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리머
모래 지음 / 고블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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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 / 드리머

현실과 꿈의 경계를 허물고, 인간 욕망과 폭력의 순환을 보여준다.

불교와 힌두 사상의 신비주의를 바탕으로 한 오컬트 스릴러 소설인 드리머는, 과거 사이비 종교 가리교의 유산인 기이한 힘을 지닌 수첩을 중심으로 펴쳐진다. 욕망과 갈등을 품은 네 명의 인물들 필립, 명우, 여정, 기철의 이야기는 현실과 환상, 진리와 거짓을 넘나드는 미스터리로 욕망과 폭력을 그렸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네 인물은 필립의 옥탑방에서 자주 어울리며 거리낌없이 서로의 생각을 감추지 않는 친구들이었다. 어느 날, 명우가 필립의 집에서 낡은 수첩을 발견하면서 모든 것이 변하기 시작한다. 이 수첩은 과거 집단자살로 세계를 충격에 빠트린 가리교의 교주 렁왕웨이가 항상 지니고 다니던 것으로, 그는 이를 이용해 몇 가지 잔재주를 익히고 부와 명성 사람들을 끌어모았다. 필립의 할머니는 가리교가 몰락하기 직전 수첩을 훔쳐 도망쳤다.

찬장에 숨겨진 수첩을 열어보며, 목이 잘린 벌거벗은 여자의 그림을 보게된다. 명우는 수첩이 가진 힘에 점점 매료되고, 통제할 수 없는 욕망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친구들 사이의 관계도 미묘하게 뒤틀리기 시작한다.

수첩은 욕망을 증폭시키는 거울과도 같다. 하지만 그 거울에 비친 것은 점점 더 깊어지는 혼란이며, 결국 현실의 경계는 허물어진다. 불가해한 현상과 금기의 비밀을 파헤치는 오컬트 스릴러 접한순간 모든 것이 변하기 시작한다. 눈앞의 현실이 믿을 수 없는 것이 되고, 과거의 잔재는 현재를 집어삼킨다.

작은 수첩에서 시작된 사건이 끝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지 신비주의적 색채가 더해진 독특한 분위기가 매력적인 소설이다.

67p 수첩은 너를 꿈꾸게 해준다. 그 꿈에서 너는 너한테 맞는 재주를 배우게 돼. 그게 전부다. 뭘 배우는지는 너한테 달려 있어. 수첩은 악마가 만들었다는 말도 있고, 부처가 만들었다는 말도 있지. 그러니까, 결국 색즉시공, 공즉시색, 다 마음먹기에 달린 거란 소리야.

출판사 '고블' 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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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퇴근길
ICBOOKS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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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태현 / 수상한 퇴근길

아내 앞에선 한없이 작아지는 미안한게 많은 남편

수상한 퇴근길은 갑작스러운 희망퇴직을 당한 고 대리의 이야기로 가족에게 이 사실을 숨긴 채, 여느 때처럼 출근하는 척하며 하루하루를 버텨 간다. 집에서도, 사회에서도 점점 초라해지는 기분에 휩싸인 그는 가정을 위해 일했지만 정작 가족과 멀어지고 있었다.

고 대리는 500명이 넘는 연락처를 가지고 있었지만, 정작 술 한잔 기울일 친구는 남지 않았다. 그토록 열심히 다닌 회사, 온 신경을 쏟아부었던 업무, 월급과 승진, 성과 압박. 그러나 그 모든 것이 사라지고 나니 남는 것은 초라함과 공허함뿐이었다.

야근과 회식으로 바쁘다던 사람이 어느 날부터인가 칼퇴근을 하고, 집안일을 돕고, 서재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는다. 아내는 점점 남편이 수상하다고 느끼지만, 정작 고 대리는 혼자 삶의 무게와 가장의 책임감 속에서 방황하고 있다. 사회 속에서 점점 자신을 잃어가는 사람들의 씁쓸한 현실을 그려낸다.

그는 가족을 위해 일했지만, 정작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은 없었다. 아내의 하루가 어떤지, 딸이 무엇을 좋아하는지조차 알지 못한 채 좋은 가장이 되려 노력했다. 그리고 회사를 떠나고 나서야 깨달았다. 회사는 언제든 나를 대체할 수 있지만, 가족은 그렇지 않다.

언제부터인가 일만이 내 삶의 중심이 되어버린 당신에게

하루하루 치열하게 버티고 있는 당신에게

언젠가 좋은 날이 오겠지,
막연한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당신에게

이 책이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합니다.

출판사 'ICBOOKS' 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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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나
이종산 지음 / 래빗홀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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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산 / 고양이와 나

사랑의 경계를 허무는 기묘하고 아름다운 이야기

이종산 작가의 연작 소설집 '고양이와 나'는 전 세계 인구의 5퍼센트가 고양이로 변한 세계에서 여전히 사랑을 지키고 관계를 지속하려는 이들의 이야기로, 퀴어 서사와 사회적 통념을 뒤집는 이야기를 통해 현실적인 고민과 따뜻한 감성을 담았다.

밤늦은 시각 출몰한 거대한 고양이는 사람들에게 선택지를 나눠 준다.
앞으로 남은 삶을 고양이로 사시겠습니까?
남은 삶을 고양이로 살기를 원한다면 '예'
원하지 않는다면 '아니오'에 체크하시오

이를 수락한 사람들은 하루 아침에 고양이가 되어버리고, 사람에서 고양이가된 그들을 여전히 사랑하는 사람들은 가족과 연인, 친구가 고양이가 되어 처음에는 낯설고 이해할 수 없지만, 시간이 지나며 서로를 향한 마음이 변하지 않았음을 깨닫는다. 사랑과 유대는 종의 다름을 떠나 서로를 향한 마음 그 자체로 충분하다는 사실을 조용히 일깨워 준다.

갑작스러운 변화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연인은 고양이가 되어도 여전히 서로를 향한 애정을 간직하고, 책방 사장님은 같은 시간에 문을 열며 일상을 이어간다. 고양이가 된 친구와 함께하는 커피 한 잔도 여전히 익숙하고 소중하다. 겉모습은 변했어도, 그들은 여전히 같은 존재로 살아간다.

재밌게 읽은 '고양이와 나' 사람일 때는 그토록 인정받기 어려웠던 관계가, 오히려 고양이가 된 후에야 자연스럽게 가족으로 인정받는다. 존재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음에도, 겉모습과 사회적 틀이 달라졌다는 이유만으로 관계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는 현실은 씁쓸함을 자아낸다.

고양이가 된 사람들과 함께하는 세상에서 사랑의 정의를 뒤흔들었다.

출판사 '래빗홀' 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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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개와 혁명 - 2025년 제48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예소연 외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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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제48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48년간 한국문학의 정통성을 이어온 국내 대표 문학상 이상문학상 새로운 역사의 시작

한 해 동안 국내에 발표된 모든 중·단편소설 300여편 가운데 오직 작품성만 보고 심사 수상작을 선정했다. 제48회 이상문학상 심사위원 전원이 흔쾌히 동의함으로써 만장일치로 대상에 예소연의 '그 개와 혁명'이 선정 되었다.

그 개와 혁명은 죽음의 끝을 새로운 시작점으로 바꾸는 소설로 1980년대 학생운동 세대인 아버지 태수씨와 2020년대 페미니스트 청년 세대인 딸은 부녀의 간극을 넘어 함께 의미 있는 프로젝트를 도모한다.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벌어지는 혁명을, 예소연 작가는 유머를 잃지 않는 문체로, 무거운 주제를 신선하게 풀어냈다. 낯선 조합처럼 보이는 부녀의 연대가 오히려 가장 자연스러운 혁명의 모습임을 증명하며, 세대 간의 단절이 아니라 소통과 변화를 향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6인의 수상 작가와 심사위원의 인터뷰 전문이 이상문학상 작품집에 수록됨으로써 더욱 새롭고 풍성한 구성으로 완성되었다. 제1회 수상자 김승옥부터 이청준, 박완서, 양귀자, 은희경, 한강, 김연수, 김영하, 김애란, 그리고 2025년 올해의 수상자 예소연에 이르기까지, 역대 수상자의 이름을 나열하는 것만으로도 현대소설사의 윤곽이 그려질 만큼 이상문학상의 역사는 곧 한국 현대문학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이상문학상은 한국 현대소설의 지형과 경향을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가늠자로 평가받고 있다.

'공 여사, 자중하시오. 우리의 적은 제도잖아'

아버지 세대의 혁명과 딸 세대의 혁명은 다를지 몰라도, 그 본질은 같다. 혁명이란 거리의 투쟁, 거대한 구호뿐만 아니라, 기존의 관습을 깨고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가는 과정 그 자체다. 기존의 제도를 뒤흔드는 것이 혁명이라면, 이 작품 속에서 벌어지는 모든 사건 또한 혁명의 일부다. 결국, 혁명이란 기존의 질서를 부수고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일이며, 그 방법은 시대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 개와 혁명은 세대 간 단절을 이야기하는 대신 각자의 방식으로 이어지는 혁명의 연대를 보여준다.

이상문학상은 한국문학의 흐름을 반영하고 미래를 여는 문학상으로서 매년 뛰어난 중·단편소설을 선정하며, 문학성과 작품성을 기준으로 한국 현대문학의 흐름을 기록해 나간다. 수많은 걸작을 배출하며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도 한국 문단의 중심을 지켜 온 만큼 앞으로도 그 권위와 전통을 이어갈 것이 기대된다.

출판사 '다산책방' 으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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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
나혜원 지음 / 사유와공감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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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혜원 / 해마

연쇄적으로 폭발하는 트라우마, 불편한 감각이 깨어난다.

인간이 가진 내면의 상처와 트라우마, 그리고 그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극단적인 선택들을 다룬 여섯 편의 단편소설로 구성된 작품이다. 인물들은 주변인에게 상처받고, 분노하며, 몰락을 겪지만, 결국 각자의 방식으로 감정의 끝을 마주한다. 해마는 인간이 절망 속에서 얼마나 날카롭게 무너지는지, 그리고 그 끝에서 무엇을 얻게 되는지를 보여주며, 억눌린 감정을 직면하게 만든다. 나아가, 감정을 분출한 끝에 도달하는 해방의 순간까지 담아낸다.

이들은 주변인에게 받은 정신적 트라우마 속에서 흔들리고, 부서지고, 때로는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기도 한다. 상처받고 분노하는 것은 누구나 겪는 일이지만, 그 감정을 어떻게 표출하느냐에 따라 삶의 방향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읽는 동안 계속해서 불편함이 따라다녔다. 하지만 이 불편함은 깊이 파고들수록 더욱 의미가 생기는 감각이었다. 인물들이 겪는 몰락은 우리가 외면하고 싶은 현실이지만, 동시에 너무나도 익숙한 감정이기도 했다. 우리는 모두 크고 작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그것을 어떻게든 품고 견디거나, 때로는 무너져 내리기도 한다.

12p 사람은 누구나 경험한 범위만큼만 이해할 수 있는 법이에요. 그것이 직접 경험이든, 간접경험 이든 말이에요. 130p 그래서 말인데요. 만약 당신이 지금부터 털어놓는 내 이야기에 공감하지 못한다면, 당신은 분명 나보다 행복한 사람이란 거예요.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해요. 기쁘지 않아요? 이 황량한 세상에 누구라도 당신보다 불행한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우리는 어차피 타인과 불행의 크기를 견주며 낄낄거리는 악한 존재들이니까.

감정의 끝까지 내몰린 이들이 마주한, 스스로를 파괴할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

출판사 '사유와공감' 으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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