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달린 여자
서계수 지음 / 오러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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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계수 / 머리 달린 여자

서늘하다 못해 강렬한 반격을 선사하는 서계수 작가의 첫 #소설집 단편 하나하나가 지닌 소재의 파괴력이 워낙 강해, 읽는 내내 숨을 고르게 만든다.

표제작 #머리달린여자 의 주인공 진성. 세상 모든 생명체의 머리가 사라져 보이는 기괴한 환각에 빠졌다. 가족도 반려견도 TV 속 사람들도 다 목 위가 텅 비어버린 악몽 같은 현실 속에서 미쳐가던 그 앞에, 기적처럼 머리가 달린 여자가 나타난다.

진성은 그녀가 자신의 유일한 #구원 이라 믿고 매료되지만, 그 모든 것은 지옥에서 돌아온 피해자였던 그녀가 설계한 핏빛 사냥의 시작에 불과했다.

진성이 매일 밤 얼굴 없는 불법 촬영물을 보며 즐거워했던 그 시간들이, 결국 도끼를 든 유령이 되어 찾아왔다. "난 그냥 보기만 했을 뿐인데"라는 비겁한 변명은 통하지 않았다.

#이세계 에 나약한 피해자는 없다. 스스로 도끼를 집어 들거나 가해자를 직접 요리해 먹는 잔혹한 복수의 주체로 우뚝 선다. 답답한 현실에서 억눌린 분노를 느껴본 적 있거나, 누군가 대신해서 완벽하게 판을 뒤엎어주길 바랐던 이들이라면 장르 문학의 묘미를 제대로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표제작을 비롯해 '지옥은 악마의 부재', '산상수훈', '만회반점', '프로메테우스의 여자들' 총 5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지옥의 왕 #루시퍼 가 제안하는 짜릿한 반격부터, 빼앗긴 시간을 되찾으려는 여자의 섬뜩한 만두 요리, 그리고 신화의 질서까지 뒤엎는 완벽한 복수까지.

데뷔 5년 차에 이런 강렬한 단편집을 내놓은 작가라면, 조만간 모두가 기대하는 그 이상의 호흡을 가진 장편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머리 달린 여자는 그야말로 복수의 정점이었다.

#다독 #오러출판사 @orrorpub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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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궁장의 고백
조승리 지음 / 달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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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리 / 용궁장의 고백

커다란 쓰레기통, 용궁장 화재 사건.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이 그 관계를 더 잔혹하게 만든다.

#이지랄맞음이쌓여축제가되겠지 에세이로 고통을 축제로 만드는 법을 알려준 조승리 작가가 소설가로 완벽하게 거듭나 선보이는 연작소설 #용궁장의고백

#신도시 한가운데 덩그러니 남겨진 허름한 모텔 용궁장이 전소되며 투숙객 전원이 사망한 사건을 다룬다. 참변을 맞이한 유족들이 모인 합동 장례식장은 소름 돋을 만큼 평온한데, 우연을 가장한 이 화재의 이면에는 각자의 이유로 지옥 같은 현실을 타개하고자 불꽃을 갈망했던 이들의 사연이 얽혀 있다.

치매를 앓는 노모를 모시는 #시각장애인 주인공은 형제들에게 등 떠밀려 어머니를 돌보지만, 지속되는 학대와 멸시를 받으며 부양의 늪에서 고통받는다.

"부모가 죽어버리길 바라는 자식을 하나님은 용서해주실까?"

사건을 둘러싼 피해자, 가해자, 생존자, 설계자, 조력자 등 다섯 개의 시선에서 시작된 고백들은 결국 하나의 비극으로 수렴된다. 이 이야기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가해자의 무지였다. 스스로 무엇을 짓밟고 있는지조차 인식하지 못한 채, 그것을 당연한 권리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씁쓸함을 안긴다.

위로와 구원이 있는 듯 보이지만, 동시에 책임을 흐리는 #이중성 용궁장이 전소되며 그들을 얽매던 모든 지독한 인연도 함께 재가 된다. 고통을 무기 삼아 버텨온 시간들, 모든 것이 불타 없어진 후에야 비로소 찾아온 기묘한 평화.

일방적으로 강요된 인륜은 숭고한 가치가 아니라 명백한 폭력이다. 천륜이라는 굴레를 짊어진 채 각자의 지옥을 버텨내고 있을 이들에게 이 소설을 바친다. / #조승리

#달출판사 @dalpublishers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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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은 사람을 위한 것
슬론 크로슬리 지음, 송섬별 옮김 / 현대문학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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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론 크로슬리 / 슬픔은 사람을 위한 것

두 가지 상실 사건, 무언가를 잃는다는 것.

뉴욕을 주 무대로 활동해 온 에세이스트 슬론 크로슬리가 자신이 직접 겪은 깊은 상실의 시간을 기록한 회고록.

작가에게 연달아 일어난 두 가지 비극을 교차하며 전개된다. 작가의 아파트에 빈집털이 도둑이 들어 할머니의 유품인 소중한 보석을 전부 도난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자신의 공간이 안전하지 않다는 불안감이 채 가시기도 전인 한 달 뒤 가장 친한 친구이자 출판사 전 직장 상사였던 러셀 페로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슬론은 도난당한 보석의 행방을 쫓는 과정과 되돌릴 수 없는 친구의 죽음을 겹쳐 바라본다. 러셀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그의 죽음을 받아들이려 애쓰는 과정이 이야기의 중심을 이룬다.

77p 누구나 막아내고 싶은 무언가가 있다. 문제는 그것이 얼마나 큰가, 그리고 무엇으로 막아내야 하는가다.

136p 자살은 애도를 얼마나 소름 끼치는 일로 만드는가! 때로 나는 비난과 행위를 하나로 합치고, 때로는 도덕의 원심분리기를 작동시키듯 분리하며, 때로는 어느 쪽이건 상관없다는 생각이 든다.

슬픔에 무기력하게 매몰되는 대신, 슬론 작가는 오히려 그 에너지를 빌려 지난날의 빛나는 추억들을 하나씩 불러일으킨다. 무언가를 잃어버린 자리에는 언제나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남는다.

사라진 것들과 남겨진 기억 사이를 오가며, 작가가 어떻게 일상을 이어가는지. 그 비어버린 자리를 끌어안고 살아가는 작가의 시간을 따라가며, 우리는 애도가 슬픔에 머무는 감정이 아니라, 끝내 삶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다짐과도 같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174p 러셀이 죽은 지금에야, 죽은 사람을 살아 있는 사람보다 더 생생하게 살아 있게 만드는 사람

#현대문학 @hdmhbook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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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순간을 기억해?
숀 마이클스 지음, 김승욱 옮김 / 문학수첩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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숀 마이클스 / 태어난 순간을 기억해?

인공지능이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는 시대, 과연 인간의 창조성이란 무엇일까? 기술과 예술의 경계를 탐구하는 탁월한 감각을 지닌 숀 마이클스의 신작 태어난 순간을 기억해.

숀 마이클스는 2014년 데뷔작으로 캐나다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길러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음악 평론가로도 활동 중인 그는 이번 작품에서도 실제 AI가 생성한 텍스트를 소설 속에 녹여내는 실험적인 시도를 선보인다.

소설의 주인공은 일흔다섯의 노시인 메리언 파머. 국민 시인이라 불릴 만큼 명성이 자자하지만, 현실은 지독하게 궁핍했다. 평생 시에만 몰두하느라 남편과는 헤어졌고, 서른이 넘은 아들은 집 한 칸 마련하지 못해 고생 중이다. 아들에 대한 죄책감과 경제적 무력감에 시달리던 그녀에게 거절하기 힘든 제안이 도착한다.

바로 글로벌 IT 기업의 AI 샬럿과 일주일 동안 공동으로 시를 쓰는 프로젝트. 성공 보수는 6만 5천 달러. 메리언은 예술가로서의 자존심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다 결국 실리콘밸리로 향한다.

처음 마주한 샬럿은 수십만 편의 시를 순식간에 뱉어냈지만, 정서적인 교감은 불가능해 보였다. 효율만을 따지는 기술자들 사이에서 고립감을 느끼던 메리언은, 도리어 샬럿에게 시의 진정한 의미와 창작의 고통, 희열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인간 vs 기계의 대결 구도를 예상했으나 이야기는 훨씬 깊은 곳으로 흘러갔다. AI 샬럿은 메리언이 과거의 순간들을 자극하며 그녀의 인생을 재구성했다. 아내이자 엄마로서 살아온 삶, 그리고 잊고 싶었던 태어난 순간의 기억들. 이 기묘한 공동 창작은 은둔자 같던 노시인과 소프트웨어에 불과했던 샬럿 모두를 변화시켰다.

기계의 거울을 통해 한 인간이 자신의 삶과 화해해 나가는 과정이 숭고하게 느껴졌다. 예술가의 고뇌뿐만 아니라 부모와 자식 간의 보편적인 감정을 다루고 있어 누구나 몰입할 수 있는 매력적인 소설이었다. 차가운 디지털 세계 속에서 몽글몽글한 인류애와 문학의 온기를 발견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권한다.

#다독 #문학수첩 @moonhaksoochup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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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는 돌아오지 않는다
기리노 나쓰오 지음, 김혜영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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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리노 나쓰오 / 제비는 돌아오지 않는다

제비는 돌아오지 않는다 2024년 일본 NHK 드라마로 제작되어 큰 화제를 모았고, 제64회 마이니치 예술상과 제57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상을 휩쓸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팍팍한 현실 속에서 미래를 꿈꿀 수 없는 29세 비정규직 여성이 빈곤의 탈출구로 대리출산을 선택하면서 벌어지는 갈등을 담아냈다.

주인공 리키는 홋카이도에서 도쿄로 상경해 #요양보호사 비정규직으로 근근이 살아가는 스물아홉살 독신 여성이다. 내년이면 계약이 만료되어 돈과 안정감이 절실했던 그녀는 직장 동료 데루에게 난자 제공 아르바이트를 제안받는다.

퇴근길, 백 엔 세일 문구에 끌려 산 명란 주먹밥의 작은 알을 씹으며 자신의 난소에 빽빽이 들어찬 알들을 떠올리고 그것이 전부 돈이 될 수 있다는 상상에 빠진다.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클리닉을 찾은 리키는, 거액의 보수를 받을 수 있는 대리모 선택지를 권유 받는다.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한 리키는 결국 그 제안을 수락한다.

우월한 유전자를 남기려는 발레리노 남편 모토이, 기형적인 거래 속에서 여성의 몸이 도구화되는 것에 윤리적 고뇌를 느끼는 아내 유코, 비정규직의 굴레를 끊기 위해 자신의 자궁을 협상 테이블에 올린 리키. 이 세 사람의 욕망과 결핍이 위태롭게 얽히며 이야기는 점차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향해 달려간다.

과연 리키가 가난하지 않았더라면 자신의 몸을 내어주는 결정을 내렸을까? 생계라는 절박함 앞에서 내몰린 결정을 온전한 선택이라 부를 수 있을까? 모두가 각자의 결핍을 채우기 위해 밀어붙인 위험한 거래.

#다독 #해피북스투유 @happybooks2u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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