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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
나혜원 지음 / 사유와공감 / 2025년 3월
평점 :
나혜원 / 해마
연쇄적으로 폭발하는 트라우마, 불편한 감각이 깨어난다.
인간이 가진 내면의 상처와 트라우마, 그리고 그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극단적인 선택들을 다룬 여섯 편의 단편소설로 구성된 작품이다. 인물들은 주변인에게 상처받고, 분노하며, 몰락을 겪지만, 결국 각자의 방식으로 감정의 끝을 마주한다. 해마는 인간이 절망 속에서 얼마나 날카롭게 무너지는지, 그리고 그 끝에서 무엇을 얻게 되는지를 보여주며, 억눌린 감정을 직면하게 만든다. 나아가, 감정을 분출한 끝에 도달하는 해방의 순간까지 담아낸다.
이들은 주변인에게 받은 정신적 트라우마 속에서 흔들리고, 부서지고, 때로는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기도 한다. 상처받고 분노하는 것은 누구나 겪는 일이지만, 그 감정을 어떻게 표출하느냐에 따라 삶의 방향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읽는 동안 계속해서 불편함이 따라다녔다. 하지만 이 불편함은 깊이 파고들수록 더욱 의미가 생기는 감각이었다. 인물들이 겪는 몰락은 우리가 외면하고 싶은 현실이지만, 동시에 너무나도 익숙한 감정이기도 했다. 우리는 모두 크고 작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그것을 어떻게든 품고 견디거나, 때로는 무너져 내리기도 한다.
12p 사람은 누구나 경험한 범위만큼만 이해할 수 있는 법이에요. 그것이 직접 경험이든, 간접경험 이든 말이에요. 130p 그래서 말인데요. 만약 당신이 지금부터 털어놓는 내 이야기에 공감하지 못한다면, 당신은 분명 나보다 행복한 사람이란 거예요.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해요. 기쁘지 않아요? 이 황량한 세상에 누구라도 당신보다 불행한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우리는 어차피 타인과 불행의 크기를 견주며 낄낄거리는 악한 존재들이니까.
감정의 끝까지 내몰린 이들이 마주한, 스스로를 파괴할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
출판사 '사유와공감' 으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