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와이프
어설라 패럿 지음, 정해영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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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라 패럿 / 엑스와이프

F. 스콧 피츠제럴드가 1920년대 미국을 찬란한 황금빛 재즈 시대로 박제했다면, 어설라 패럿은 그 화려한 파티가 끝난 뒤 홀로 차가운 새벽 거리를 걸어가는 여성의 뒷모습을 기록했다. 1929년 출간 당시 위대한 개츠비보다 네 배 이상 팔리며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던 소설 #엑스와이프

엑스와이프는 재즈 시대의 화려한 조명을 끄고, 그 뒤에 남겨진 여성들의 진짜 삶을 비추는 거울이다. 이제야 한국 독자들에게 온전하게 소개된 이 잊혀진 걸작은, 자신만의 이름을 찾기 위해 분투하는 이 시대 모든 현대 여성들에게 우리가 마주해야 할 자유의 민낯을 가감 없이 펼쳐 보인다.

주인공 패트리샤와 피터는 당시로서는 가장 앞선 형태의 부부다. 둘 다 직업을 갖고, 서로의 자유를 존중하며, 질투하지 않으려 애쓴다. 하지만 이들의 위태로운 균형은 피터의 외도로 인해 깨진다.

패트리샤가 여행을 떠난 사이, 피터는 불행한 유부녀와 하룻밤을 보낸다. 패트리샤는 그 사실을 알게 되지만 겉으로는 분노도 비난도 하지 않는다. 반대로 패트리샤 역시 피터의 친구와 하룻밤을 보내고, 그 사실을 솔직하게 고백한다.

둘은 겉으로 보기엔 똑같은 잘못을 저지른 셈이지만 결과는 전혀 다르게 흘러가며, 피터는 점점 패트리샤를 세상에서 더러운 존재로 인식하기 시작한다. 과거에는 문제 삼지 않았던 그녀의 자유로움, 솔직함, 욕망은 이제 피터에게 불편함과 혐오로 변했다. 그리고 그는 순수한 새 여성을 만나며 패트리샤에게 이혼을 요구한다.

소설은 패트리샤가 전처라는 이름표를 달고 홀로서기를 시작하며 본격적인 궤도에 오른다. 이전 시대에 이혼녀가 숨어야 할 죄인이었다면, #어설라패럿 이 묘사하는 엑스와이프들은 자유의 대가가 고작 상처받을 권리뿐일지라도, 누군가의 부속품으로 남기보다 온전한 자신으로 아파하기를 선택한다.

사랑은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는 공간일 뿐, 인생 전체를 책임져주지 않는다. 패트리샤가 여러 관계를 거치며 깨닫는 것도 바로 그것이다. 누군가와의 연결은 외로움을 덜어줄 수는 있어도, 세상에서 혼자 서야 하는 책임까지 대신 져주지는 않는다.

#다독 #위즈덤하우스 @wisdomhouse_official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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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디어 제인 오스틴 에디션
제인 오스틴 지음, 김선형 옮김 / 엘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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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 / 오만과 편견

제인 오스틴 탄생 250주년을 기념하여 김선형 번역가의 문장으로 새롭게 태어난 #오만과편견.

책을 읽는 경험은 흡사 잘 연출된 한 편의 연극을 맨 앞줄에서 관람하는 것과 같다. 인물들이 겪는 심리적 균열과 성장의 고통을 유려한 글로 옮겨놓았다.

결혼이 곧 생존 전략이자 사회적 지위의 문제였던 19세기 초 영국 시골 사회를 배경으로, 다섯 딸을 둔 베넷 가문의 일상을 중심에 놓고 이야기가 시작된다. 재산을 상속할 아들이 없는 베넷 가에서, 어머니 베넷 부인의 가장 큰 관심사는 오직 하나다. 딸들을 잘 시집보내는 것.

속박된 현실 속에서 제인 오스틴은 결혼과 사랑, 계급과 돈, 여성의 자존과 선택을 날카롭고도 유쾌하게 펼쳐 보인다. 주인공인 둘째 딸 엘리자베스 베넷은 재치 있고 총명하며, 타인의 시선보다 자신의 판단을 중시하는 당시 여성상과는 분명히 다른 인물이다. 그녀는 사랑 없는 결혼을 경멸하고, 사회적 체면이나 재산보다 감정의 진실함을 중시한다.

그런 엘리자베스 앞에 등장하는 인물이 바로 막대한 재산과 귀족적 배경을 지닌 미스터 다아시다. 첫 만남에서 다아시는 차갑고 오만한 태도로 주변의 반감을 사고, 엘리자베스 역시 그의 무례함과 계급 의식에 깊은 선입견을 품게 된다.

한편, 베넷 가의 장녀 제인과 다아시의 친구 빙리는 서로에게 자연스럽게 호감을 느끼며 사랑을 키워가지만, 이마저도 계급과 주변의 오해, 타인의 판단 속에서 위태롭게 흔들린다. 제인 오스틴은 이 두 커플을 대비시키며 교차점을 보여준다.

이번 번역본의 백미는 다아시의 첫 번째 청혼이 실패로 돌아가는 장면이었다. 다아시는 거절당한 뒤 자신을 방어하는 대신 자신의 오만함을 수치스럽게 여기며 행동으로 증명하기 시작하고, 엘리자베스는 자신이 그토록 혐오했던 편견이 실은 자기 안의 거울이었음을 깨닫고 무너진다.

#제인오스틴 의 위대함은 주인공들뿐만 아니라 주변 인물들을 다루는 시선에서도 빛났다. 속물적인 베넷 부인, 우스꽝스러운 콜린스 씨, 냉소적인 베넷 씨까지. 김선형 번역가는 이들의 목소리에 각기 다른 말맛을 부여하여 당시 계급 사회의 모순과 인간의 허영을 유쾌하면서도 서늘하게 풍자했다.

다시 읽는 독자에게는 숨겨진 결을 발견하는 기쁨이 될 오만과 편견은 명실상부한 결정판이라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다독 #엘리 @ellelit2020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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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갈라 나를 꺼내기
하미나 지음 / 물결점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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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미나 / 나를 갈라 나를 꺼내기

세상을 더 알고 싶은 마음도 죄가 되나요?

이 책은 과학을 너무나 사랑했던 한 사람이,
그 과학이 더 이상 삶을 설명해주지 못하는 순간을 마주하며
기존의 지식과 그 지식 위에 세워진 나 자신을 동시에 갈라내는 기록.

이 이야기는 하나의 인식에서 출발한다. 사회가 허용한 앎의 틀 안에서만 존재하던 자아는 결코 진실에 다가갈 수 없다.

저자 하미나는 ‘과학적 앎’과 ‘비과학적 앎’을 나누는 오래된 위계를 거부하며, 이전의 나를 끝내고 갈라져 꺼내어진 새로운 하미나가 살아남아 질문을 바꾸기 시작한다.

그동안 수많은 깨달음은 과학의 언어로 번역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배제되어 왔다. 그러나 하미나는 바로 그 배제된 경험과 감각, 질문들이야말로 세계를 이해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나의 결론을 향해 줄을 서지 않는. 대신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 부딪히고, 겹치고, 질문을 만든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더 이상 하미나만의 이야기가 아닌, 내가 그동안 외면해왔던 질문들을 떠올리게 하는 이야기가 된다.

앎은 머리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라,
삶 전체에서 길어 올려진다는 것을.

그렇게 나눌 수 없는 나의 내부가 드러난다.

#물결점 @tilde.dot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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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색 미술관 - 화가들이 사랑한 자연, 그 치유의 풍경
강민지 지음 / 아트북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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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지 / 초록색 미술관

화가들이 사랑한 자연, 그 치유의 풍경

이 책이 당신에게는 어떤 초록으로 남을지 문득 궁금해진다.
숲처럼 깊은 초록일까, 걷기 좋은 오솔길일까, 혹은 아무도 없는 산의 고요한 풍경일까.

파란색 미술관에 이어 초록색 미술관에서는 자연과 가장 가까운 색, 초록을 통해 자연을 온전히 느끼는 강민지 작가의 시선이 펼쳐진다. 초록에 생명을 불어넣은 해설은, 그 싱그러움 그대로 지친 마음에도 다시 숨을 불어넣는다.

15점의 작품으로 이어지는 예술의 여정. 초록을 화폭에 담기 위해 길을 헤쳐나갔던 화가들의 시간은 눈부시게 펼쳐지고, 그 길 위에는 잊고 지냈던 평온을 다시 만난게 한다.

초록을 그린 화가들은 모두 관습을 벗어난 선택과 반복되는 실패, 오랜 무명의 시간을 견뎌낸 사람들이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자연으로 돌아가 다시 붓을 들었다. 초록은 다시 살아갈 힘을 주는 장소였다.

삶에 쉼표가 필요한 순간에는 초록색을 바라보자.

초록은 늘 그 자리에 있었다 .

초록색이 내 시야를 가득 채우며,
세상이 더욱 선명해지고 깊어진다.

#아트북스 @artbooks.pub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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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양장 특별판)
박민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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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규 /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새로운 상상력과 실험정신으로 주목받아온 작가 박민규 기존의 틀을 과감히 깨며 매번 다른 방식으로 독자를 놀라게 해왔다. 그런 그의 작품이 17년이 지난 지금 다시 개정판으로 돌아왔다. 당시 박민규의 색다른 연애소설로 불리며 화제를 모았던 이야기로, 못생긴 여자와 그녀를 사랑한 남자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독특한 작품이다.

눈 내리던 1986년 겨울, 서로의 상처를 알아본 세 청춘이 있었다. 누구보다 부드러웠지만 누구보다 약했던 요한, 잘생겼지만 사랑을 모르는 아버지에게 받은 상처로 흔들리던 나, 그리고 세상이 외면했으나 누구보다 따뜻했던 그녀.

그해 그들은 서로에게 처음으로 자신도 괜찮은 사람일지 모른다는 믿음을 주었다. 그러나 세상의 잣대는 잔인하게도 그녀를 떠나게 만들었고, 청춘은 산산이 흩어졌다. 세월이 흘러 성공한 작가가 된 나는 여전히 라벨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들으며, 그녀를 떠올린다.

그녀에게서 배웠던 사랑의 온도, 그해 겨울의 눈빛, 그리고 서로의 존재가 빛이 되어주던 순간들. 그녀가 독일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나는 결국 프랑크푸르트행 비행기에 오르게 된다.

비행기 창밖의 구름을 바라보며 나는 스무 살의 자신과 마주한다. 나와 함께했던 시간들이 그녀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그리고 그 시절의 나는 진짜 그녀를 사랑했던 것이 맞는가?

소설은 음악과 그림과 도시의 풍경이 어우러져 한 편의 긴 기억처럼 느껴진다. 어떤 문장은 빛처럼 가볍고, 어떤 문장은 돌처럼 가라앉는다. 이 대비가 작품 전체를 몽환적인 기운으로 채웠다. 세월이 지나도 마음속에서 쉽게 꺼내지지 않는 사랑, 그 상처와 아름다움 모두를 다시 떠올리게 하는 작품.

사랑은 끝난 뒤에야 비로소 정확한 형태를 드러낸다.

#위즈덤하우스 @wisdomhouse_official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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