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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적인 개인 투자를 위한 ETF 안내서
안해성 지음 / 지음미디어 / 2025년 5월
평점 :
제목만 보고 책 속에 숨겨져 있을 내용을 상상해 봤다. "우선은 ETF 투자의 장점에 대해 설명할 것이고, ETF에서 사용되는 일반적인 용어에 대해 이해시켜줄 것이다. 그리고 개인별 포트폴리오 전략을 위해 ETF를 소개하며 마무리하는 정도의 책 아닐까?" 생각했다. <ETF 안내서>라는 딱딱한 제목만으로는 책이 품고 있는 가치를 정확하게 전달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표지 흥미를 끄는 문구가 하나 쓰여 있었다. "WHY ETF IS EATING THE WORLD?" 이 문구는 2011년 닷컴 버블 이후 미국 최대 벤처캐피털 투자자인 마크 앤드리슨이 월스트리트저널에 "Why Software is eating the World?"기고한 에세이의 제목에서 기인한 문장이다. 이후 금융 시장에서는 "ETFs are eating the world"라는 문장이 종종 등장하며 ETF의 급격한 성장과 영향력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되었다.
이 책은 저자인 안해성(필명 DUDE) 님의 'Why ETF is eating the World?'라는 스스로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 저술한 책이고, 그 과정은 초보 투자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차근차근 잘 설명된 책이라 생각한다. 나 또한 이 책을 선택하며 읽기 전엔 ETF 좀 알고, ETF 좀 투자한다고 생각했으나 ETF를 설명하는 기본적인 단어조차 이해하지 못했다는 점을 깨닫고,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다.
추적오차와 괴리율
ETF 투자를 해봤다면 '추적오차', '괴리율'이라는 두 단어를 들어봤을 것이다. 그리고 2가지 값의 편차가 작어야 좋은 ETF라는 이야기도 들어봤다. 그러나 무엇이 추적오차이고 무엇이 괴리율인지 누군가에게 설명할 능력은 되지 못했다. 그리고 왜 그것들이 중요한 지표인지 말하기도 어려웠다.
이 책을 읽고 이제는 조금은 말해볼 수 있을 것 같다. ETF는 흔히 지수(index)라는 것을 추종한다. 예를 들어 미국의 SPY, 한국의 OOO 미국S&P500과 같은 ETF는 S&P 500이라는 지수 (index)를 추종하는 상품이다. ETF에 대해 이해가 부족했던 시절 SPY = S&P 500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
추적오차와 괴리율을 이해가 위해서는 BM 지수(흔히 말하는 index), ETF의 기준가격 그리고 ETF의 시장가격 3가지를 이해하고 있으면 된다. 여기서로 여러 플레이어들이 등장하는데 추적오차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은 ETF를 만든 '자산운용사' 그리고 괴리율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유동성 공급자'가 필요하다.
누군가 "S&P 500을 추종하는 ETF에 장기 투자하고 싶은데 어떤 ETF를 선택하면 돼요?"라고 물으면 자산운용 규모가 가장 큰 ETF를 고르면 된다고 말하면 된다. 왜냐하면 그런 ETF들은 추적오차가 작고 괴리율이 작기 때문이다. 정말 아주 멀리 동떨어진 ETF를 선택하지 않는다면 추적오차나 괴리율은 일반투자자의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을 작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장기 투자 관점으로 바라보면 1%의 수익률 차이는 10년 20년 후에는 큰 차이가 될 수 있다. 물론 추적오차, 괴리율에 대해 깊이 이해했다고 개인 투자자가 ETF에서 발휘할 수 있는 통제권은 없다. 그렇지만 ETF 투자자라면 <ETF 안내서>에서 알려주는 추적오차, 괴리율에 대한 수준은 이해했으면 좋겠다.
ETF의 탄생
ETF로 장기 투자하며 가장 이해되지 미스터리한 문장이 하나 있었다. 바로 워런 버핏이 2013년 버크셔 해서웨이 연례 보고서에 담긴 문장이었다. "내 유산의 90%는 S&P 500 인덱스 펀드에, 나머지 10%는 미국 국채에 투자하라."
'워런 버핏이 말하는 '인덱스 펀드'는 무엇이지? 내가 매수하는 SPY, VOO와 같은 S&P 500 인덱스를 추종하는 ETF를 말하는 게 아닌가?'라고 생각하며 투자 초창기에는 다소 혼란스러웠다.
우선 S&P 500 지수는 1957년에 만들어져 전산으로 기록되기 시작했다. 이후 1976년 뱅가드의 존보글이 뱅가드 500 인덱스 펀드를 만들어 S&P 500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를 만들었다. 단, 존 보글이 만든 인덱스 펀드는 ETF가 아니었다. 전통적인 개념의 펀드였고, 빈번하게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상품이었다. 이후 인덱스 펀드의 가능성을 알아본 네이트 모스트 1993년 SPY라는 장중에 거래할 수 있는 ETF를 만들어 냈다.
앞으로 돌아가 워런 버핏이 버크셔 해서웨이 연계 보고서에서 말한 'S&P 500 인덱스 펀드'는 ETF 일 수도 있고 인덱스 펀드일 수도 있다. 본질을 생각해 보면 첫 번째, S&P 500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을 선택해라. 두 번째는 운용 보수가 적어야 한다. 즉, 시장에는 S&P 500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 ETF 들이 많다. 여러 자산 운용사에서 만든 상품이 있지만 차이점은 (1) 추적오차, (2) 괴리율, (3) 운용보수다. 상품 초기에는 이런 요소들이 편차가 있었지만 지금은 대다수 상품들 간에 큰 차이는 없다. 운용보수에 있어 편차가 있으나 더 많은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 계속 낮추고 있는 추세이기도 하다.
금융 시장은 상대적이다
명확한 기준선이 있어 기준선을 중심으로 싸다, 비싸다를 판단할 수 있다면 금융 시장은 잔잔한 바다처럼 흘러갈 것이다. 현실 세상의 정치, 경제, 외교 등 모든 요소들이 반영된 금융 시장에는 모든 사람이 공통적으로 받아들이는 기준선이 존재하지 않는다.
기관, 개인의 판단하는 기준선은 다르다. 누군가는 시장을 과열되었다고 판단하고 매도하지만, 누군가는 앞으로 더 오를 것이라 생각하며 매수를 외친다. 샐 수 없이 많은 투자자, 기관의 심리와 의사결정이 반영되어 금융시장은 움직이고 있다. 따라서 어떤 주식이 내일 오른다, 떨어진다고 맞출 수 없으며 맞추더라도 원숭이가 '상승, 하락'이 씌여진 판에 다트를 던져 나온 결과와 다를 바가 없기도 하다.
그렇지만 과거의 데이터가 누적되어 만들어진 '지수'라는 흔적은 존재한다. 단순히 현대자동차 주가가 19만 원이고 삼성전자의 주가가 6만 원이라 하여 현대차의 삼성보다 더 좋은 회사라고 말할 수 없다. 쉽게는 시가 총액으로 그 회사의 크고 작음을 이야기할 수 있고, 산업 평균 지수로 자동차 산업과 반도체 산업에서 해당 종목들의 포지션을 확인할 수 있다.
<ETF 안내서>에서 크게 깨우친 사실은 상대적인 금융 시장에서 개인 투자자 길을 잃지 않고 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index라는 금융시장 지도를 잘 이해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마치며,
<ETF 안내서>는 지금까지 읽어본 재테크 서적들과는 결이 다른 책이다. 책에서는 어떠한 ETF도 추천하지 않았고 오로지 투자자가 ETF 시장을 이해하기 위해 눈앞에 있는 장애물을 어떻게 피하고, 함정의 종류가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도록 알려준 책이다. 비유하자면 물고기를 주기보다는 낚시하는 방법을 알려준 책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이 책에서 많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고, 현재 순항 중인 장기 투자의 방향을 조정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만약 당신이 <ETF 안내서>를 읽고자 선택했다면 1장부터 차근차근 읽어보길 권한다. 책을 읽으며 떠오른 모든 궁금증은 반드시 다음 챕터에서 명쾌한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책 내용이 너무 좋아 책의 저자인 '안해성'과 'DUDE'라는 닉네임으로 포털에서 검색해 봤다. 2020년까지 대부분 글이 쓰인 브런치와 2022년 클래스 101에 그의 흔적이 남아있긴 했다. 하지만 그 이후 활동은 특별히 감지되지 않았다. 정말 좋은 내용들이라 지금도 어디선가 글을 쓰고, 생각을 나누고 있다 팔로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