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 있는 물리학 - 일상과 세상을 다시 이해하는 힘
다구치 요시히로 지음, 오시연 옮김, 정광훈 감수 / 그린북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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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의 물리학은 복잡한 수식과 딱딱한 공식의 나열로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었습니다. 수학과 함께 가장 힘들어했던 과목 중 하나였죠. 그래서 물리학은 '이론을 위한 이론'일 뿐이라고 느끼며 시험이 끝나면 잊어버리곤 했습니다.


다구치 요시히로의 <쓸모 있는 물리학>은 이러한 통념을 완전히 깨고, 물리학이 우리의 평범한 일상을 '쓸모있는' 지적 재산으로 재발견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임을 설득력 있게 전달합니다. 이 책은 단순히 과학 지식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왜(Why)'라는 질문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해상도'를 근본적으로 높여주고 있습니다.


저자는 복잡한 계산식은 최소화하고 직관적인 비유와 흥미로운 일화를 통해 우리를 물리학의 세계로 안내하고 있습니다. 책은 고등학교 수준의 물리학 지식, 즉 역학, 전자기학, 열역학, 파동, 원자와 분자라는 핵심 퍼즐 조각들을 가지고 우리 주변의 현상들을 명쾌하게 맞추어 나갑니다.


  • 역학의 쓸모: 우리가 막연히 '양력'이라고만 알았던 비행기가 뜨는 이유를 날개의 구조와 공기의 흐름을 연결하며 작동 원리를 생생하게 설명합니다. 또한, 우리가 흔히 무게와 혼동하는 질량이라는 개념에 대해 "가속도라는 개념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고 명확히 설명하며, 우리가 잘못 알고 있던 지식을 바로잡아 줍니다. 나아가, '에너지 보존 법칙'을 지구에 떨어진 거대 운석이 공룡을 멸종시킨 사건의 극적인 사례로 제시하기도 합니다.


  • 전자기학의 쓸모: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인덕션 레인지의 숨겨진 원리가 교류 자기장에 의해 유도되는 와전류(Eddy Current)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아! 이게 다 물리학이었구나'라는 지적 쾌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또한 쿨롱 법칙을 설명하며, 브라운관이 작동하는 데 필요한 전기장의 원리를 이해하도록 돕습니다.


  • 열역학과 파동: 구름이 생기는 원리를 열역학적 관점에서 분석하거나, 심해어가 깊은 수압에도 멀쩡한 이유를 설명하는 부분은 우리의 일상과 멀게 느껴지는 물리 현상을 가깝게 만듭니다. 나아가, 도플러 효과를 우주와 야구의 의외의 접점에 연결하고, '불확정성 원리' 같은 양자역학의 난해한 개념까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인도합니다.



<쓸모 있는 물리학>은 단순한 지식 습득을 넘어 과학자처럼 생각하는 법에 대해서도 안내해 주고 있습니다. 저자는 옛 과학자들이 전류의 방향을 오해했던 사례를 들며 과학적 발견 과정의 시행착오와 발전 과정을 보여줍니다. 이는 우리에게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방식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무비판적으로 정보를 수용하는 태도를 경계하게 합니다.


복잡한 수식이나 공식 암기에 지쳤던 학생들에게는 물리학의 '재미와 본질'을 되찾아주었고, 지적 호기심을 가진 성인 독자들에게는 세상을 이해하는 강력한 '관점'을 제공하는 책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매우 좁은 범위의 확장일 수 있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 마치 세상이라는 거대한 기계의 설계도를 들여다보는 것 같았습니다. 이제 저에게 일상은 당연함이 아닌, 그 이면에 숨겨진 명쾌하고 아름다운 물리학 법칙을 발견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았으나,

솔직한 생각을 담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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