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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인 매니지먼트 - 무의식을 내 편으로 만드는 궁극의 뇌 사용법
아키마 사나에 지음, 오시연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9월
평점 :
뇌과학 서적을 좋아한다. 나에 대해 모르던 사실을 하나씩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깨달음은 필연적으로 발생하지 않는다. 우연히 발생하기에 뇌 과학 책을 읽을 때는 '이번에는 어떤 깨달음을 얻을까?'하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
<브레인 매니지먼트> 책 표지에는 '무의식을 내 편으로 만드는...'이라는 문장이 있었다. 과학적으로 두뇌의 메커니즘이 하나 둘 밝혀지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부분이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고 '무의식'이라는 단어로 포장되어 있다. 미지의 무의식을 내 편으로 만드는 비법을 알려주겠다고 말하는 게 다소 과장스럽지만 지적 호기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두뇌를 쓴다'는 무슨 뜻일까?
책에서는 말을 타는 사람을 비유해 말에 고삐를 씌워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동할 수 있듯이, 우리 무의식에도 고삐 같은 걸 씌우면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조정할 수 있다고 말한다. 물론 고삐를 씌웠지만 말에서 떨어져 말에 끌려다니는 나쁜 케이스도 있다!
대부분의 일상적인 행동은 습관이나 무의식적인 반응으로 이루어진다. 이는 뇌가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반복적인 행동을 '시스템화'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걷기나 운전처럼 익숙한 행동은 크게 의식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시스템화된 행동은 일상을 효율적으로 유지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지나치게 의존하면 개인의 발전과 적응력을 저해하고 무의식적으로 나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익숙한 패턴만 반복하기에 새로운 것을 배우거나 도전할 기회 자연스럽게 피하게 된다. 또한 뇌의 에너지를 아끼기 위한 반사적인 행동이 습관이 되면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도 깊이 생각하지 않고 남을 따르거나(부화뇌동), 과거의 실패한 패턴을 반복할 가능성이 커진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주체성을 잃는다는 데 있다. 자신의 행동이나 선택에 대해 '왜 그렇게 행동했지?'라고 의문을 던지는 과정이 사라지게 되면 스스로를 돌아보고 개선할 기회를 놓치고, 삶의 만족도와 의미를 찾기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무의식에 고삐를 씌운다는 두뇌를 쓴다는 의미로 단순히 지식을 기억하고 계산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고, 분석하며, 창의적인 생각을 만들어내는 능동적인 과정이다.
주의 대상 1호는 뇌의 절전모드
진화론적 관점에서 볼 때, 뇌는 인체에서 가장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기관이다. 따라서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에너지만 사용하고, 위기 상황이나 새로운 위협에 직면했을 때만 최대 효율로 가동되도록 진화했다. 이는 에너지가 부족했던 인류의 오랜 역사 속에서 생존 확률을 높이는 중요한 전략이었기 때문이다.
뇌의 절전 모드는 복잡한 정보를 처리하는 대신, 단순하고 익숙한 방식으로 상황을 판단하게 만들었다. '꼬리표 달기'는 바로 이러한 과정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뇌는 낯선 정보나 사람을 만났을 때, 일일이 개별적인 특성을 분석하는 대신, 기존에 저장된 범주에 넣어버린다. '저 사람은 A 집단에 속해', '이런 상황은 B 유형에 해당해'와 같이 딱지를 붙이는 것이다. 이러한 단순화는 세상을 '옳고 그름', '우리와 그들', '선과 악'처럼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사고방식으로 이어진다. '차이'를 있는 그대로의 '다름'으로 인정하고 존중하기보다는, 내가 속한 범주와 다른 것은 틀린 것이라고 규정하고 이해하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이런 방식은 에너지를 아껴주지만, 동시에 유연하고 비판적인 사고를 방해한다. 즉, 두뇌를 쓰지 않는 상태를 유지한다는 의미기도 하다.
변화하기 위한 노력
두뇌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절전 모드를 벗어나야 한다. 절전모드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많은 저항 요소를 이겨낼 수 있는 의지가 필요하다. 안타깝게도 의지력도 한계가 있다. 모든 일을 하는데 많은 의지력이 필요하다면 곧 원상태로 회귀하게 될 것이다.
그보다는 저항의 수준을 낮추는 게 더 효과적인 전략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개인과 조직에 적용할 수 있는 사례 중 나에게 적용하면 좋을 것들만 추려봤다. 우선은 '있는 것 찾기'라는 삶의 긍정적인 요소를 재구성하는 방법이다. 새로운 것을 찾으려 애쓰기보다, 이미 내가 가진 것들 중에서 긍정적인 부분을 찾아내고 인식하는 연습입니다.
예를 들어, 퇴근길에 습관처럼 스마트폰을 보기보다는 '오늘 날씨가 좋네', '저 꽃 색깔이 예쁘네'와 같이 주변의 사소한 것들을 관찰하면 뇌가 외부 자극에 대해 단순히 반응하기 보다 의식적으로 탐색하는 활동을 시작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새로운 것을 시도할 때 너무 거창하면 시작하기 뇌는 (혹은 무의식) 큰 저항을 느낀다. 따라서 '의식적'이지만 '작게' 시작하며 무의식을 조금씩 변화시키는 것이다. 나는 이를 일상적인 루틴에 녹여 많은 부분을 변화시킨 사람들을 알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의식이 알아채지 못할 만큼의 작은 시작을 매일 반복해 그 크기를 키워 무의식에 영향을 준 사람들이었다.
또 하나 주체성 깨닫기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활용해 볼 필요가 있었다. 주체성 깨닫기는 자신에 대해 깨닫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했다. 자신의 무의식적인 행동 패턴이나 습관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어떤 상황에서 내가 왜 그렇게 반응하는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등을 기록하거나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는 행위다. 이는 뇌의 '자동 반응' 시스템을 인지하고 멈춤의 과정으로 내가 가진 생각과 행동을 주체적으로 통제하는 첫걸음이 된다.
마치며,
이 책은 뇌를 그저 사용하는 기관이 아닌,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변화시켜야 할 대상으로 제시한다. 무의식은 우리를 효율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편리한 도구이지만, 동시에 자유로운 사고와 주체적인 삶을 방해하는 '절전 모드' 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브레인 매니지먼트》가 말하는 것은 뇌의 절전 모드를 해제하고, 스스로 생각하며 삶의 주인이 되는 방법이다. 거창한 의지나 큰 노력이 아니라, '있는 것 찾기'처럼 주변을 의식적으로 관찰하고, '작은 시작'을 통해 무의식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지금까지 무의식이 이끄는 대로 살았다면, 이제는 당신이 무의식에 고삐를 씌우고 삶의 방향을 직접 조종할 차례이다. 뇌의 잠재력을 깨워 당신만의 주체적인 삶을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았으나,
솔직한 생각을 담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