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사이언스 클래식 4
칼 세이건 지음, 홍승수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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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칼 세이건은 생소한 인물이었다.

우연히 아이들의 과학만화책 참고목록에서 처음으로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알게 되었다.

그 때 한참 인류의 기원에 대해, 우주의 기원에 대해 궁금해 하던 참이었다.

엄청난 양의 에너지와 물질을 폭발적으로 뿜어냈던 대폭발(big bang) 이후 칠흑 같은 우주의 심연 속에서 유유히 떠돌아다녔던 수소 원자들에 의해 은하가, 별이, 행성이 생성되었다고 한다.

게다가, 우주 전체에 수조 개나 있는 은하들의 한복판에서 별의 폭발과 함께 생명의 진화를 가능케 하는 원료 물질들이 만들어졌다. 별 내부에서 진행된 변화가 수소를 태워서 그로 인해 합성된 재가 수소보다 무거운 원소들을 만들었고 이 재가 의식을 갖춘 존재로 탄생했다는 것이다. 즉, 인류는 별의 재에서 태어난 존재로, 우주 한구석에 박힌 태양이라는 별의 주위를 도는 지구라는 미미한 행성에 사는 작은 존재였으나 이제는 스스로를 인식할 줄 아는 존재로 성장했고, 자신의 기원을 더듬을 줄도 알게 되었다. 별에서 만들어진 물질이 별에 대해 숙고할 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참으로 경이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별의 재인 유기화합물, 즉 전자와 양성자를 여섯 개씩 갖고 있는 탄소를 기본으로 하는 유기분자들이 40억년의 긴 시간을 보내면서 현생 인류로 진화하였다니 우주의 탄생보다도 더 극적이고 흥미진진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서 호기심 하나!

그렇다면 지구의 수많은 생물들 가운데 왜 인간만이 스스로를 인식하고 별에 대해 숙고할 줄 아는 존재로 성장하게 되었을까?

다행히도 이점에 대해서는 두 번째로 읽었던 ‘에덴의 용-인간지성의 기원을 찾아서’를 통해 알 수 있었다. 이는 가장 최근에 진화된 대뇌피질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점진적인 뇌의 진화와 잠과 꿈의 기능에 대한 가설부분이었다. 인간 내부에 아직도 파충류(R-복합체)와 포유류(변연계)의 사고기능이 남아있다는 점과, 이와 연계되어 낮 동안 꺼놓았던 공격적이고 위계적이고 관습적이고 성적인 파충류의 본성이 아무에게도 해를 입히지 않게 잠자는 동안 꿈을 통해 작동된다는 부분이 무척 흥미로웠다. 게다가, 잠의 기능이 포식자의 공격을 피하기 위한 환경적응의 과정에서 나타났다는 점 또한 새로웠다.  


그의 인류에 대한 사랑은 그의 유작 ‘에필로그’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그는 오존층 파괴 및 지구온난화 등 급격한 환경변화로 야기되는 위험을 경고하고 그에 대한 방안을 제시하는 한편, 낙태, 핵전쟁 등 이슈가 되고 있는 사회문제에 대해서도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그 대안의 정당성 여부를 떠나 그가 인류의 생존문제에 대해 진심으로 걱정하였고 그에 대해 자신뿐만 아니라 대중들의 관심을 이끌어내려고 노력했다는 점이다.

내가 본 칼 세이건은 수학, 물리학, 생물학, 천문학, 지리학, 지질학, 화학, 역사학, 철학, 음악, 예술, 신화 등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며 과학을 과학자들의 전유물이 되지 않도록 과학을 인류에게 드러내는 한편, 인류에게 자신의 근원을 되돌아보게 하여 지구 어디에서 살든 그들도 나와 똑같은 탄소분자로 이루어진 인간으로 우리 모두는 우주를 모태로 하는 별의 자손이라는 점을 인식하여 극단적 민족우월주의, 종교적 광신, 맹목적 국가주의, 자국의 이익을 위한 핵전쟁 등의 위험에서 벗어나 인류가 자기 파멸의 길을 걷지 않도록 인류 생존을 위해 노력한 인류애자이다.  

대폭발 이전의 우주에 대해 우리 인류에게 알려질 날이 있기를 기대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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