숀 마이클스 / 태어난 순간을 기억해?인공지능이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는 시대, 과연 인간의 창조성이란 무엇일까? 기술과 예술의 경계를 탐구하는 탁월한 감각을 지닌 숀 마이클스의 신작 태어난 순간을 기억해.숀 마이클스는 2014년 데뷔작으로 캐나다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길러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음악 평론가로도 활동 중인 그는 이번 작품에서도 실제 AI가 생성한 텍스트를 소설 속에 녹여내는 실험적인 시도를 선보인다.소설의 주인공은 일흔다섯의 노시인 메리언 파머. 국민 시인이라 불릴 만큼 명성이 자자하지만, 현실은 지독하게 궁핍했다. 평생 시에만 몰두하느라 남편과는 헤어졌고, 서른이 넘은 아들은 집 한 칸 마련하지 못해 고생 중이다. 아들에 대한 죄책감과 경제적 무력감에 시달리던 그녀에게 거절하기 힘든 제안이 도착한다.바로 글로벌 IT 기업의 AI 샬럿과 일주일 동안 공동으로 시를 쓰는 프로젝트. 성공 보수는 6만 5천 달러. 메리언은 예술가로서의 자존심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다 결국 실리콘밸리로 향한다.처음 마주한 샬럿은 수십만 편의 시를 순식간에 뱉어냈지만, 정서적인 교감은 불가능해 보였다. 효율만을 따지는 기술자들 사이에서 고립감을 느끼던 메리언은, 도리어 샬럿에게 시의 진정한 의미와 창작의 고통, 희열을 가르치기 시작했다.인간 vs 기계의 대결 구도를 예상했으나 이야기는 훨씬 깊은 곳으로 흘러갔다. AI 샬럿은 메리언이 과거의 순간들을 자극하며 그녀의 인생을 재구성했다. 아내이자 엄마로서 살아온 삶, 그리고 잊고 싶었던 태어난 순간의 기억들. 이 기묘한 공동 창작은 은둔자 같던 노시인과 소프트웨어에 불과했던 샬럿 모두를 변화시켰다.기계의 거울을 통해 한 인간이 자신의 삶과 화해해 나가는 과정이 숭고하게 느껴졌다. 예술가의 고뇌뿐만 아니라 부모와 자식 간의 보편적인 감정을 다루고 있어 누구나 몰입할 수 있는 매력적인 소설이었다. 차가운 디지털 세계 속에서 몽글몽글한 인류애와 문학의 온기를 발견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권한다.#다독 #문학수첩 @moonhaksoochup #도서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