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말하기 수업 - 사람을 설득하고 마음을 움직이는 말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테리 수플랫 지음, 정지현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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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 책을 고를 때 '그 책을 왜 읽고 싶은지?'를 생각한다. 신기하게도 잘 풀리지 않는 상황이나 호기심이 특정한 책을 선택하게 만든다.


나는 중학교 때까지 대중 앞에 나서는데 크게 긴장하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그러나 고등학교 발표 수업을 크게 망친 이후로 '말하기'는 나에게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다.


직장 생활에서도 두세 명이라도 모인 자리라면 나는 곧 긴장하기 시작한다. 목소리는 잠기고, 말은 빨라지며 등 뒤에 땀이 흐르기 시작한다. 말해야 할 상황은 지금까지 삶을 살며 언제나 존재했었다. 운이 좋으면 피했고, 그렇지 않은 상황은 소극적인 자세로 꾸역 꾸역 상황을 넘겨왔다.


매 순간 '이번엔 발표 안 하게 해주세요.'라고 빌었고, 어쩔 수 없이 말해야 하는 순간은 긴장된 채로 제대로 된 발표를 한 적이 없었다. 그 결과 '말하기'는 계속해서 나에게 멀어져만 가고 있었다.


<백악관 말하기 수업>은 오바마 대통령의 재임 8년 내내 그의 연설문을 작성해 준 '테리 수플랫'이라는 사람이 쓴 책이다. 오바마는 재임 기간 중 훌륭한 연설을 많이 한 대통령으로 손 꼽힌다. 이 책은 그런 멋진 연설이 만들어 질 수 있는 원고를 쓴 사람이 쓴 책이라는 점에서 호기심이 커졌다.


작가는 연설문을 잘 쓰는 방법을 알려주기보다는 '대중 앞에서 긴장하지 않고 말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그것도 오바마라는 인물이 평소 '말하기'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생각과 실제로 본인이 하는 방법들을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듣고, 바라본 입장에서 독자에게 전해주고 있었다.




말하기가 두려운 이유


대중앞에서 말할 때 긴장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이유를 인간 생존 본능에 근거해서 설명한 내용에서 근본적인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서 안전, 사랑, 소속감의 욕구가 충족되어야 합니다. 거절은 생존에 치명적이었어요. 가족이나 부족에서 쫓겨나면 곧바로 늑대 무리에 던져지는 셈이니까요. 말 그대로 목숨을 잃을 수 있었죠." 그의 연구에 따르면 자신의 말이 듣는 사람들에게 거절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말하기를 피하는 가장 큰 원인이라 생각됐다.




나만의 이야기를 하라.


내가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을까? 내게 이 일을 해낼 수 있는 능력이 있을까? 우리는 말하기를 제안받을 경우 끊임없이 마음속의 의심의 목소리에 시달려야 한다.


하지만, '오직 나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말한다면 어떨까? 세상 그 누구보다 가장 잘 알고 있고, 그 이야기를 할 때는 생기가 도는 그런 이야기들 말이다. 그 이야기를 나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은 없기에 자신 있고 편하게 말할 수 있게 된다.



나는 위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백악관 말하기 수업>>에는 말하기를 잘 하기 위한 다양한 노하우들이 많이 소개되어 있다. 상투적이지 않고 실용적인 실천 방안들이 정말 많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말하기'라는 두려움을 극복하는 게 이 책을 읽는 나에겐 최우선의 과제였다. 그리고 찾은 힌트는 '나만의 이야기'였다.


물론 직장에서 업무 보고할 때 상사한테 한 소리 들으려고 나만의 이야기를 하느냐라고 생각될 수도 있다. 속마음을 직장 상사에게 하라는 말이 아니다.


'나만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자신감을 만들라는 뜻이다. 수동적으로 준비해서 보고서를 읽는 사람이 되지말고, 보고 내용을 속속들이 이해해서 '나만이 할 수 있는 스토리'를 전해야 한다는 말이다.




마치며,


작가 테리 수플렛은 지난 8년 동안 오바마의 곁에서 그의 연설문을 만들어준 사람이다. 연설문을 만들어주는 과정에서 '말하기'에 관한 오바마의 철학을 가장 많이 배운 사람이라 생각한다.


대통령의 연설문을 만든 사람이기에 그가 매우 특별한 사람 아닐까 생각한다. 예상외로 그는 매우 내성적이고, 말하기를 무척이나 두려워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런 그는 오바마의 대부분 연설장에 따라갔고, 그가 청중과 공감하는 과정을 현장에서 보고 배워왔다.


한국어 제목으로 <백악관 말하기 수업>이라 되어 말하기를 두려워하는 사람보다, 그 능력을 한 단계 높이고 싶은 독자에게 어울리는 책처럼 비칠 수 있다. 이 책의 원제목은 'Say It Well'이다. 어디에도 White house(백악관)이라는 단어는 들어있지 않다. 그러니 말하기에 두려움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 실체가 무엇이고,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 찾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았으나,

솔직한 생각을 담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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