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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히 나에게 독이 되는 사람들 - 내 삶을 은밀히 착취하고 파괴하는 그들은 누구인가?
리사 이라니.안나 에케르트 지음, 서유리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5년 10월
평점 :

어릴 때는 부모의 울타리 안에 있었기에 관계의 중요성을 잘 모르고 자란다. 성인이 되고 대학에 진학하고부터 인간관계를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져야 한다. 물론 처음이기에 어떤 관계가 나에게 좋고, 나쁘고를 잘 판단하지 못한다. 크고 작은 경험을 통해 어떤 관계를 약화되고, 어떤 관계는 강화되는 학습을 하게 된다. 그렇게 우리는 성장한다.
직장에 취직하고, 결혼하고, 두 아이가 있는 한 가정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사람이지만 '관계'에 대해서는 미숙한 점이 많다. 나의 대부분의 관계는 직장 안에서 이뤄진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하며 만나는 사람들, 새로운 팀에서 만나는 팀원과 팀장 그리고 더 넓게는 각 팀을 통제는 실장과 같은 실 내에 있는 다른 팀원들까지도 내가 인간관계를 맺어야 하는 사람들이다.
내 인간관계의 80%는 선택보다 주어진 환경에서 받아들여야 하는 것들이었다. 약 1년 전에 새롭게 부임한 팀장과 2년 전 부임한 실장이 있다. 지금까지 겪어왔던 사람들과는 사뭇 다른 성향의 사람들이었으나 나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 없어 가끔(?) 받는 스트레스는 가볍게 넘기곤 했다. 그러나 최근 조직 변동이 일어나고 두 사람이 본격적으로 본인들의 성향을 합세해서 여러 사람들에게 무언의 압박을 주고 있다. 그리고 그런 상황이 그렇게 유쾌하지는 않다. 물론 직위 체계가 있는 회사에서 상사의 명령을 따르는 것이 맞겠지만 아랫사람의 의사는 고려하지 않고 자기들이 마음대로 업무를 위임하고, 푸시하는 과정에 다소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
<서서히 나에게 독이 되는 사람들>을 읽게 된 배경은 현재 겪고 있는 상황을 진단해 보고, 현재 내 감정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이 나에게 독이 되는 사람들인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책을 읽으며 그들을 투영해 본 결과 그들은 '나에게 독이 되는 사람들'이었고, 흔히 말해 '나르시시스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다.
나르시시스트 성향이 강한 사람들은 과도한 우월감, 특별 대우에 대한 기대 그리고 공감 능력의 현저한 부족을 특징으로 합니다. 이들은 불안정한 자존감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타인의 관심과 칭찬(나르시시즘적 공급원)을 요구하며, 자신이 최고라고 믿기 때문에 자신에 대한 비판을 일절 허용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타인을 자신의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쉽게 간주하며 이 과정에서 가스라이팅이나 책임 전가를 통해 주변 사람들의 감정적 경계를 침범하고 내 에너지를 소모시키곤 한다. <서서히 나에게 독이 되는 사람들>을 읽고 그들은 착취적이고 조종적인 관계 방식을 즐긴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즉, 이들은 나의 반응과 감정을 이용하여 자신의 우월감을 확인하려 하기 때문에 감정적으로 휘둘리는 것이 그들이 에너지 얻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
직장에서 가장 가까이 있고 내 업무의 통제권을 가진 사람들이기에 피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고 현명하게 대처하는 태도가 필요했다. 만약 그들이 나에게 독이 되는 관계의 사람들이라면 두 번째로 책에서 얻고 싶은 건 그 관계를 현명하게 이끄는 방법이었다.
나르시시스트 상사에게서 감정적 에너지를 덜 빼앗기 위해서는 '감정적 거리 두기'와 '명확한 경계 설정'이 핵심이라는 걸 깨달았다. 첫째, 그들의 부정적인 피드백이나 감정 폭발을 개인적인 공격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단순히 '업무 코멘트'나 '그들의 기분 상태'로 객관화하여 분리하는 연습을 하기로 했다. 이는 그들의 행동에 감정적으로 반응하며 내 감정 에너지를 소비할 필요가 없음을 스스로에게 상기시키는 방어막이 되었다.
두 번재는 소통은 최대한 짧고, 사실(Fact)과 업무(Task) 중심으로만 진행해 그들의 감정이나 개인적인 이야기에 절대 공감하거나 반응해 주지 않음으로써 그들의 '공급원'이 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해 보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대화나 지시는 반드시 이메일이나 문서로 기록하여 그들이 말을 바꾸거나 책임을 전가할 때 객관적인 증거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물리적 경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도 책을 통에 얻은 조언이었다. 이처럼 냉정하고 일관된 태도를 유지하여 감정적 교류를 끊는 것이 그들에게 휘둘리지 않는 효과적인 방법임을 알게 되었다.
마치며,
40대 중반에서 50대의 지천명의 나이로 가고 있으나 나는 아직도 모르는 게 많은 어른이라고 생각한다. 특히나 관계에 있어서는 모르는 부분이 더 많은 것 같다. 최근 뇌과학 서적을 읽으며 뇌는 계속해서 성장한다는 믿음을 가지게 됐다. 과학에서는 이를 '신경 가소성의 원리'라고 말한다. 신경 가소성은 두뇌의 학습에만 적용되는 이야기인 줄로 알았다.
놀랍게도 인간관계에서도 신경 가소성이 적용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관계 속에서 아파하고, 성숙해가는 과정 역시 두뇌에 새로운 신경망을 만들어 간다는 논리다. 이때 중요한 건 악화되는 관계를 사실로 받아들이며 부정적인 방향으로 신경망이 확장되는 걸 차단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지금까지의 나는 부정적인 관계의 신경망이 두뇌 속에서 커져만 가는 걸 모르는 채 방치하고 있었다는 걸 이제서야 깨닫게 되었다.
책을 읽고 스스로 다짐한 것들이 있다. 직장이라는 피할 수 없는 환경 속에서 이제 더 이상 미숙한 관계의 피해자로 머무르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냉정하고 일관된 태도라는 새로운 무기를 장착하고, 그들의 독성으로부터 제 귀중한 감정 에너지를 보호할 것입니다. 주어진 관계를 거부할 수는 없지만, 그 관계가 내 삶에 미치는 영향을 통제하는 것은 온전히 저의 몫임을 잊지 않을 겁니다. 이 깨달음을 바탕으로 한 가정의 아버지로서 그리고 한 직장인으로서 더욱 단단하고 성숙한 관계를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았으나,
솔직한 생각을 담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