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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랜드 엘레지
아야드 악타르 지음, 민승남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2월
평점 :
아야드 악타르 / 홈랜드 엘레지
트럼프 시대의 미국, 아메리칸 드림의 환상과 그 이면을 해부하다.
퓰리처상 수상 작가 아야드 악타르는 자신의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현대 미국 사회의 이면을 적나라하게 파헤쳤다. 작품은 트럼프와의 식사 자리, 뉴욕 브로드웨이 무대 뒤편, 할리우드 힐스, 그리고 낙후된 공장 지대까지 미국 전역을 가로지르며, 자본주의, 인종, 종교, 금융 시스템이 어떻게 미국 사회를 형성 과정과 이를 통해 2세대 무슬림 이민자의 정체성, 미국적 삶의 모순, 그리고 자본주의의 폭력적인 측면을 전달한다.
소설의 주인공은 작가와 동일한 이름을 가진 아야드 악타르로, 성공한 극작가이자 이슬람계 미국인이다. 아야드의 아버지는 과거 도널드 트럼프의 심장 주치의로 일했으며, 미국이 제공하는 기회를 신봉하며 아들에게도 성공을 강요한다. 그러나 트럼프 시대가 도래하며 부자 간의 갈등은 점차 깊어지고, 주인공은 금융업에 뛰어들어 부를 축적하는 과정에서 자본주의적 욕망의 덫에 걸린다. 동시에 아버지의 몰락과 의료 시스템의 부패를 목격하며, 자신이 믿어온 가치에 대한 의문을 품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겪으며, 미국 사회의 이면을 마주하게 된다.
아야드 악타르는 메리 모로니 교수를 만나 기존의 세계관에서 벗어나 더 넓고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게 된다. 정신적 성장과 철학적 고민을 자극하는 멘토이자 도전적인 사상가인 그녀의 가르침은 아야드가 미국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을 더욱 깊게 확장시키는 계기를 만들어 준다. 그녀의 가르침처럼 홈랜드 엘레지 또한 나에게 큰 가르침을 주었다.
처음에는 미국 사회에 대한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읽다 보면 이 문제들이 결코 미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정체성의 혼란, 계급 갈등, 자본주의의 폭력, 이와 같은 모든 문제는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곳곳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어쩌면 홈랜드 엘레지는 미국을 배경으로 한 전 지구적 현실을 반영하는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홈랜드 엘레지는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소설이다. 어떤 독자는 정치적 메시지에 집 중할 것이고, 어떤 독자는 가족 간의 갈등을 깊이 느낄 것이다. 또 다른 독자는 자본주의의 구조를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 책을 읽고 나면 우리가 사는 세상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된다는 점이다.
뛰어난 서사, 날카로운 통찰, 그리고 묵직한 울림까지.
우리가 사는 세계의 진실을 알고 싶다면, 반드시 읽어야 할 작품이다.
출판사 '열린책들' 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