 세이건은 수학, 물리학, 생물학, 천문학, 지리학, 지질학, 화학, 역사학, 철학, 음악, 예술, 신화 등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며 과학을 과학자들의 전유물이 되지 않도록 과학을 인류에게 드러내는 한편, 인류에게 자신의 근원을 되돌아보게 하여 지구 어디에서 살든 그들도 나와 똑같은 탄소분자로 이루어진 인간으로 우리 모두는 우주를 모태로 하는 별의 자손이라는 점을 인식하여 극단적 민족우월주의, 종교적 광신, 맹목적 국가주의, 자국의 이익을 위한 핵전쟁 등의 위험에서 벗어나 인류가 자기 파멸의 길을 걷지 않도록 인류 생존을 위해 노력한 인류애자이다.  

대폭발 이전의 우주에 대해 우리 인류에게 알려질 날이 있기를 기대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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